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뭐 하는 회사죠?
심영신(컨티늄 서울 대표): 지금 있는 것의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요. 그걸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많은데 저희가 집중하는 것은 개인들이 생각하는 것들, 원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연구해서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요. 본인의 직관에 기초해서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들이 있다면 저희는 다른 사람들이 무얼 생각하는지, 뭘 원하는지를 생각하죠.
리: 여기서 다른 사람이란 회사 내부 사람인가요? 고객인가요?
심영신: 고객이죠. 그런데 저희 고객들은 기업이고요. 기업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들이 저희의 연구 대상이죠.
리: 들어보니까 디자인 회사보다는 컨설팅 회사에 가까운 느낌인데요.
심영신: 디자인 회사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저희는 사람들에 대해서 연구한 후에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요. 그래서 스스로 디자인 회사라고 정체성을 이야기하죠.
리: 컨설팅 회사도 굉장히 두꺼운 보고서를 주지 않습니까?
심영신: 그걸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잖아요. 이게 어떤 형태여야 하고,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모호한 방향성만 알려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웃음).
리: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나요?
심영신: 최근에 시장에 나온 건 일산 스타필드에 들어가 있는 ‘토이킹덤플레이’라고 아이들 장난감 매장이에요. 토이킹덤은 이마트가 가진 장난감 매장 브랜드인데, 단순히 장난감을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파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정용진 부회장이 원하시는 바가 있었어요. 그러면 거기에서 어떤 경험을 팔 것인가, 고객은 누구인가, 그리고 F&B, 장난감과 키즈 교육 상품 등 이마트가 가진 여러 자산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정의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경험이 소구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나라를 다녔고요. 한국에서 실제로 소비자층이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도 했고, 아이들도 만나고. 그런 경험 디자인 후에 스페이스 디자인에 대한 콘셉트를 도출하는 일을 했죠.
리: 국내에 처음 생긴 거였나요?
심영신: 토이킹덤은 원래 있던 매장인데, 그걸 이제 경험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바꾼 거죠. 키즈 카페식으로 경험을 먼저 한 후에 장난감 매장에서 아이들이 미리 경험한 장난감을 매장에서 볼 수 있는 거죠. 결국은 물건을 팔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유도를 하는 거죠.
리: 보고 구매를 하는 것에서 경험하고 구매하는 쪽으로 확장한 거네요?
심영신: 그렇죠. 저희가 콘셉트까지만 디자인하고 실제로 현장을 만들어내는 일까지는 하지 않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해요.
리: 잘된 건 어떤 거였나요?
심영신: 기업이 처음으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선한 의도가 들어가 있었죠. 아이들에게 그냥 물건만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직접 와서 얻는 경험이 아이들에게도 유익해야 하고, 부모들도 억지로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쉼을 얻거나, 배울 점을 얻거나 이런 것들에 대한 의도가 있었어요.
리: 의도대로 잘 되던가요?
심영신: 의도대로 콘셉트 디자인을 했죠. 여러 가지 제약으로 다 표현은 못 했지만.
리: 여러 제약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여러 장치를 넣었을 것 아니에요? 그런 것 몇 개만 꼽아주실 수 있나요?
심영신: 예를 들어서 키즈카페 같은 경우에는 부모가 쉬러 가요. 거기에 안전장치가 되어있고, 아이들을 계속 봐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한 2시간 정도 아이들을 풀어놓고 놀게 하면서 부모들은 옆에 차 마시는 곳에서 쉬는 거죠.
그런데 토이킹덤플레이는 노는 데서 나아가서 교육의 색깔이 들어있거든요. 인체에 대해서 탐구를 한다든가 놀이를 한다든가 여러 장난감을 모아놓고 스스로 조합해서 새로운 놀이를 만들 공간을 제공한다든가. ‘그냥 컵이니까 마시는 거야’가 아니라 다양한 부품들을 놓고 ‘아이가 스스로 컵이라는 걸 만들어볼까, 뭘 만들어볼까.’ 스스로 구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그런 것들이 단순히 아이들을 놀리고 부모들이 쉬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의도 중 하나였어요.
리: 건축 설계, 교육, 공간 휴식 설계 이런 것들이 다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전부 다 이 회사에서 하는 건가요?
심영신: 시공 설계는 하지 않고요. 그런데 공간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희 지금 전 세계에 인력은 200명 정도 되고 서울에는 한 10명 내외로 있어요. 그런데 모두가 다 백그라운드가 달라요. 건축, 파이낸스, 인문학 등등이 있거든요. 그래서 공간과 관련되어서 현실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일 때, 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투입하죠.
리: 서울 오피스는 언제 처음 생겼어요?
