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 나가던 기자, 첫 번째 사업에 실패하다
리승환(이하 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고일석(이하 고): 고일석입니다. 주로 중소사업자, 즉 전문 카피라이터의 도움을 얻을 수 없는 분들에게 어떤 마케팅 글쓰기와 카피라이팅이 필요한지 고민하며 바람직한 전략과 형태를 연구하고 있어요.
리: ‘연구’라는 말이 참 생소하네요.
고: 이런저런 사업을 하다가 온라인 마케팅을 알게 했어요. 제가 여러 차례 사업을 해봤는데, 결국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는 글쓰기였어요. 그런데 여전히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글쓰기는 돈도 안 들고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 등 어디나 적용할 수 있잖아요. 아직까지 실용 글쓰기에 서투른 분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주면 더 나아질까 생각하다 보니, 매일매일이 연구죠.
리: 그래서 어떤 답을 얻으셨습니까?
고: 아직까지 답이 안 나와서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_-;;;
리: …… 글쓰기는 어떻게 처음 시작한 거죠?
고: 제가 연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 자연스럽게 신문사에 취업했어요. 중앙일보, 문화일보에서 10년 정도 일하며 글쓰기와 연을 맺었죠. 그런데 기자 일이 계획대로 잘 안 되잖아요. 아침에 출근하면 무슨 일을 할지 모르니 약속을 잡을 수도 없고… 특히 일을 그만둔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행주대교 붕괴 등등이 있었고… 지쳐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거창한 이유 없이, 피곤해서 사직서를 냈죠.
리: 기자 출신만큼 때려치우면 할 일 없는 사람도 드문데…
고: 95년이 단군 이래 최고로 경기가 좋았을 때예요. 거품 이빠이 껴서 뭘 해도 잘 됐죠. 아무 계획 없이 그만뒀는데 기다렸다는 듯 국회에서 의정 48년사를 써달라 하더라고요. 그렇게 여러 곳에서 사사 기획 및 작가 일을 했어요. 덕택에 당장은 먹고 살았는데, 외환위기 터지니 일이 뚝 끊기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에 손을 대게 됐죠.
리: 첫 사업은 어떤 일이었나요?
고: 우리 집이 조부 때, 그러니까 일제 때부터 양봉을 하던 집이에요. 이걸 현대화해보자 싶어서 ‘한국 프로폴리스’라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벌이 프로폴리스라는 물질을 만들어요.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에 호주산이라고 들어오던 프로폴리스가 사실은 죄다 중국산이었어요. 중국산이라 하면 안 팔리니까 중국에서 호주로 수출한 걸 다시 수입하는 식이었죠. 그걸 한국에서 생산하면 더 잘 팔릴 거라 생각했죠.
리: 잘 팔리던가요?
고: 아뇨, 한국산 프로폴리스가 뜻밖에 질이 그렇게 뛰어나지가 않아요. 양도 많이 나오지 않고.
리: ……
고: 지금도 스타트업, 사업 처음 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회고할 때, 진짜 아무것도 몰라서 돈 버리고 시간 버린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했어요. 신문사에서 나오자마자 돈을 벌었으니 내가 대단하구나 하면서 착각했지만, 사실은 사업과 사회를 잘 몰랐던 거죠.
2. 두 번째 사업에 실패하다 (…)
리: 접고 나서 뭘 하셨나요?
고: 그래도 나름 대표였으니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차가버섯을 알게 됐어요. 지금이야 유명하지만 그때는 대한민국에 아는 사람이 몇 없었죠. 그래서 열차 타고 이틀 가야 하는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까지 직접 가서 현장에서 오더 내리고 차가버섯을 수입했어요. 지난번에는 너무 현장을 모르고 사장 놀이 했으니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리: 이건 돈벌이가 좀 됐나요?
고: 역시 힘들었죠. 아무도 모르는 걸 파는 거잖아요. 그래서 솔직히 과대광고도 좀 때렸어요. 신문사에 차가버섯 전면 광고를 때렸죠. 암에도 좋고 당에도 좋다고 썼어요. 벌금 낼 각오까지 하면서 승부를 걸었고, 실제로 벌금도 1억 가까이 맞았죠.
그래서 뭐 확실히 많이 알리긴 했어요. 그런데 매출은 잔뜩 오르는데, 정작 영업이익은 좋지 않았어요. 계속 고생만 하다가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리: 이번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고: 지금까지도 너무 폼만 잡지 않았나, 진짜 장사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노점이에요. 해보니까 진짜 장사라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냥 재고 남으니 팔아달라는 물건 쟁여다가 팔았어요. 지금도 사람들 모여 있는 거 보면 좌판 펴고 싶은 욕구가 있을 정도로 많이 배웠어요.
