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돌’로 다시금 도마 위에 올라온 크레용팝이 화제다. 뜨다 보면 까이는 게 연예인의 숙명이지만, 크레용팝을 광고모델로 썼던 옥션이 광고 중단(정확히는 ‘게제 빈도를 조절한다’고 했다)을 선언했을 정도니 쉽게 가라앉을 일 같진 않다. 논란을 죽 정리해 봤다.
1. 크레용팝은 일베를 했나?
알 수 없다. 그들이 방송에 나와 이른바 ‘일베 용어’인 “쩔뚝이”라는 말을 쓴 것만으로는 그들이 일베 유저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쩔뚝이’는 일베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말이란다. 물론 일상에서도 안 쓰이진 않는다. (저는 부주상골 증후군으로 사철 절뚝거리고 다니는 편이라 이 말을 자주 씁니다-편집자 주)
2. 일베 용어를 갖다쓰는 건 문제가 아닌가?
시크릿의 전효성이 ‘민주화’ 발언으로 까인 건 ‘일베에서의 용법’으로 민주화를 이해하고 사용했기 때문이다. ‘민주화’, ‘쩔뚝이’, ‘홍어’ 등의 단어를 기존 언어사용자들 사이에서 약속된 의미로 사용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쩔뚝이’라는 표현이 장애인 비하라고 따질 수도 있겠는데, 그 정도로 결벽해서야 정상적인 언어생활이 불가능할거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노알라’, ‘~盧?’, ‘전땅크’, ‘ㅍㅌㅊ(평타 치냐, 중간은 가냐?)’ 등은 아예 일베 유저들이 만든 표현이다. 이것들 역시 자리를 봐가며 쓸 표현들이다.
3. ‘노무노무’ 발언도 일베용법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그럴 수도 있지만 역시 ‘알 수 없다’. 크레용팝은 SNS에서 초딩스럽게 귀척하는 어감을 갖는 ‘노무노무’라는 표현 외에도 이미 ‘느뮤느뮤’, ‘넘흐넘흐’, ‘추버 추버’, ‘둑흔둑흔’ 등을 사용한 바 있다. 따라서 ‘노무노무’라는 표현을 한 번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그들이 ‘일베 유저’임을 확신할 수는 없다.
4. 크레용팝이 일베를 했다는 정황은 전혀 없나?
소속사 대표의 트윗이다. 다만 이것만을 가지고 멤버 중 일베 유저가 있다고 연결하기에는 좀 무리가 따른다. 누가 카톡으로 링크를 보내줘서 봤을 수도 있고, 포털에서 검색해서 읽었을 수도 있고. 뭐, 트위터에 자기 이름 한두 번 검색해 봤다고 전부 트잉여인가.
5. 그런데 왜 이리 까이나?
문제는 대표가 좀 무개념하게 굴었다는 점이다. 당장 위의 글에 대해서도 대표는 해당 멤버가 크레용팝 멤버는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정작 소속사에는 크레용팝 외 다른 가수가 없으니까.
또 크레용팝이 일베를 했다는 걸 부정하는 뉘앙스는 소속사 대표가 일베의 사회적 위치를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대표는 일베에 대해서 호의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문제는 일베에 오른 그 글이 크레용팝과 백골단의 합성이었다는 점이다. 노이즈 마케팅에도 도(道)가 있다. 민주화 운동을 희화화하는 글에 자기 회사 그룹이 이용되었는데도 그룹이 뜨고 있다며 즐거워하는 건 대체 어느 수준인가.
일베 논란이 제대로 불거지자 이에 보인 반응도 프로답지 못했다 . 처음 논란이 일어난 후 크레용팝 트위터에는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라는 트윗이 올라왔다.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반성이나 해명이 아닌 ‘시비조’의 글을 올린 것이다. 위기 관리가 안 되고 이전에 상황 파악도 안 된다.
6. 일베 사용자에게 주홍 글씨를 씌우는 것이다?
연예인이 일베하는 게 뭐 잘못이냐고? 아니, 누구든 일베하는 게 뭐 잘못이냐고? ‘일베하는 게 뭐 잘못이야?’에서 ‘일베’를 조금 구체적으로 언급해 보자.
전라도 지역차별하는 게 뭐 잘못이야?
여성 혐오하는 게 뭐 잘못이야?
국가폭력의 역사를 옹호하는 게 뭐 잘못이야?
‘민주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뭐 잘못이야?
일베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http://ilbe.com 잠시 들어갔다 오든지(…)
7. 정리
자업자득이다. 이번 일로 크레용팝이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는 모르겠다만, 그 타격도 당사자가 입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베문화의 몰상식함이 어느 정도인지 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은 든다. 일베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http://ilbe.com 잠시 들어갔다 오든지(…)(2)
PS. 표절은 사실인가?
위 사건과 별개로, 크레용팝의 표절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 이 글의 내용은 대략 사실로 보인다. 실제 위키피디아를 통해 확인한 모모이로 클로버 Z의 뮤직비디오에서 크레용팝의 표절은 확인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