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이 없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
리승환(이하 리):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이상혁(이하 이):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10년 넘게 해온 헤드헌팅 업무가 메인이고요, 메모와 생각 정리에 대한 기업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창업지원센터나 대학교에서 창업관련 강의와 멘토링도 의뢰가 들어옵니다.
리: 헤드헌팅은 어쩌다 시작했나요?
이: 서른둘 즈음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3년 정도 되었네요. 그때만 해도 한국에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대부분 현업 업무를 오래 하시다가 헤드헌터를 하셨는데, 아예 헤드헌터라는 직업을 따로 가지고 경력이 오래된 분들은 많지 않았죠. 그래서 당시 헤드헌팅 하던 친구의 소개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리: 그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기에…?
이: IMF 여파로 아버지 사업이 안 좋아지면서 군대 제대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그런 집이 많았죠. 제대하고 처음 시작한 일이 고등학교에 학습지 전단지 뿌리는 일이었어요. 그러다 성과가 좋아서 바로 직원이 되었죠. 전 그때 고등학교에 직접 가서 학생들을 상대로 입시정보와 학습방법을 강의하면서 영업했어요. 그때 제일 유명한 학습지 회사에 다녔는데, 정말 별짓 다했죠. 전국을 돌면서 새벽에 담 넘어서 학생들 자리마다 팜플렛을 뿌리기도 했어요. 지역 누군가(?)의 소개로 학교에 들어가서 직접 판매 영업을 하기도 하고요.
리: 그거 불법 아닙니까(…)
이: 어리니까 했죠(…). 정말 목숨 걸고 영업을 뛰었어요. 경력 없는 신입들은 경찰서에도 끌려가고 그러더라고요. 일 자체는 힘들었지만 성취감은 컸어요. 회사에 팀이 6~7개 있었는데, 보험회사처럼 매달 매출로 1등부터 순위를 매겨서 달마다 팀별, 개인별 시상을 했어요. 전 거기서 1등 하는 게 유일한 목표였어요. 실제로 여러 번 하기도 했고요.
리: 어떻게 본인의 영업이 먹혔다고 생각하세요?
이: 영업은 한번 시작하면 짧게는 30분, 길게는 50분 동안 스피치를 하고 그 자리에서 오더를 끊어와야 해요. 그러다 보니 상황에 맞게 스토리 플롯을 짰어요. 마치 소설 쓰듯이 말이에요. 발단부터 시작해서 위기, 결말로 플롯이 이어지는 스토리를 가지고 설득하고 영업했죠.
당시에는 전국 읍·면 단위의 고등학교까지 죄다 다니면서 일을 했어요. 그리고 매 지역에 맞게 특성을 살려서 플롯을 새로 짰죠. 전교에서 꼴등을 하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학생이면 누구나 공부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지역이나 학교의 환경에 맞춰서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감 있는 스토리를 짰죠. 그걸로 공감대를 많이 얻었어요. 실제로 이야기를 듣다가 우는 학생들도 많았고, 포기했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도 많이 보았어요. 단순히 영업을 떠나서 그런 학생을 보면 나름 보람이 있었죠.
리: 공부 잘 하는 애들에게나 먹히는 거 아닌가요-_-?
이: 공부 잘하는 학교나 학생들이 영업하기에는 비교적 수월하긴 해요. 하지만 저는 주로 지역에서 공부 못하는, 속칭 ‘꼴통 학교’들을 담당했어요. 편견과는 달리 마음이 비뚤어진 아이들은 별로 없었어요.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부모님께 정말로 미안해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학교가 그렇잖아요. 한번 눈에 나면 격려를 받기보다는 뭘 해도 비난받게 되죠. 그래서 다시 공부하고 싶어도 용기를 못 내게 돼요.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 이후에 개인적으로 연락이 온 학생도 있었고, 알고 지내던 학생도 있었어요.
무슨 일을 해도 ‘영업왕’, 헤드헌팅을 시작하다
리: 그렇게 잘 나가다가 헤드헌터로 나간 건가요?
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에야 헤드헌팅하고 강의하고 책 쓰고 멘토링 하지만, 제 사회생활 초창기는 정말 암울했어요. 95년도 말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정말이지 좌충우돌과 고난의 연속이었어요. 주로 영업을 많이 다녔는데, 보험 영업과 자동차 영업 말고는 다 해 본 것 같아요. 위에서 말했듯이 학습지 영업도 하고, 학원에서 상담 영업도 했어요. 콜센터에서 아웃바운드 전화 영업도 해 봤고 방문판매 영업도 했죠. 매번 목표는 그 회사에서 실적 1등을 하는 것이었어요. 그것에 목숨을 걸고 살았죠.
