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ㅍㅍㅅㅅ라는, 부모님께 감히 말하기도 힘든 어려운 회사에서 여러 가지 노가다를 하지만 사실 나는 H회사 기획실 출신이다.
어떻게 대기업 취뽀에 성공했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할 말이 없다. 대부분 학교의 커리큘럼은 쓸모가 없었고, 그냥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다. 그렇게 운 좋게 간 대기업이 좋았냐고? 좋았다. 연봉도 좋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회사 일이 체계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사내 시스템(Intranet)을 통해 기본적인 업무 처리 도구인 메일을 시작으로, 회사의 노하우가 집약된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는 모르는 것을 눈치껏 알아볼 수도 있었고,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동시에, 아웃풋 문서를 열람하는 과정을 통해 업무의 큰 그림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병아리 시절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너무나 당연하니까. 일이라는 것은 응당 이래야 하니까. 하지만 사내시스템의 파워를 인지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사내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미디어 ㅍㅍㅅㅅ, 법인명 ‘주식회사 대기업’인 이곳에 와서부터였다…
명심해라, 기록하지 않는 회사는 망한다…
ㅍㅍㅅㅅ에 막 들어왔을 때, 놀란 것은, 기존에 해왔던 것들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기록(회의록이나 제안서, 기획서 등)을 찾기 어려웠던 건 그렇다 치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얼마를 어떻게 언제 벌었다는 것이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분명 회사이고 돈을 벌었을 터… 하지만 아무것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추적도 힘들었다. 프로젝트 단위로 대화방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을 통해 모든 업무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점심 메뉴를 논의하다가 갑자기 회사 이슈를 논의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카이브라는 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자세금계산서와 법인카드라는 어쩔 수 없는 시스템으로 인해 큼직큼직 한 것들은 기록이 된 것이었다. 반복되는 Ctrl+F를 작업을 통해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고, 어떤 날은 김치찌개를 먹었다는 기억을 환기하면서, 그러면서 받을 돈 300만 원을 찾아내 대표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기도 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든 효율의 길
결재 문서를 인쇄해서 결재판에 끼워 공손히 상위관리자에게 내미는 건 이제 한물간 방식이라 봐도 무방하다.
전자결재가 가지는 장점은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록이 명확하게 남는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결재권자에게 신속하게 결재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종이나 기타 문서들이 절약되고, 결재를 받기 위해 오며 가며 드는 시간의 절약 역시도 장점에 포함된다.
‘결재’뿐이 아니다. 시스템으로 구현되는 순간 많은 것들이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물론 시스템 자체를 익히고 다루고 처리하는데 비용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모든 것들이 시스템으로 모이는 순간 장기적으로 얻는 명백한 혜택을 생각한다면 회사가 선택해야 하는 방향은 분명할 것이다.
귀찮다고? 그렇다면 지금부터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예시를 보여주겠다.
급하게 진행된 주말 행사 이후 대체휴일을 신청했고, 대표님이 수락한 상황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월요일에 대표님이 급한 이슈로 직원들을 찾기 전까지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단점은 결정에 대한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사실 애초에 기대하기 힘든 일이기도 했다. 저 대화 이후에만 700개가 넘는 메시지가 지나갔고, 심지어 오프라인 행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각종 현장 이슈가 왔다 갔다 한 직후였다. 초인적인 기억력이 아니라면 기억하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하는데?
적어도 2인 이상이 함께 일하면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그것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어디에서 일하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소통은 필수다. 이를 위해 큰 기업에서는 내부 메신저와 캘린더, 사내 포탈 등을 연동해서 각자의 상황을 알릴 수 있게 하고, 또 상대방의 상황을 인지해 업무와 협업에 반영한다. 하지만… 당시 우리의 현황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일들을 상호 조율 없이 마구잡이로 카카오톡 대화방에 쏟아냈다. 분명 뭔가 일은 많은데 정리는 안 되면서 계속 쌓이고 쌓이는 그런 악순환… 너무 고통스러웠다.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구성원들도 비슷한 이슈를 말했고, 이런 비효율로 인해 생산성 하락과 함께 업무 피로도가 쌓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결해야 할까? 치열한 회의를 통해 정리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일이 갑자기 몰리면 지난주 To Do 체크가 안 되는 악순환
- 대표님께 카톡으로 보고해도 확인이 안 되는 상황
- 한 채팅방에서 주제가 계속 바뀌며 이슈 해결에 대한 관리가 힘듦
- 최근에 신입들이 왔는데, 이전 대화 기록이 없으니 다시 인수인계하며 생기는 시간 낭비
- 카카오톡 쓰다가 구글 캘린더, 트렐로, 드롭박스 등 다른 서비스로 왔다 갔다 하며 생기는 낭비
적고 보니 잠시만, 이것은 과거 사내 인트라넷에서 모두 지원되는 기능이 아니었던가? 아아. 사람들이 이래서 대기업에 가려고 하는구나. 그땐 몰랐네…
사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심했다
우선은 인트라넷 솔루션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건 순전히 내 취향인데, 과거에 쓰던 인트라넷과 인터페이스가 무척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때려치웠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알아본 것은 개발자님들이 좋아하신다는, 스타트업 힙스터라면 당연히 사용한다는 슬랙(SLACK)이었다. 각종 네트워크 모임에 갈 때마다 맥북 화면 아래에 올라오는 심플한 알림 버튼을 보며 내심 동경했던지라 빠르게 알아보기 시작했고, 역시 빠르게 관뒀다. 이번에도 이유는 간단했다.
