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는 왜 ‘글쓰기 강의’를 시작했는가
리승환 (이하 리):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최준영(이하 최): 신춘문예 등단하고 책 몇 권을 써서 작가라 불리긴 하는데… 인문학 강의, 독서 및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어요. 1년에 한 200회 이상 하는 것 같네요. 특별한 소속도 딱히 내세울 스펙도 없지만, 횟수로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거예요.
리: 어쩌다 그리 많이…
최: 노숙인 인문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어요. 주로 돈 안 주는 데, 굉장히 적게 주는 데 마다하지 않고 10년 정도 꾸준히 했죠. 그러다 보면 강의 섭외했던 실무자가 조건 좋은 강의가 있으면 저를 적극 연결시켜 주더라고요. 돈 안 되는 재주가 있는지, 글도 그랬어요. 신춘문예에 등단했지만, 작가 입지가 굳혀지지 않은 상태였죠. 여기저기 원고청탁 들어왔는데 이상하게도, 아름다운 재단의 월간 《콩반쪽》 등 주로 원고료 없는 매체에서 청탁이 들어왔어요.
리: 원고료 제로?
최: 거꾸로 후원금을 냈죠. 밥 먹자고 부르기에 원고료 주려나 보다 했더니, 후원금 내라는 거예요. 그때 담당자가 나중에 원고료 많이 주는 곳 있으면, 거두절미하고 절 추천하더라고요. 제가 A급 글쟁이도 아닌데 대기업 사외보 칼럼니스트로 꽂아줘요. 그게 사회 원리인 것 같아요. 돈 밝히면 얼마간 벌 수 있고, 솔직히 저도 돈에 초연한 사람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면 굳이 돈 따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결국은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리: 그런데 왜 아직 가난한 거죠?
최: 한국 사회에서 글 써서 부자가 되는 건 쉽지 않아요. 얼마 전 이원석 작가의 글 보니까, 생계는커녕 밥 몇 끼니 정도라고… 글로 먹고사는 사람은 정말 몇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죠. 김훈, 공지영, 이외수, 조정래 선생 같은… 학자 중 정민 선생 정도가 그럴듯하고, 저자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는 최재천 교수도 책으로 돈 벌어 먹고사는 게 현실성 없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죠.
리: 그런데 왜 가난의 아이콘, 글쓰기 강의를…
최: 쓴다는 걸 생계와 연결하면 안타깝지만, 생계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자신을 들여다보고 표출하는 것. 그 이상 가치 있는 일이 민주주의 사회에 어디 있겠어요.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음은 굉장히 큰 삶의 동기부여이자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이 이를 갖추지 못해 안타깝고 힘들어하는데, 원고 청탁, 강의 요청이 들어오는 것만으로 행복하죠.
2.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쓰기와 책읽기는 한몸이다
리: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습니까?
최: 강의하는 사람도 강의를 듣는 사람도 착각하는 게, 글쓰기를 기술이나 기교로 생각하는 거예요. 기술을 익히면 늘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에요. 그보다 왜 글을 써야 하는지, 글쓰기의 의미가 뭔지, 무엇보다 ‘나의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자세와 생활 패턴을 가져야 하는지를 아는 게 중요해요.
리: 자세와 생활 패턴이라 함은…
최: 꾸준히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해요. 전 한 번도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제가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이지북, 2013)라는 책을 썼는데, 어제 쓴 글을 오늘 다시 보면 엄청 부족해 보이거든요. 그럼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계속 거치며 나아지는 거죠. 저도 맞춤법 틀리고 논리 안 맞을 때 많지만 꾸준히 써요. TV 다 보고, 야구장 다니고, 영화 보고, 술 마시고… 언제 책 읽고 글 쓰냐는 이야기를 듣는데, 생활이 독서와 글쓰기에 충분히 적응했기 때문이에요.
리: 뭔가 노오오오오오력 담론 같기도…
최: ‘책 쓰기는 전쟁이다, 몇 시간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이런 다짐 류의 강의가 많아요. 마치 담배 끊는 다짐이 필요한 것처럼… 그런데, 바보들은 다짐만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중요한 건 다짐이 아니라 생활이 바뀌어야 해요. 명확한 목표가 있고, 글쓰기 하고 싶다는 의욕이 있을 때, 생활패턴이 유지되고 축적됐을 때 글쓰기는 변화할 수 있어요.