심영신: 지금 18년 됐어요. 그리고 한 번 조직 변화가 있었어요. 처음 서울 오피스를 여신 대표님이 김영민 대표님이라고 본사에서 인턴부터 시작하셔서 수석 디자이너까지 하신 분이 계세요. 그러고 한국으로 나와서 서울에 오피스를 열었죠. 그때만 해도 삼성전자 디자이너도 100명이 안 될 때였어요. 지금은 몇 천 명인데요. 그 당시만 해도 사람들을 이해하고 콘셉트 내고 디자인이 나오는 게 그렇게 흔할 때는 아니었죠. 그럴 때 산업 디자인을 들여와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산업디자인 폼팩터를 잡는다거나 CMS를 잡는다든가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요.
김영민 대표님은 저희 조직 내에서는 엄청나게 능력을 인정받으셨죠. 선 하나만 그으면 디자인이 달라지는 분이셔서 제품 디자인으로는 글로벌 오피스 중에서 서울 스튜디오가 처음 시작했어요.
리: 그렇다면 서울 오피스는 예전과 지금의 모습이 다른가요?
심영신: 예전보다 전략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이 생기면서 전략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훨씬 더 많아졌어요.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 새로운 마켓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그러면 ‘그 마켓에 우리의 제품군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다든가’, ‘소비자들에게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라든가 저희가 말하는 전체 디자인의 앞부분에 훨씬 더 많은 수요가 생긴 거죠.
그러면서 중간쯤에 저희 체질이 한 번 바뀌었어요. 뒷부분의 스타일링 잡고 폼 팩터 잡고 이런 것들이 이전에는 많았다면 사람, 마켓에 대한 이해, 새로운 기획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콘셉트 도출하는 것까지 하는 앞의 전략에 대한 수요가 훨씬 많아지면서 전략 기반의 스튜디오가 된 거죠. 지금 있는 사람들도 디자이너가 1/4 정도고 3/4 정도는 전략하는 사람들이에요. 과거에는 정반대였고요.
또 경영 컨설팅하고 비교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분들은 정량적인 마켓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외부 요인들을 분석하는 걸 기반으로 방향성을 제시하신다면 저희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들이 지금 가는 방향이 뭔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터디한 후에 그걸 전략화하거든요. 그래서 그게 체질이 바뀐 지 한 10년 정도 되었죠.
디자인의 힘을 깨닫고 택한 길
리: 본인은 언제 대표가 되셨어요?
심영신: 2011년에 입사해서, 전 대표님이 퇴임하신 2015년에 제가 대표가 됐죠.
리: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심영신: 오기 전에는 NGO에서 일했어요. 저개발국가를 돕는 일을 하는 곳이었어요. 제가 있을 때는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이 주였는데 요새는 아프리카 쪽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NGO도 있었고, 디자인 큐레이팅도 하고 그랬죠.
리: NGO에서는 어떤 일을 주로 하셨어요?
심영신: 개발 교육도 하고 홍보도 하고 이것저것 그냥 다 했죠.
리: 했던 것 중에서 제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을까요?
심영신: 개발교육이라고 불리는 것 중에 고등학생·대학생들 대상으로 우리가 어떻게 상생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개발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사람들이 지속 가능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이라는 걸 주로 교육했어요. 그러면 보통 많이 받는 질문이 ‘우리나라에도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그렇게 가야 해요?’ 라고들 하는데,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지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알려줬죠.
그리고 저개발국가 경우에는 정부가 힘이 없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정부가 원래는 해줘야 하는 일을 할 수 없어서 NGO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그게 또 선순환되어서 돌아오는 것들을 교육하거나 프로젝트를 같이 하거나 했죠.
리: NGO를 하면 현실적으로 굉장히 자금이라든지 인력이라든지 모자라서 어려움에 처할 때가 많잖아요?
심영신: 그렇죠. 그래서 보통 정부 펀드를 받아서 진행하거나 기업 펀드를 받아서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이유 때문에 NGO를 나오기도 했어요. 기업 펀드를 받아서 프로젝트를 하면, 문제가 생기는 게 어떤 물품을 지원하는데 거기에 기업 로고를 크게 박아서 가야 한다거나, 또 갑자기 돈을 지원 안 하면 거기에 걸려있는 모든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하거든요.
리: 어쨌거나 기업 생색 좀 내면서…
심영신: 그런데 기업들은 그걸 지속하지는 않으니까요. 어느 순간 이해관계가 끊기거나 프로젝트를 중단하면, 그게 3년이든 5년이든 어느 순간 그 펀드는 끝나버리는 건데 지속가능한 형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선순환을 위해서 그 지역에서 지원 물품을 만들고 거기 사람들한테 기술을 가르쳐줘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걸 만드는 법만 배워요. 기업이 그 공장을 철수해버리면 당장 직업을 잃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몇 cm로 만들라는 단순한 테크닉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 있는 디자인을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 왜 그렇게 큰 꿈을 갖게 되셨어요? 당장 그것만 해도 오히려 쓸모가 많을 것 같은데.