그러다 보니 한때는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지긋지긋해져서 일을 접고 요리사가 되려고 한 적도 있어요. 사람을 안 보고 일하는 것에는 주방이 제격이더라고요.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1년 반 정도 요리를 배우면서 보조 요리사로 일도 했죠.
리: 아니, 그런데 어쩌다….
이: 우연히 식사하러 온 직장 선배에게 딱 걸려서 설득당했죠(…) 결국 회사로 돌아갔어요.
리: 아… 돌아간 회사에서는 계속해서 영업왕의 길을 걸었나요?
이: 아뇨. 서른 살 즈음에 들어간 모 회사에서 부산 경남 지역 영업 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어려움이 생겼어요. 당시 제가 본부장으로 있을 때 같은 본부장급의 평균 나이대가 50대 초중반이었어요. 그쪽에서야 저에게 어린 나이에 출세하고 잘 나간다고 말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큰 벽에 부딪쳤어요.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단순히 돈만을 추구하는 영업이 빠져나올 수 없는 덫처럼 느껴졌어요.
물론 그 일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당시 제 마음이 그랬어요. 뭔가 비전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그래서 2년간 부산에서 근무하다가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러면서 개인영업과는 인연을 끊었죠. 군 제대할 때 제 개인적인 목표가 있었어요. IT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서울에 올라온 후에는 독학으로 IT 공부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했어요. 그러다 반도체 회사에서 기술 영업을 하게 되었고요….
리: 결국 영업이군요….
이: 네, IT 전화 솔루션 쪽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쪽에서 쓰는 언어며 지식을 엄청나게 공부했죠. 그러면서 보니 IT 분야 사람과 비 IT 분야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할 때 쓰는 말이 달라서 대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연스럽게 제가 중간에서 양쪽을 설명해 가면서 마치 통역하듯이 이야기했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서 훗날 일본 회사에 스카웃되기도 했었죠.
리: 그러면 다시 헤드헌팅 이야기로 돌아가서… 영업하시다가 헤드헌터를 하시면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이: 힘들었죠. 처음 2년 동안은 정말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사람도 안 만나고 인터넷만 뒤지며 일했어요. 그러다 한동안 잠잠했던 1등병이 또 재발했어요. 그래서 사람을 많이 소개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때 밤낮없이 일하며 쌓아둔 이력서가 만 이천 장이 넘어가더라고요. 무척 뿌듯했죠. 이제 헤드헌팅도 자리를 잡는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착각이었더라고요. 다른 채용 건으로 전에 연락하던 후보자에게 연락했을 때 그 사실을 알았어요. 저를 모르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뿐 아니라 대부분의 후보자가 헤드헌터와 연락했던 것 자체는 기억하는데, 그게 저였다는 사실은 모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적잖이 충격이었죠. 그때 생각했어요. 아, 난 헤드헌팅을 한 게 아니구나. 그냥 아무 철학 없이 영업을 한 거였구나, 하고.
리: 뭐, 그래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지 않습니까….
이: 그렇죠, 돈은 벌었겠죠. 하지만 그러면 제가 잘하던 영업을 그만두고 IT로 넘어오고 또 헤드헌팅을 하게 된 보람이 없잖아요. 비전이 있는 일을 찾아 왔는데… 어차피 그렇게 할 거라면 전에 하던 영업을 계속하는 게 맞았죠. 그래서 큰맘 먹고 인터넷으로 하던 일을 다 중단했어요. 작정하고 후보자들을 일일이 만나러 다녔죠.
리: 이력서 보고 대뜸 만나자고 하신 건가요?
이: 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헤드헌터에게 전화나 메일을 받아 보았다는 사람은 많은데, 막상 직접 만났다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후보자나 후보자가 될 만한 사람들을 만나서 업계 동향도 이야기하고 정보도 알려주었어요.