리: 예를 들어 주십시오.
최: 제가 전국에 ‘책고집’이라는 독서모임을 여럿 운영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4년 전부터, 저와 함께 2주마다 모임을 가져요. 제가 책을 정해주면, 서평을 쓰고 토론해요. 근데 그 친구들 목적이 매우 현실적이에요. 삼성 다닌다 하면 월급 많이 받고 프라이드 넘칠 거라 생각하는데, 삶은 굉장히 소박해요. 모두가 임원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항상 불안해하죠. 그래서 자기 미래를 위해 책 쓰려는 사람이 많고, 이게 기본적인 목적의식이 된 거죠.
리: ‘책고집’은 주로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요?
최: 일단 책을 내겠다고 하면, 글쓰기를 해야죠. 글을 잘 쓰려면 또 책을 읽어야 해요. 이렇게 역으로 독서에서 시작하는 거죠.
글쓰기와 책 읽기는 한 몸이에요. 글 쓰는 기교 따로 있고 책 읽는 건 취미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또 책 읽고 땡이 아니라, 독서 노트에 기록하며 지식을 쌓아나가야 독서력이 향상되고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어요. 독서 노트 쓸 시간 없다고 하는데, 이걸 쓰면 책을 판단하는 시각이 좋아져요. 양서를 가릴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훨씬 시간을 절약하게 되죠.
리: 하지만 그걸 ‘꾸준히’ 하는 게 참 힘들지 않습니까? 애초에 글쓰기가 생각보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최: 우선 ‘책고집’이든 강좌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정보교류의 장이기도 하지만, 서로 독려해주고 긴장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글쓰기가 몸에 배게 하기 위해 100일간 매일 글 쓰는 프로젝트도 하고요. 남의 글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 자기 글 피드백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향상시키는 거죠.
수준이 떨어져도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훨씬 나아요. 그것만으로도 첫걸음은 내디딘 셈이죠. 돌봐줄 수 있는 멘토가 있으면 더욱 좋고요.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탁 막히고 답답해하는 지점이 나와요. 그때 기꺼이 뭐가 문제인지 알려주고, 읽으면 도움 될 책도 알려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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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곡절 많았던 삶의 궤적
리: 어쩌다 글쓰기에 꽂히셨나요?
최: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좀 괴짜였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안 계셔서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는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도 계속 고집 피우니까 어머니가 어떻게든 돈 벌어서 물감이랑 붓이랑 사주셨죠. 그런데 어디서 ‘환쟁이는 배고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 버렸더라고요. 그러니 돈 없이 할 수 있는 게 책 읽는 것만 남더라고요. 중고책방 가서 너덜너덜 물 먹은 책 60원 주고 사서 읽었어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책 읽고 글 쓰는 삶을 꿈꿨죠.
리: 그렇게 작가의 길을 걸었나요?
최: 일단 대학교에 다니다가 관뒀어요. 그때는 학교 안 나가도 졸업장 딸 수 있었는데, 그러기 싫더라고요. 다들 말렸지만, ‘난 취직할 게 아니라 글쟁이 할 건데 졸업장이 뭔 상관이냐’라며 당차게 나왔는데… 제 책 중 『결핍을 즐겨라』는 책이 있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 없는 결핍이 엄청나더라고요. 지원자격이 하나같이 4년대 졸, 혹은 취업예정자니 취업할 곳이 없어요.
리: ……
최: 그때는 혈기왕성했으니 혼자 소설 쓴다고 서울역 근처 재수생 많은 독서실을 잡았어요. 1년 가까이 있었는데, 아무 글도 안 써지더라고요. 재수생, 삼수생 꼬셔서 술 마시며 왕초 노릇 하며 한량처럼 살았죠. 그때 깨달은 게, 글은 절간에 처박혀 고뇌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였어요. 생활공간, 삶의 현장에서 나온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때마침 충무로에 ‘기획자 시대’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불었어요. 이왕 글을 쓰는 거, 영화 시나리오를 쓰자는 생각으로 시나리오작가교육원에서 시나리오작법을 배웠죠. 수료 후엔 작가협회에 직원으로 채용돼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리: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나요?
