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뭐니 뭐니해도 싸이(Psy)가 대세다. 올해 발표한 ‘강남스타일’의 뮤직 비디오가 인터넷 방송국 유튜브를 타고 전세계인에게 인기를 모았다. 유투브 조회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더니 미국 주요 방송 프로그램에 당당하게 한국말로 노래 부르는 싸이가 등장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싸이를 따라 말춤을 추고 미국의 대학생, 군인, 각계각층에서 떼로 말춤을 추며 즐거워 했다. 전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고 뮤직비디오 상을 탔다.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와 공연을 할 정도.
에 출마했던 공화당의 미트 롬니도 NBC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에 출연해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 추는 영상을 공개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나중에 이 영상이 백댄서의 춤에 롬니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말춤이 보수적인 정치인이 젊은이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된 것은 변함이 없다.
정치인들이 싸이와 말춤에 매달리는 이유
국내에서도 대선주자들이 ‘말춤’을 추며 젊은이들과의 화합을 역설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그는 지난 9월, 부산선대위출범식에 참석해 식전행사에서 여대생들과 함께 말춤 동작을 선보였고 11월에도 비전 선포식에서 청바지를 입고 본격적으로 말춤을 선보였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도 9월 중순 ‘통합진보당 당원 결의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말춤을 추며 당의 결속을 몸으로 보여 주었다.
보수거나 진보거나 성향에 상관없이 정치인들이 말춤을 추며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과연 이런 시도가 그들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었을까?
정치인들이 ‘말춤’으로 얻으려하는 첫번째 홍보 효과는 대중적인 인기 코드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강남스타일’만 들으면 흥겨워지고 말춤을 보면 어깨가 들썩이는 만큼, 말춤을 추는 것은 강남스타일에 집중된 관심과 환호를 자신에게 투영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또한, 정치인들은 말춤을 선보임으로써 이 시대에 가장 핫(Hot)한 이슈를 내 것으로 만들어 시대를 앞서가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한다. 특히 말춤을 젊은 층과 함께 추며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화합하는 이미지를 주는 것은 대선주자들 누구나 원하고 소망하는 일 일 것이다.
여기에 더 중요한 PR 효과가 있다. 정치인들은 보통 공식적인 자리에서 격식을 갖춰 말하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식적인 활동을 통해서는 위엄과 품격 있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는 있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시대는 갈수록 ‘권위’ 보다는 ‘인간적임’에 귀기울이고 있다. 말춤을 추며 살짝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혹은 음악에 맞춰 흥겹게 흔들어대는 모습 자체가 대중들에게 친근함을 주고 인간적인 면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박근혜와 이정희의 말춤은 성공했을까?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대표가 말춤을 추어 원하는 홍보 효과를 거두었을까? 물론 그에 대한 평가는 각자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에 하나로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다만, 이십 오년을 기자와 홍보일을 하며 미디어의 주변에 있었던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실패’라고 진단하고 싶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컨텍스트(context)이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 전후사정이 때론 메시지를 한층 강력하게 전달하게도 하고 김을 빼기도 한다. 박근혜 후보가 처음 말춤을 선보인 것은, 같은 날 오전에 서울에서 과거사 사과 기자 회견을 마친 직후였다. 더군다나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인혁당’을 (사과문 프롬프트를 잘 못 읽어) ‘민혁당’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한 후여서 정황상 오후의 말춤이 섞이지 못하는 물과 기름 같았다. ‘사과’와 ‘말춤’은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니던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도 말춤을 춘 이후 이런 저런 비난 세례를 받았다. 그 당시의 상황이 계파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한 이후였기 때문이다. 당내 갈등으로 탈당을 한 사람들의 눈에 이정희 대표의 ‘말춤’은 트렌디하지도 않았고 젊은층과의 화합 이미지를 전달하지도 못했다. 홍보의 관점에서 보자면 전후 맥락(=컨텍스트)을 고려하지 못한 기획이었다고 평할 수 있다.
또 한가지 ‘말춤’을 이용해 홍보효과를 거두고 싶다면 꼭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시대를 앞서가는 이미지이건 젊은 층과의 화합이건, 혹은 인간적인 모습이건 본인이 말춤을 즐겨야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강남스타일의 말춤이 전세계인의 막춤으로 자리잡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말춤을 추었고 유튜브에 올렸다. 그 패러디 영상이 사실상 ‘말춤의 세계화’를 완성했는데, 핵심은 말춤을 추는 사람들 모두 너무 즐겁게 추었다는 것. 싸이가 아니어도, 내 이웃들이 신나서 춤추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대선 주자들의 말춤에는 어색함이 절반 이상이다. 뭔가 각본에 의해 움직이고는 있으나 말춤이 즐겁지는 않은 모습이다. 그러니 보는 사람들도 어색하고 거북할 밖에… 체화되지 않은 메시지를 진정성있게 전달할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