심영신: 디자인하면 몇 cm를 잘라야 하는지도 다 배우니까요. 그래서 디자이너를 찾았어요. 목수들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파견되어서 교육하도록요. 그런데 디자이너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가구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디자인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디자인이라는 게 굉장히 넓은 영역이잖아요? 그렇게 디자인이 다양한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러면서 대학원을 갔죠.
외국에 ‘휴매니테리언 디자인’이라고요. 소셜 디자인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눈에 잡히고, 손에 잡히는 물건만 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디자인 할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들을 디자인 할 수 있는, 그게 어떻게 사회에 적절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그런 것들도 고민하는 곳이었어요. 그걸 공부하고 나와서 이것저것 디자인 디렉팅, 큐레이팅을 하다가 컨티늄에 들어왔죠.
리: 신기하게 인생이 꼬이셨네요… 대학원에 가니까 어떻던가요? 배우면서 놀랐다든가?
심영신: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냥 디자인의 영역이 넓으니까 그 영역들에 대해서 오픈해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좋았죠. 그러니까 뭘 만들든지 제약이 없죠. 이게 유럽 교육의 특징일 수도 있겠는데, 학교가 네덜란드에 있었어요. 뭘 해오든 그 안에 타당성이 있고, 그걸 잘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으면 그게 디자인이 되는 거죠. 디자인에 대한 이유와 스토리텔링이 충분하다면 그리고 그게 사람들에게 전달이 된다면, 그게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리: 충분함에 대해서는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하는 거죠?
심영신: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 것인가를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아요. 이게 어떤 새로운 의미를 주는지, 이게 단순히 즐기고 마는 의미가 아니라 결국은 라이프 스타일 안에 이 디자인이 들어올 텐데, 라이프 스타일에서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주는 거죠. 컵은 다 똑같은 컵일 수 있는데 디자인이 바뀌어서 빨간 컵, 네모난 컵이 된다고 해서 색깔 바꾸고 폼 팩터 바꾼다고 해서 의미가 변할까? 라는 걸 생각을 했을 때, 바뀐다는 건 의미가 있겠지만, 바뀌지 않고 그냥 즐거움만 준다면 그걸로는 좋은 평가를 못 받는 거죠.
리: 이야기하시면서 나온 키워드가 의미, 경험 이런 것인데 보면 굉장히 총체적으로 온갖 것을 생각하고 입체적으로 구성을 해야 하는 거군요. 그래서 열심히 배우시고 업계로 직접 뛰어드시니까 어떠신가요?
심영신: 컨티늄이 하는 일이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과 대단히 닮아있었어요.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경험을 개선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경험을 준다거나 하는 것들을 항상 고민해요.
리: 오자마자 처음으로 했던 프로젝트 기억나세요?
심영신: 네, 처음으로 했던 건 컨티늄만의 방식대로 진행된 프로젝트가 아니어서… 저희는 디자인하기 전에 꼭 조사하거든요. 사람들 만나고 인터뷰하고 관찰하는 정성적인 조사들이 들어가요. 그런데 그 프로젝트는 정량 데이터를 받아서 거기에서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었어요.
리: 그걸로는 부족한가요? 그런데 실제적으로 프로젝트 할 때 정량적인 데이터를 많이 쓰잖아요?
심영신: 정량은 정성을 백업하기 위해서 사용하고요, 정량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왜냐면 정량은 내가 원하는 대로 쉽게 조율될 수도 있으니까요.
리: 그런 편향 같은 것을 없애기 위해서 온갖 장치를 세팅하잖아요?
심영신: 그렇죠, 또 그 온갖 장치가 어떤 관점에서 어떤 문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고, 결국은 그걸 위해서 그 시작점이 어딘지가 있어야 하는데 시작점이 없이 보면 내 관점에서 보는 거죠.
리: 내 관점이 아니라면 어떤 게 중요한가요?
심영신: 중요한 건 이 데이터가 나중에 다 해석이 되어서 어떤 것들로 제품이 만들어졌을 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죠.
정확히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
리: 그러면 처음부터 고객을 정의하고 가야 한다는 건가요?
심영신: 그렇지는 않고요. 고객이 누구인지를 정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고객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고객을 위해서 무엇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어디에서 시작하느냐는 상관없이 고객을 먼저 알아내야죠.
리: 그 고객은 중간에 바뀔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서 처음에 정의한 고객이 20대 여성이었다가, 하다 보니까 아닐 수도 있잖아요.