업계 정보는 사람을 통해 얻는 게 제일 빨라요. 제일 느린 건 뉴스죠. 전 여러 사람을 만나서 다양한 업계 소식을 듣고 생각을 정리해서 정보로 가공했어요. 그런 정보들이 사람을 만나고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여러 번 만나다 보니 나중에는 취업뿐만 아니라 결혼, 육아, 사업, 친구관계 등 고민 상담까지 해주게 되더라고요. 같은 또래나 어린 친구들에 비해서 다양하게 사회경험을 했으니까요. 그게 큰 도움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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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주로 어느 인더스트리를 많이 맡았나요?
이: 제가 호기심이 많아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를 해봤어요. IT는 기본으로 건설, 부동산, 유통, 컨설팅, 제조 등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잘 모르는 분야도 관련 경력자들을 여러 번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면서 그들의 용어를 배워갔어요.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투를 쓰려고 애썼고,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찾아봤어요. 그러다 정착하게 된 쪽이 IT분야와 게임 분야였죠.
리: 게임업계가 다른 인더스트리보다 더 어렵지 않으셨어요 ?
이: 게임 쪽이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죠.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게임 분야 사람을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거든요. 처음 게임 개발자를 만날 때 하던 대로 양복을 입고 나갔어요. 그런데 진짜 말 두 마디도 잇기 어렵더라고요. 미팅 끝나고 아예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그래서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다가 깨닫게 된 게 제 모습이었어요. 저는 그들과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입는 옷도 말투도 관심사도 말이에요. 그래서 일단 양복을 벗고 운동화를 신고 게임을 했어요. 아침마다 게임 뉴스를 봤죠.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었어요. 어느 날 후보자분이 낮에 좀 보자고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개인적인 고민이 있다는데 만나려면 한 시간을 걸려 가야 했어요. 왕복 두시간에 이야기 시간까지 합하면 그날은 아무것도 못 하고 넘어가야 하는 거예요. 잠깐 갈등했는데, 처음 헤드헌팅 할 때 생각이 났어요. 아무도 날 찾지 않고 내가 일방적으로 전화하던 2년여 시간이 생각나니까 누군가 나를 찾아준다는 것이 무척 고맙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날 오후 내내 고민 상담을 해주고 헤어지면서 그분이 미안하다며 다른 후보자 한 명을 소개시켜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당시에는 그렇게 큰 사건이 될줄 몰랐죠.
리: 특별한 인연이 되었나요?
이: 네, 마침 그때 제가 진행하던 헤드헌팅 업무 중 애를 먹던 채용 건이 하나 있었어요. 합격한 후보자가 출근날 사라지는 바람에 고객사로부터 망신을 톡톡히 당했던 차였죠. 그런데 그 소개받은 후보자가 딱 맞는 거예요. 비밀리에 7개월 정도 진행하고, 결국 제가 추천한 후보자가 최종 합격을 했어요. 당시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경제가 심각하게 타격을 입고 헤드헌팅 채용 건이 무기한 연기되던 시기예요. 그런데 그 일로 거의 억대에 가까운 수수료를 받는 기록을 세웠죠.
리: 하지만 이런 큰 건은 잘 안 나오지 않습니까?
이: 그렇죠. 그 정도 금액은 이후로도 다시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게임회사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니, 저도 게임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개인 대상으로 하던 헤드헌팅을 아예 개발팀을 셋팅하는 쪽으로 전환을 했어요. 당시에는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게임 플랫폼이 전환되는 시기였다 보니 모바일 개발팀을 새로 셋팅하려는 회사가 많았어요. 개발팀 셋팅과 더불어 시장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고 필요한 것은 투자 연결도 많이 진했었죠.
리: 최근에는 게임 회사도 하셨던 것 같은데?
이: 네, 그렇게 게임회사들하고 일을 하는 게 계기가 되어서 최근까지도 개발사 대표를 했었죠. 중국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을 하고 어렵게 중국에 런칭까지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투자사들과 뜻밖의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회사를 정리하게 되었지요.
리: 후회는 없나요?
이: 아쉬운 거야 정말 많죠. 개발사 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요즘 독립 개발사로 투자를 받고 중국에 런칭까지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회사 직접 운영하며 경험한 게 엄청나게 많아요. 개발에서부터 운영 투자, 사업까지 많은 부분을 실무에서 겪어보니까 앞으로 헤드헌팅은 정말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후보자들 이력서나 경력사항을 봐도 감 안 오던 것들이 이제는 의미가 다시 보여요. 회사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죠.
리: 님, 긍정왕 인정….
