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기업의 방식, 스타트업의 방식
리승환(이하 리):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박성혁(이하 박):스타트업 엑설러레이터를 하고 있어요. 그 전부터 개인 엔젤 투자자로 7년 정도, 30개 정도 회사에 투자했고요.
리: 어쩌다 이쪽 바닥으로 오게 됐나요?
박: 원래는 컨설팅을 오랫동안 했어요. 삼성에서 개발자로 시작해 IT 컨설팅을, 딜로이트에서는 경영전략 컨설팅을 했어요. 그런데 신사업 전략을 짜도 실행하기 전 체크포인트가 너무 많았어요. 작게 시작해서 하나라도 잘 되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대기업 중역들이 볼 때 이건 비즈니스로 보이지도 않았던 거죠.
리: 왜 비즈니스가 아니죠?
박: 대기업은 직원 한 명 쓰는데 1년에 1억 들어가요. 10명이서 하면 최소 연 10억이죠. 100억짜리 비즈니스 해서 영업 이익 10%면, 겨우 BEP죠. 그러니까 1,000억 규모는 나와야 하는 거죠. 저는 이런 방식으로 신사업 성공하기는 힘들다 생각해서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린 거고…
리: 막상 나와보니, 대기업 컨설팅이 스타트업 쪽에 좀 적용이 되던가요?
박: 스타트업은 경영학 이론에 근간하기 힘들어요. 군대로 따지면 대기업은 정규군인데 스타트업은 게릴라 같은 조직이잖아요. 다만 원리만큼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많아서 원리를 중심으로 적용하고 있어요.
리: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방식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박: 말씀드렸듯, 대기업은 무조건 사업의 규모가 나와야 해요. 비용이 막대하니 사업 시작하기 전 치밀한 계획을 짜고 계획대로 추진될지 검증하죠. 반면 스타트업은 가설 잡고 일단 해봐요. 그러고서 재빠르게 접거나 피봇하는 거죠. 대기업이 Plan – Do – See라면, 스타트업은 오직 Trial – Error의 반복이죠.
리: 대기업 사내 벤처도 있지 않나요?
박: 네이버가 제가 있던 곳에서 나간 1호 벤처에요. 지금까지 25여 개 정도 나갔으니, 확률적으로 따지면 4% 정도 성공한 거죠.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성공률이 2% 이하이니 2배 정도 되는 건데 결국 중간에 관뒀어요. 대기업은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둬도, 실패한 95%를 못 견디거든요. 그걸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소명하라 해요.
리: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들의 사내 벤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박: 이제 신사업이 스타트업 방식으로 가야 하는 건 당연한 세상이 됐죠. 하지만 대기업이 관리 마인드를 버리지 않으면 스타트업 방식으로 신사업 하는 건 요원하다고 봐요. 네이버가 일본 사업 한참 추진하다다 성과가 없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라인으로 대박을 치고, 스노우도 분사시켰어요. 카카오도 한게임으로 성공한 김범수 의장이 만든 거잖아요. 이 둘은 오너가 원래부터 신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란 공통점이 있어요.
리: 그렇게 따지면 대기업들도 처음엔 구멍가게(…)
박: 맞아요. 따지고 보면 처음엔 모든 회사가 다 그렇죠. 대기업도 수십 년 전 시작한 초대 창업자들은 창업자 정신이 강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2대, 3대 들어오면서 관료화가 진행되고 창업자 정신이 사라진 거죠. 기업은 창업자 정신이 사라지는 순간 연속성이 사라져요. 이를 살리는 게 필요한 시점이고, 스타트업을 통해 이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어요.
대기업과 스타트업, 결국 만날 수밖에 없다
리: 그러면 앞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관계는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박: 좋든 싫든 대기업도 이런 스타트업 방식을 키워 나가겠죠. 지금까지는 한국 특유의 근면성과 인력의 질에 힘입어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과 창업자 정신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어요. 대기업 높은 분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리: 하지만 갑작스럽게, 대기업 문화가 바뀔 수 있을까요?