심영신: 그래서 저희 고객을 정의하는 방법이 조금 특이한데, 아키타이핑(archetyping, 원형잡기)이라는 걸 해요. 고객을 정의할 때 20대 여성 아니면 사무직의 뭘 좋아하는 사람 이런 게 아니라, 아키타이프라고 하면 그 안에는 20대가 들어갈 수도 있고 50대, 10대도 들어갈 수 있어요.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그 아키타이프 하나로 묶는 거거든요.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묶고 나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리를 해요. 그러면 그걸 기반으로 그 안에서 소구될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거죠. 그래서 20대가 될 수도 있고 50대도 될 수 있다는 거고요.
리: 어떤 페르소나를 상정하는 건가요?
심영신: 저희가 정수기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키타이프로 잡았던 것 중에 한 아키타이프는 물 사용에 있어서 내 가족이나 내 근거리에 있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물을 들여다본다거나 물 사용의 유서빌리티(usability; 유용성, 편리함)라든가 제품에서 원하는 바라든가 이런 것들이 나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유시지(usage; 용법)가 만들어지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사실은 20대 신혼 새댁일 수도 있고, 50대 아이들이 있는 가정주부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같이 동거하는 여러 명 중에 살림을 주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러면 데모그라픽스에 중심을 맞추면, 예를 들면 ‘그게 30대 남자다’라고 해버리면 편향된 결과물이 나오는데, 그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소구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사람이라면 그걸 중심으로 콘셉트, 특징, 기능 같은 것들이 풀리는 거죠.
리: 그러면 그 전에 아키타이프들을 도출해내는 작업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심영신: 우선은 실제 고객층을 들여다보기도 하는데, 정수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받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요구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 ‘우리가 브랜드가 조금 되다 보니까 50-60대만 사용하고 20-30대는 잘 사용하지 않아요. 이러면 젊은 층에 소구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죠. 그러면 20-30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조금 들여다보기도 하고요. 이미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해요. 그 사람들을 만나보면 몇 가지 패턴이 나와요.
리: 뭔가 굉장히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노가다 작업 같은데요… 직접 보기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그런 수치 같은 것들도 보고…
심영신: 그렇죠…
리: 그래서 그 정수기 프로젝트는 그 이후에 어떻게 진행됐나요?
심영신: 그렇게 아키타이프가 한 4개 정도 나왔어요. 건강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의 그룹 포함해서요. 그래서 각각의 그룹별로 가장 열쇠가 되는 특징들은 무엇인지를 정리하고요. 그러면 나중에 주요 특징이 아키타이프로 2-3번 이렇게 나오죠.
리: 아까 컨설팅 펌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요. 지금까지 진행되는 걸 보면 아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여기서부터 리포트를 주고 끝나느냐, 아니면 그다음이 또 있느냐의 차이인가요?
심영신: 그렇죠, 저희는 그다음이 있는 거죠. 이런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리포트 나갈 때 시각화 작업을 꼭 해요. “이런 방식으로 표현이 되어야 합니다” 하고요.
리: 제품 디자인적인 건가요?
심영신: 제품 디자인에 대한 초기 드로잉이 될 수도 있고요, 기능들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어떤 기술이 필요하다’고 제안을 드릴 수도 있죠. 조금 더 나아가면 제품 렌더링까지 해서 나가기도 해요. 3D 모델링 등으로요.
리: 보통 클라이언트들이 요구하는 건 어느 단계죠?
심영신: 처음에 스코핑(scoping)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요. 3D 렌더링까지 해서 실제 출시할 수 있는 제품이 되는 건 또 다른 덩어리의 프로젝트가 돼요. 콘셉트가 나오고 나면 거기까지 해달라고 하시고, 덩어리가 또 추가되기도 하고. 아니면 처음부터 ‘우리의 결과물은 출시되는 제품 디자인을 만드는 것까지 해주시는 겁니다’라고 하면 거기까지 가기도 하죠.
리: 그런데 산업 디자인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들어가면 되게 복잡하잖아요? 기술적인 게 들어가니까… 하긴 여기 인력으로 기술적인 걸 모두 커버하기는 힘들기는 하겠네요.
심영신: 실제 기술적인 것은 내부에 계신 분들이 가장 잘 아세요. 다만, 콘셉트를 제안 드리는 건 저희가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만약 저희가 구조와 기술 등의 마지막 단계까지 디자인하는 거라면 클라이언트 사에 있는 디자이너들하고 같이 일을 해요. 그분들이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고 포함되어야 하는 기술적인 스펙을 알기 때문이죠.
리: 그러면 여기도 클라이언트 회사로 단체로 출근하고 이런 일이 많나요?
