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사람 입장으로 정치인들 사진을 자주 보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박근혜의 사진을 보고 여러 생각이 떠올라 글을 쓴다.
우선 이 사진은 구도상으로도 그다지 좋은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간이 너무 많아서 공간을 찍은 건지, 인물을 찍은 건지, 영 각이 잡히지 않는다. 굳이 표현하자면 박근혜의 마음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일단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힘든 사진이다.
하지만 이 사진이 더 좋지 않은 건 너무 ‘컨셉’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프로필 사진, 화보 촬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지만, 모델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 언제나 ‘자연스러움’이다. 물론 박근혜는 ‘피사체’로서 일반인이라, 저런 딱딱함이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은 두 분이 있으니 바로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들이다.
이 사진은 나에게 꽤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인물 중심적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구도가 좋다. 또 이 사진의 배경인 낙엽을 보면 해석을 달리할 여지가 있다. 낙엽으로 떨어지는 권력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애초에 컨셉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자연스러움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도 이 사진의 미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포즈는 매우 어색하기 그지 없는데, 사람이 걷는 동작을 포착하면 자연스럽게 팔다리가 좀 장애가 있는 것처럼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담겨 있다는 게 이 사진이 사람의 눈길을 끄는 이유이다.
이명박은 특히 대단한 게… 모델을 촬영하면 그들의 ‘능력’을 금방 알 수 있다. 일반인은 A를 보여달라고 하면 A도 잘 보여주지 못한다. 뛰어난 모델들은 B, 혹은 C까지도 풀어준다. 그런데 이명박은 포토그래퍼가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B, C, 나아가 D까지도 표현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이 사진이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것이 바로 그 근거다. ‘허세명박’이라 하지만 이 사진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건 이명박 특유의 ‘카리스마’ 덕일 것이다. 이건 정말 모델의 ‘감각’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은 어떨까? 아마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가장 잘 나온 사진이라 생각한다. 일단 노무현의 표정이 좋고 구도도 깔끔하다. 다만 아쉬움이라면 포토그래퍼가 긴 시간 원하는 느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찍었다는 느낌이 있다. 물론 이 때문에 대중에게 회자되는 멋진 사진이 나왔겠지만, 너무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상쇄시킨 아쉬움이 있다.
정리하자면 세 사진 모두 피사체, 그 사람을 잘 표현하고 있다. TV를 봐도 노무현과 이명박은 자연스러운데 반해, 박근혜는 딱딱하고 어색해 보일 때가 많다. 나는 포토그래퍼로 산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카데믹한 사진학을 배운 사람이 아니다. 그저 도제식으로 배우고 감각으로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델을 찍는 게 뭐가 그리 자연스러운 사진이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자연스럽게 주변과 동화된다. 포토그래퍼의 연출 지시에 ‘따르는’ 게 아니라, ‘녹아든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과 노무현은 정말 타고난 모델이 아닐까 한다. 포스터에서조차 자연스럽게 웃지 못하는 박근혜와 대비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