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주가, 왜 이리 저평가돼 있는 거야?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코스피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어느새 10년 박스권을 뚫고 2,400에 이르렀으며, 이에 따른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기대감이 섞여 있다. 먼저 새로운 대통령의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주가가 오르기 마련이다.
또 하나는 ‘깨끗한 정부’에 대한 기대다. 국세청에서 일하는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특정 기업에서 얼마를 받으라는 명을 받을 때가 참 힘들다’고 말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냐 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최순실 게이트를 경험했지 않은가. 일종의 딜이라곤 하지만, 그 대재벌들조차 정부가 돈을 내놓으라 명하자 이를 그대로 따랐다. 이래서 정상적인 시장 가치 측정이 되겠는가.
사실 코스피 3천도 그리 놀라운 수치가 아니다. 기사에 따르면 여전히 코스피의 PER(주가 이익비율)은 전 세계 주요 10개국 증시의 PER 중 가장 낮다. 그것도 매우! 미국(18.63), 일본(16.04)은 물론이고 인도(20.73)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9.84다.
투명성의 부재: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
한국 산업의 경쟁력 문제는 늘 호사가들의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최근에는 조선, 해운 산업 등이 무너지며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한국만 한 나라, 정말 드물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위기론이 매일 같이 대두되지만, 역으로 이 정도 기업들이 있는 나라 자체가 흔치 않다.
그런데도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매번 대두되는 것일까? 그 핵심 문제는 회계와 감사에 있다.
세계적으로 회계의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는 엔론의 분식회계와 파산이었다. 엔론은 무려 1조 7천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르고서 파산했다. 이로 인해 엔론의 CEO 제프 스킬링은 24년 형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벌금은 500억 원에 달했다. 회계감사를 맡아온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해체됐다.
반면 한국은 가장 강력한 처벌이 징역 7년형이다. 그나마 3년에서 강화된 것이다. 대다수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정도의 형을 받아 감옥살이를 피해간다. (기사)
분식회계를 해도 금융당국이 강력한 조치에 나설 수가 없다. 행정조치는 최고 해임 권고에 그친다. 투자자 소송은 말만 쉽다. 2000년 대우전자 분식회계 사건으로 10만 명 이상이 손해를 봤으나, 소송이 완료되기까진 무려 10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사이에 빠져나갈 이들은 다 빠져나갔다.
회계 감사, 완전한 재정비가 있어야 코스피 3000 간다
흔히 사람들은 주식을 도박이라 한다. 틀린 말이다. 도박은 명확한 확률 게임이다. 반면 주식은 확률 게임이 아니다. 도박은 정보가 명확하게 공개된 게임이지만, 주식은 정보가 명확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다. 분식회계가 이렇게 횡행하는데 어떻게 그 정보를 믿고 게임을 즐기겠는가? 그래서 한국에는 아직 작전 주가 횡행한다. 안철수와 홍준표에 베팅한 누군가에게 애도를…
왜 이토록 분식회계가 횡행할까? 우선 내부고발이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분식회계를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내부인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던 한 지인은, 엄청난 돈을 기껏 문구점으로 빼돌린 회사의 행위에 허탈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고발을 해봐야 한국에서는 별로 얻을 바가 없다. 미국에서는 이미 340억의 내부고발금을 받은 사례도 있지만, 한국은 올해에야 10억으로 상향됐다.
감사인인 회계법인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대우조선해양 감사로 중징계를 맞았다는 안진회계법인도 1년간 업무 정지를 받은 데 불과했다. 그나마 이것도 아주 강해진 거다. STX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겨우, STX조선해양에 대한 감사 제한 2년을 받았을 뿐이다. 아차! 안진회계법인은 이미 감사보수로 106억 원을 받은 뒤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발각되더라도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경영진의 믿음이다. STX 조선해양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 기나 강덕수 전 회장은 40억이 넘는 성과급을 가져갔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다.
정의, 가치이기보다 기준과 실행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의’가 화두가 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을 포함해) 월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한국에서는 모든 정의를 무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정말 보기 드물 정도의 (물론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기고 있지만) 무개념이고, 일반적인 정의는 원리원칙을 충실하게 지키고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기업의 경제활동에 관한 감시가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보장받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대주주의 지인이 아무런 견제 없이 앉아 있다. 미국은 분식회계 기간 동안 벌어들인 돈이 보수환수제로 빠져나가지만, 한국은 깜빵 한 번 다녀오면 그만이란 식으로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 인터파크 / 네이버북스
많은 책이 정의를 외친다. 그 가치는 분명하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 가치만 부르짖는 것은 유명무실하기 쉽다. 반면 이 책은 다르다. 긴 시간 회계사로 직접 기업 감사를, 금융감독원에서 시스템 관리를, 미국 변호사 자격으로 금융 선진국을 지켜본 저자는 경제는 물론 정의를 망가뜨리는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해 나아가야 할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논증한다.
단순히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필요하지 않다. 이 책은 정의를 얘기하는 책이다.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정말 절감할 수 있는,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경제 시스템의 정의다. 경제 체제의 어떤 지점이 부실한지, 어떻게 정의롭게 개선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정의로운 시스템 아래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이 세상을 읽는 안목을 길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