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 IT 시장에서 단연 최고의 화두였던 키워드는 O2O(Online Toward Offline) 서비스입니다. O2O는 온라인에서 상품구매가 이루어지고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받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배달부터 숙소, 택시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서 O2O 서비스가 런칭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프라인 인프라를 온라인으로 중계해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입니다. 그중에서도 오프라인 상품의 가격과 퀄리티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사업의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아 각 분야의 O2O 서비스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초기에 시작해 각 영역에서 시장을 장악한 소수의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생긴 지 얼마 안 돼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포화한 O2O 시장에서도 살아남는 서비스는 있습니다. 틈새시장을 노려 흔치 않은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존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해 치열한 O2O 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은 국내 스타트업과 그 전략을 소개합니다.
마이리얼트립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차별화된 여행가이드
- 기존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벗어나 자신만의 인프라를 구축하라
자유여행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숙박, 항공권, 레저 등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들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미 존재하는 오프라인 여행상품들의 가격과 퀄리티를 쉽게 비교해 구매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때문에 많은 서비스가 비슷한 상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행지의 가이드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인데요. 마이리얼트립은 이미 존재하는 가이드 프로그램 외에도 현지 생활하는 사람들과 연계해 차별성 있는 투어상품을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현지의 개인 가이드 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가이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차별성 있고 폭넓은 투어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거죠. 개인의 참여를 통해 기존의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웹진인 비즈니스포스트(Business Post)의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약 350개 글로벌 도시, 6,690개의 가이드 투어를 중개하며 월 거래액은 약 23억 원, 일일 예약 건수는 평균 1,000여 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TLX pass
어디서나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pass
- 오프라인 인프라를 바꿀 수 없다면 인프라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방법을 다양화하라
많은 사람이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센터, 요가, 필라테스 등을 등록합니다. 이와 관련된 O2O 서비스도 많이 나와 있는데요. 대부분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주변 운동센터를 리스트업하고 가격과 리뷰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한정된 인프라를 이용한 서비스는 같은 형태의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중복되는 상품이 많아지고 차별점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하나의 파이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기존 운동센터는 한 센터에서 월 단위 결제를 하고 그곳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장, 이사, 업무시간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한 장소에 매일 나가는 것은 힘듭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용 기간이 끝날 때쯤 돈을 아까워하며 후회합니다.
TLX Pass는 휘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센터들과 네트워크를 맺고 TLX Pass 멤버십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7회권, 15회권, 78회권 등 기간이 아닌 사용 횟수에 따라 결제할 수 있고 종목에 구분 없이 TLX와 네트워크를 맺은 가맹점 어느 곳에서나 운동센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출장으로 지방에 가더라도, 피곤해서 운동을 쉬고 싶은 날도 아무 부담과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장소와 종목의 경계를 허물고 기존의 인프라 이용체계를 폭넓고 자유롭게 만듦으로써 사용자의 불편을 해소한 것입니다.
초반에는 오프라인 인프라의 네트워크 구축이 상당히 어려웠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가맹점이 늘어났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TLX 김혁·강영준 공동대표 인터뷰에 따르면 2017년 1월 기준 사용자 총 30만 명, 전국 가맹점은 3,000여 곳에 이른다고 합니다.
리화이트
동네세탁소와 연결
- 사용자가 아닌 상품 공급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라
O2O 시장에서 세탁 서비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세탁 관련 O2O 서비스들의 경쟁 또한 치열했습니다. 대부분 고객의 집을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하고 대형 세탁공장으로 넘기는 방식입니다. 오프라인에서도 대형 프랜차이즈로 인해 위기에 빠져있는 동네 세탁소에게는 설상가상인 거죠.
온·오프라인 모두 프랜차이즈로 점령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골목상권입니다. 리화이트의 핵심은 골목상권과의 상생입니다. 프랜차이즈에 점령당하고 있는 골목상권과의 연대로 경쟁력을 갖는 것입니다.
소형 세탁소들은 대부분 전산 관리가 미흡합니다. 리화이트는 이를 위해 스마트폰, 태블릿용 세탁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수천 원 정도의 가격에 배급합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맹 계약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동네 세탁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맺어진 네트워크를 리화이트만의 오프라인 인프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리화이트 김현우 대표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가치와 편의도 있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공급자(세탁소) 쪽에서의 변화를 추구합니다. 공급자의 시간 절약을 도와주고 업무 효율을 올려줄 수 있으면 그 가치가 결국 고객에게도 전달될 것입니다.”
조선일보 IT분야 웹진 IT조선 기사에 따르면 2015년 12월 런칭한 리화이트는 빠르게 성장해 1년 만에 신청 세탁물이 6만여 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포화한 O2O 서비스 시장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전략으로 살아남은 3개의 서비스를 살펴보았습니다. 서로 다른 듯하지만 두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오프라인 인프라에 집중합니다. O2O 서비스는 대부분 이미 갖추어진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인프라의 활용을 다양하게 시도하기보다는 웹, 모바일 사용의 편의성, 제공 정보 등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세 서비스 모두 오프라인의 인프라의 다른 접근을 통해 경쟁력을 얻었습니다.
둘째, 작은 단위로 접근합니다. 마이리얼트립은 투어 전문 업체가 아닌 개인을 상품 제공자로 끌어들이며 공급자를 작은 단위로, TLX는 월 단위로 진행되었던 것을 횟수에 따른 결제로 바꾸며 결제 시스템을 작은 단위로, 리화이트 역시 프렌차이즈나 대형공장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골목상권인 동네세탁소의 작은 단위로 접근했습니다.
O2O 서비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서비스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경제 전문가가 O2O 시장의 거품 성장, 레드오션 등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전망을 말합니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힘들지만 그 안에도 해법은 있습니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더 값진 무언가가 나올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O2O 서비스 시장을 넘어, 새롭지만 용기가 필요한 일에 뛰어들어 도전하는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