박: 전 그래서 M&A 문화가 자리잡혀야 한다고 봐요. 작은 거로 시작하기에는 조직이 너무 관료화돼 있어요. 미국은 이미 그런 것에 능수능란하지만, 한국은 이런 경험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고생해서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대부분 3년 후 인수된 창업자들이 나가죠.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문화가 완전히 달라서 이질감을 극복할 수 없었던 거죠. 대기업이 외부 조직을 인수했을 때, 기존 조직과 융합시키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봐요.
리: 일단 지른다!
박: 해외에서 스타트업을 비싸게 인수하는 이유는, 그 회사 하나를 보고 사는 게 아니에요. 어차피 스타트업의 성공률은 1%~2%에 불과해요. 반대로 98~99%는 실패한다는 건데, 그 실패의 비용을 떠안아 주는 거죠. 당장 가치가 낮아 보여도 남들이 성공하지 못한 그 비용을 인정해 주는 거죠. 실제 자기들이 사업하며 실패할 확률을 고려해서… 대기업들이 지금보다 스타트업의 가치를 좀 더 높게 평가해줄 필요가 있겠죠. 그게 성공의 가치든, 실패의 가치든….
리: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박: 저도 대기업에 10년 이상 있었고 스타트업 생활을 간접적으로 한 것까지 치면 근 8년 가까이 하면서 느끼는 건데… 양쪽 다 경험한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아요. 이처럼 중간에서 미들맨 역할을 하고 조직에 자리잡히기까지는 5~10년이 필요할 거에요. GS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잘하시는데, 대기업이지만 스타트업 투자 많이 하잖아요. 장기적으로는 이런 문화가 대기업에 확산될 거라 생각해요.
리: 반면 스타트업 쪽에서 필요한 게 있다면…
박: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면이 있죠.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발 빠른 기술력은 전통산업에서도 많이 필요로 하고 있어요. 제조업도 IT 기술 접목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뿐이지요. 반면 시니어는 연륜과 네트워크가 있는데, 젊은 사람들 눈에 타성에 젖은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보이죠. 이분들의 연륜과 경험을 잘 활용하여 함께 하는 게 좋다고 봐요.
리: 주로 어떤 쪽에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박: 오랫동안 사회생활한 분들 특성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잘 알거든요. 그래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는다는 마인드가 장착돼 있어요. 반면,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 보면 너무 자기 스스로 하는 데에 집착해요. 같이 가면 더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찬스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돌아올 수 있는 지점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죠.
조언: B2B에 주목하라
리: 워낙 유명하신지라 많은 스타트업들이 조언을 들으러 올 것 같습니다.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죠?
박: 현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컴퍼니D의 목표는 딱 셋이에요. 판로 개척, 투자 유치, 해외 진출 이 세 가지만 돕는 거죠. 판로 개척은 매출을 만드는 거고, 투자 유치는 빚이라 할지라도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거예요. 또 기술, 제조업은 국내시장만으로 힘드니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거고요.
리: 매출… 그게 제일 어렵죠…
박: 앞서 시니어 이야기와도 연관된 건데, 스타트업은 너무 B2C 트랙만 봐요. 저는 지금까지 비즈니스를 주로 B2B 영역에서 했어요. 전 세계 마켓 사이즈를 봐도 60~70%가 B2B에요. 유명 대기업도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B2B 매출이 훨씬 커요.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으로 알려져 있지만, LCD나 반도체 B2B 매출이 상당해요. 심지어 스마트폰도 일반 유통하는 경우도 많지만, 통신사 납품 비중이 어마어마해요. 가전도 호텔과 체인 등에 납품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고요.
리: B2B에 주목하라?
박: 그건 기본이고… 흔히 간과하는 게 ‘고객’과 ‘사용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거에요. 예로 커뮤니티에서 광고한다고 하면 고객은 광고주이지, 일반 사용자가 아니에요. 대개 구독 모델이 아닌 한 사용자와 고객이 일치하지 않거든요. 하루는 한 대표님께 현재 사용자를 좀 잃더라도 돈 되는 고객에 집중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사용성을 해칠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안타깝기도 하고…
리: 무료 고객을 유치한 후, 차후에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케이스도 있지 않나요?
박: 적어도 저는 돈을 벌면서 가는 게 맞다고 봐요. 저도 나름의 비전이 있어요. 하지만 돈을 그냥 까먹는 것과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건 완전히 달라요. 만약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면 투자 자체가 필요 없겠죠.