최: 사무국장 타이틀로 잡일 하면서 영화감독, 작가들과 교류하다 보니 감이 좀 오더라고요. 2년 정도 일하다가 허름한 사무실 얻어서 제작사 간판 걸었어요. 시나리오 써서 충무로 돌아다니며 제작비 대달라고 졸랐어요. 지금 생각하면 미쳤죠. 얼마나 우습게 봤겠어요? 그런데 또 그게 진짜 영화화됐어요.
리: 헐…
최: 나름 뿌듯해했는데, 제 이름이 원작자에서 빠져 있었어요. 돈도 못 받고. 엄청 열 받았죠. 마침 씨네 21이 창간된 직후라서 제보했죠. 그렇게 <씨네21> 초창기에 특집기사로 장장 8페이지 기사가 실렸어요. “어느 젊은 시나리오 작가의 좌절”이란 제목 덕택에 제 별명이 ‘최좌절’이 됐죠. 지금은 유명인이 된 조광희, 김기중 같은 변호사들이 제작중지가처분신청 내라고 조언한 덕분에 나중에 돈도 받게 됐죠.
리: 이후 전문 작가로 자리 잡은 건가요?
최: 아뇨. 시나리오는 돈이 안 되고… 원작비 어음으로 받아서 후배들 술 실컷 사주니까 동나더라고요. 다음 해 한겨레에 지원했는데,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지만 1년 만에 그만뒀어요. 그 후로 돈 번답시고 의정부에 학원 차렸는데 IMF가 오더라고요. 쫄딱 망했죠.
글이라는 게 참 이상한 것이, 돈 없으면 써져요. 창작욕이 불타더라고요. 당시 신춘문예에서 시나리오 뽑는 곳이 동아일보, 문화일보 둘 뿐이었어요. 동아일보는 있는지도 모르고, 문화일보만 냈는데 바로 당선됐어요. 당시 잘 나가던 김홍준, 이광모 감독이 심사했는데, 예심 때부터 딱 당선작으로 찍었다 하더라고요.
리: 아니, 졸업장 없으면 힘들다더니… 가는 데마다 다 잘 되는 느낌인데요…
최: 언론고시, 신춘문예. 어찌 보면 고시를 두 번이나 패스한 거죠. 그런데 사람이 그렇더라고요. 그 뒤로 엄청 우쭐했어요. ‘나는 작가야, 그것도 뒤꽁무니로 들어간 음서가 아니라 과거 시험 붙은 사람이야’ 그런 쓸데없는 자부심이랄까. 그럴수록 더 열심히 읽고 써야 하는데, 나태했던 것 같아요. 이광모 감독은 자기 팀에 들어오라고 했는데, 그때 애가 둘이었거든요.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리: 무얼로 먹고 살았죠?
최: 학원 논술 강의도 하고… 경기문화재단 편집장도 하고, 정치권 쪽 카피 써주고 돈 받고… 한마디로 매문의 세월이었어요.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데, 참 아쉽기도 하고.
4. 노숙인을 가르치기 시작하다
리: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게 된 건 어떤 계기죠?
최: 2004년 성공회 임영인 신부님이 가난한 아이들 모아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거기 소식지에 칼럼 좀 써달라기에 무료로 칼럼을 연재했죠. 그 인연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미국의 노숙인 인문학 프로그램 ‘클레멘트 코스’를 이야기하더라고요. 우리도 서울역 근처 노숙인에게 밥과 잠자리만 제공하지 말고, 인문학 강의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에요. 전 학위도 없는데 무슨 교수 타이틀을 다느냐고 사양했는데, 신부님께서 ‘타이틀이 뭔 필요냐, 최 선생 같이 처음부터 도운 사람이 해야지’라며 설득해서 함께 하게 됐어요.
리: 막상 해보니 어떻던가요?
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강의 있으면 시작 전 식사도 제공해주고, 학용품도 다 사줬죠. 나중에는 자활 근로로 인정해서 월 10회 이상 참여하면 월 39만 원씩 줬어요. 언론에도 엄청 나오면서 화제가 되니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문화 권력들이 찾아와 서로 강의 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어요.
리: 실로 엄청난 인기군요.