심영신: 아니요, 저희는 그렇게는 잘 안 해요. 보통 저희 회사에서 하고요, 클라이언트 분들이 오셔서 저희 프로젝트 룸에서 같이 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리: 특이하네요, 보통 뭐 하나 하려면 회사를 막 헤집고 이래야 될 일들이 많지 않나요?
심영신: 필요한 데이터들은 저희가 요청을 하고요. 되도록이면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려는 이유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프로젝트에 투입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를 하다가 잠깐 들어와서 아이디어 회의를 같이한다거나 우리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리: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때,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다양한 의견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가 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요. 그런 것들을 잘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특별한 툴이 있나요?
심영신: 결국 조직 문화에서 오는 것 같아요.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판을 까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처음부터 이 팀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을 가져가게 하고요. 또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졌다 보니까 서로가 가진 것들이 다 다른 거예요. 그렇게 각자가 가진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들이 조금 있어요. 그래서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것들이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주니어들도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독려를 했어요. 역할을 가진 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프로젝트 안에서 조사를 나가서 다들 같이 들여다보고 질문지를 같이 만든다든지 하면 이게 결국은 우리 것이기도 하지만, 내 것이 되잖아요. 내가 이걸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하는지는 내가 얼마큼 여기에 개입이 되냐인 것 같거든요. 누군가가 만들어준 걸 가지고 해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질문지를 만들었고, 그걸 가지고 인터뷰도 했고,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답을 얻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내가 이렇게 생각을 했고, 같이 간 누구는 저렇게 생각을 했고 이런 게 나오는 거죠.
리: 사람들이 다양하면 충돌도 일어날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잘 수습하세요?
심영신: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역량이죠. 충돌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리: 한 프로젝트를 할 때 ‘PM은 직급적으로 누가 맡는다’가 정해져 있나요?
심영신: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서 매번 달라요. 예를 들어서 스페이스 관련된 거면 그쪽 사람이 PM을 맡아서, 그래픽 디자인 능력 있는 사람이나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을 모은다거나. 아니면 제품 디자인을 해야 하는 경우는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 제품 디자인, 심리학과 이런 사람이 해서 매번 프로젝트마다 팀원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의 팀이 쭉 가는 건 없죠.
리: 필요에 따라서 외부 사람을 팀으로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나요?
심영신: 그렇게 많지는 않고요, 가끔 우리가 없는 스킬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비디오를 만드는 경우에는 저희가 지금 비디오를 만드는 사람이 없어서 섭외하죠.
리: 비디오도 만들어요? 시키면 다 해야 하는 거예요? 왜 갑자기 비디오를…
심영신: 결과물을 낼 때 뭐 스토리보드가 나와야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조금 다른 쪽으로 표현되었을 때 잘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럴 때는 이런 식으로 하죠.
리: 한국에서 전략이나 디자인 씽킹으로 인정받기까지 계기가 된 프로젝트 같은 게 있나요?
심영신: 한 프로젝트를 꼽을 수는 없고요, 다양한 기업과 한 협업이 성공적인 결과물로 이어지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많은 기업이 저희를 잘 아세요. 그런데 또 글로벌 기업들은 컨티늄을 먼저 찾아주시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아직도 저희를 잘 모르세요.
리: 어차피 B2B니까 잘 몰라도 상관없지 않나요?
심영신: 그런데 재미있는 비즈니스를 하는 중소기업도 많잖아요. 대기업만 우리나라에 있는 게 아니니까요.
리: 중소기업들이 예산이 맞을까요…
심영신: 말씀하신 대로 작은 기업들은 저희를 잘 활용하기 어려운 건 맞는데, 저는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저희를 더 잘 활용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기업들은 인력들도 많고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잘 쓰면 뭔가 나올 수 있는데, 작은 기업은 이런 기능 자체가 아예 없거나 부족한 곳도 많잖아요. 그리고 저희가 기존에 했던 경험들이라는 게 많은 기업과 경험하고, 마켓에 대한 인사이트가 기본적으로 가진 것들도 있어서 거기에서 드릴 수 있는 부분도 큰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드릴 뿐 아니라 기존에 저희가 했던 경험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도 있을 것 같아서요. 다만 고민은 그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비용 구조를 그분들에게 맞춰줄 수 있는가?
리: 그러면 교육은 어떤 생각으로 하신 거예요? 이번에 저희랑 같이하는 교육이라든가.
심영신: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사람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ㅍㅍㅅㅅ와 함께 협업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서(웃음).
리: 원래 언론 노출 같은 건 잘 안 하는 편인가요?
심영신: 굳이 돈 들여서 하려고 생각은 잘 안 하죠. 본사도 사실은 잘 안 해요. 저희 경쟁회사들은 대단히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쓰는 곳도 있기는 하죠. 저희는 사실 샌님들이 많은 조직이라서 ‘굳이 뭐 그렇게 해야 해? 우리 거 잘하면 되지…’ 하는 경우가 많아요.
