1.
작년부턴가 해외에서는 워드프레스 시장이 포화상태인가 아닌가 하는 글들이 가끔 올라왔다. 대부분 ‘아직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던 거 같다. 최근에도 비슷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전 세계 신규 웹사이트의 절반은 워드프레스로 제작되며, 트래픽 상위 사이트 중 1/4은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졌다. 해외 시장을 보면 워드프레스 전용 호스팅 서비스들이 등장하여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새로운 테마, 플러그인도 계속 나오고 있다.
워드프레스 관련 회사들의 인수 합병도 종종 일어난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플러그인인 우커머스의 개발사를 오토매틱이 인수하기도 했었다.
2.
이렇게 워드프레스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거 같긴 하지만, 반대의 시그널도 존재한다. 가장 큰 워드프레스 마켓플레이스인 Themeforest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Avada나 7테마 등 일부 테마는 여전히 높은 판매를 보이고 있으나, 대부분의 테마 개발사는 월 $1,000 이하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Themeforest의 테마 판매 정책도 1년간 기술 지원에서 6개월로 단축되었으며, 테마의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수요가 감소하여 줄어드는 매출을 보충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구글 트렌드에서 봐도 2014년을 기점으로 워드프레스는 완만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3.
그럼 국내 사정은 어떨까? 작년부터 몇몇 워드프레스 개발사들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신규 개발되는 플러그인의 수도 좀 줄은 것 같다. 그래서 네이버 트렌드를 대충 한번 찍어봤다.
네이버 워드프레스 검색량은 점진적 상승을 보이다 2012년 초 폭발적인 검색량이 나온다. 2012년 3월 서울시가 워드프레스로 홈페이지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워드프레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5월에 워드캠프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도 점차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사이트를 제작한다. 2013년 하반기 유료 플러그인 판매가 시작되고, 국내 최초의 워드프레스 마켓플레이스인 단비스토어가 개장한다. 2014년 워드프레스 서적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강의도 활발해진다.
워드프레스 에이전시 수도 급격히 증가한다. 워드프레스의 점유율이 XE(구 제로보드)를 넘어선다. 시장이 다소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며, 2015년 접어들 때쯤엔 업체 간 가격 경쟁도 심화되어 저가 홈페이지 제작도 많이 나온다. 네이버 트렌드 상으로도 2015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 트렌드를 보면 2014년까지 상승을 하다가 이후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4.
트렌드로 봤을 때 워드프레스의 상승세가 꺾인 건 확연히 드러난다. 따라서 단순히 해외 테마를 구매하여 저가에 사이트를 제작하는 에이전시들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래에 워드프레스 제작되는 사이트들을 보면 단순 홈페이지나 웹진에서 탈피하여 개성 강하고 차별화된 쇼핑몰, 서브스크립션, 유료 컨텐츠 판매, 크라우드 펀딩, 예약이나 여행, LMS, 웨비나 등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의 사이트들이 나오고 있다. 한단계 스킬업한 에이전시들은 제작 단가를 높이고, 고객을 리드해나가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요약하자면 현재 국내 시장은, 워드프레스에 대한 hype가 걷히면서 톤 다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옥석이 가려지면서 시장이 성숙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하겠다.
6.
참고삼아 해외 트렌드를 좀 더 소개하면, 우커머스와 같이 강력한 기능을 갖는 플러그인들과 이를 지원하는 테마들이 계속 나오며 워드프레스가 CMS를 벗어나 기존의 솔루션 시장을 침투해 들어가고 있다. 우커머스는 이미 쇼핑몰 솔루션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이고, 이어서 LMS,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테마 중에서는 Elegant Themes에서 개발한 Divi 테마가 테마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상으로 얄팍하고 주관적인 워드프레스 시장 분석 끝. 한마디 더 하자면, 워드프레스는 단비스토어와 함께….
원문: 강동혁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