최: 근데 한 학기 하고 도망가더라고요. 대학이란 데는 정말 강의하기 편하잖아요. 시험으로 비슷한 수준 맞춘 비슷한 또래 애들이 학점 따려는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들어요. 그러니까 강의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따라와요. 근데 노숙인은 그렇지 않거든요. 연령층은 물론 삶의 경험, 학력, 지적 수준 다 다양하고 질문도 중구난방이었어요. 또 교수들이 대개 엘리트 출신이다 보니 가난이라는 걸 제대로 알 리 없었던 거죠.
리: 본인은 어떻게 잘 받아들였던 겁니까?
최: 전 10대부터 이미 공장 다니며 야학에서 공부했어요. 또 대학교 때는 야학교사를 했고요. 저에게 노숙인 인문학 교육은 일종의 21세기형 야학이었고, 가난도 익숙했죠. 잘 적응했다기보다 그냥 내가 있을 곳에 있었던 거죠.
리: 실제 노숙인들을 접하니 어떤 사람이던가요?
최: 너무 다양해서 특징짓기는 힘들지만, 정말 삶에 애환이 없는 사람이 없어요. 가슴 속에 맺힌 슬픔이 너무 아파서 이 사람을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거죠. 사회적으로 패배했다고 생각하고… 결국 다 약한 사람들이에요. 제가 안양 교도소에서도 강의를 많이 했는데, 그 사람들도 참 약하다고 느꼈어요. 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 처할 때 의지로 이겨내요. 그런데 자아와 의지가 약하니 합리적인 생각이 깨지고,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지르고. 그게 범죄자에요. 그것조차 가지지 못해 상황에서 벗어나려 도망간 분들이 노숙인이 되는 거고요.
노숙인은 ‘돈 없고 직장 없기 이전에 사람이 없는 사람’이에요. 사실 전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다 이 경계선상에 있다고 봐요. 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이 그런데, 사업하다 보면 어렵고 다른 사람 신세 지게 되잖아요. 돈 빌려 오는데, 사업이 자기 예상대로 안 돼요. 안 되다 보면 연락할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죠. 노숙자 비웃는 사람들은 사지 멀쩡한 사람이 왜 길거리 있느냐 하는데, 누구도 주변 사람 없으면 못 살아요. 우리도 가족, 친구, 동료들이 있으니 사는 거지, 다 끊어졌다 생각해 봐요. 노숙인은 그런 사람들이에요.
리: 정말 따뜻한 분인 것 같습니다.
최: 저도 사업실패로 3년 동안 그런 경험이 있어서요. 다행히 집사람 덕택에 거리까지 내몰리지는 않았지만, 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회복하기에 긴 시간이 필요했어요.
우리가 노숙인 교육을 하며 ‘거리의 인문학’을 내세웠지만, 지식과 정보를 준 게 아니에요.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사람’이 되어준 거죠. 같이 이야기하고, 밥 먹고, 강사료 받은 걸로 술 한 잔하고… 그 경험 때문에 아직도 잊지 못하고, 10년이 지나고도 돈 벌었다고 소주 사겠다고 연락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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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하긴 인문학이란 단어가 참 여러모로 쓰이긴 합니다.
최: 인문학이 몇몇 베스트셀러나 방송 덕에 오용되는데… 전 인문학이 철학사를 훑고 지식인 돼서 사회적 발언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생각해요. 굳이 실천으로서의 인문학이라면 삶의 의미를 되찾고 살아갈 의지를 갖게 하는 거라 생각하고요.
그런 면에서 노숙인 인문학 과정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아무도 없는 사람에게 다가가 주변 사람이 되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자활하고, 그러며 헤어진 가족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용기를 줬으니까요.
리: 지금까지도 계속 노숙인 인문학 강의를 하시나요?
최: 성프란시스대학이 화제가 되자, 경희대에서 서울시의 시민인문학 예산을 따냈어요. 사회적으로 반응이 나오니까 시에서는 다음에 예산을 8억으로 늘리더라고요. 지금은 서울시 20여 개 대학에서 강의가 이뤄지고 있어요. 저는 워낙 오래전부터 했으니,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껏 도처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요.
5. 결국, 꾸준히 쓰는 방법밖에
리: 글쓰기를 넘어 책 쓰기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팁이 있을까요?
최: 대동소이해요. 책 쓴다고 하던 일 관두고 몇 달 글 쓰면 책 나올 거라는 건 착각이에요. 저도 책을 몇 권 썼지만, 애초에 멀쩡한 직장을 관둘 투자가치도 없고요. 글이 그렇듯 책도 결국, 자기 삶 속에서 써야죠.