결국 다시 카톡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었다. 이미 이슈가 한번 제기된 이상 이것은 해결해야 하는 미션에 가까웠다. 사내메신저, 협업 도구… 각종 검색어를 치는 나를 구글 님이 가엾게 여기셨는지 배너를 통해 한 줄기 빛을 내려주셨다.
잔디? 그거 무슨 풀 뜯어 먹는 소리냐?
업무용 메신저 잔디(JANDI)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효과적인 팀워크, 가벼워진 업무, 협업툴 잔디’라는 카피가 사용자를 반긴다. 사실 믿지 않았다. 식당에 들어가도 자신들이 맛없다고 하는 집이 어디 있던가.
하지만 한 번쯤은 들어본 유명 브랜드들이 이미 잔디를 사용했고, 무엇보다 고객 사례로 언급되는 것들이 지금 우리가 겪는 커뮤니케이션 문제와 무척 밀접한 종류의 것이었다. 뭐, 안 되면 그냥 지우면 그만이지. 고심 끝에 도입을 결정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우리는 잔디님 앞에 ’갓’이라는 말을 붙이면서 예의를 갖춘다.
1. 원 메시지 – 원 토킹룸
지난 주 화요일에 먹은 제육덮밥은 분명 강남에서 보기 힘든 맛이었지만 같은 날 진행된 광고주 메시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노이즈에 가까운 정보였다. 하지만 잔디의 가장 빛나는 기능 중 하나인 카테고리 설정을 통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특히 폴더 분류기능은 정말 신박하다. 앞서 언급한 모 글로벌 매니저도 비슷한 분류가 있긴 하지만 특정 주제에 대화방을 분류하지 못하다 보니 어쩐지 너저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폴더 기능을 통해서라면 잘 정리된 관공서 서류처럼 큰 이슈와 세부 항목에 대한 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2. 강력한 일정 관리 서비스
구글 캘린더는 분명 편하지만 작업하는 창에서 다른 창으로 넘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 잠깐의 과정이 뭐가 귀찮냐고? 아마 당신은 아직 잔디를 써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일정의 경우 매일 오전 9시에 그날 일정에 대해 브리핑을 해준다. 심지어 더군다나 일정이 변경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변경된 사항을 알려주기 때문에 쓰다 보면 마치 10년 차 경력직 비서를 둔 기분이 든다.
내부적으로 지원되는 일정 관리 기능도 상당히 편리하다. 일반적인 to do 앱에서 지원되는 기본적인 체크/논체크 기능을 지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무려 채팅방의 메시지를 바로 할 일로 추가할 수도 있다.
좋은 UX는 3번 클릭할 것은 2번으로 줄이는 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잔디의 외부연동 서비스는 내가 4차산업위원장이 된다면 우수 UX 사례로 꼭 등록하고 싶을 정도다.
3. 편리한 파일 관리 기능
카카오톡 사용 시절에는 파일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드랍박스 같은 외부 서비스도 이용하였으나, 앞에서도 언급하였듯 다른 창으로 넘어가는 순간 손실되는 업무 집중도는 어쩔 수 없었다. 하루에도 몇십 통씩 들어오는 메일도 마찬가지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VER 2, VER 3를 하나씩 클릭해서 수집해야 하는 과정은 성실이라는 말로 포장하기에는 너무도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잔디는 달랐다.
누가/ 어떤 파일을/ 언제 올렸는지, 가장 논리적인 화법이라는 육하원칙의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는 파일 관리 기능을 통해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더군다나 앞에서 구축한 대화방 구분을 통해 특정 방에서 공유된 파일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카이브가 진행된다는 장점은 말할 것도 없다.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건 아니고?
이쯤에서 대기업에서 ㅍㅍㅅㅅ로 이직한 이유를 공개하고자 한다. 완벽한 ‘시스템’에서 탈출을 꿈꾼 까닭은 큰 규모에서 비롯되는 어쩔 수 없는 비효율에 대한 피로감이 컸다. 특히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예측되지 않으면 사소한 것 하나도 쉽게 진행할 수 없는 느린 속도는 사직서 작성을 독촉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스타트업 세상은 내게 큰 만족을 주었다. 다양한 마일스톤을 거치며 성장하는 그 정의만큼 다양한 일을 빠르게 진행하는 경험은 이제껏 내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감이었다. 물론 그만큼 무수한 시행착오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다는 측면에서는 이것 또한 성취감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스타트’를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양식을 찾는데, 지나간 파일을 찾는데 쓰는 사소한 시간을 아낄 수만 있다면 ‘시간’이라는 가장 강력한 자원을 가진 스타트업의 성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잔디(JANDI)와 같은 협업 툴의 도입은 스타트업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이전 자료를 뒤적거리는 데 소모하던 시간을 신사업 기획에 쓴다. 관련 이슈를 타 부서에서 공유하느라 소비되는 시간에 타깃 조사를 한다. 그것이 쌓인 결과는 다를 것이 분명하다.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잔디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멤버당 월 5,000원의 금액으로 대기업 인트라넷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캡슐 커피를 도입하는 대표님의 마음은 감사하지만, 사실 사원들은 커피 1잔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런 합리를 추구하는 걸 원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잔디(JANDI)라는 신문물을 도입한 ㅍㅍㅅㅅ의 카톡방은 이제 고요하다. 점점 회사의 모습을 갖추는 것 같아서 보람차기도 하다. 그러니 이제 돈만 벌면 된다. 광고주님 찾습니다. 낮이건 밤이건 카카오톡을 보내셔도 괜찮습니다. 알람이 뜨는 순간 자다가도 일어나서 칼답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더욱 자세한 문의는 070-4323-1235…
※ 해당 기사는 잔디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