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승환 : 먼저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서영걸 : 뭐, 그냥 사진사다.
리승환 : 조간 신문 1면 사진을 보니까 어떤 느낌이 들던가?
서영걸 : 이석기가 어떤 인간인지는 잘 모르지만… 철저하게 아마추어고 바보스럽다고 느껴지는 정도? 국정원에 완전히 말려들었다.
리승환 : 국정원에 말려들다니?
서영걸 : 오늘 조간 1면의 사진은 크게 세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1. 악마적으로 보이는 비열한 웃음 2. 국정원 직원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고 곁눈질하는 모습 3. 뭔가 복잡한 심경을 담고 있는 굳은 표정이다.
리승환 : 본인에게 유리하게 찍힌 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사진들이 하나같이 단순한데?
서영걸 : 그건 어쩔 수 없다. 상황상 제대로 찍기 힘들다. 굉장히 좁고… 이석기가 무슨 액션을 취것도 아니고. 신문별로 개성있게 찍을 상황은 아니다.
리승환 : 어쨌든 3번을 제외하면 다 이석기가 구려 보인다.
서영걸 : 그 3번을 실은 게 바로 한겨레다.
리승환 : 한겨레는 이번 보도에서 유일하게 이석기를 실드 쳐준다, 편들어 준다는 느낌을 준 메이저 종합일간지다.
서영걸 : 그렇다고 한겨레를 욕할 건 아니다. 어찌 보면 한겨레가 제일 객관적 상황을 전달하려 한 것일 수도 있다. 이석기가 갖고 있는 여러 심정, 상황의 심각함이 담겨 있으니.
리승환 : 난 동아일보 사진이 제일 눈에 띄더라. 비열하다 못해 더러워 보인다고나 할까…
서영걸 : 이석기 입장에서는 ‘나는 당당하다, 나를 따르는 이들에게 내가 계속 싸울 의지가 보여주겠다’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조중동 입장에서 정말 원하는 그림이다.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나? 내란 일으키겠다는 애가 실실 쪼개고 있는데. 이게 웃을 상황이냐고 욕하겠지. 조중동은 그림을 그렇게 몰고 가기에 성공한 거다.
리승환 : 웃고 있는 사진이 악마적으로까지 보인다.
서영걸 : 원하든 말든 지가 웃었으니까 이석기 책임이다. 표정관리를 못했거나, 표정관리 한답시고 웃은거면 황당한거고.
리승환 : 역효과라고 본다.
서영걸 : 다른 사람이 자기 웃음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꿈에도 모르고, 지딴에 생각한 거다. 통진당 지금 좆 된 상황인데, 이 상황에 웃어제끼니 저거 바보 아니냐는 분위기로 갈 수밖에… 이석기는 지금 딱 ‘가자, 조직원들이여!’ 이런 느낌이다. 실제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 수호 위해…’ 어쩌고 했는데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다. 지금 ‘이석기 당신 이런 이야기 했냐 안했냐?’, ‘했으면 왜 했냐?’라는 질문을 받은건데, 거기서 민주주의를 들이대니까 황당한 거다.
리승환 : 종북으로 찍힌 곳에서 민주주의 수호 이야기하니 더 가당치 않게 들리기는 한다.
서영걸 : 어제 종편에서 이석기의 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로 해석하더라. 그런 의미에 딱 맞는 웃음이기도 했다.
리승환 : 그렇다면 다음 사진, 곁눈질하는 사진은 어떤가?
서영걸 : 아무리 봐도 자기가 당당하다고 하는 사람이 지을 눈빛이 아니다. 링 위에 올라가 싸울 때도 상대를 정면응시하고 노려보며 기를 죽이려 하지, 곁눈질 하지 않는다. 그런데 죄다 국정원 직원을 제대로 못 보고 눈을 옆으로 돌린다.
리승환 : 첫 번째 사진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서영걸 : 솔직히 첫 번째 류의 사진, 웃는 사진은 너무 비겁한 처리다. 사진 찍는 선수 입장에서는 왜 이리 유치하게 처리하냐는 생각을 가질 만하다.
리승환 : 이석기 인상을 보면 아예 웃으면 마이너스 같기도 하다.
서영걸 : 맞다. 웃는 거야, 뭐 웃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석기 눈이 웃을 때 별로 안 좋은 상이다. 약간 광기 담긴, 미친 삐에로 눈빛 같지 않나? 정말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 눈빛이 아니라 원래 좀 혐오스러운 스타일이고, 이게 카메라에 딱 걸린 거다. 하지만 곁눈질은 꽤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진짜 야마에 어울리는 사진이다.