그게 아니라 해도, BEP 맞추거나 버닝 레이트라도 줄이면 기회라는 건 계속 찾아와요. 그 파도를 건너면서 회사가 성장하는 거고요. 그래서 돈을 버는 건 매우 중요해요. 최소한 망하는 시점을 늦추면, 또 다른 기회를 발견할 수 있고, 자신도 다질 수 있으니…
리: 컴퍼니D에서는 이를 위해 무엇을 도와주고 있나요?
박: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자리를 만들어 주는 거예요. 대표님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도, 그 자원을 제공해 줄 사람이 누군지 잘 몰라요. 물론 사업 구조를 그리는 것도 함께 도와주지만, 당장 매출은 들이댈만한 곳을 연결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제 경우에는 가급적 의사결정이 어느 정도 가능한 분을 소개해 줘요. 밑에서부터 보고하면서 들어가면 시간이 너무 걸리거든요.
리: 역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건 투자겠죠? 그분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는지…
박: 컨설턴트 출신이라서 제일 잘하는 게 정리에요. 만나보면 대표님들이 정말 여러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런데 죽 들어보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일이 완전히 달라요. 본인은 인지를 못 하는데, 이를 정리하고 다양한 옵션을 정리해주죠. 이렇게 대표가 좀 더 쉽게 결정하게끔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에요.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거죠.
리: 그렇다면 그 우선순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죠?
박: 흔히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착하는데, 저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기준의 핵심은 아까 말한 매출이고요. 어차피 사업은 돈을 벌어야만 해요. 1) 해야 하는 일 , 2) 할 수 있는 일, 3)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해야죠. 해야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다들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해요.
리: 하고 싶은 거 하려고 사업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박: 제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 해도, 사업은 이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단계가 있는 거죠.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자꾸 지름길을 찾아요. 그래서 저는 사업은 느리더라도 돈을 벌면서 가는 게 맞다고 하는 거고… 그래서 전 보통 막 시작한 대표님들께 “하고 싶은 일은 회사 다니면서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사업은 그것과 달라야 한다는 거죠.
투자의 기준: 매출이 아닌 ‘팀’을 보는 이유
리: 투자의 기준은 어떻게 되지요?
박: 처음에는 아이템 보고 투자를 많이 했어요. 자기 돈 꽂는 건데 투자자가 돈 될지 판단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죠. 그런데 7년 정도 경험하다 보니 잘 될 거라 생각한 아이템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안 될 것 같은 아이템이 잘 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이후에는 아이템이나 매출 퍼포먼스를 보지 않고 팀, 정확히는 대표를 봐요.
리: 대표의 어떤 점을 보십니까?
박: 여러 가지를 보지만 주로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그 사람이 정직한지, 그리고 두 번째는 신뢰할 수 있는 지예요. 그래서 투자하기 전에 꽤 오랫동안 사람을 봐요. 보통 6개월 이상 이야기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이 사람이 어떤지 알아가죠. 그렇게 조언하고 배워가며 투자를 결정하죠. 어차피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망해요. 그럼에도 함께하는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는 판단이 설 때 투자하죠.
리: 밸류에이션 차이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박: 저는 제가 투자하고 싶은 회사인지를 가장 많이 봐요. 회사가 맘에 드는데 밸류에이션이 높은 경우는, 그냥 제 지분율을 더 낮추고 들어가요. 실제 투자할 때 지분율을 1~3% 정도로만 하고 있어요.
리: 그래도 투자자인데, 너무 낮지 않나요?
박: 저야 5% 정도 되면 좋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후속 투자유치에 이슈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투자한 후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은 회사가 잘 돼야 저도 잘 되는 거예요. 그 이상은 제 욕심이라 생각해요. 배움의 기회이고 함께 사업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1%는 좀 낮다고 생각해서 최소 1.5% 정도는 가져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리: 마지막으로 전설의 관문, 해외진출인데… 이는 어떻게 돕고 있나요?
박: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는 건 창업하는 것만큼 어려워요. 서비스업은 국내에만 있어도 매출이 나오고 유지도 된다고 봐요. 하지만 제품 만드는 사람들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어요. 기술은 더 그렇고요. 라이선스 팔거나 투자받지 못하면 못 버텨요.
