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민생만을 챙기며 서민들에게 은총을 내리시기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박근혜 후보. 선거 유세 기간 중 매일같이 만나는 사람들과 악수를 하다 결국은 손이 붓는 불상사가 생겼다고 한다. 손에 붕대를 감고 살살 잡아달라 양해를 구하며 악수를 하거나, 악수를 하려는 시민들을 보좌관들이 막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얼마 전 크게 이슈가 되었던 박근혜 후보의 악수 거부 사진. 사실 이 사진은 앞뒤 정황이 삭제된 채 보도된 경향이 없지 않다. 박근혜 후보와 악수하고 싶어 열성적으로 달려드는(?) 시민을 보좌관이 막아섰다가, 왼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던 박근혜 후보가 물건을 오른손으로 옮기고 가볍게 시민의 손을 잡아 주는 상황인데, 순간의 장면을 포착하여 악수 거부라 보도가 되었다. 동영상에서 캡쳐한 아래 장면을 보면 악수를 거부했다는 것 자체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이 사건은 오해라고 짚고 넘어가고, 근본적 이슈인 박근혜 후보의 악수 붕대 투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본업이 의사이다 보니 저런 붕대 투혼 어쩌고 하는 걸 보면 거부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자식이 맘에 안드는 사위나 며느리감 데려오면 흰 띠를 머리에 두르고 드러눕는 꼴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아주 객관적인 입장에서, 의사로서 의학적 관점에서 박근혜 후보의 붕대 투혼에 대해서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선거 유세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과 악수를 하다 보면 당연히 손이 아플 수 있다. 몸의 특정 부위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그것이 아무리 단순한 행동이어도 관절에 무리가 가고 근육에 젖산이 쌓이면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누구인가. 스물 여덟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스물 둘과 스물 여섯의 어린 동생들과 살아가기가 막막하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 금고 속에서 몰래 꺼내 준 쌈짓돈 6억원을 받아 근근이 살았고, 정수장학회에서 받은 푼돈의 억대 연봉으로 또 지금까지 검소하게 살았던 바로 그 박근혜 아닌가. 이런 그녀를 불쌍히 여기는 선량한 시민분들이 우리나라에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 시민분들이 박근혜 후보를 눈앞에서 본다면 측은지심에 안구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를 것이며, 비루관을 통해 눈물이 비강으로 유입되면서 코끝이 찡해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불쌍한 박근혜 후보의 손이라도 어루만져주며 그동안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자연히 악수할 때 손에 힘이 들어가서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힘찬 악수를 시전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 손도 붓고 심지어는 멍도 들 수 있다. 이러다 보면 박근혜 후보는 손이 아파올 것이고, 악수는 하기 싫어지는데 나 뽑아 달라고 유세는 해야겠고, 어떻게든 악수는 피하거나 살살 해줬으면 바람이 솔솔 피어오를… 지도 모른다.
솔직히 박정희 전대통령은 반인반신이지만 박근혜 후보는 쿼터(?)가 아닌가! 인간에 훨씬 가까운 존재인 만큼 악수 정도로도 손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본인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유세를 다니면서도, 손아귀 힘이 세 보이는 시민이 악수를 청하기라도 하면, 일단은 보좌관이 충성심을 발휘해 막아도 보고, 그래서 시민이 물러서면 땡큐소머치, 그 1차 방어벽을 뚫고 돌진이라도 하면, 속으로는 짜증이 나도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며 내 손은 아프다는 시위를 해 보이고, 그럼 또 착한 시민은 “워쩌, 손을 다치신건가유? 워쩐디야…” 하며 악수를 살살 하거나 아예 피하게 될 것이고, 악수를 하고 싶기는 한데 붕대 감긴 박 후보의 손을 보며 머뭇머뭇하는 시민이 있다면, 이번엔 박근혜 후보가 먼저 나서 손을 사알짝 잡아주면 시민은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지며 임팩트! 게임오버! … 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에고 숨찬다.
하지만 선량한 박근혜 지지자들은 쿼터신 근혜찡이 이런 삿된 생각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재래시장에서 상인들과 정성스레 악수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 ‘이 같은 자신의 악수 노하우를 정치 신인에게 전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 ‘대구 서문시장의 한 식당에서 윤재옥(달서을) 후보의 손을 잡으면서 “눈은 악수하는 동안 마주하도록 하고, 급하더라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는 등 다양한 근거가 마련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럼 박근혜 후보가 유세 중인데도 불구하고 악수를 피해야 할 정도로 손이 정말 아프다고 가정을 해보고, 그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 분석을 해 보자.
첫째, 관절염일 가능성
박근혜 후보의 나이를 고려해 볼 때 아예 불가능한 가정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에게 흔하게 오는 관절염으로 퇴행성 관절염이나 류마티스 관절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에 먼저 오는 경우가 많은데, 손까지 병이 진행되었다면 무릎은 이미 심각한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의 우아한 프린세스 라이프를 고려해 보면, 이제까지 이 병이 걸릴 정도로 서 있거나 걸어 다녔다거나 하는 것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데다가, 만약 무릎 관절염으로 인해 통증이 있을 정도라면 워낙 통증이 심해 유세하는 동안에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일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도 그렇고 퇴행성 관절염도 관절의 변형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 후보의 손은 나이에 비해 매끈하고 고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관절염을 가진 손으로 악수를 하다가 통증이 악화되었거나 했을 가능성은 낮다.
둘째, 수근관 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일 가능성
의학용어로 ‘수근관증후군’ 혹은 ‘손목터널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이라고 불리는 손저림증은 손목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주변 구조물에 눌려서 오는 증상이다. 초기에는 손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난 후에 주로 손이 저리거나 아픈 증상이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나면 엄지와 손목 사이의 두툼한 근육이 위축되어 쥐거나 물건을 잡는 힘이 약해진다.
알다시피 이 병은 컴퓨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나 집안일을 과도하게 하는 주부들에게 잘 발생한다. 평소 수첩을 사랑하시는 아날로그 스타일의 근혜 공주님이 컴퓨터를 많이 쓰실 것 같지는 않고, ‘물은 셀프’ 정도의 집안일밖에 하시지 않을 근혜 공주님이 수근관 증후군을 가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면 악수를 너무 많이 해서 이 병이 생긴 건 아닐까?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손을 너무 세게 잡아서 통증이 심해졌음을 호소하는 것을 볼 때, 역지사지의 정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의의 응집체 박 후보가 남의 손을 그리 세게 쥘 리가 없다. 게다가 오히려 느슨하게 ‘오른손은 얹을 뿐’ 전법의 악수를 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었음을 고려해 보면 수근관 증후군의 가능성은 제외해도 될 것 같다.
셋째, 어깨ㆍ손증후군 (shoulder-hand syndrome) 일 가능성
어깨관절과 손(손관절ㆍ손가락을 포함해서)의 통증, 관절구축 및 특이한 순환장애가 주요 징후이며, 그 원인질환으로서는 뇌혈관장애, 경추증, 심근경색, 외상 등을 들 수 있다. 원인은 교감신경의 이상 흥분상태로 생각된다. 만약 이 병이라면… 박근혜 후보는 즉시 유세를 중단하고 요양을 떠나 치료에 집중하길 바랄 뿐이다.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악수로 지친 자신의 손 대신, 고단한 시민들의 삶의 생채기에 따뜻하게 붕대를 감아줄 수 있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