리: 다른 경쟁회사들이랑 하는 일은 사실상 같은 건가요?
심영신: 최근 들어서 디자인보다는 전략 회사로 나가려는 추세가 많아요. 저희도 서울은 그런데, 본사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메이드 리얼 랩이라고 존재하는데, 프로토타이핑을 하는 곳이에요. 서비스가 됐든, 제품이 됐든,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프로토타이핑하고, 프로토타입이 나온 걸 가지고 사람들하고 반응 테스트를 한다든가 하는 거죠. 요즘 많은 디자인 컨설팅에서 뒷부분은 잘 하지 않는데, 저희는 여전히 뒷부분을 가진 게 좀 다르죠.
리: 그러면 디자인 위주로 들어오면 글로벌하고 같이 하는 건가요? 어떤 건가요?
심영신: 글로벌하고 같이 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산업디자인뿐 아니라 서비스도 프로토타이핑을 해요. 예를 들어서 공간에서 일하는 서비스면, 그 공간을 만들어버려요. 그걸 만들어서 한 번 서비스를 해보는 거예요.
리: 세상에, 한국에서 그런 적이 있어요?
심영신: 한국에서는 없어요. 아무래도 예산이 많이 드니까… 폼보드 같은 거로 만들더라도 우리가 계획한 공간을 만들어보는 거죠. 실제로 만들어보는 걸 중시하는 점이 저희가 다른 이노베이션 회사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보시면 돼요.
리: 그러면 뭐 한국에서는 공간은 아니더라도 다른 프로토타입을 실제로 만들어보신 경우도 있나요?
심영신: 제품 디자인할 때는 프로토타이핑을 종종 하기도 해요. 그런데 서울은 잘 안 하죠. 그런데 그걸 원하시면 본사와 같이하는 걸 좀 권유 드려요.
모든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리: 지금 하는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죠?
심영신: 항공사, 한국 항공사는 아니고 미국하고 같이하는 프로젝트고요. 그 외에 전자회사 포함해서 총 세 개 해요.
리: 참 작은 회사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네요.
심영신: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들, 소비자 경험을 정의하는 거고, 그걸 다양하게 표현하는 거라서 기본적인 일은 다 같다고 보시면 돼요. 다만 제품을 표현하느냐, 스페이스를 표현하느냐, UI/UX로 표현하느냐인 거죠.
리: 웹 쪽이나 이런 것도 하는 건가요? 웹은 어떤 프로젝트 하셨어요?
심영신: UI/UX를 하는데 최근에 한 거는 몇 달 전에 모 전자회사가 전에 한 번도 안 해본 신사업을 구상하셨어요. 그 신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하는 것에 관여가 됐고요, 그것을 표현하는 것 중에 디지털 플랫폼이 들어가 있어요. 그 안에 들어가는 UI/UX도 저희가 디자인을 했죠.
리: 디지털 플랫폼이라 하면 그냥 일반적인 태블릿이나 모바일은 아닌 건가요?
심영신: 태블릿 플랫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전달되는 매체는 태블릿인데, 그 안에 들어가 있는 UI를 디자인했죠.
리: 실제 프로젝트 과정에서, 유저 분석이 이뤄진 후에는 어떤 단계를 통해서 제품이 이뤄지나요?
심영신: 그다음에는 보통 말하는 디자인 영역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디자인 영역이라는 건 주요 기능이 있고 그런 기능들이 있으면 이거를 형태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건지, 그리고 유서빌리티라고 불리는 사용성은 어떻게 가져갈 건지. 그다음에 사용성하고 폼 팩터 나오고, 그러면 그걸 기반으로 실제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반향 테스트를 하는 경우도 있죠. 조금 더 나아가면 스타필드 토이킹덤플레이 같은 경우에는 수익성 분석까지 했어요.
리: 공간 설계에 있어서는 토이킹덤 플레이 말고 또 어떤 게 있었죠?
심영신: 서울에서 한 거는 예전에 설화수가 뉴욕 진출할 때,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뉴욕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 낼 때 했었고요.
리: 디자인 씽킹같은 교육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심영신: 디자인 씽킹을 기반으로, 이제 프로젝트 했던 케이스가 많으니까 케이스들을 이야기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최근 것은 이야기하기 힘드니 오래된 케이스 위주로 디테일하게요. 예전에 했던 것들은 리복 펌프도 있고, 팸퍼스라는 기저귀도 있고. 다음에 메디컬 중에는 옴니포드라고 최초로 무선 인슐린 주입기 같은 것도 저희가 했었고요. 리테일 영역에서는 오픈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가져와서 오픈할 수 있는 것들은 오픈하고요. 디자인 씽킹이 여러 분야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사례를 가지고 설명 드리려고 해요.