사람 모으는 역할이 광고구나, 사람 모으는 게 제일 중요한 거구나. 기초 중 기초를 그제야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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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프로 노점상의 노하우가 있다면?
고: 사람을 모으는 것도 모으는 거지만, 사람 많은 곳을 찾아가는 게 중요해요. 지하철 입구 중에서도 유동인구 많은 곳을 보고 펴는 거죠. 물건 살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가는 게 중요해요. 그런 데는 돈 내서라도 들어가고, 단속 들어오면 튀고(…) 그렇게 점점 노점의 규모가 커지고, 백화점 행사 매장까지 들어가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아예 아식스에서 저를 점주로 스카우트하더라고요. 월급 사장 역할이었죠.
리: 드디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군요.
고: 이제 사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차가버섯과 함께 암 환자 요양원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차가원’이란 요양원이었죠. 암환자들이 줄을 섰어요. 죽을 때 죽더라도 들어가 보는 게 꿈이라 할 정도였죠.
리: 그렇게 사업에 성공했군요.
고: 아니… 장사가 그렇게 잘 되는데, 항상 돈이 모자라더라고요.
리: …….
고: 제가 셈이 잘 안 돼요. 분명히 원가와 비용 딱 계산해서 했는데도 돈이 계속 줄었어요. 그래서 1년 만에 접었죠. 장사는 사람 많이 모으면 되지만, 사업은 계산을 잘해야 하는구나 싶었죠. 아직 사업할 깜냥이 아니라 생각했고, 그 이후로도 큰 사업에는 손을 안 대고 있어요.
리: 실로 연륜이 느껴지는 인터뷰입니다(…)
고: 그래서 그냥 네이버 카페 등에서 공동구매 형식으로 차가버섯 온라인 마케팅을 했어요. 그때 온라인을 제대로 접했는데, 글쓰기가 판매를 엄청나게 키워 주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키워드 도배하는 수준이었는데, 저는 기자생활도 했고 장사하며 익힌 글빨도 있으니 매출이 쭉쭉 올랐어요. 덕택에 빚도 갚았고, 지금까지 계속 먹고살 수 있게 됐죠.
그런데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왜 글쓰기를 잘 활용하지 못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케팅 글쓰기를 연구하고 보급하게 되었어요.
3. 그가 깨달은 ‘실용 글쓰기’, 독창적일 필요 없다
리: 마케팅에 도움을 주는 글쓰기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고: 글은 어디에든 꼭 필요한 하나의 재료예요. 뭘 팔려고 해도, 누구를 설득하려 해도 글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려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부분이, 사람들이 글을 봤을 때 뜻이 전달돼야 해요. 이것만 정확히 해도 기본은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제 메시지를 어떻게 배치할지 생각해야죠. 말할 때도 ABC 순서로 전달할지, BCA로 전달할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잖아요.
리: 그런데 정작 그 ‘뜻이 전달되는 글쓰기’도 잘 못 하는 분이 많습니다.
고: 맞아요. 궁극적으로 글을 잘 써야 해요. 특정 파트 글쓰기를 배워도, 결국 다시 넓은 글쓰기로 나와요.
많은 분이 ‘그러면 잘 쓴 글은 뭐냐’라고 물으시는데, 막연하지만 저는 ‘글이 글 같아야’ 잘 쓴 글이라 생각해요. 그저 씨알마냥 단어만 뭉친 게 아니라 뜻이 전달되고 품위가 느껴져야죠. 그래야 글을 읽은 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으니까요.
리: 그렇습니다! 그게 참 어렵죠.
고: 그런데 전 마케팅 글쓰기, 즉 실용 글쓰기 레벨에서는 그렇게까지 높은 수준의 글쓰기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봐요. 사람들은 글을 쓴다고 하면 도인처럼 생긴 사람이 어디 고즈넉한 카페나 산장에 앉아 사색에 잠겨서 문학작품 같은 걸 쓰는 모습을 연상해요. 흔히들 말하는 문재(文才)가 있는 사람은 그렇게 쓰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실용 글쓰기에서는 관점을 좀 달리해야 해요.
리: 어떤?
고: 실용 글쓰기는 정보, 아이디어, 관점 등등을 가져다 조립하는 거예요. 일필휘지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집을 집듯 설계도를 두고 각종 재료들을 여과기에 돌려 완성품을 만드는 거예요. 보통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쓴 글을 모델로 생각해요. 대단한 통찰, 관점, 멋진 수사 등을 담은 글이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해요. 마케팅 글쓰기라 해도, 대한민국 대표 카피라이터들의 멋진 카피 같은 욕심을 부리면 안 돼요.
