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회의원 시절의 박근혜는 검소의 아이콘이었다. 자택의 집기들은 기본 30년은 묵은 제품들로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화장대에는 변변한 로션 하나 없었다. 기자가 어떤 제품을 쓰는지 물어보면 레몬 등으로 기초 화장품을 제조해서 쓴다고 대답했다. 남는 시간엔 독서를 하고 가끔 인터넷을 하며 국민과 소통을 하는 박근혜는 운동마저도 돈이 들지 않는 기체조와 요가로 체력을 단련했다고 전했다. 옷은 기본으로 10년은 입고 TV는 거의 보지 않는다고 했다. 지지층은 그런 검소한 모습을 보며 감동했다.
밝혀진 박근혜는 사치의 아이콘이었다. 변기가 마음에 안 들면 머물지도 못할 정도로 둔부가 고급이었고, 화려한 조명과 하얀 벽이 없으면 화장을 하지 않았다. 직접 손질했다고 말해왔던 헤어스타일은 청담동의 헤어디자이너가 1시간을 들여서 만든 것이었고, 각종 피부미용과 시술에 몰두했다. 운동하기 위해 트레이너를 청와대로 불러 3급 공무원에 임명했다. 한 번 입은 옷은 거의 다시 입지 않았다. 드라마를 좋아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청와대로 불러 현충사를 읽게 했다.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메이킹에 힘썼던 그는 권력을 얻자마자 만들어진 것들을 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것이 저물고 사그라진 날에 원래 살던 곳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올레티비의 셋톱박스를 든 기사가 집 안으로 들어가고 집 밖에 세워둔 도배사의 차에는 유난히 새하얀 도배지가 보인다. 과거의 검소한 박근혜는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없는데 다만 여전히 검소하다고 믿고 싶은 자들만이 태극기를 들고 믿고 있다.
모든 믿음에는 죄가 있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그렇게 되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별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문: 수진배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