리: 진행하는 데 있어서 조금 난도가 있었던 것 하나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심영신: 난이도는 제가 생각했을 때 클라이언트가 얼마큼 요구사항이 많으신지, 까다로우신지 이런 게 난이도지, 프로젝트 자체가 더 어렵고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리: 그러면 조금 성취감 있었던 프로젝트는요?
심영신: 끝나고 나서 클라이언트가 좋아하시고, 탑 매니지먼트들도 모두 좋아하시면서 적극적으로 끌고 나가려고 하면 되게 성취감이 있죠.
리: 디자인하면 사실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고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보세요?
심영신: 그렇게 볼 수도 있고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는데…
리: 안철수 같은 말씀을…
심영신: (웃음)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과거의 전통적인 디자인은 뭔가 그림을 잘 그려야 하고, 모델링도 잘해야 하고, 비율도 잘 맞춰야 하고 그런 교육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스킬들을 기반으로 하는 걸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건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고, 그거에서 나온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고 정리하는 것이 디자인 영역에 들어오면서 스토리텔링 하는 능력이 되게 중요해진 것 같아요.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는 비율을 얼마나 잘 잡는지, 그림을 잘 그리는지에 대한 능력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느냐인데, 그러다 보면 그래픽 디자인 하는 사람이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그냥 디자인하지 않은 사람들이 뭘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내놓기도 하고. 그건 이걸 더 잘,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더 반듯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한테 매력적으로 스토리텔링 하는 능력 때문인 것 같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능력은 표준화를 통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개인이 얼마큼 경험을 잘해서 얼마큼 표현해내느냐. 그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자신감을 가졌느냐라서요.
리: 너무 총체적인 능력이라서 뭘 잘해야 하는지 설명이 되기 힘들 것 같은데요.
심영신: 그래서 심리학 하는 사람도 디자이너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다음에 파이낸스를 하는 사람도 어떤 파이낸스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개인이 경험하기에 아주 좋게 새로운 걸 만들었다면 그것도 디자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어쨌거나 사람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잖아요? 그 일을 하는 것들이 엔드 유저에 맞닿아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면, 디자인을 해낸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죠. 좀 넓은 의미에서.
리: 그 말씀 하시는 걸 들으면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치밀하게 설계를 하는 거고, 두 번째는 시뮬레이션인 것 같거든요? 이게 실제로 잘 돌아갈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하거나 상상해보는 건데, 여기서 시뮬레이션은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 ‘이거 정말 될 수 있어’라는 것에 대해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심영신: 그거를 아까 반향 테스트라고 말씀드렸던, ‘레저넌스 테스트(resonance test)’라고 본사에서는 이야기하고 저희는 ‘반향검증’이라고 부르는데, 어느 정도 뭔가가 나오면 그걸 콘셉트 단위가 됐든, 프로토타입이 됐든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들한테 들고 가요. 처음에 연구했던 그 사람들한테 들고 가서 ‘이런 상황에서 이런 것들이 쓰일 거고, 이런 경험을 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를 역으로 물어보고 마지막으로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요. 그러니까 이게 좋아요? 나빠요? 가 아니라 ‘이게 나아지기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한 것 같아요?’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소비자들한테 아이디어를 받으면서 마무리하는 거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거죠.
리: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편향 없는 의견을 받느냐가 되게 중요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사실 힘들잖아요. 사람들에게 이거 어때? 하면 어, 좋을 것 같애, 어, 이거 별로인데? 이걸 실제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겪으면 조금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실제 상황에 가깝게 사람에게 전달을 할 수 있을까요?
심영신: 피부 레이저 치료 기기가 있어요. ‘일루미나지’라고 불리는 기계인데, 유니레버와 같이 프로젝트 해서 만든 거거든요. 이게 원래는 피부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레이저 기기를 가정용으로 만든 거예요.
리: 세상에, 그래도 돼요?
심영신: 네, FDA 같은 기술적 규제들 안에서 만들었으니까요. 그래서 이걸 손에 쥐고 쓸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개인이 들고서는 필요한 곳에다가 레이저를 대야 하잖아요? 그러면 잡는 그립감이라든지 이걸 붙였을 때 어떤 각도로 해야 하는지, 어떤 부위를 주로 해야 하는지라든가 부위를 돌아갈 때 굴곡이 있는데 그걸 돌아갈 때 어떻게 더 쉽게 편하게 만들 수 있는지라든가 그런 것들을 해야 해요. 그러면 이 제품을 최종 디자인하기 전에 다양한 프로토타입들을 만드는 거예요. 폼보드 같은 거로 해요. 이걸 진짜 기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잡는 두께감을 알 수 있는 걸 몇 가지 만든다든가.