이: 원래 게임회사 할 때 목적 중 하나가 그랬어요. 큰돈을 벌기보다는 게임 쪽 헤드헌팅을 10년 넘게 하면서 채워지지 않았던 부분을 채우자. 그게 바로 게임 분야의 실무를 해 보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결국 실무를 해봐야 채용을 하려는 쪽과 일자리를 찾는 사람 양쪽의 입장을 다 알게 될 테니까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물론 돈을 벌었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사람, 사람, 사람을 만나야 한다
리: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헤드헌터로서의 역량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두 가지가 필요해요. 먼저, 내가 가진 정보로 업계 지도를 그릴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것으로 해당 분야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하죠. 제가 메모, 생각 정리 관련 강의를 많이 하잖아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헤드헌팅을 하며 필드에서 듣는 다양한 이야기와 업계 소식을 메모한 후에 조합해서 스스로 정보를 만드는 거죠. 그러다 보면 업계 돌아가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게 돼요.
2010년경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되면서 게임업계에 큰 변화가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게임업계 구인 구직은 PC 기반 회사로 몰려 있었죠. 아직 게임 시장의 판은 PC용 대형 MMORPG 판이었죠.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게임이 돌아가는 플랫폼은 이미 한계를 느끼고 있었죠. 그 두 가지의 물꼬를 동시에 틀어줄 방향이 바로 모바일 게임 분야였어요.
리: 나머지 하나는 무엇인가요?
이: 필드에서 실무자들을 많이 만나봐야 해요. 뉴스나 인터넷으로 알게 된 정보는 정보라기보다는 이미 누구나 다 알아도 되는 이야깃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아요. 진짜 정보는 사람을 만나야 알 수 있어요. 회사에 대해 잘 아는 방법은 그 회사에서 근무했던, 또 지금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들어야 해요. 그래서 제가 헤드헌팅을 하고 사람을 연결해준 회사가 잘 돼야 제게도 결국 좋은 거죠.
리: 업계 사람들에게서 직접 연락이 오나요?
이: 그런 경우도 있죠. 하지만 괜찮을 것 같은 회사나 개인이 있으면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아서 들어가요. 개인의 경우 만나서 여러 번 대화를 한 후에 후보자에게 맞는 회사를 뚫어줘요. 기업의 경우는 가급적이면 회사 임원급 내지는 대표까지도 만나려 해요. 그래야 실질적으로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게 되니까요.
리: 이직 원하는 분들께 조언하고픈 게 있다면?
이: 이직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생각하며 이미 늦어요. 회사를 한 번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오래 일하고 싶어지거든요.하지만 사회와 트렌드는 그사이에도 계속 변하고 있어요. 내가 지금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사회에도 적응을 잘 하고 있다? 그것도 착각인 거죠. 옛날처럼 한 회사에 오래 있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어요. 그래서 자기 회 내에서 자기가 속한 분양의 업무 역량만 생각하면 안 돼요. 과거에는 메신저 회사가 통신서비스가 주 상품이었지만, 지금 카카오는 유통도 하고 인형도 팔아요. 반대로 유통을 하는 회사가 IT로 넘어와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기도 하죠.
워낙 산업이 급격히 변하기에, 자기가 속한 회사와 산업만 생각하면 언젠가 경력이 끊겨요. 이를 벗어나려면 전체 흐름을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해요. 본인이 속한 업계 소식은 당연히 많이 보는 거고, 자기 업계 이외 사람도 많이 만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자기 경력과 스펙에 묻히지 않고 틈새 보면서 경력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리: 전직의 경우는 어떤가요?
이: 하려는 일을 바꾸고 싶어 하는 분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회사 마치고 학원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자격증 준비하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근무하는 회사 내에서 업무를 바꾸는 거예요. 요즘은 어느 회사나 새로운 걸 도입하고 시도하려고 하는데, 회사 입장에서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무작정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 일을 모두 맡길 수는 없어요. 그래서 보통 기존에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 중 일부, 그리고 새로 뽑은 사람을 일부 섞어서 팀을 짜게 돼요. 보통 회사는 그렇게 새로 시작하는 부서에 가는 것을 직원들이 무척 꺼리죠.
저도 물론 무작정 그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계속 업계 소식을 듣다가 발전 가능성이 있고 본인이 전직하고 싶은 분야라면 도전해 보는 것이 좋아요. 개인에게는 큰 리스크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이것도 평상시에 꾸준히 업계 소식과 정보를 접하고 귀를 열어 두고 있어야 타이밍을 잡을 수 있지만요.