다만 책은 분량이 훨씬 많으니 두 가지가 추가로 필요해요. 하나는 글 쓰는 습관의 생활화예요. 어느 날 갑자기 많은 분량 쓸 수 없으니, 매일매일 글 써서 저축하는 사람만이 책을 낼 수 있어요. 또 흔히 편집자가 하는 역할인데, 전문가가 한 사람 붙어줘야 해요. 출판기획 하고 세부항목 목차 봐주고… 결정적으로 해이해지지 않도록, 매주 원고 마감을 쪼는… -_-;
리: 좋은 편집자가 붙어야 한다?
최: 그렇죠. 처음 책 쓰려고 하면, 전에 쓴 거 또 쓰고 순서 뒤죽박죽이고. 그런데 저도 몇 번 아는 사람 책 기획을 봐줬는데, 결국 자기 콘텐츠가 중요해요. 그러면 편집자들이 어떻게든 살리려고 하고요. “왜 다른 사람이 아닌 니가 이 책을 써야 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 못 하면, 그건 책을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리: 하지만 많은 책이 여기저기 짜깁기한 비슷한 책이지 않습니까?
최: 그런 걸 기획 출판이라고 해요. 콘셉트 잡으면 정보야 널려 있으니… 그런데 짜깁기도 선수나 하는 거에요. 첫 책은 그렇게 낼 수도 없고, 내서도 안 돼요. 자기 인생과 고유성이 담긴 지식이어야 시장에서 인정받지요. 너도나도 책 내는 트렌드 때문에 책 내려는 얄팍한 생각으로는 몇백만 원 내면 책 내게 해주겠다는 ‘사짜들’에게 낚일 수밖에 없어요.
책은 자기 분야에서 일정 정도 성취를 이룬 사람이 그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내는 것이어야 해요. 또한 책을 통해 새로운 삶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사람이라야 쓸 수 있고요.
리: 필요와 의지의 만남…
최: 네. 현실적 필요가 있어도 의지가 없으면 못 쓰고, 의지가 강해도 경험과 콘텐츠가 부족하면 못 써요. 자기 분야에서 최소 10년은 경험을 축적하고 자기만의 고유성 있는 콘텐츠가 있을 때 책을 쓰는 게 좋아요. 같은 경험과 지식이 똑같이 널려 있어도, 자기만의 시각은 있어야 하거든요. 일정 정도 독서력으로 자기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이 있을 때 써도 늦지 않다고 봐요.
리: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페북을 열심히 하시는데, SNS에 글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 기본적으로 저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금 글쓰기의 시대가 왔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정말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죠. 일기장처럼, 혼자만 볼 수 있는 공간에 쓰는 글은 피드백이 없으니 큰 도움이 되기 힘들어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피드백 받으며 걸러지는 건 매우 소중한 경험이에요. 잘만 활용하면 글쓰기뿐 아니라 삶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리: 오오…
최: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피드백을 계속 받다 보면 어떤 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할 수 있거든요. 저만 해도 『대선주자 22인 품인록』 같은 글을 찍어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지나치게 반응에 민감해지면, 나중에 결국 후회하게 돼요. 글이라는 게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소모성 같지만 언젠가 되돌아와요. 의식적으로 기준을 잡고 꾸준히 쓰는 걸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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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일자 / 장소
- 5월 21일 (일) ~ 7월 2일 (일) 13:00~15:00 / 비전티움 아카데미
강의내용 세 줄 요약.txt
- 나를 위한 독서와 글쓰기 습관 체화하기
- 독서노트를 활용하며, 내 글을 다듬어가는 법
- 긴 호흡으로, 글을 넘어 나만의 책 준비하기
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할까요?
-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
- 단순한 스킬을 넘어 나만의 콘텐츠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분
- 책을 내고 싶지만, 긴 호흡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
이 강연을 들으면 뭘 알 수 있지요?
-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스킬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정말 좋은 글을 읽는 법,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며 자신을 가다듬는 법, 자신만의 콘텐츠를 잘 엮어 책으로 내는 법 등, 좋은 글쓰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많은 지혜를 전달합니다.
※ 참조: 본 강의는 5월 21일(일)부터 7월 2일(일)까지, 7주간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