리: 그러면 실제와 느낌이 많이 다르잖아요?
심영신: 만약 무게감을 알고 싶다면 다른 이야기인데, 두께감을 알고 싶을 때는 스펀지만으로도 가능하잖아요. 무게감에 대해서는 추를 넣는다는 것도 가능하고. 그러니까 전체를 다 디자인하기 전에 부분별로 나눠서 사람들한테 의견을 받는 거죠. 사이즈가 어떤지 사람들의 표준적 손 크기와 관련해서 한다든가, 굴곡 같은 것도 30도로 꺾는 것 하나, 50도로 꺾는 것 하나 해서 어떤 게 편한지. 그리고 꺾는 게 아니라 차라리 일자로 하는 게 더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새로운 폼 팩터로 나오기도 하는 거고요.
리: 그러면 여기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부분의 합이 전체와 일치하지 않는 케이스도 있잖아요? 무게감도 좋고, 형태도 좋은데 정작 써보면 이게 아닐 때도 있을 것 같고, 이게 어떠한 제품보다 진짜 공간으로 되면 특히 그럴 것 같은 게, 이번에 토이킹덤은 내 경험이 아니라 아이의 경험을 생각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더 그럴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심영신: 공간 같은 경우, 본사에서는 프로토타이핑을 되게 중시해요. 저희가 홀리데이 인 호텔 로비를 디자인했었는데 그때는 아예 창고 같은 걸 하나 빌려서 호텔 로비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맞닥뜨리는 곳이 어디인지, 그래서 다음에 어디로 넘어가는지 여기에 앉아서 이런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뭐가 있어야 하는지 계속 경험하면서 수정·보완하는 거죠.
또 제품 같은 경우, 제품 자체가 하나의 데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제품을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서 다시 테스트하고요.
리: 한국은 그게 안 되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심영신: 프로토타이핑까지 가는 경우가 저희는 없었고요. 콘셉트까지 가는 경우다 보니 ‘콘셉트는 이런 요소가 들어가야 합니다’라는 거라서…
리: 어쨌거나 클라이언트들은 예산이라든지 실제 어떤 이유로 그걸 못하는데, 이들에게 ‘그래도 이건 좀 해보세요’라고 하는 것들이 있나요? 공간 디자인 같은 것들은 콘셉트를 디자인 받아서 하다 보면 막상 많이 변하잖아요.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제안하세요?
심영신: 요즘에 본사에서 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VR이에요.
리: 정말 별걸 다 하네요… 그런데 그건 당장은 힘들지 않아요?
심영신: 3D 모델링은 당장 할 수 있으니까요. 그건 스페이스 할 때는 하니까. 그걸 VR로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해요. 기본적으로 저희가 선호하는 건 그 공간을 만들어보는 건데, 항상 그럴 수는 없으니 VR로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하죠.
리: 사실상 공간은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의 개인기로 커버가 되는 게 많잖아요? 쫙 뽑은 다음에 “이렇게 만들어질 거야” 하는데, 또 생긴 거랑 경험이랑 다르니까.
심영신: 그런데 큰 규모는 3D로 할 수밖에 없고요, 큰 규모가 아니라 작은 스페이스면 배치해보고 거기에서 한 번 경험이 어떻게 가는지 플로우를 보기도 하고.
리: 꾸미기 전에 배치는 한번 해봐라? 예를 들어서 방을 여러 개 쪼개야 하면 스폰지 판이라도 놓아라?
심영신: 그게 의미가 되게 커요. 효과도 크고요.
리: 세상 참 할 게 많군요…
심영신: 공간 연출하실 때 직접 해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리: 저는 귀찮아서… 그런 걸 잘 안 하기 때문에…
[컨티늄 코리아] 디자인 씽킹: 디자이너처럼 기획하고 생각해보자
일상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사업기획으로 끌고 오는 법을 몰라서,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한 경험 한두 번씩 있으시죠?
비즈니스 기획의 기본 단계는 생각하기, 분석하기, 해결하기 세 가지로 나뉩니다. 생각을 체계화하고 내·외부적인 시장분석을 통해 실현성을 검토하고 문제점을 분석하여 해결안을 제시하는 방법.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정립하는 것부터 솔루션 제시까지.
사업을 기획할 때 필요한 통찰력 키우기! ㅍㅍㅅㅅ 아카데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할까요?
-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는 컨설턴트
-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일하는 직장인
들으면 뭐가 좋아지나요?
- 디자인은 스킬이나 컬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역량, 인사이트 등의 직관력을 이용하여 기존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과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이것이 디자인 씽킹입니다.
-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십분 활용해내는 것.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해당 내용은 연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장소: 드림플러스 강남
- 일시: 8월 27일(월) 오후 7:30~9:30
- 강사: 심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