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저는 크리스쳔이지만, 세상에 천사가 1억 명하고도 몇백 명 더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요한계시록 5장 11절을 갖고 오는 사람과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며, 더불어 아래와 같은 글이나 글을 쓴 필자가 저를 공격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그러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크리스쳔은 내가 누군가로부터 공격받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나와 내 형제자매들이 누군가를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걱정해야 합니다. 이런 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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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소리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내뱉는 소리 중에는 좋은 소리도 있고, 우리의 소리도 있고, 나쁜 소리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는 능력이다. 한두사람이 까서 끝장날 헛소리야 괜찮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헛소리 하나를 진심으로 믿고 받아들인 나머지 정작 제대로 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핍박할 지경이 되면 안 괜찮다.
창조과학 이야기다.
빅뱅이론은 원래 빅뱅이론을 비웃는 말?
빅뱅이론 관련이라고 하면 치즈 케익 팩토리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그대여, 이제 레알 빅뱅이론이 뭔지 알 때도 되었다. 빅뱅이론은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론이다. 우리 우주는 아주 작은 점 같은 상태에서 거대한 폭발(big bang)을 시작으로 계속 팽창을 거듭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는 거니까 간단해 보이지만, 이건 그런대로 현재 우주론 분야에서 이 우주의 기원에 대해 제일 정확한 대답을 해주고 있는 천문학의 정설중 하나이다. 똑똑똑. 페니. 똑똑똑. 페니.
빅뱅이론이란 말은 사실 해당 이론을 비웃기 위한 표현이었다. 빅뱅이론이 처음 제시되었을 때 이를 신뢰하는 과학자는 드물었다. 천문학자 호일이 이 이론을 비웃기 위해 ‘빅뱅(의역하자면 ‘빵 터지는’) 아이디어’라고 라디오에서 드립을 칠 정도였다. 그런데 그 드립이 대박이 나서…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그 이론을 빅뱅이론이라고 부른다… 똑똑똑, 페니.
다만 오늘 이야기할 빅뱅이론은 그 옛적 빅뱅이론 초기 시절의 대표적 천문학자인 허블과 가모브 시대의 불투명한 빅뱅이론과는 다르다. 인플레이션 이론을 비롯, 과학적으로 우주의 기원과 대폭발을 설명하는 모든 최신의 우주론(우주의 기원과 미래를 다루는 학문) 이론들을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이론을 비웃으면서 별것 아닌것으로 여기는 분들이 계셨으니 그게 누구냐면 쉘든 엄마.
진화론은 그렇게 맹렬하게 까시는 쉘든엄마들 창조론자들이 그런데 빅뱅이론을 까는것은 구경하기 힘들다. 문자주의적 입장에선 진화론이나 빅뱅이론이나 성경에 반한다는 건 매한가지인데도. 더군다나 겨우 지구 하나만 가지고 왈가닥하는 진화론보다 우주 전체를 다루는 빅뱅이론이 훨씬 더 ‘까임직’한데도. 왜 그럴까?
창조론자들이 빅뱅이론에 영향을 끼쳤다?
창조론자들은 분명히 진화론에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창조론자들이 이것저것 하도 지적질을 해대는 바람에 진화론자들은 더욱더 자신의 이론을 엄밀하고 정교하게 구축해 나갈수 있었던 것. 땡큐베리감사. 덕분에 진화론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책들도 많이 나왔다. 그런 창조론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마이클 셔머가, 리처드 도킨스가 있을수 있었다. 오늘날도 미국에서는 창조론자들이 생물학 교과서를 부여잡고 법정에서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볼수 있다.
그런데 빅뱅이론은?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의 10대 우상을 지적하듯 빅뱅이론을 지적한 적 있는가 하면 그런적 없다. 우주론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창조론자들 때문에 빡친거 본적 있는가?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나 지구과학 교과서라도 붙잡고 늘어지는 거 본 적 있는가? 아니다. 신경도 안 쓰신다. 라제쉬도 쉘든엄마랑 안싸운다.
잠깐. 10대 우상이 뭐냐고? 창조론자 조나단 웰스가 자신의 저서 <진화론의 우상들>에서 지적한 진화론의 제일 큰 문제점 10가지인데… 조나단 웰스는 놀랍게도 통일교 신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은 저제상 사람이 된 문선명씨가 그에게 진화론을 타파하란 사명을 주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복음주의 계열 창조론자들은 통일교를 그렇게 사악한 사이비 집단으로 보면서 통일교 측에서 내놓은 이 진화론의 10대 우상은 그렇게 자주 인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렇다. 소위 창조과학자라 하는 사람들은 빅뱅에 관해 말을 잘 안하며, 하더라도 굉장히 짧게 하고 말아버린다. 심지어 그 짧은말도 전부 동어반복이다. 이 책에서 씹은 거 저 책에서도 또 씹는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창조론자들에게 이거 뭔가 잘못된거 아니냐고 좀 물어봤다.
