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er Raises $3.5 Billion From Saudi Arabia
CNN을 보다가 위와 같은 뉴스를 들었다고 하자. 우버가 펀딩을 받은 건 알겠고 뉴스에도 나왔으니까 많이 받은 것 같기는 한데, 3.5 빌리언(billion) 달러는 빨리 계산이 되지 않는다. 여러분이 나와 같다면 아마 이렇게 계산할 것이다. 빌리언이 10억이니까 3.5를 곱하면 35억이고 거기에 1,000을 곱하면 3.5조 원… 헉 진짜 많이 받았네? 환율이 1,150쯤 하니까 대략 4조가 넘는 거네. 이렇게 계산하고 나면 이미 다음 뉴스가 나오고 있을 것이다.
영미권에선 한국에서 쓰지 않는 밀리언(million, 100만)과 빌리언(billion, 10억)을 자주 쓴다. 금융, 수학, 부동산, 경제, 투자 등의 주제를 마주친다면 어김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녀석들이다. 시험에 나오지 않아 항상 뒷전이었던 이 녀석들을 이제는 정복해 보기로 했다.
영어 숫자를 한국 숫자로
영미권 숫자 읽기가 헷갈리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끊어 읽는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만 단위, 그러니까 0을 네 개씩 끊어 읽는 반면 영어는 천 단위, 0을 세 개씩 끊는다.
사실 콤마(,)를 천 단위마다 찍으니까 영어가 더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콤마가 두 개 찍혀 있으면 밀리언, 세 개면 빌리언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로) 쓸 때는 천 단위로 콤마를 찍는데 읽을 때는 만 단위로 읽기 때문에 헷갈린다. 그러니 쓰기와 읽기가 동일한 영어식으로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영어 숫자 단위인 사우전드(thousand, 1,000), 밀리언, 빌리언을 한국 숫자로 매칭해보자.
얼핏 봐서는 규칙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없다… 이 셋은 가장 기본 단위이므로 그냥 외워야 한다. 금융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평소에 큰 숫자 단위를 볼 일이 별로 없으므로 (통장 잔고가 원래 많은 금수저는 제외) 이것 자체도 좀 헷갈릴 것이다.
큰 숫자와 친숙해지기 위해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구글에 ‘미국 인구’를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318.9밀리언 명이라… 자, 우리는 이제 1밀리언이 100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 300밀리언은 3억이다. 따라서 미국 인구는 약 3억 2,000만이다.
이렇게 돈이 아닌 단순한 숫자 변환은 몇 번만 연습하다 보면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의 변환이다. 달러를 원화로 변환하려면 약 1,000을 곱해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를 원화로
달러를 원화로 변환하기 전에 알고 넘어가면 좋은 것이 있다. 보통 사우전드가 넘어가면 0이 많아서 헷갈릴 뿐만 아니라 길이도 길어지기 때문에 여러 0 대신 끝에 알파벳을 붙인다. 예를 들어 1사우전드는 1K, 1밀리언은 1M, 1빌리언은 1B 같은 식이다. 소문자로 써도 상관없다. 천의 경우는 T가 아닌 K를 사용하는데 SI 단위 접두어인 킬로(Kilo)에서 왔다고 한다. 1K는 ‘원 케이’라고 읽는다.
자, 그럼 우버의 펀딩보다 우리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연봉을 예시를 들어보자. 당신이 미국으로 취직하게 되었다고 하자. 인사 담당자가 10만 달러를 제시했다. 바로 감이 오는가? 아마 어렵게 원화로 변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국에선 보통 연봉을 10만 달러라고 하지 않고 100k라고 표기한다. 그럼 아래 도표를 참고해서 변환해보자.
10만 달러는 두 번째 녹색 선 위에 있는데, 우측으로 따라가 보면 원화로 ‘일억’이다. 따라서 당신은 연봉 1억을 제시받은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요즘 환율인 1,150원으로 계산하면 약 1억 1,500만 원이 된다. 그럼 8만 달러는 얼마일까? 약 9,000만 원 정도 된다.
사실 글을 쓰면서 뭔가 더 쉬운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위의 도표를 만든 것이 최대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글을 쓰면서 ‘더 좋은 생각이 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나는 저 도표를 머리에 이미지로 넣을 생각이다.
원화를 달러로
반대로 원화를 달러로 변환해보자.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돈과 관련된 얘기가 나온다. 가령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1등 상금이 얼마야?” 혹은 “서울 집값이 얼마야?” 등이다. 나는 당황스런 숫자 등장에 땀을 흘리고 있는데 상대방은 몹시 궁금한 얼굴로 내 눈을 쳐다본다. 계속 쳐다보지 말라고 계산 안 되니까… 사실 원화를 달러로 변환하는 게 좀 더 어렵다.
스타크래프트 대회 일등이 1억 원이라고 쳐보자. 그럼 달러로는 얼마인가? 10억이 1빌리언이었으니까 1억은 100밀리언이다. 그렇다. “스타크래프트 대회 상금은 100밀리언 달러야”라고 말해주면 된다.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는 달러로 변환하기 위해 다시 1,000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러면 0.1 밀리언 달러가 된다. 물론 10만(one hundred thousand) 달러라고 말해도 무방하지만 변환이 약간 더 복잡해진다.
그럼 서울 집값도 변환해보자. 강남 집값이 15억 원이라고 하자. 그럼 1.5빌리언에서 1,000을 나눈다. 그럼 영어로는 단위만 바꿔주면 된다. 최종적으로 1.5밀리언 달러가 되는 것이다.
자, 이제 상대방은 놀라며 자기가 온 도시의 집값을 달러로 말할 것이다. 들을 준비가 되었는가?
마치며
외국인과 대화하다가 숫자만 나오면 약해졌다. 언젠가는 이를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까 하여 글로 옮겨 적었다. 구글링으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방법을 아는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David Lee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