리: 카피 존나 중요하지 않나요?
고: 독창적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거예요. 물론 작가라면 독창적이어야 해요. 유명 작가들이 인정받는 건, 자신만의 독창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마케팅 글쓰기는 다르다는 거죠. 자신만의 스타일을 바라지 말라는 거예요. 학교에서는 독창적인 글이 좋다고 하는데, 독특함이나 독창성 같은 건 접어야 해요.
리: 온라인에서도 이런 글쓰기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나요?
고: 좀 차이가 있죠. 결국 우리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때, 두 개의 관문을 거치게 돼요. 하나는 포털, 또 하나는 SNS에요. 그래도 다행인 게 네이버가 점점 어뷰징을 막는 추세로 가면서 구글과 유사한 검색결과를 내주고 있어요.
과거의 네이버는 글이 아니라 키워드의 집합이었어요. 이건 정말 글이 아니었어요. 검색이 많이 걸린다고 매출이 오를 수가 없죠. 지금은 네이버도 어느 정도 글을 글답게 써야 상위로 올라가니, 기본에 충실한 건 많이 중요하죠.
리: 글이 글다워야 좋은 글이지만, 결국 마케팅은 매출과 홍보를 염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고: 맞아요. 연설문 등에서 알 수 있듯 좋은 글은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을 반응하게 하는 글이에요. 스크롤을 끝까지 내린 후에도 또 보게 하고 클릭까지 이끌어내는… 그렇게 사람들이 어떤 글에 반응하는지 연구하고 생각했어요.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득템했다, 재밌다. 이 두 가지 느낌이 중요해요. 정보와 재미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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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뭐, 선생님이야 글쓰기가 주업이니 어렵지 않지만, 이 두 가지를 전달하기도 쉽지 않죠.
고: 세상은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강조하죠. 전 그런 글을 쓰라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글을 창작할 능력은 없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훨씬 좋아져요. 이미 세상에는 좋은 정보, 재미있는 콘텐츠가 넘쳐나요. 이걸 짜깁기하라는 거죠. 흔히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필사를 권하는데, 저는 실용적 영역에서는 ‘고쳐쓰기’가 더 유용하다고 봐요.
리: 고쳐쓰기?
고: 누군가가 딱 마음을 울리는 멘트를 썼다고 해요. 그러면 그 문장을 그대로 가져가서, 내 상황에 맞게 단어를 바꿔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자기 생각이 들어가면서도 사람들을 움직이는 문장이 나와요. 그렇게 글을 고쳐 쓰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고민하다 보면 완전히 새로운 글을 쓸 수 있게 돼요. 좀 더 나아가면, 글을 쓴 후 검색 결과를 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검색엔진 상위 노출까지 고민할 수 있게 되고요.
리: 고쳐쓰기도 기본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고쳐쓰기를 할 수 있을까요?
고: 고쳐쓰기의 시작은 좋은 문장과 좋은 글을 찾는 거잖아요?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남의 글을 많이 봐야 해요. 내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게 아니라, 글을 짜깁기할 때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서라도요. 검색은 백지상태에서 막 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내 분야에서 무엇을 재미있어하고 반응할지 고려해야겠죠. 그렇게 하나하나 고쳐 쓰며 사람들 반응을 체크해야 해요.
리: 아무리 그래도 독창성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고: 솔직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가적 독창성은 타고 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제하고요. 그래도 개개인의 독창성은 자신의 경험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제가 신발 팔던 시절 경험이 있잖아요? 그래서 발이나 신발에 관해서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아무리 글을 못 써도 관찰이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글이 나오거든요. 이런 걸 마케팅 쪽에 적용하는 건 중요한 부분이죠.
독창적인 것은 결과로 나오는 것이지 처음부터 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포기하고 들어가야 돼요. 그러다 보면 독창적인 것이 나와요.
4. SNS에서의 글쓰기 전략: 글 속에서 묻어나오는 나의 ‘지문’
리: 포털 쪽 이야기를 했는데, SNS에서의 글쓰기 전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 이미 구입할 작정하고 들어온 쇼핑몰에서도 구매 결정을 일으키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하물며 저는 글쓰기 강의를 파는 사람이잖아요? 당연히 고민도 많이 하고, 결정도 금방 정하지 않죠. 흔히들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두고 ‘진정성’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전 인격체로서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마치 브랜드 믿고 제품 사듯 고일석이라는 사람을 신뢰해야 제 서비스, 강의를 구매하겠죠.
리: 일종의 자기 브랜딩 개념으로 접근하는 건가요?
