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며 대부분의 국가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자 나라별로 성장이 지나치게 둔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한국은 재정 상황을 적정하게 유지한다는 일반적인 목표에 덧붙여 미래 예측이 어려운 북한과의 분단ㆍ대치라는 상황 때문에 남들보다 재정 운영을 더욱 보수적으로 유지해 왔다.
따라서 한국은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라는 정책을 편 것은 다른 나라와 같지만, 적극성은 상당히 뒤처진 측면이 있다. 반면에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민간 기업 및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한 정책을 펴 왔다.
세계 교역 둔화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어쩔 수 없이 둔화했지만 한국의 고용률은 당국의 개입 등으로 탄탄하게 유지되고 경제의 활력은 그런대로 유지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률을 높이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생산성이다. 즉, 일할수록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꼭 그런 게 아니어서 문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인구 정체가 예고된 가운데 고령화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어 생산성 개선 없이는 경제성장 동력 유지는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의 비정상적으로 긴 근로시간과 낮은 생산성은 여러 해 동안 지적돼 온 문제다. 이와 관련한 최근 국제통계를 찾아 정리해 보았다.
한국은 강력한 정부 주도 아래 고용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냈다. 그림에서 보듯 OECD 내에서 2007년과 2015년 사이 고용률이 높아진 국가는 16개 정도다. 한국은 여기에 속하며 최근 고용률 수준도 OECD 평균에 가깝다.
한국의 낮은 생산성은 여전히 큰 문제다. 그림은 시간당 부가가치 창출액을 달러 가치로 나타낸 것이다. 한국의 시간당 GDP 창출액은 멕시코, 칠레, 라트비아, 폴란드에 이어 OECD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낮다.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2~3번째로 긴 것을 고려하면 바로 말해 일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1인당 근로시간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고용을 늘리는 것이 전체 생산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 조정 문제와 단기 근로에 대한 관행과 인식 및 제도 개선이라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한국의 더딘 생산성 개선은 오랫동안 지적됐다. 특히 서비스업 생산성 개선이 더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 2000년과 비교해 2016년 현재 제조업의 부가가치노동 생산성은 90% 이상 증가했지만, 서비스업은 40%도 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제조업 생산성도 2011년부터는 정체 상태에 들어섰으며 그것도 최근 2년간은 하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 제조업 생산성 지표의 경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몇몇 대기업, 몇몇 주도 업종에 의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앞에 논의한 내용을 모두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기간에 고용률은 서서히 높아졌지만, 노동생산성은 2011년부터 하락하고 있다. 반면 단위노동비는 2011년부터 빠르게 증가했다.
즉, 노동비는 상승하는데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그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제 경제 정책은 고용률 등 한 두 가지 지표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생산성 제고라는 더욱 어렵지만, 필수적인 과제 쪽으로도 방향을 잡아야 한다.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은 대부분 당연히 근로자들 사이에 인기가 없을 뿐 아니라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
잦은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권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당연히 이런 정책을 미루는 것이 실익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한 두 번의 선거를 의식해 꼭 필요한 정책을 미룬다면 선거에서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선거에 지더라도 해야 할 정책은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원문: 유춘식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