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적으로 ‘성공’이라는 목표와 그에 따른 완벽함, 탁월함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실패해도 괜찮아. 뭐 어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입시’와 ‘입사’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실패가 두렵습니다.
크든 작든 실패는 학습의 기회라는 점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정작 스스로 작은 실수 하나 용납하기 어려운 현실. 어떻게 하면 내가 속한 조직에서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즐길 수 있을까요?
매일 실패하는 남자, 지아 장(Jia Jiang)
무려 100일 동안 자발적으로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실행한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걸까요?
어린 시절 그가 빌 게이츠로부터 영감을 받아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서는 성공적인 사업을 하리라 다짐한 일은,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미국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한 그는 투자유치에 실패한 후,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마음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때 빌 게이츠를 떠올리며 포기하지 않고 더 좋은 팀,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100일 동안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그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식사를 청하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등 터무니없는 제안을 하며 거절당하기를 거듭한 모든 과정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로 공개했습니다. 그중 잘 알려진 사례는 도넛을 구매하며 오륜기 모양으로 포장해 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500만 뷰를 기록하며 그의 프로젝트가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됩니다.
오륜기 모양의 도넛을 받은 일은 그의 프로젝트에서 거절당하지 않은 작은 성공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거절을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배움이 있었는지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그가 깨달은 점 중 몇 가지는 거절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고, 거절하는 상대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으며, 거절이나 실패의 순간 도망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거절당하기 프로젝트에서 배울 점
지아 장(Jia Jang)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조직에서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기 위해서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기 위해 작은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커다란 시도를 위한 배움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아래에 조금 더 풀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첫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기 위해 작은 실패를 경험할 것
새로운 비즈니스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의 기본 개념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린 스타트업은 하나의 가설을 토대로 최소 요건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만들어,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측정하고 다음 단계의 제품/서비스에 적용해 비즈니스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 과정은 결국 빠르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적으로 최소 요건 제품이나 프로토타입을 활용하는 것처럼 조직의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는데에도 이러한 관점을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나만의 아주 작고 빠른 실패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시도해본다면, 내가 속한 조직에서 실패를 동반할지도 모를 어떤 시도에 조금은 담대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UCLA의 임상심리학자인 로버트 마우어(Robert Maurer PH.D.)는 그의 저서 『아주 작은 반복의 힘』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창의성을 자극하는 작은 질문의 힘: 질문이 작아야 대답이 쉬워진다.”
조직의 구성원이 아주 작고 가벼운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질문과 제안이 필요합니다. 이는 실수나 실패로 인한 위험부담이 적은 것을 먼저 제안한다는 의미이며, 실패를 과감히 드러내기 위해서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둘째,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실패를 과감히 드러낼 것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스스로 실패했다고 느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거나 드러낼 수 없게 만듭니다. 조직 내에서 실패를 이야기하려고 할 때 말문이 막히는 경우는 실패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 문화, 비공식적인 의견이 있거나 혹은 실패로 인해 내가 짊어져야 할 위험부담이 큰 경우, 패널티가 존재할 때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떻게 하면 우리는 실패를 과감히 드러낼 수 있을까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C. Edmondson) 교수는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조직’에서 ‘배우면서 실행하는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라고 말합니다. 실험과 개선이 반복되는 조직은 효율성을 강조하는 조직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도와 실패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요. 그는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 조직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답이 있지 못하다는 것을 명백하게 인정하는 것
- 구성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 구성원들은 리더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의견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믿게 되면, 질문에 더욱 많이 응답하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 최고경영진의 지지
지아 장(Jia Jang)의 이야기는 그가 아주 사소한 거절로 스스로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여나가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실패를 드러내고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가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3일이 되던 날, 오륜기 모양의 도넛을 얻는 작은 성공 경험을 얻고 거절 프로젝트를 지속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셋째, 실패하는 용기가 있다면 실패로부터 배움의 과정을 거칠 것
실패하는 용기를 가지고 시도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과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이 장은 97번의 거절의 경험을 기록하며 배움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는 그 과정이 프로젝트에서 아주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성공이 늦어질 뿐 실패는 없다』의 저자 마이클 럼(Michael Lum Y)은 실패하는 용기와 실패로부터의 학습이 높을수록 ‘실패 정복자’로서 창조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새롭게 적용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찾아가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는 일이 실패가 ‘결과’가 아닌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자신만 볼 수 있는 수첩에 기록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 팀원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이나 회고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배움의 과정은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앞둔 모두에게
이 글을 시작하며 조직에서 우리가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을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은 저 자신에게, 동료에게, 같거나 비슷한 고민을 어디에선가 하는 분들께 묻고 나누고 싶은 것으로, 더 좋은 경험과 이야기가 있다면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실패에 쿨하지 못한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한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존중하는 조직과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원문: slowalk blog / 필자: 한성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