창조론의 크고 아름다운 대충 지어낸 역사
창조론의 시작은 제법 오래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옛 중세 교회들의 권위에 의해 하나님이 이 세상을 말씀으로써 창조하셨다는 사실은 차마 부인할수 없는 진실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의 창조론은 그냥 무조건 믿어라! 식이었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이론 체계를 갖추고 있는것이 아니었다. 오늘날에 볼수있는 창조론의 씨앗은 1826년 윌리엄 페일리의 <자연신학>에서 볼 수 있다.
<자연신학>에 나오는 논증 중 제일 대표적인 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시계공 논증’이다. 우리가 정교하게 만들어진 시계를 볼때 그것이 그저 단순히,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무언가 설계자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듯이, 우리가 자연을 볼때 어떤 위대하고 지적인 설계자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설명할수 없으며,그리고 그 설계자는 바로 기독교의 신이라는 이야기이다.
<자연신학>은 진화론이 나오기 이전의 책이었고, 다윈도 진화론자가 되기 전에 자신에게 제일 감명을 주었던 책이 바로 이 <자연신학>이라고 했다. 진화론이 화두에 오르자 창조론자들은 이 <자연신학>에 나오는 논증을 기반하여 진화론을 까대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창조론자들은 여전히 이 ‘자연신학’식 논증을 기반으로 진화론을 까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창조론자들이 윌리엄 페일리의 <자연신학>을 기반으로 한 논증에 매달려서 진화론을 열심히 까던 때, 그때 마침 딱 빅뱅이론이 등장했다.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별로 여기에 관심을 가진 듯하진 않다. 뭐 빅뱅이론이 나올 무렵엔 창조론자뿐만 아니라 다른 정상적인 과학자들도 별로 그 이론을 시덥지않아 했으니깐. 그런데 문제는 창조론자들이 빅뱅이론이 정교하고 거대한 이론으로 발전하도록 걍 냅두고 있었다는 거다. 걍 관심이 없었다.
빅뱅이론이 유명해지고 신뢰를 얻을 때쯤, 신자들이 빅뱅이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창조론자들은 세가지 장벽에 부딪힌다. 그 첫번째는 성경을 비롯한 기존 자연신학 계열, 아니 신학 전체가 우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창세기 자체의 특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빅뱅이론 자체의 특성에 있다.
창조론자들의 첫번째 장벽. 뭐?! 신은 우주에 별 관심도 없었다고?
물론 교회에겐 성도들의 구원과 올바르고 정상적인 신앙생활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런것에 너무 집착하는 덕분에 신학자들은 우리 우주의 존재 의미같은 철학적이고 심오한 고찰을 놓쳐버렸다. 칼 세이건은 <자연신학에 관한 기퍼드 강연>이란 한 저명한 강연(이 강연은 현재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이란 이름의 책으로 나와있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아는 한, 종교적 감성, 즉 경외의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최상의 방법은 바로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대부분의 서양 신학이 가진 일반적인 문제는 바로 하느님을 너무나도 작게 묘사한다는 점입니다…(중략)…우주의 신이 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존재입니다…(중략)…이른바 신이 이처럼 하나의 작은 세계에 국한된 존재라는 문제야말로, 제가 보기에는 신학자들이 아직까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페일리의 <자연신학>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우리 주변의 자연에만 관심을 가진 나머지 저 광활한 우주를 놓치고 있다. 그동안 우주에 대해 관심이 하나도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신도들이 질문을 해대니 할 말이 있었을까. 없-다. 그래서 창조론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하게 이렇다 할만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을 볼때마다 오늘날의 신학이 ‘신은 우리 우주를 버렸고 우리 인간에게만 관심을 두고있어! 우리 우주가 얼마나 아름답든 그건 상관 없어! 아니, 아예 신은 우리 인간만 창조한걸지도 몰라!’하고 속삭이기라도 하는것 같아서 두렵다. 옛 우리의 조상들은 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최고의 종교경험을 느꼈을텐데, 오늘날에는 그놈의 중간화석 하나나 붙잡고서 자기들이 지적이고 우월한 신앙인이라고 여기니, 정말 허탄한 일이 아닐수 없다.
창조론자들의 두번째 장벽. 창세기에 우주에 대한 설명이 없어!
큰일났다!!! 큰일났어!!! 창조론자들은 뒤늦게나마 허겁지겁 성경을 펼친다. 어딜 읽냐고? 당연히 창세기지! 자 지금부터 읽기 시작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흑암이 공허하며 물은 깊은데 있고… 조또 마떼! 거기까지다. 창세기에 우주의 창조에 관해 나와 있는가? 그렇다. 딱 1장 1절 나온다. 정말 말 그대로 창세기에서 우리 우주 전체의 창조에 관한 구절은 딱 1문장이다. “천지”가 창조되었다는거.
창세기의 시점은 그다음부터 바로 지구로 전환된다.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지구 중심적인, 지구의 창조 이야기다. 해, 달, 별들의 창조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그나마 이것마저도 지구 중심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도 모두 다 지구에서 일어난 “미스터 지구 에피소드”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미스터 인간 에피소드”이다.
여러분은 여기서 뭔가 더 끄집어낼수 있겠는가? 야레 야레… 거기까지다. 성경에 없는 이야기를 덧붙이면 이단이야 임마. 그렇다. 뭔가 이것만 가지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정보가 부족하다.