리승환 : 곁눈질의 의미라면 어떤 의미인가?
서영걸 : 여러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데, 하나같이 눈치만 보는 모습을 연출한다.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눈이 살짝 옆을 보게 된다. 국정원과 맞짱을 떴는데 절대 정면승부를 못한다. 애초에 눈치만 보지, 당당하지 않아 보인다. 뭐 이런 게 읽힌다는 의미다.
리승환 : 그러게. 자신들이 정면승부하자고 하더니.
서영걸 : 통진당이 무장봉기를 이야기했던 말든 국정원과 한판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정원 사람들을 쳐다보는 대장 눈빛이, 정면을 못 본다. 그건 내가 볼 때 굉장히 중요한 느낌을 부여한다. 얘가 굉장히 비겁한 애구나… 이런 느낌을.
리승환 : 만약 노회한 정치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서영걸 : 노회한 정치인은 자기가 앞에 나서지 않았을 거다.
리승환 : 아예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서영걸 : 국정원 직원 만날 일도 없고, 나왔어도 적당히 뒤에 숨어 있었을 거다. 노회찬 의원이 왔다고 생각해 보자. 뭐 하려고 바보같이 그런 표정 지으며 있겠는가?
리승환 : 노회찬 의원은 애초에 눈빛이 선량하게 생겨서 이야기가 다를 것 같기도 하다.
서영걸 : 그러니까 이석기의 그 야비한 눈빛이 정면도 안고 옆만 바라보니 완전히 사진이 그렇게 비겁한 인간으로 나온 거다. 이석기는 자기가 자기 얼굴, 자기 표정을 모르는 사람이다.
리승환 : 초선 의원에, 항상 언더에 있었으니 당연할 법도 하다.
서영걸 : 이석기 입장에서는 지금 국면이 정말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고 자기가 중심에 서 있다.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론이 바뀌는 상황에서 표정관리가 안 되고, 옆에서 커버도 안 되고. 그냥 전형적인 아마추어들이다.
리승환 : 노회한 정치인이 정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무표정을 지켰을까?
서영걸 : 그렇지만은 않다. 아니면 굉장히, 정말 모든 걸 압도하는 표정을 지었을 거다. 어쩌면 무지하게 화를 냈을 수도 있다. 이석기 입장이 사실이라면, 자기를 모함한 거니까 어제는 화가 나서 와야 정상이다. 내가 무슨 죄가 있냐? 너희 미쳤냐? 이런 당당한 표정 보였어야 하는데 웃어 제끼고 있으니.
리승환 : 하긴 웃음 자체가 이미 가식이고 가증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서영걸 : 누가 그 상황에서 웃음이 나겠나? 일반적으로 국정원에 맞서려면 공개하지 않고 실드를 쳤어야지. 우리 공개 안 한다? 왜 우리 압수수색하냐? 미쳤냐? 이런 식으로 나오며 그런 장면은 기자들에게 노출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 노출하고 있는 게 벌써 위기관리가 안 되는 거다.
리승환 : 기자회견장에는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서영걸 : 기자회견만 하는 게 정상이다. 물론 들어올 때는 기자들한테 걸리니까 표정 노출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공식기자회견 외에는 모습 보이지 않는 게 정상이다. 원래 압수수색 장면은 잘 공개하지 않는다. 검찰이 오더라도 수색하려고 짐 들고 들어갈 때나 보여주지, 최대한 문 닫고 한다. 모든 걸 이렇게 생중계하듯 보여주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리승환 : 결과적으로 책잡힐 짓을 많이 한 것이라는 것 같다.
서영걸 : 그냥 완전히 말린 거다. 국정원 시나리오에 잘 말려들고, 철저하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잘 보여주고 있는 거다. 언론이 쓴 사진은 독자 누가 보더라도 눈치보고 비열한 눈빛을 통해 이석기와 통진당을 받아들이게 된다. 걔 뭔 생각 있는 거 아니야? 숨기고 있는 거 있는 거 아니야? 이런…
리승환 : 정치인으로서의 이석기에 대한 한 마디 정리를 부탁한다.
서영걸 : 사진사로 이야기하자면, 이석기는 자신이 추종하는 노선대로, 품성적으로 담대하고 결의에 찬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 익숙한 사람이다. 정파원에게는 그 표정이 먹힐지 모르나 대국민 표정관리나 훈련은 전혀 안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냥 아마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