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Fair Play). 운동 경기에서 많이 언급되는 영어 단어이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워낙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된 단어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의미하며 일상에서는 ‘공정한 행동,’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 등으로도 표현합니다.
개인적으로 ‘페어플레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스포츠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축구 그리고 국제축구연맹 피파(FIFA)가 먼저 떠오릅니다. 피파는 1997년부터 “My Game is Fair Play”라는 페어플레이 캠페인을 펼치며 피파가 주관하는 전 세계 모든 축구 경기에 페어플레이를 강조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매년 한 주 동안 페어플레이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월드컵 등의 중요한 경기에서 페어플레이상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피파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와 피파 웹사이트의 지속 가능성 페이지를 보면 페어플레이는 피파의 중요한 지속 가능성 전략 중 하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피파는 요제프 제프 블라터(Joseph Sepp Blatter) 회장이 17년이나 장기집권하면서 독단과 부패를 일삼는다는 각계의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2015년에는 피파 수뇌부가 부패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되기도 하는 등 조직 운영과 축구 비즈니스에서는 페어플레이와 거리가 먼 집단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운영과 비즈니스에도 페어플레이 룰이 있다
페어플레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다가 피파라는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부패 스캔들까지 거론한 것은 좀 뜬금없기는 합니다. 그런데 조직 운영과 비즈니스에서도 페어플레이 룰을 만들고 이것을 지키려는 이니셔티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이름하여 페어플레이어클럽(Fair Player Club; FPC)입니다.
페어플레이어클럽은 다국적 기업 지멘스(Siemens)의 후원을 토대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와 국내 정부기관들이 함께 참여하여 2016년에 설립한 이니셔티브로서, 지멘스와 세계은행(World Bank)이 전 세계 24개국에서 추진 중인 ‘지멘스 청렴성 이니셔티브(Siemens Integrity Initiative)’의 한국 프로젝트입니다.
페어플레이어클럽은 ‘시장 경쟁에서 공정하고 깨끗한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공동의 노력(Collective Action)’을 기울이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업종이나 규모, 지역을 막론하고 한국에서 경쟁하는 모든 기업이 법을 준수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통해 비즈니스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실행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래와 같이 벌써 120곳이 넘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공식적인 서약을 통해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아니지만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등 7개 주요 지자체와 기계, 자동차, 전자정보통신, 철도 등 7개 주요 업종을 대표하는 협의회도 함께 서약하여 준법 및 윤리경영 노력을 함께 펼치고 있습니다.
페어플레이어클럽을 통해 조직이 부패를 방지하고 윤리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도구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Fair Player Club 반부패 준법·윤리경영 지침서,’ ‘Fair Player Club 중소기업을 위한 반부패 준법·윤리경영 지침서,’ ‘반부패 리스크 평가 안내서’와 같은 가이드를 만들어 제공하고, 기업의 준법·윤리경영에 관한 세미나와 워크숍도 개최하여 비즈니스에서 페어플레이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기업들에 전해줍니다. 페어플레이 반부패 원칙에 서약하고 페어플레이클럽에 가입하면 조직의 준법·윤리경영 수준을 자가진단할 수 있게 지원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페어플레이가 잘 되고 있을까?
페어플레이어클럽에 대해 살펴보다 보니 문득 한국의 비즈니스에서는 페어플레이가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외의 몇 가지 자료들을 확인해보았습니다.
먼저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매년 국가경쟁력을 평가해서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기업의 윤리적 행위(Ethical Behavior of Firms)’라는 지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우리나라는 ‘기업의 윤리적 행위’ 지표에서 최근 몇 년간 순위가 하락하여 2016년 기준 98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음으로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에서 전 세계 리서치를 통해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176개 국가 중 52위에 그쳤습니다. 최근 수년간 계속 50위권에 머물러 있어 경제 규모에 비해 청렴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전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세계부패바로미터(Global Corruption Barometer; GCB)라는 조사도 진행합니다. 부패인식지수가 기업경영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지표인 반면 세계부패바로미터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는데요, 지난 3월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근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한국투명성기구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뇌물의 경험은 3% 수준으로 매우 낮지만, ‘중요 사회 집단’의 부패 정도에 대한 인식은 아시아태평양 비교 대상국 중 거의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국회의원, 공무원, 지방의회의원, 종교지도자, 기업경영자 집단은 조사 대상 국가 중 부패한 집단이라는 인식에서 각각 1등을 차지했고 대통령과 세무공무원 집단도 한국투명성기구의 ‘최고 부패국’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정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도 정기적으로 부패인식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말에 발표된 2016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과 기업인, 전문가는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우리 사회가 부패했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세 집단의 평균은 10점으로 환산한 부패 인식지수에서 4점 미만으로 평가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국내외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비즈니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페어플레이가 더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계은행이나 G20 반부패 워킹그룹 등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부패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보통 부패로 인해 한 국가 연간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의 2~5% 정도가 줄어든다고 하니, 경제성장률이 3%가 안 되는 우리나라는 부패가 없고 깨끗한 비즈니스 여건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슬로워크도 페어플레이를 지지합니다
슬로워크는 우리나라가 더욱 공정한 사회가 되고 기업들이 깨끗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공정하고 깨끗하게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업이 페어플레이를 할 때 기업도 사회도 장기적으로는 더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슬로워크는 부정청탁방지법을 지지하고, 두 공동대표가 직접 페어플레이어 반부패 원칙에도 서약했습니다.
슬로워크가 어디선가 부패한 모습을 보인다면 따끔하게 지적해주세요. 그리고 슬로워크와 연을 맺고 있는 모든 조직에도 페어플레이를 제안합니다.
원문: 슬로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