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티는 최고의 어시스트를 뿌려댈 것이고
나와 루카 토니는 최강의 조합이다.
이탈리아가 월드컵에서 일을 낸다면,
나 역시 그 안에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바이올린 세리머니로 유명한 알베르토 질라르디노의 말이다. AC 밀란에서 뛰어난 플레이 메이킹과 해결사 기질로 이름을 날리던 그도 월드컵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가슴이 뛴단다. 질라르디노는 준결승전에서 델 피에로에게 마법 같은 어시스트를 제공해 팀을 결승으로 견인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질라르디노뿐만이 아니다. 축구 선수의 길을 걷는 누구든, 특히 어느 정도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월드컵을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고 싶거나 화려한 경기 실력을 선보여 유명해기를 원하는 선수도 있고 애국심이 투철한 선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월드컵은 만인의 성배다.
월드컵엔 성인 월드컵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여자 월드컵도 있고 연령별 월드컵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특히 U-20 월드컵은 성인 남자 월드컵 다음으로 세계적인 축제다. 마르셀로, 세르히오 아구에로, 리오넬 메시, 토니 크로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바로 U-20 월드컵 출신이다. 속칭 ‘축빠’라 불리는 이들은 미래의 영건들의 경기를 살펴보기 위해 청소년 월드컵을 찾아보기도 한다. 물론 성인 못지않은 화려한 패스 실력과 상대를 외통수에 걸리게 하기 위한 치열한 전략 싸움 등이 벌어진다.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이 U-20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어린 별들의 전쟁, FIFA U-20 월드컵
침 좋은 소식이 있다. 별들의 전쟁을 보기 위해 밤을 새거나 먼 거리를 여행할 필요가 없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권좌를 둘러싼 소리 없는 총성이 6개 도시에서 들린다. 수원, 전주, 인천, 대전, 천안, 제주. 마침 대선도 끝난 뒤니 지난 몇 개월간 적폐 세력의 암약에 지친 심신을 달랠 눈요기로도 적당하다.
물론 선수들은 진지하다. 바르셀로나 B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백승호는 “저희는 정말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다.”라며 “한국 대표팀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라고 공헌했다. 마음만큼은 조조군을 눈앞에 두고 “나와 겨룰 자, 누구인가.”라며 결기를 보인 장판파의 장익덕 못지않다.
감독들의 지략 싸움, 연일 터지는 골 세례, 전부 다 좋다. 하지만 이도 선수가 없다면 결국 무용지물이다. 전술했다시피 U-20 월드컵엔 많은 스타 선수들이 결집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축제를 더 재밌게 즐기려면 대회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들과 해외의 스타 선수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국 대표팀의 대표적인 선수는 이승우를 꼽을 수 있다.
센터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자리를 소화한다. 백승호와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이승우의 장점은 드리블이다. 양발을 잘 쓰며, 무게중심이 낮아 상대방이 그를 수비할 때 애를 먹곤 한다. 물론 메시나 호나우지뉴처럼 화려한 드리블 솜씨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두 번의 볼 터치로 상대방을 바보 만드는 실력은 이승우의 트레이드 마크다. 패스 타이밍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많은 사람이 이승우는 해결사 역할만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거의 공을 뺏기지 않는다. 여유롭게 공을 소유하다 보니 남들보다 경기를 읽는 시야가 넓다. 당연히 패스를 잘할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피파가 유소년 선수 영입 규정을 어긴 바르셀로나를 처벌할 때 그 유탄을 이승우가 제대로 맞았다는 점이다. 백승호와 장결희, 그리고 이승우는 3년간 바르셀로나에서 공식 경기에 뛰지 못했다. 연습 경기나 연령별 대표팀 경기 등을 통해 간간이 폼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래서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동갑내기인 킬리안 음바페 등 여러 선수가 이미 프로에 데뷔해 이름을 날리고 있는 걸 보면 바르셀로나에서의 경쟁이 치열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그는 한국의 희망이다. 상대 입장에서 가장 막기 힘든 선수기 때문이다.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백승호 역시 한국이 내세우는 세계적인 선수다.