리: 리소스가 너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박: 이것도 파트너십으로 해결하려 해요. 해외 좋은 분들과 이야기해서 돕는 거죠. 조만간 해외 조인트벤처나 법인을 설립할 예정인데, 이런 방식을 통해 파트너십으로 해외 진출을 돕고자 해요.
리: 이거 돈 남긴 하나요. 해외에 그런 거 연결하면 품 엄청 들 건데…
박: 제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상담과 멘토링은 무료로 하고 있는데… 해외는 그렇게 안 될 것 같아요. 당장 해외에 사무실을 낸다고 할 때, 버추어 오피스라 해도 사업자 연결해주는 게 무료일 수는 없잖아요. 법인 설립하면 관련된 변호사도 소개해 줘야 하고, 무역하면 여러 절차나 인증받아야 하니까… 해외 나가는 부분은 다 유료 서비스가 될 것 같아요. 저희야 그렇다 치더라도 해외 파트너도 무료로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리: 말씀 나온 김에 정부지원에 대해서도 한 말씀…
박: 정부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데, 저는 창업 1년 뒤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봐요. 일단 1년 동안 각종 시도를 하면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으면서 자생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1년 미만 기업이 매출이 없다면 자본금 까먹으며 경험 쌓고, 이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프로그램 지원하는 게 맞죠.
실제로 1년 이하 대표님들은 에고가 강해서 남의 말 잘 안 들어요. 반면 1년만 지나도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니, 멘토링에도 보람이 생기죠.
리: 그런데 또 그 멘토링이 시간만 때우고 멘토라는 사람들 돈만 받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박: 그것도 골치죠. 저는 그래서 차라리 정부에서 일정 비용을 주고 그 비용으로 시니어를 고용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경우 재무나 전략을 잘하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외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시니어 중에 전문성이 있다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재무나 전략을 봐주고 비용을 드리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하면, 좋은 시니어들이 살아남아서 멘토링 해주며 고용창출도 될 수 있어요. 지금처럼 프로그램 단위로 돌아가면 형식적 멘토링만 남게 돼요.
리: 대기업 출신들이 이를 잘할 수 있을까요?
박: 저도 딜로이트 다닐 때 몇 년 동안 스타트업들을 멘토링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저 스스로를 트레이닝하는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습관이 남아 있어서 지금도 스타트업들을 많이 도와드리려 하는 거고… 아무래도, 대기업 오래 계신 분들이 바로 적용 안 되니까 별도로 트레이닝시킬 시간이 필요하긴 할 거예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1~2년간 대기업 물을 빼면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컴퍼니 D가 바라보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
리: 현업 이야기로 돌아와서… 7년간의 스타트업 투자 성과는 어떠신지요?
박: 매우 조심스러운데… 작년 기준으로 제가 투자한 기업들이 BEP는 넘긴 했어요. 지금껏 절반 정도 기업이 엑싯했어요.
리: 절반이라니… 대단하십니다…
박: 제가 말한 엑싯은 망한 회사 포함해서(…)
리: ……
박: 당연히 망한 회사가 훨씬 많죠. 힘든 와중에 원금 돌려준 회사도 있고, 이익 돌려준 회사도 있고… 어차피 계속 다른 곳에 투자하니까 BEP가 당장 큰 의미는 없겠죠. 솔직히 돌아올 돈 생각하면 메리트가 거의 없어요. 저도 다른 재테크 하지만, 수익률이 5년간 0%면 은행 정기예금만 못 한 거죠. 수익을 보고 투자하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 항상 같이 사업한다는 생각, 옆에서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고 있어요.
리: 엑셀러레이터 쪽은 어떤가요?
박: 엑셀러레이터도 수익을 보고 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돈 많이 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중요하긴 한데… 지금 저희가 함께하는 회사에게는, 일단 망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이러면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느려도 꾸준히 성장하는 길을 함께 찾아요.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고 해도, 매출과 손익이 꾸준히 늘어야 해요. 이 두 가지만 지켜나가도, 그 회사는 언젠가 큰 성장의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원래 스타트업은 성공률이 1~2%에요. 스타트업은 어려운 게 정상인 걸 넘어 98%가 망하는 게 정상이에요. 이건 통계가 이야기하는 거. 3년 뒤 소호 창업 60%가 망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사업은 이게 정상이에요. 망한 자양분을 가지고 다른 기업들이 그 자양분으로 크는 거예요. 실패한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그 자양분으로 다시 채용하거나 그런 사람을 가져올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에요.
