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는 참 흥미롭다. 이직이 비일비재하고 각종 야근은 기본인 데다가 광고주라는 하늘과도 같은 존재(줄여서 ‘주님’이라 부른다)를 섬겨야 하는 굉장히 겸손한 업계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타 업종에 비해서) 수많은 사람이 광고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많은 대학생이 이 업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나 역시 현재 업계에 종사하는 광고장이에 비교하면 아는 것이라고는 쥐 눈곱만큼인지라 대충 아무 말이나 끄적이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광고’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쉬지 않고 공부해왔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관련 책부터 닥치는 대로 읽는 구닥다리 같은 습관이 있는데, 이 습관 덕에 광고업계에 다년간 종사해보지 않고도, 정확히는 직원 4명짜리 조그만 디지털광고회사를 창업해 1년 운영해보고도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광고장이들을 많이 만나 오랜 시간 얘기해보고 근무처로 직접 방문해서 그들의 깊은 (한숨만 나온다) 고민도 들어보고 유명 광고인들의 강의를 통해 알게 된 인사이트도 많았지만, 알짜배기 지식과 통찰은 광고인들이 직접 쓴 책을 통해서 얻게 된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광고를 얘기할 때 박웅현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광고 제작 총괄대표)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현대카드, 대림산업, 풀무원, SK 등 수많은 브랜드를 광고한 대한민국 대표 광고인이다. 플레이그라운드 김홍탁 CCO도 빼놓을 수 없다. 5,000만 국민에게 아는 광고회사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답할 제일기획에서 ECD로 있다가 사임하고 새로운 형태의 컨소시엄을 준비 중인 김홍탁 CCO도 제일기획 시절 CJ, 삼성전자, 삼성생명, 던킨도너츠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담당했다.
깐느나 원쇼 같은 국제 광고제에서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던 ‘천재’ 광고인 박서원 오리콤 CCO도 있다. 일화가 얼마나 유명하면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광고천재” 이제석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엘라스틴 했어요~” “당신의 삶에 LG가 많아진다는 것은~”등 카피만 들어도 광고가 보이는 캠페인을 총괄한 HS애드 이현종 ECD도, 한국 대기업 구조상 독립대행사가 성공하기 힘든 환경에서 맨손으로 창업해 연 매출 100억이 넘는 유쾌한 디지털광고대행사 이노레드를 창업한 박현우 대표도 있다.
나는 이들이 쓴 책들을 모두 읽어봤다. 그들의 책을 통해서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엿보고, 같이 고민하고, 그들의 꿈을 함께 꿀 수 있었다. 또한 광고업계의 미래와 대한민국 광고인으로서 필요한 자질 등을 공부할 수 있었다. 다음은 대한민국에서 광고인으로 살아가고자 목표하는 사람, 혹은 광고에 대해 알기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이다.
1. 박웅현,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고인, TBWA코리아 박웅현 ECD의 베스트 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박웅현 ECD가 평소 사색에 잠겨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이 그가 만드는 광고로 탄생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을 향합니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등 그가 탄생시킨 광고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경험할 수 있다. 그의 창의성과 소통 능력, 그리고 그가 갖는 통찰의 원천은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찾을 수 없다.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사람이든, AE를 꿈꾸는 사람이든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책.
2. 김홍탁, 『디지털 놀이터』
지난 15년간 빠르게 변화해온 디지털 광고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책. 제일기획에서 제작해왔던 광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 등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광고의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광고업계가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김홍탁 마스터의 비전을 읽어낼 수 있다. 크로스 플랫폼(Cross platform), 큐레이션(curation), 인터랙티브(interactive), 소셜 무비(social movie), 바이럴(viral) 등 10년 전만 해도 아예 쓰이질 않았던 단어들이 이제는 모든 광고인의 입에 달린 지금, 예비 광고인과 광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지식을 배울 수 있다.
3. 이현종, 『심 스틸러』
나는 광고회사가 더 큰 용광로가 되기를 원한다. 여러 분야의 아이디어와 콘텐츠들이 그곳에서 밤마다 거친 숨을 쉬어대며 살을 섞고 비명을 질러대길 희망한다. 그리고 더 많은 꿈들이 광고와 손을 잡기를 희망하며 그곳에서 더 많은 웃음소리가 넘실대기를 희망한다. 광고처럼 재미있는 일은 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기를 희망한다. 재능 있는 많은 젊은이가 광고를 꿈꾸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광고회사를 너도나도 차려 먼 훗날 그들의 이름이 전설이 되기를 희망한다.
- 『심 스틸러』 에필로그 중
매체국으로 입사해서 ‘세상에 이렇게 날로 먹을 수 있는 직업이 있다니’라며 카피라이터가 된 광고장이 이현종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다. 엘라스틴, 프로스펙스, 이자녹스 등의 브랜드를 광고하며 일어난 일, 느낀 점이나 생각, 만난 사람 등을 카피라이터의 관점에서 썼다. 일기처럼 굉장히 개인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로 썼기에 다른 책보다 더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
4. 박서원, 『생각하는 미친놈』
뉴욕에서 SVA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광고 에이전시, 빅앤트 인터내셔널 박서원 오리콤 CCO의 창업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광고천재’로 유명한 이제석 씨도 한때 박서원 CCO와 함께 일했는데, 박서원 대표 역시 빅앤트를 통해 상이란 상은 휩쓸고 다니며 광고계에 이름 석 자를 정면으로 알렸다. 이 책에서는 박서원 CCO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 그 크리에이티브를 발상해내는 방법 등을 이야기한다.
5. 이제석, 『광고천재 이제석』
사실 논란이 많은 광고인이기도 하다. 광고라는 게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몇만 개씩 쏟아져 나오는 홍수다 보니 그 안에서 표절 시비나 논란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걸 떠나 이제석 씨의 크리에이티브는 절대 만만하게 볼 능력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스펙 한 줄 없는 이력서로 어떻게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는지, 어떻게 JWT의 인턴 자리를 얻을 수 있었는지, 그 대단한 크리에이티브는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바로 이 책으로 알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특히 시각적인 요소를 담당하는 아트디렉터나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물론 기획이나 전략, 매체 등 광고의 다양한 분야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책 자체는 전략이나 기획 쪽보다는 비주얼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6. 박현우, 『이노버스, 유쾌한 도전』
이노레드 박현우 대표의 『이노버스, 유쾌한 도전』은 현재 이노레드로 알려진 디지털 광고대행사의 ‘이노버스’ 시절 이야기다. 디지털 광고회사는 주로 기술을 접목한 인터랙티브 광고나 아웃도어, 바이럴 마케팅, IMC캠페인 등을 수행한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국제 디지털 광고회사는 R/GA, Razorfish, AKQA, Huge 등이 있으며, 이노레드는 한국 포스트비주얼과 함께 ‘디지털 광고’하면 떠오르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스니커즈 광고를 제작한 회사가 바로 이노레드다.
7. 김민철, 『우리 회의나 할까?』
TBWA코리아와 박웅현의 크리에이티브 팀의 회의 프로세스를 기록한 회의록. 광고보다는 회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그 회의의 주제는 광고다. TBWA코리아의 회의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어떻게 박웅현 ECD와 그가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팀이 “진심이 짓는다”와 같은 대단한 광고를 만들어 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광고회사 사람들의 사고 구조나 프로세스를 알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