반면 그 뒤의 지구 창조 이야기는 날짜별로 피조물의 종류별로 차근차근 분류되어 있다. 심지어 사람들의 나이와 족보에 관한 통계까지 아주 상세하게 나와있다(소위 “이방 민족”이라 불리는 자들의 조상은 7명이다. 이런것까지 나와있다). 이렇기에 자연스럽게 창조론자들은 그 점만 파고들게 되는 것이다. 어떤가, 제법 명쾌하지 않은가?
창조론자들의 세번째 장벽. 우주론은 수식이 많고 어려워!!!
완벽한 설명은 아니라 보지만, 창조론자들이 상대적으로 빅뱅이론에 대한 반박을 덜 하는 이유는 어렵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학부 교재 기준으로, 진화론 교재와 우주론 교재 중 어디가 더 끔찍한가? 물론 둘다 어렵다. 그러나 그냥 길 가던 문돌이 한 명 붙잡아놓고 책 제목 안 보여주고 어느 게 더 어렵냐고 물어본다면, 많은 문돌이들이 우주론 교재가 진화론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고? 진화론 교재는 글로 가득하지만 우주론 교재는 수식으로 가득하거덩. 진화론 까는 창조론자들이 천체물리학을 전공했을까 문돌문돌하게 살아왔을까. 문돌이들 입장에선 진화론을 파서 성도들을 가르치는 게 쉬울까, 아니면 미적분학부터 시작해서 일반상대론까지 빠삭하게 공부한 뒤에 우주론 교재를 공부해서 반박할 거리를 찾는게 쉬울까?
나는 지금 진화론이 더 쉽단 이야기를 하려는게 절대 아니다. 진화론도 자세히 파려면 유전학 공부하고 분자생물학 파야한다. 하지만 자세히 공부하지 않고 겉핦기만 하기엔 진화론이 많이 편하단 소리다. 더불어 정말 우주론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제아무리 쉘든엄마라도 현대우주론을 차마 반박하지 못하게 될걸-_-?
이건 문돌이 계열 창조론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공돌이 계열 창조론자들이 본인은 그래도 과학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근자감에 빠져서 더 큰 헛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번번이 문돌이들 엮어먹어서 죄송한데(…) 걍 과학에 대한 기반지식 없이 단편적인 공부만으로 현대과학을 무너뜨리려는 모든 창조론자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이 문제의 보다 근본적인 면은 진화론은 정성적인 언어가 주를 이루는 과학이고 빅뱅이론은 정량적인 언어가 주를 이루는 과학이라는 데 있다. 창조론자들에게 빙의해서 진화론 교재를 다시 보자. 어? 저자가 말을 애매하게 해놨어! 이거 좀만 이용하면 잘 우려먹을수 있겠는데? 뭐? 이 화석 다음에 저 화석이 나왔다고? 중간화석이 없잖아! 이거 가지고 공격해야지!
자 이제 빅뱅이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우주론 교재를 펴자! 우선 우리 우주는 창조된지 4000년밖에 안되었으니깐 우리 우주가 150억년이란 개소리부터 먼저 까야지 우왕! 어…? 자…잠만?…… 전부 수식인데… 나 미적분학도 공부하고 상대론과 시공간도 공부하고 많이 공부했는데… 근데 전부 계산단계 하나하나가 다 맞는데… 어… 그게;; 허블의 법칙도 관측결과에서 나온거니 부정할수 없잖아! 이거 어떨게 까냐…;;
올ㅋ 굿ㅋ 우왕ㅋ 당신은 전혀 건질게 없었다. 정량적이고 수학적인 언어는 정성적인 언어로 쓰여진 이론보다 시비거는게 힘들다. 그렇다. 창조론자들은 그래서 빅뱅이론에 대해서는 크게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정성’적인 것에만 매달려 ‘정성’을 다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쉘든엄마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 옛날 그 논리를 계속 재탕하는게 최선이다!
우리 우주는 아름답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참 적다. 그 아름다움이, 그 구조와 그 넓이와 그 깊이나 얼마나 되는지를 깨달은 사람은, 우리 우주가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영성을 부정하거나 인간 지위를 박탈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경이로운 신념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바로 과학에 대한 열정 말이다. 창조론자들은 이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글을 적당히 끝낼까 했는데… 보다 더 엄밀하고 상세한 반박을 위해 한국에서 내놓은 창조과학 서적뿐만이 아니라 창조과학회의 ‘나름 전문’인 데이터베이스도 찾아보고 미국 창조과학회도 찾아보고 논문도 몇개 읽어보았는데 예상외로 그 분량이 어마어마했다. 정성적인 것에 매달려서 정성을 다하라고 했더니 진짜 제대로 정성을 다한듯 하다(…)
다행히도 그 현대 우주론을 반박하는 글들은 진화론 관련 글들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쓰여진 것들이며, 그 글들의 내용도 형편이 좋지 못해 반박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다음 시간엔 창조론자들이 빅뱅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내놓은 것을 다시 재반박해보기로 한다. 이 글을 이어서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