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어떻게든지 둥지를 트고, 그곳의 VC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유명 회사들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는 날을 꿈꾸며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수가 줄지않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앤젤투자를 한국과 미국에서 하면서 피부로 느꼈다. 한국의 도전자들은 단지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듣고 배워서 알고 있는 정보력, 금방 알아듣는 말귀까지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지난 3년 전부터 나는 가능하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오지 마. 요즘 실리콘밸리는 당신이 와서 사업을 하기에 가장 안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어. 한국에서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다른 신흥시장에 관심을 가져봐. 설사 정부 프로그램 덕분에 공짜로 올 수 있어도 오지 말아라.
나는 지난 20년 동안 이곳에서 살면서, 지금처럼 실리콘밸리가 탐욕과 고비용, 저생산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최악의 시기를 본 적이 없다. 거기에다 미국 정치와 분위기는 이민자에게 그 어떤 때보다 최악이다.
실리콘밸리, 지금은 아니다
탐욕으로 가득 찬 리더십 그룹에 대한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고 있다. 비단 상장된 큰 기업 CEO들의 보수(compensation)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많이 가졌어도 상대적으로 더 빨리, 더 많이 벌고 싶어 하는 멘탈의 붕괴는 혁신을 이끄는 젊은 리더들, 공학도들에게까지 파고들었다.
최근 무인자동차와 관련된 구글 Waymo와 Uber 간의 소송 건이 대표적으로 탐욕으로 인해 도덕성을 잃은 엔지니어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핵심 엔지니어가 구글을 그만두고 2016년 초에 자율주행 트럭 Otto사를 창업했다. 이를 불과 8개월 만에 $680M(8천억 원)에 우버에 매각했다. 하지만 현재 소송이 진행된 내역을 보면, 창업자가 구글 재직 시 10GB에 해당하는 14,000여 개의 문서와 각종 센서 디자인을 훔쳐서 창업하였다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40명이 어떻게 몇 달 만에 뚝딱 자율트럭 데모 버전을 만들 수가 있는가? 이제 단순 손해배상 소송 외에도 창업자는 형사범죄자로 취급되어 감옥에 십 년 이상 살 수도 있는 지경으로 상황이 발전하였다.
고비용과 인력난은 어떠한가? 이곳의 유명기업들은 한국의 대기업처럼 높은 연봉과 훌륭한 복지시스템, 좋은 사무실 인프라 등으로 사람들을 붙잡아두고 있다. 과거처럼 지루한 업무, 어정쩡한 연봉, 불확실한 미래등을 핑계로 스타트업으로 뛰쳐나오는 그런 동기를 만들기가 어렵다.
그들의 주가는 수년 동안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큰 VC펀딩을 받아서 고액연봉과 엄청난 시설, 환경, 혜택, 스톡을 주지 않는 한 고급인력을 빼내서 창업하기란 불가능하다. 빈익빈 부익부로 그 갭은 늘어날 것이다. 이제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이러한 시스템에 길들어지거나, 아니면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한 탐욕이 커져가는 형태이다.
저생산성…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 및 차세대 후발 기업(테슬라,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엔비…)들이 이끄는 환상적인 근무환경과 직장 브랜드 자부심이 만드는 프레임 사이에서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가난한 스타트업들은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만 한다.
일부 A급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크게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 젊은 사람들을 모은 스타트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난한 스타트업들은 B급의 인력을 갖고 느슨한 근무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웬만해서는 해고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모셔가며(?) 운영을 해야 하는 인력난으로 인해, 더 빨라야 할 스타트업의 속도나 생산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인재)’으로만 해결되는 것이다. 그런 열정과 실력을 가진 사람을 모으는 게 리더의 능력이다. 이 지역의 VC 펀드 자금은 윤활유가 되어 이를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는 리더-인재-돈의 3요소가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기본 시작점이 된다.
물론, 그러지 않고서도 버티거나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있다. 주변에 은근히 많다. 하지만 그들은 최소한 2010년 전에 시작해서 지금 같은 시기가 오기 전에 기술을 완성했다. 시장도 확보했다. 그렇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을 벤치마킹해서 적용하고자 여기저기 귀동냥을 하고 면담을 하여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신나는 한국’에 눈을 돌려라
그런데, 이러한 실리콘밸리의 운영 방식이 전혀 엉뚱한 곳에서 화려하게 전개되고 있다. 바로 한국의 새정부이다. 리더에 대한 믿음과 진정성이 느껴지니 곳곳에서 인재가 모여든다. 공정한 인사와 적정한 리더십 그룹을 구축하고 있으며(이는 마치 스타트업 창업자의 팀 빌딩 과정 같다), 이에 대한 팬덤이 형성된다(애플, 구글, 페이스북 모두 팬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 또한 기반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물론, 이제 2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배울 점이 실리콘밸리에서 배울 것보다 많다(기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 경영에 국한해서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다음 요소인 ‘자본’, 이제 돈이 받쳐줘야 한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가장 큰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마케팅한다. 대만과 중국 기업은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는 전 세계 유대인의 자본력과 미국 기업의 성장을 레버리지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첨단 기술력으로, 프랑스는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우리에게도 ‘한칼’ 잠재력이 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남북한이 힘을 합칠 때이다. 북한의 노동력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경제적이며(개성공단에서는 월 $80~100불을 지불했다), 북한의 자원과 시장 또한 저성장 한국에 모멘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쉽지 않은 정치적, 외교적 문제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의지와 국제적 정세를 보건대 이전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도 생길 수 있음을 가정해야 한다. 이것을 주도하길 바란다. 부디 일본이나 중국에게 뺏기지 않기를 바란다.
스타트업은 깨끗한 리더십 경영으로 글로벌 시장에 임해야 한다. 작금의 미국, 그리고 그 중심의 실리콘밸리에서는 배워서는 안 될 이상한 일들이 자꾸만 나타나고 있다. 지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 속에서 독야청청 승승장구하며 잘 나갔던 만큼, 곧 어느 정도의 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닥쳐올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이곳에서 복잡하게 수 읽고 버티기보다는, 신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가는 한국에서, 성장 중인 동남아시아 시장과 아프리카 시장에 더 힘을 쏟는 향후 3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가까운_곳에_정답이_있을_수_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