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회원으로 있는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새언론포럼 등이 동아투위 결성 42주년을 맞아 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했다. 기록으로 남긴다.
박정희·박근혜에 부역한 언론인들 심판하자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2주년을 맞아
지금부터 42년 전인 1975년 3월 17일, 이슬비가 내리던 새벽에 몽둥이와 쇠파이프를 든 폭도 2백여명이 대량 부당해직에 항의하는 뜻으로 농성과 단식을 통해 제작을 거부하던 동아일보사의 기자들과 동아방송의 피디, 아나운서, 기술인 등 113명을 거리로 몰아냈다.
그런 만행을 저지르게 한 ‘주범’은 당시 대통령 박정희와 동아일보사 사장 김상만이었다. 폭력에 밀려 쫓겨난 언론인들이 바로 그날 오후에 결성한 조직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였다.
그때 그 어떤 신문이나 방송도 그런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언론사 사주들과 제작간부들이 유신독재자 박정희의 ‘충복’이 되어 그를 찬양하는 데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년 7개월 뒤인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비명횡사하기까지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은 독재자를 신성한 존재처럼 떠받들기에 바빴다.
권력자에 대한 언론인들의 부역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탈취한 전두환의 ‘신군부’가 이듬해 5월 광주 일원에서 시민들을 무차별 살상하던 때, 전국의 신문·방송·통신사에서 제작거부투쟁이 계속되던 기간에도 경영진과 편집·제작 간부 대다수는 오히려 젊은 언론인들의 용감한 저항을 방해하거나 탄압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전두환을 영웅화하는 데 앞장섬으로써 결과적으로 유신독재가 군사독재로 되살아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박정희 정권 시기의 잔혹한 언론 탄압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2012년 12월 새로운 재앙에 부닥치게 되었다.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유신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전임자인 이명박이 굳혀 놓은 공영방송의 ‘낙하산사장 체제’를 더 교활하게 악용하면서 KBS, MBC, YTN을 ‘사영(私營)방송’처럼 지배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뒤 그 방송매체들은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호소와 요구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보다는 참사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를 비호하고 감싸기에 급급했다.
박근혜는 그때부터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무능하고 독선적인 데다 지도자의 자질을 전혀 갖추지 못한 그는 부역언론인들의 감언이설에 도취되어 결국 파멸의 길로 치달았다. 그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9월 하순 본격적으로 터진 ‘최순실 게이트’였다.
명색이 ‘국가원수’라는 인물이 일개 자연인에 불과한 최순실을 ‘상왕’처럼 모시면서 ‘허수아비 여왕’ 노릇을 한 증거가 셀 수도 없이 많이 드러났는데도 MBC와 KBS는 ‘국정농단’의 실상을 단신으로 다루거나 아예 묵살했고, 심지어는 왜곡하기까지 했다.
그런 부역행위에 대해 두 회사의 노동조합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나 MBC와 KBS 상층부의 부역자들은 적반하장으로 공정방송과 자유언론을 외치는 사원들의 소리를 묵살하고 인사권과 징계권을 남용해 보복을 가했다. 그 결과는 무엇이었나? 부역언론인들은 파국을 향해 달리는 박근혜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한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그가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을 당하게 하는 데서 가장 핵심적인 ‘도우미’가 되고 말았다.
박근혜가 헌재에서 대통령직을 박탈당할 것이 명백해 보이던 지난 2월 ‘여당 추천의 부역자들’이 지배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노조와 다수 사원들이 필사적으로 반대하던 부역 언론인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온 세계가 경탄하는 ‘촛불혁명’에 참여한 연인원 1600만여명이 박근혜를 ‘식물대통령’으로 만들고 마침내 청와대에서 몰아냈는데도 KBS와 MBC의 부역자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라. 당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는 절대권력이 아니라 거센 바람 앞에 놓인 촛불에 지나지 않는다. 오는 5월 9일의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평화체제’를 지향하는 정권이 들어선다면 ‘박근혜 부역언론인들’은 청산 대상 최우선순위에 오를 것이다.
만약 그 정권이 부역자 심판을 망설이거나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인다면,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가맹단체들은 ‘명예혁명’의 주역인 시민들과 함께 광장에서 다시 촛불을 들고 권력과 부역언론인들의 야합을 강력히 규탄할 것이다.
지난 42년 동안 동아투위 위원 113명 가운데 26명이 세상을 떠났다. 정보수사기관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옥살이를 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다 얻은 난치병 때문에 운명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오늘 우리는 그분들의 영령 앞에 엄숙히 다짐한다. ‘박정희에게 부역한 언론인들이라면 고인이든 생존자이든 가릴 것 없이 엄중한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성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최성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박효종, KBS 이사장 이인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영주, KBS 사장 고대영, MBC 당시 사장 안광한, YTN 전 사장 배석규, 연합뉴스 사장 박노황, MBC 당시 미래전략본부장 백종문(현 부사장)을 ‘10대 언론 부역자’로 꼽은 바 있다.
우리는 앞으로 그들 말고도, 박정희 정권 이래 지금까지 권력에 아부하거나 기생하면서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파괴하는 데 앞장선 부역자들을 낱낱이 가려내어 다양한 방법으로 심판대에 올릴 것을 굳게 다짐한다.
2017년 3월 17일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한국PD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언론위원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상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