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9일 자 한경 비즈니스 ‘한경 Biz-School’이라는 컬럼에 ‘데이터 통한 의사결정, 매출 5~6% 증대 효과‘라는 눈길을 끄는 기고글이 실렸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 김진철 공학박사가 게재한 이 컬럼에는 하기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우리는 데이터를 절대 버리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데이터가 상품이나 서비스로 언제 중요해질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소한 데이터라도 대량으로 취합하고 분석하면 의미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 시대의 핵심 자원은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다. 미래의 데이터는 일종의 생산자원이며 미래의 생산력은 바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팅 능력에 달려 있다.”
- 마윈 알리바바 회장
그렇다. 우리는 이미 데이터로 돈을 버는 데이터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말해주듯 세계 최대 e커머스업체인 중국 알리바바는 지난 4월 12일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즈다를 인수했다. 알리바바의 목표는 단순한 매출 증대가 아니다. 매일 자사에서 발생하는 6,000만 건의 상거래를 통해 공급자-소비자와 관련된 엄청난 데이터를 얻는다. 라즈다 인수로 아시아의 생산-유통-소비 데이터를 자본으로 축적해 새로운 부를 창조하려는 것이다.
2015년 2월 18일 백악관은 패틸 박사를 미국 행정부의 수석데이터과학자(chief data scientist, CDS)로 임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생산하고 관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을 수립하는 데 조언한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축적된 데이터를 미래 자본으로 활용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데이터 자본주의와 마이크로 데이터의 부상
이 칼럼에서 강조하는 것은 한마디로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이 데이터 중심의 ‘데이터 자본주의(Data Capitalism)’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로 돈을 번다’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데이터를 소유한 기업이 모든 것을 지배(Winner Take All)’하는 개념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 트렌드 리포트(The Internet Trend Report)’로 유명세를 떨친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VC 메리 미커(Mary Meeker) KPCB 파트너는 2016년 그의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서 ‘마이크로 데이터-드라이븐 인게이지먼트(Micro Data-Driven Engagement)’라는 신선한(?) 용어를 사용하기에 이른다. 한국말로 굳이 의역하자면 ‘고객의 정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1:1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마이크로 데이터-드라이븐 인게이지먼트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미국 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성 패션 커머스 기업인 스티치픽스(Stitch Fix)를 사례로 들고 있다. 스티치픽스는 ‘고객의 정제된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이 개인화(Personalization)하고, 스타일리스트가 개입해 다시 큐레이션한 다음,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아,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특화된 데이터를 재수집(Feedback)’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메리 미커는 “스티치픽스는 마치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콘텐츠 탐색을 위한 알고리즘을 패션에 적용한 사례”라고 이야기하며, 개별 고객별로 차별적인 패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드라이븐 온보딩 프로세스(Data-Driven Onboarding Process)’를 개발한 매우 유니크한 사례라고 강조한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티치픽스는 다른 패션 커머스처럼 상품의 카탈로그나 디스플레이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자사가 개발한 온보딩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의 선호·스타일·행동 등 3가지 카테고리의 이해하기 쉬운 질문과 답변 내역, 미국 여성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핀터레스트 프로필(Pinterest Profile)을 API 연동을 통해 확보한 가입자 프로필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분석해 각 개별 여성 가입자별로 선호할 만한 5가지 의류를 즉각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여성 고객이 쇼핑몰에서 의류를 구매하기 위해 평균 30분 이상의 탐색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결국 그렇게 해서 구매한 의류의 반품률이 15% 수준에 달하는 문제점을 스티치픽스는 상기와 같은 과정으로 탐색비용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CAO의 등장
메리 미커가 지적한 ‘마이크로 데이터’는 데이터의 용량이나 크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마이크로 데이터는 고객의 취향-성향-프로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온보딩 프로세스의 개입,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제공하는 API의 연동을 통해 확보되고 수집된 고객의 정제된 데이터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 데이터는 과거에 기업이 수집했던 고객 데이터와 성질이 전혀 다른 데이터이다.
스티치픽스의 경우 이러한 고객과 관련된 마이크로 데이터를 집요하게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마치 버틀러(집사) 같은 컨시어지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의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CTO가 아닌 CAO(Chief Algorithm Officer)를 고용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 개발을 담당했던 인력들을 대거 고용한 것이다. 새로운 직종군의 부상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퍼스널 데이터(Personal Data)’의 개념은 완전히 새롭게 재규정될 것이다. 지금까지 고객의 개별 고객 데이터라 함은 오프라인에 기반 둔 물리성의 세상에서 고객의 동의 하에 고객이 제공하는 데이터로 대부분이 개인정보 및 결제 관련 데이터였다.
그러나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이 퍼베이시브 SW-인프라스트럭처(Pervasive SW-Infrastructure) 환경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져 데이터 분석역량이 강화되면, 기존의 과거지향적인 고객의 개별 데이터와 완전히 다른, 미래지향적인 고객의 개별 데이터 확보가 중요해진다. 퍼베이시브(Pervasive)란 ‘어디에나 있는, 만연한’의 의미로 퍼베이시브 SW는 ‘SaaS와 같이 언제 어디서나 빌려 쓰는 개념으로 SW가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에 따라 데이터 스토리지 또한 가격이 싸지고 IaaS와 같이 빌려 쓰는 개념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미래지향적인 데이터란 스티치픽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서비스 프로세스에 고객이 취향-성향-프로필을 파악할 수 있는 온보딩 프로세스가 고객도 모르게 개입해 고객의 동의 하에 인공지능 기술이 활약해 1:1로 대응 가능한 새로운 스타일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선제적으로 제시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만약 이미 물리성의 세상에서 확보한 고객의 개별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있다면, 스티치픽스와 같이 가상성의 세상에서 미래지향적인 고객의 개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대기업들이 빅데이터 팀을 꾸리고, 데이터 분석가를 채용하는 이유도 기실 미래지향적인 고객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데이터 자본주의와 마이크로 데이터의 부상. 데이터가 돈을 버는 원천이 되는 사회로, 빠르게 급속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과거지향적인 고객의 개별 데이터가 아니다. 현재-미래에 개별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실시간으로 예측 가능한 미래지향적인 데이터다.
원문: Vertical Platform / 필자: 김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