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마케팅은 메시지의 경쟁이다.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얼마나 각인시킬 수 있는지가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얼마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메시지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이다.
메시지는 회사의 이미지, 제품의 홍보 등 일상적인 업무 영역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지만, 특히 큰 힘을 발휘할 때는 바로 위기상황에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함께 떨어진 도끼가 자신의 발등을 찍었을 때, 최초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에 따라 여론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물타기에 성공한 사례
현대인은 커피가 아닌 브랜드를 마신다
논리력 9, 감성력 6, 뽀대력 10
‘밥값보다 비싼 커피값’ 운운은 커피전문점이(라고 쓰고 별다방이라 읽는다) 푸닥거리를 당할 때마다 등장했던 말인데, 위 메세지가 눈치 보면서 별다방 커피를 마시던 소비자들에게 자신을 합리화할 명분을 주었다. 실제로 저 메시지가 먹힌 후 커피값 비싸다는 소리가 제법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한국경제에 끼친 공로를 감안해 선처해야 한다
논리력 3, 감성력 8, 뽀대력 2
2008년경 경영권 불법승계 등의 혐의로 삼성 이건희 회장이 기소되면서 징역형 등이 구형되자 이 논리가 등장했다. 이 논리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모 방송국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조차, ‘한국경제에 끼친 공로를 감안해 선처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국정원 여직원 감금
논리력 -10, 감성력 9, 뽀대력 1
‘국정원 여론 조작’이라는 초유의 이슈를 물타기한 강력한 메시지다. ‘여직원’과 ‘감금’이라는 피해자 이미지가 ‘국정원’ ‘조작’이라는 강한 이미지들을 상쇄시켰다. 덕분에 대선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점에 가장 큰 사건이 터졌음에도 여당은 표심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
추락한 시민의식
논리력 9, 감성력 6, 뽀대력 -1
‘LG G2 이벤트 현장서 부상 소동’이라는 이슈에 등장한 메시지다. 자칫 신제품 발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회사 측에는 문제가 없고 다만 소비자들의 탐욕이 부른 사건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나면서 오히려 악재가 호재로 변한 사건이다. 특히 배아픈 다수의 소비자들의 감정이 이입되면서 더 큰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메시지 경쟁에서 보면 네거티브한 메시지는 포지티브한 메시지보다 그 전달 속도가 배 이상 빠른데, 브랜드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네거티브한 메시지가 터지면 포지티브한 광고보다 훨씬 더 강력한 홍보 수단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는 클리앙.
나의 소중한 한 표를 사표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논리력 -10, 감성력 10, 뽀대력 10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모르지만, 선거철이면 자주 듣게 되는 메시지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배에 대한 논리적인 지지 근거가 없을 때, 대세에 순응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사표의 의미를 왜곡시킨 대표적인 메시지로, 대세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물타기 실패 사례
CIA발 김대중 대통령 유고설
논리력 3, 감성력 2, 뽀대력 9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장상 이화여대 총장이 국내 최초의 여성 총리로 물망에 오르자 다음날 주요 일간지들을 도배했던 메시지다. 대통령 유고시 군대도 안 다녀온 여자가 군통수권을 가지고 잘 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으나, 군대도 안 다녀온 분들이 할말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메세지는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 아들 이중국적 문제가 드러나면서 순식간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괜히 CIA만 팔렸다.
경국 대전에 근거하여…
논리력 -10, 감성력 -10, 뽀대력 -10
노무현 대통령 시절,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문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헌재의 판결 근거가 바로 경국대전이었다. 경국대전에 근거하여 주리를 틀고 싶던 메시지. 다들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사결정기구(?)의 판단이라 뒤에서 씹덕씹덕 할 뿐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이후 이렇다 할 행보가 없던 헌재가 이 메세지와 함꼐 그 빠와를 되찾았다. 이미지 출처는 다음 블로그.
불에 기름 부은 사례
최음제인줄 알고 먹었어요
논리력 5, 감성력 -10, 뽀대력 -10
예진아씨 황수정이 마약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직접 낸 메시지. 여자 배우가 섹스와 연관된 발언을 하면서 동영상 유출에 버금가는 파급효과를 가지고 왔다. 자기가 먹은 게 마약인 줄 몰랐다고 항변하는 내용이지만, 연예인 마약사건에 너그러운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차라리 ‘죄송합니다’한마디가 좋았을 사례.
문병 왔어요
논리력 -10, 감성력 -10, 뽀대력 -10
아이유 셀카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나온 메시지다. 대한민국 모든 삼촌들에게 조카 문병 가서 웃통을 벗는 게 예의라는 것을 알려준 사건. 그냥 뒀으면 ‘아이유도 이제 성인이다’라는 메시지로 적당히 설왕설래하다 잊혀졌을 텐데, 괜히 말도 안되는 메시지를 소속사가 내면서 오히려 사건을 키웠다.
잘 만든 메시지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소비자들을 쉽게 설득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성’이 아닌 ‘감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이성’은 설명을 해야 하고 ‘이해’를 시켜야 하지만, ‘감성’은 그런 과정이 필요 없이 ‘공감’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쉽게 먹힌다. 여기에 몇몇 뽀대나는 형용사를 붙여주면 효과 두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