리: 일 관두고 개발하겠다는 분들이 주변에 많던데(…)
이: 30대 초반인가요….
리: 아뇨….
이: 30대 초반이라면 모를까, 회사를 그만두고 학원 다니며 새 일자리 찾는 건 자살행위라고 봐요. 어차피 이제 백세시대니까 원하지 않아도 직업은 계속 바꿔야 해요. 그 타이밍이 보통 여러 번 개인에게 오는데, 대개 30대 중반, 40대 초반, 40대 후반, 50대 초반이에요. 정확한 타이밍이야 다르지만 인생에 한두 번은 누구나 심각하게 직업을 바꿔야 할 타이밍이 와요.
그러니 다른 업종, 직종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세요. 물론 개인적으로 공부도 하시고요. 사회생활이라는 건 결국 사람 관계예요. 그 분야에 경력이 없더라도 관심 있고 공부하면 반드시 기회가 생겨요. 시간을 두고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기회는 생겨요. 그러니 시간을 두고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영향력을 만드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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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뭐, 직업이 바뀐다고 해도 보통 전에 하던 업무 역량에서 개인적으로 크게 변하기 힘든 게 사실 아닙니까?
이: 보통 우리는 자신을 ‘난 마케터야, 프로그래머야, PM이야…’ 이런 식으로 업무 기준을 두고 나누잖아요. 그런데 장기적으로 볼 때 자신의 실제 업무는 명함에 나와 있는 부서명과 직책이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결국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을 잘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좋게 유지 시켜주는 일을 잘해 …’ 와 같이 내가 사회에서 어떤 일을 실질적으로 잘하는지 파악해야 해요. 그런 것들이 결국 회사 안에서 내 위치 또는 자리를 정의합니다. 그것들이 나중에 직업을 바꾸거나 이직할 때 자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죠.
리: 음…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이: 예를 들어 옛날에는 해외사업 한다고 하면 영어 잘하는 사람 뽑았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기본이에요. 더 필요한 능력이 있어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가, 이런 역량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직무를 떠나서 근본적으로 자기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어떤 역량이 있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그걸 베이스로 하고 위에 직무를 얹어야 해요. 단순히 ‘난 임베디드 C 개발자, 자바 개발자’ 이런 식으로 하면 경력 끊기기 쉬워요.
리: 반면, 사람 찾는 회사에서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실력 좋은 사람을 뽑으려면 상대방, 즉 후보자의 입장에서 명분를 만들어줘야 해요. 모든 회사가 좋은 사람을 원하죠. 하지만 안 뽑히는 건, 오로지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단지 급여 올리고 직급 올리기 위해서 이직하지 않아요. 후보자마다 나름대로 이직을 하게 되는 명분이 명확해요. 그리고 그 이직에 대해 누구에게 이야기해도 의미가 있기를 바래요. 안정적인 곳 가고 싶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거나, 인더스트리를 바꾸는 기본적인 이유 이외에 왜 그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리: 제가 구멍가게 사장이다 보니, 참 힘든 게… 작은 곳은 너무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하잖아요? 그런 사람 뽑기 정말 힘든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 그건 사람 성향 문제에요. 정해진 일만 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젊은 친구들 중에는 한 가지 일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멀티로 같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때도 중요한 건 구직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예요. 작은 회사고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해야 하는 경우 인터뷰 볼 때 앞으로 주어질 업무를 다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대신 거기서 끝내지 말고, 그것이 후보자에게 어떤 식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설명해줘야 해요. 잡다한 일을 할 때 구직자는 본인의 전문성과 경력이 망가지는 걸 걱정하거든요. 이 일을 해도 왜 경력이 망가지지 않는지,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해요.
리: 반면 구직자 입장에서 필요한 면접 기술이 있다면.
이: 반대죠. 회사가 회사 이야기만 하듯 개인도 개인 이야기만 해요. 나 뭐 했고, 뭘 잘하고 이런 이야기요. 자기소개 하라고 하면 뻔한 출신학교, 전공, 이력 이런 거 늘어놓으며 인정해 주고 뽑아주기를 바라잖아요. 그래서는 채용이 안 돼요.
