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 경영진 및 투자 대상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이 되려면 좋은 경영진이 있어야 하고, 어떤 기업에 좋은 경영진이 있다면 그 기업은 좋은 투자 대상이라는 논점을 이용한 투자 조언은 종종 좋은 기업, 좋은 경영진 및 좋은 투자 대상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위 논점은 옳지 않다. 하지만 왜 그런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무엇이 좋은 기업을 만드는가?’, ‘어떻게 기업이 좋은 경영진을 갖췄는지 알아보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투자 대상이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1.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
흔히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방법 각각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수익성을 기준으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수익이 낮은 기업보다 낫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 집약적인 기업인 경우(그리고 창출된 수익이 투자 자본에 비해 적을 경우) 및(또는) 손익분기점보다 약간 이상의 수익률만을 기대해야 하는 위험성이 높은 기업인 경우, 이 주장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성장성을 살펴볼 수도 있지만, 성장성이란 가치 측면에서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아니면 중립적일 수도 있다. 어떤 기업이 높은 성장성을 지닐 수 있지만, 이로 인해 가치가 파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기업 품질의 최고 척도는 높은 초과 수익률, 즉, 자본 비용 대비 훨씬 높은 자본 수익률이다(자본 수익률 측정 방법에 대해 주의해야겠지만). 다음 차트는 2017년 1월 당시 전체 글로벌 기업들의 초과 수익률 분포를 나타낸 것이다.
이 차트를 보면 가치 창출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가치 파괴 기업은 나쁜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적어도 2017년의 경우, 전 세계 상장 기업들 중 가치 창출 기업(10,947)의 수보다 가치 파괴 기업(19,960)의 수가 더 많다.
2. 좋은 경영진과 나쁜 경영진
어떤 기업이 기회비용(자기 자본 비용)보다 더 큰(더 작은) 수익률을 창출한다면, 이 기업이 좋게(나쁘게) 경영되고 있다고 쉽게 결론 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기업의 “좋음” 또는 “나쁨”은 단지 기업의 성숙도를 반영할 뿐이며, 이는 진입 장벽 또는 거시적 요인(환율 움직임, 국가 위험 또는 상품 가격 변동성)에 의해 나타난다.
좋은 경영의 본질은 자사가 라이프 사이클 중 어디에 놓여 있는지 직시하며,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가 투자 결정(부족한 자원을 어디에 투자하냐), 재무 결정(차입 자금의 규모 및 유형) 및 배당 결정(주주에게 어느 정도의 현금을 환원하고, 어떤 형태로 환원할 것인가)에 의해 결정된다면, 좋은 경영진은 이런 결정들을 자사에 최적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젊은 성장 기업에서 좋은 경영이란, 과도한 자금 차입이나 많은 배당금 지급이 아니라,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투자 결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이 성숙해질수록, 좋은 경영은 방어 활동으로 옮겨가, 경쟁 업체들로부터의 브랜드 네임과 프랜차이즈 가치를 보호하며, 보다 많은 자금을 차입하고, 주주에게 더 많은 현금을 환원하는 것이 될 것이다.
쇠락 중인 기업에서 “좋은” 경영의 본질은 단순히 나쁜 사업에 더 많은 투자 감행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에게 기업을 빼내는 것이며,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다. 경영의 품질을 확인하는 나만의 방식은 기업을 두 차례 평가해 보는 것인데, 한 번은 현재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다른 한 번은 새로운(“최적”의 경영진)을 상정해 해보는 것이다.
위 차트에서 최적 가치(optimal value)에서 현재 가치(status quo)를 뺀 값을 “조정 가치(value of control)”로 표현했지만, 이는 경영 품질의 척도로 볼 수 있으며, 이 조정 가치가 0에 가까울수록 경영진이 “좋은” 것이며, 증가할수록 경영진이 나쁜 것이다.
3. 좋은 투자 대상과 나쁜 투자 대상
위에서 좋은 기업과 좋은 경영진에 대해 살펴봤으므로, 이제는 좋은 투자 대상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떤 기업이 좋은 투자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주가를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탁월한 경영진이 있는 위대한 기업이라고 해도 주가가 너무 높은 경우 나쁜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무능한 경영진이 있는 최악의 기업이라도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주가가 충분히 낮은 경우이다. 따라서 투자 결정을 내릴 때에는 기업에 부여한 가치, 펀더멘탈 및 거래 주가를 비교해야 한다.