고: 그렇죠. SNS에서는 메시지보다 인간 자체를 믿게 돼요. 그러면 날 믿게 만드는 글을 써야죠. 저는 매주 글쓰기 관련된 팁을 전달하는 메일을 보내요. 그러면서 계속 고민하죠. 제목을 어떻게 쓸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 이게 정말 신뢰성 있는지… 그게 계속해서 쌓이면 글을 보내는, 글을 쓴 사람에 믿음이 실리게 돼요.
리: 여러 사업을 했는데, 글쓰기로 본인 사업에 확 효과를 본 적은 없나요?
고: 저야 사업 말만 대단하지 사실 글쓰기 실력 하나 가지고 먹고 산 거죠. 그런데 글 하나로 매출을 확 일으키는 방법은 솔직히 없어요. 전 그런 것도 환상이라고 생각해요. 문구 하나, 글 하나로 큰 변화를 일으킬 일이 얼마나 자주 있을까요? 대기업이야 크게 광고 때려서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겠죠. 하지만 SNS에서는 오직 콘텐츠로 나를 드러내야 해요.
글이든 동영상이든 카드뉴스든, 크게는 같은 맥락이에요. 어차피 물건이든 서비스든 직접 써보기 전에 몰라요. 구매라는 건 일종의 모험이니까요. 그 모험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주는 건 그 안에 담긴 정보이기도 하지만 제공하는 사람의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걸 쌓아나가는 데 필요한 것이 시간과 반복이고.
리: 반복 이야기하니 떠오른 건데, 글을 못 쓰던 사람이 사람답게 글 쓰는 데에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요.
고: 음… 제가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봐주는 프로그램을 해본 적이 있어요. 그분들을 관찰해 보면, 대략 50일만 꾸준히 쓰면 글이 달라지는 건 확실해요. 그래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글을 전혀 못 쓰는 사람은 영원히 못 쓴다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 가르친 친구를 안지 벌써 5년째 되는데, 아직도 글을 너무 못 써요. 저도 포기했어요.
리: ……
고: 그런데 오히려 그 친구한테 배운 게… 이 친구가 포항에서 장사하거든요. 사투리 내뱉는 걸 그대로 글자로 옮기는 수준이에요. 맞춤법도 개판이고. 근데 이 친구 장사 정말 잘해요. 이 친구 보면서 느낀 게, 실용적인 글에서 정말 중요한 건 문장력이 아니라 핑거프린트(지문)라는 거예요.
리: 핑거프린트라 하면…?
고: 저는 ‘현장감’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작가들은 상상만으로도 멋진 글을 써요. 그에 반해 기자들은 현장에 가보지 않보면 잘 못 쓰죠. 하지만 기자들이 쓴 글을 보면 보통 사람들도 이건 진짜 가 보고 쓴 글이라는 걸 동물적으로 느껴요. 그게 바로 현장감이고 지문이에요. 이 친구도 글은 정말 못 쓰는데, 한 번 보면 딱 어떤 느낌인지 와 닿거든요.
리: 내가 해 봐서 아는데…
고: 가카는 그냥 그걸로 끝이죠. 그런데 그 친구의 글은 경험이 생생히 살아있는 거예요. 그러면 사람들이 공감하게 돼요. 마치 그 사람 입장이 된 것처럼. 사람들이 솔직하게 글 쓰는 걸 굉장히 꺼려요. 뭔가 정갈하게 다듬지 않으면 좋은 글이 아니라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결국 자신의 경험과 엮어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맞춤법이든 뭐든 필요 없어요. 특히 SNS에서는 자기 자신과 바로 결부되니 훨씬 더 파워풀해지죠.
리: 들으면 들을수록, 글쓰기는 스킬로 될 일이 아니군요.
고: 네. 계속해서 스스로를 드러내고 또 다듬어가는 과정이죠. 그럼에도 실용 글쓰기 영역에서는 고쳐쓰기 등 어느 정도 틀을 잡고 들어가는 게 훨씬 품이 덜 들 거라 생각해요. 또 자신이 일하면서 경험하고 느껴온 과정이 온전히 담길 수밖에 없고요. 모든 일이 그렇듯이요. 글쓰기도 고민한 만큼 좋아져요. 그 성과는 정직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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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일자 / 장소
- 6월 19일(월) ~ 6월 26일(월) 19:30~21:30 / 비전티움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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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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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연을 들으면 뭘 알 수 있지요?
이 강연은 ‘지금 당장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이벤트, 매출과 바로 연결되는’ 글쓰기를 이야기합니다. 또한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각 채널 별로 적합한, 그리고 타겟과 상황에 맞는 글쓰기를 예시와 함께 이야기합니다.
※ 참조: 본 강의는 6월 19일(월), 6월 26일(월), 2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