사람을 뽑을 때는 채용 공고에 직무기술서(JD)가 같이 나와요. 이걸 꼼꼼히 보고 그에 맞춰서 이력서와 경력 기술서도 수정해야 해요. 개인의 경력을 포커스해서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회사는 현재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뽑는 것이잖아요. 그 해결책으로 당신을 면접장에 부른 것이고요. 현재 닥친 문제는 채용 공고에 설명되어 있고, 후보자가 해야 하는 일은 자신이 그 상황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구체적으로 어필하는 것이죠.
리: 제대로 안 쓰여 있는 데가 많지 않나요?
이: 그게 정확히 나오지 않은 회사는 지원하지 않는 게 좋다고 봐요. 자바 개발자 찾는다, C++ 몇 년 차 뽑는다 이런 식으로 스펙만 늘어놓고 구체적인 일을 설명하지 않으면 곤란하죠. 그게 아니라면 지원한 후 인터뷰에서 반드시 해당 사항을 질문해보도록 하세요. 만약 인터뷰에서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 이상으로 진행하지 마세요.
메모: 논리와 설득을 뽑아내는 생각 정리의 기술
리: 헤드헌팅 외에도 메모와 생각 정리 관련 활동들을 많이 하시죠? 저도 몇 년 전에 생각 정리 세미나에 가서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네,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던 일이 남을 설득하는 일이었잖아요. 1대1에서 팀 또는 강연을 통해 뭔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었죠. 그런데 남들보다 더 잘해 보려고 드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적어두는 습관이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리: 아, 그러면 처음에는 설득하려고 메모를 시작하신 건가요?
이: 네. 내 생각을 적는 걸 넘어서 상대방의 생각마저 기록해서 분석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그 안에서 논리와 설득의 포인트를 뽑아내는 것이 제 설득의 기술이고요. 그 습관이 영업을 할 때, 강의를 할 때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고 제품개발을 하고 헤드헌팅을 하면서 인맥을 관리하고 정보를 가공하며 꾸준히 지속되어 왔죠. 아마 메모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여러 번의 전직을 하고 멀티잡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 거예요.
리: 오오… 기업에서 주로 어떤 강의를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 가장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왜 손으로 메모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에요. 컴퓨터 시대가 오면서 손으로 뭔가를 쓰는 것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하지만 손으로 직접 쓰고 뭔가를 그리며 여러 번 생각하고 수정하고 정리하는 것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 정리와 메모를 가르쳐요.
리: 메모는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나요?
이: 메모와 생각 정리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여러 가지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자신이 정리한 것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커뮤니케이션의 밑바탕으로 삼고, 업무를 정리하고, 시간을 관리할 수 있어요. 이것들이 나아가서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되죠. 그래서 생각 정리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거고요.
리: 메모와 생각 정리를 통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 지난주에 『생각 정리를 위한 노트의 기술』의 개정판이 새로 나왔어요. 3년 전에 냈던 책인데… 메모를 하면서 저도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메모를 하고 어떻게 노트를 정리하는가’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전에는 헤드헌팅과 생각 정리 일이 별개였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두 가지 일을 최대한 하나로 이어서 하나로 만들고 싶어요. 이직을 위해 이력서에 자신을 글로 어필하는 일부터 구인을 위해 공고에 필요한 JD를 작성하는 일, 인터뷰를 통해 대화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메모와 생각 정리는 활용될 수 있을 거예요. 입사하고 난 후에도 메일을 작성하고 제안서를 쓰는 등 다양한 업무에도 활용될 수 있겠죠.
전에는 ‘노트대마왕’이라는 동영상 팟캐스트로 콘텐츠를 만들었었어요. 이제는 새로운 형식으로 메모와 생각 정리를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콘텐츠로 만드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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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일자 / 장소
- 6월 20일 (화) 19:30~21:30 / 비전티움 아카데미
강연내용_세줄요약.txt
- 나이와 경력에 따른 이직을 위한 커리어 관리법
- 나쁜 회사를 피하고, 미래가 밝은 회사를 판별하는 법
- 자신의 장점을 유지하며 전직으로 새 삶을 찾는 법
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할까요?
- 헬조선 직장인
- 헬조선 자영업자
- 헬조선 시민권자
이 강연을 들으면 뭘 알 수 있지요?
- 헬조선도 100세 시대가 열렸습니다. 복지가 좋지 않은 나라에서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100세까지 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커리어 관리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 이직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커리어가 꼬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관리해야, 더 오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자신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