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휴가에서 원대한 국정 운영을 구상하시고 돌아오신 박근혜 대통령께서 신임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을 내정하시었다. 그는 올해 75세로 박정희 정권에서도 활약했으며, 그때의 인연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온 최측근 ‘7인회’의 멤버로도 알려져 있다.
유신헌법의 기초자?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은 1972년 10월 유신의 ‘유신헌법’을 기초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본인은 이를 부인하였으나, 당시 언론은 그가 유신에 미친 공로가 인정되어 “평검사에서 법무부 인권옹호과장으로” 승진했다는 기사를 낸 바 있다.
유신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폐지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뽑으며, 국회의원 1/3 역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하고, 대통령이 헌법 효력까지 일시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권을 가지고, 국회 해산권 및 모든 법관에 대한 임명권을 대통령이 가지는 등 권력을 대통령 1인에게 집중시켰다.
기본권의 제한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했는데, 거주이전의 자유, 주거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통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노동 3권 등을 제한할 수 있었다.
초원복집 모임의 주도자
그의 다른 업적으로는 초원복집 사건을 꼽을 수 있다. 9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김기춘을 비롯하여 부산시장, 부산지방경찰청장, 안기부 부산지부장, 부산 교육감,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이 모여 당시 여당 후보였던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우리가 남이가!”)한 사건이다.
또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의 주도자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탄핵심판에서의 검사 역할인 소추위원을 맡았다. 당시 변호인으로 나선 사람은 지난 대선 야권 후보였던 문재인이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검사
또 그는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에서 검사로 활약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노태우 정권 말기였던 1991년, 노태우 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이에 항의하는 학생과 운동가들이 연달아 분신하며 ‘분신정권’이 조성되던 때다. 당시 김지하 등이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주장했던 일도 유명하다.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으로 있었던 김기설 씨의 분신도 이 때 일어났다. 그런데 그의 유서를 같은 조직의 총무부장으로 있던 강기훈 씨가 대필하여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가 불거졌고, 결국 강기훈은 대법원에서 형을 선고받았다. 김기춘은 이 사건에서 9명의 검사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이 일은 당시 운동권 학생들이 정권 비판을 위해 죽음마저 방조하고 이용한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강기훈은 이후로도 당시 필적감정이 허위로 이루어졌다고 잇따라 주장했으나, 그의 주장은 계속 기각될 뿐.
그러나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국과수에 필적감정을 재의뢰한 결과, 91년 당시의 감정 결과가 뒤집혔으며, 이에 위원회는 국가의 사과와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검찰은 반발했으나 결국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졌고 2013년 들어 재심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강기훈 씨의 부모는 이미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강기훈 씨 본인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알려졌다.
현대사의 산 증인 김기춘의 임명을 환영한다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에게는 초원복집 사건에서의 지역감정 조장, 유신헌법을 기초했다는 의혹,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검사로 활약했다는 점 등 흠결이 있다. 그러나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을 뿐 아니라 부녀 대통령을 보필하게 되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비서실장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조건이다.
또 매경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시원공익재단이사장과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를 역임하는 등 사회활동을 하며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이라고 한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점에서 최적의 인사인데, 야구까지 잘 안다니 이보다 더 훌륭한 비서실장은 다시 없을 것이다.
이에 ㅍㅍㅅㅅ는 공식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할 새 사람으로서 신임 비서실장에 김기춘 씨가 임명된 것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의사를 밝히는 바이다. 부디 앞으로 남은 박근혜 대통령의 치세 동안 그가 활약했던 유신 시대나 노태우 정권 말기, 탄핵 정국, 초원복집 정국 등과 같은 태평성대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