위 차트의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투자란 시장 불일치를 탐색하는 것으로, 어떤 기업( 및 그 경영진)의 품질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4. 시장 불일치 탐색
마지막 섹션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주가/가치 구분의 어느 한쪽 면만 보고 투자할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잘못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만일 저 PER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 전략을 이용하는 경우, 주가가 싸 보이지만 그 싼 이유가 터무니없는 투자, 과도한 차입 또는 가치를 파괴하는 현금 환원 정책 채택 때문이라면, 이 주식은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좋은 기업(강한 해자, 낮은 위험)을 찾는 데 집중하는 투자 전략을 이용하는 경우, 주가에 이미 이런 좋은 품질이 반영되어 있을 때, 이 주식은 나쁜 투자 대상에 속하는 수가 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 불일치를 찾아내야 하고, 즉 사업 및 경영진의 측면에서 아주 좋은 기업이 나쁜 기업처럼 주가가 책정되어 있는 경우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함에 있어, 어떻게 PER 배수를 이용하여 종목을 골라내는지 살펴보자. 우선, 다음 차트를 보자. 첫 번째는 아주 기본적인 배당 할인 모형으로, PER 배수의 기초 값들을 얻을 수 있다.
다음 식은 PER를 성장성, (자기 자본 비용을 통한) 위험 및 (배당 성향 또는 자기 자본 이익률 면에서) 성장의 품질, 세 가지 변수와 연결한 것이다. 이들 변수를 식에 적용하면, 성장성이 낮고, 위험은 높으며, 자기 자본 이익률은 아주 낮은 기업이라면 PER 배수가 낮을 때 매수해야 하고, 성장성이 높고, 위험이 낮으며, 자기 자본 이익률이 견고한 기업이라면 PER 배수가 높아도 매수해야 한다는 점을 빠르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좋은 투자 대상을 찾아내고 싶다면, 낮은 PER, 높은 성장성, 낮은 자본 비용 및 높은 자기 자본 이익률을 가진 주식을 찾아야 한다. 이 방식을 이용해, 저렴한 기업과 비싼 기업을 특징짓는 배수와 및 시장 불일치 상황을 나열해 볼 수 있다.
자본 위험과 사업 환경 위험 간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사업 환경 위험은 경영 중인 사업의 위험을 반영하는 것인 반면, 자본 위험은 재무 레버리지에 의해 확대된 사업 환경 위험을 반영한다. 전자는 자기 자본 비용으로 측정되는 반면, 후자는 자본 조달 비용으로 측정된다. 배당 성향에 관한 정의는 기존 배당금에 대한 것보다는 더 넓다. 현금 환원 계산에 자사주 매입을 포함시키면, 애플과 같은 기업은 배당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결론
글이 길어진 관계로 요점이 잊혔을 수 있다. 여기서 요약을 해보자.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구분하는 것은 쉽다. 기업이 좋게 또는 나쁘게 경영되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보다 다소 복잡하지만, 어느 기업이 좋은 투자 대상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좋은 기업이란 성장하는 시장에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가져오고, 그 결과(높은 마진, 높은 자본 수익률)는 이러한 이점을 반영한다.
잘 경영되는 기업에서는 투자, 자금 조달 및 배당 결정이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적절하게 경영되지 않는 좋은 기업과 잘 경영되고 있는 나쁜 기업이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좋은 투자처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경영진을 감안해 기업의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좋은 기업이라 해도 주가가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으면 나쁜 투자 대상이 될 수 있고, 나쁜 기업이라 해도 주가가 충분히 낮게 형성되어 있으면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나라면 훌륭한 경영진이 있는 훌륭한 기업을 훌륭한 가격에 사고 싶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그런 훌륭함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좀 더 실용적인 방법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평범한 경영진이 경영하는 나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매입하는 것이다. 슈퍼스타 기업이라 해도 잘못된 가격에 매입해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단순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다음은 내가 정한 매수/매도 표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