리: 한마디로 겨우겨우 먹고사는 것 같은데… 대기업에서 연봉 잘 받다가 억울하지 않습니까?
박: 원래부터 도전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고, 이게 몸에 밴 것 같아요. 회사 들어가기 전 금융결제원에서 인턴을 해서 갈 수 있었는데 IT가 좋아서 삼성으로 갔고… 여기서도 어찌 잘 돼서 그룹 MBA에 선발되어서 MBA도 갔는데, 다시 전략 컨설팅이 하고 싶어서 회사에서 지원받은 돈 물려주고 딜로이트로 갔고… 다시 삼성 갈 때는 모 그룹에서 임원직을 제안받았는데 후배들에게 컨설팅 경험을 돌려주고 싶어서 갔고 다시 또 나와서 스타트업하겠다고 이러고…
리: 다른 직급도 아니고, 무려 임원인데 아깝지 않았습니까(…)
박: 그렇진 않아요. 오히려 다시 들어간 지 1년 만에 나와서 후배들에게 더 많이 알려주지 못한 게 아쉽지… 그래도 지금 스타트업 관련 일이 만족스러워서, 당분간은 계속 매진하고 싶어요.
리: 그래서 지금 대표를 맡고 있는 컴퍼니D의 미래상은…
박: 우리 컴퍼니D 직원 중에서 개인사업 하다 온 친구가 있어요. 대기업들은 보통 회사 밖에서 사업하면 안 된다는 룰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근무시간 외에는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해요. 역으로 저희 회사는 회사에 2년 이상 근속하면 자기 사업을 회사에 제안할 수 있어요. 만약 사업성 있다고 판단되면 회사가 시드 투자를 하는 제도가 있어요. 이처럼 창업하려는 사람을 가장 우선시하는 엑셀러레이팅 회사로 남고 싶어요. 실제 직원들도 사업, 창업해 본 사람 위주로…
리: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미래는 어떻게 보시나요?
박: 90년대 말 벤처 버블이 1세대, 그리고 재작년 정도까지 모바일 열풍이 2세대라 하면 전 2세대도 이제 끝나간다고 봐요. 사실 그간 스타트업 투자가 많이 일어난 건 미국 제로금리 영향이 큰데 미국 금리가 올라가고 있으니 자연히 다른 자산 가치가 오르고 스타트업은 냉각기가 오겠죠. 하지만 이게 식고 다시 달궈졌을 때, 제3의 기회가 올 거라고 봐요.
리: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박: 첫 번째가 지나간 뒤 두 번째 시기가 오기까지 대략 10년 정도 걸렸지만 세상의 변화가 빠른 만큼 5~7년 정도면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때까지 생존한 기업들은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하겠죠. 이 중 준비된 누군가가 또 황금기를 맞이할 거고요.
저도 초보 엑셀러레이터로, 계속해서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많은 파트너들을 돕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때 제가 도움 드리고 함께 한 기업이 잘 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기업이 적게라도 매출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 기획과 테스트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논리만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이죠.
비즈니스를 기획하고자 한다면 타당성을 끊임없이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기획안은 필수적이죠.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방법부터 세련된 기획안을 작성하는 법까지 ㅍㅍㅅㅅ 아카데미가 알려드립니다!
누가 이 강연을 들으면 좋을까요?
-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접하여 응용하고 싶은 분들
- 비즈니스 모델링을 고도화 하고싶은 3년차 직장인
- B2B는 영 막막한 스타트업 경영진, 실무진
이 강연을 들으면 뭐가 좋아지나요?
-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들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사업화를 위한 기본기를 다집니다.
-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사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비지니스 모델을 활용하는지에 대해 배웁니다.
- 사업전략, 비즈니스 모델 및 사업계획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어떠한 형태로 사업계획서가 작성되는지 배웁니다.
강연 일자/장소
- 일시 : 2018년 9월 3일 (월) 오후 7:30 ~ 9:30
- 장소 : 드림플러스 강남(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11 한화생명보험빌딩 지하1층 이벤트홀)
- 강사 : 박성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