물론 이승우만큼 바르셀로나에서 붙박이 주전 노릇을 하고 있진 않다. 포지션도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윙어 등 가리지 않고 맡는다. 하지만 1군에 종종 합류해 네이마르,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훈련을 하는 만큼 팀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백승호의 플레이 스타일은 경쾌하다. 물론 ‘케밥 3형제’라 불리는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백승호는 간결한 패스가 일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킥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슈팅력은 다른 1군 선수 못지않다고 여겨질 정도다. 그나마 비슷한 선수를 꼽자면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를 예로 들 수 있다.
국내파를 무시할 순 없다. 한찬희도 U-20 대표팀의 숨은 주역이다. 현재 전남 드래곤즈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은 많다. 수비형 미드필더부터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스펙트럼이 넓기에 신태용 감독에게 많은 이쁨을 받는다. 본인은 인터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물론 그와 비슷한 면이 없잖아 있다. 자신감 있는 공격 본능과 킥력은 포그바와 닮았다. 한국 선수 중에선 기성용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에게서 프랭크 램파드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필드를 구석구석 누비는 그의 활동량은 전남 드래곤즈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유형이기에 비단 U-20 대표 팀뿐만 아니라 성인 대표 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프랑스의 주목할만한 선수들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프랑스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비록 음바페의 출전이 불투명하고 오스만 뎀벨레의 출전이 좌절됐지만 빼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막심 로페즈다.
주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다. 키는 167cm로 메시보다 작다. 단신이다. 그러나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다. 영리한 두뇌 플레이로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뛰어난 활동량과 포지셔닝 능력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를 한다. 활동량도 뛰어나기에 팀에 큰 보탬이 된다. 괜히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지네딘 지단에게 극찬을 받은 게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빅 클럽이 그를 노리고 있는 이유다. 물론 어린 나이기에 잔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끝나면 그는 분명 유럽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고 있는 장 케빈 오귀스탱도 눈 여겨볼만 하다. 비록 현재 클럽에서는 주로 벤치에 머물고 있는 신세지만 U-20 대표 팀에서만큼은 에이스 역할을 자임한다. 2016년에 벌어진 U-19 유럽 챔피언십에서 오귀스탱은 6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과 대회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현재 프랑스 대표팀의 주포로 활약하고 있으며 날카로운 예봉을 자랑한다. 만약에 프랑스를 만난다면 수비진은 그를 주목해야 한다. 득점 본능 이외에도 빠른 발과 드리블 능력으로 수비를 농락하는 데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가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 비칠 공산이 크다.
세계적인 클럽팀 맨체스터 시티를 물 먹인 ‘어린’ 선수라고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바로 톰 데이비스다. 현재 에버턴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아무도 그가 장안의 화젯거리가 될 줄 몰랐다. 그만큼 그의 등장은 갑작스러웠다. 가레스 배리를 제치고 주전 자리를 꿰찰 것이라고 예견했던 축구인들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현재 모건 슈네이더린, 이드리사 게예와 함께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은 이반 라키티치와 흡사하다. 간결한 패스 플레이와 볼 터치가 일품이다.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은 그의 장기다. 데이비스 덕에 공격 전개가 매우 매끄럽다. 다만 터프한 몸놀림과 활동량과는 별도로 수비력은 약간 마이너스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인 만큼 그를 무시할 수 없다. 클럽팀에서만큼의 활약을 보인다면 이번 대회의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벤자민 헨리스, 페데리코 발베르데, 알반 라퐁 등 미래의 스타들이 한반도 상륙을 눈앞에 두고 있다. 23일간 벌어지는 별들의 전쟁이 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
물론 제일 좋은 건 대한민국의 선전이다. 지난번 대회에서 한국은 8강에 진출하며 세계 레벨에 거의 근접했음을 천하에 알렸다. 이번에도 비슷한 성과, 혹은 그 이상을 거둔다면 명실공히 아시아의 호랑이가 아닌 세계의 호랑이로 거듭날 것이다. 6개 도시로 달려가자. 젊은이들의 피땀을 목도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 GK: 송범근(고려대) 안준수(세레소 오사카) 이준(연세대)
- DF: 김민호 이정문(이상 연세대) 우찬양(포항스틸러스) 윤종규(FC서울) 이상민(숭실대) 이유현(전남드래곤즈) 정태욱(아주대)
- MF: 강지훈(용인대) 임민혁(FC서울) 백승호(바르셀로나B) 이상헌(울산현대) 이승모(포항스틸러스)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 이진현(성균관대) 한찬희(전남드래곤즈) 김승우(연세대)
- FW: 조영욱(고려대) 하승운(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