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난 뒤 일정 기간은 ‘직장 프레임’에 갇혀 지내게 된다. 9시부터 6시까지는 일을 하고, 업무 시간에는 그 외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데도 친구들과의 약속은 퇴근 시간 이후에 잡아야 안심이 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지시받을 필요도 없지만 기존 패턴대로 움직이는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습관의 힘이다.
1인기업의 특혜 중 하나는 자신에게 맞는 패턴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퇴사 후 처음에는 강남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을 함께 사용했다. 이때는 1년 넘게 아침 9시에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했다. 간혹 이 규칙을 벗어날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해야만 잘 될 것 같았고 일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직장인이 아니구나,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면 되는구나’라고 자각하게 된 것은 1년이 훨씬 지난 후였다. 이후로는 중요도에 따라 미팅을 여유롭게 잡기도 하고,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가족과 조조영화를 보러 가거나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패턴을 찾는 것이며,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출퇴근에 의존하지 말고 일에 초점을 맞춰라
업무 패턴을 만들 때는 일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업무량이 많을 때는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사무실이 좋다. 반면 편안하게 업무를 봐도 될 때는 조금 낯선 곳에서 기분을 전환하고 일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오랫동안 카페에서 일했다. 이때는 오직 일에 초점을 맞춰 공간을 찾았다. 책을 쓰는 곳,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는 곳, 미팅이나 회의를 해야 하는 곳 등 업무 성격에 맞춤한 공간을 찾아서 일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1인 기업 10년 차가 되면서부터는 비즈니스센터도 이용하기 시작했다.
간혹 늦게까지 술을 마신 탓에 이튿날 제대로 생활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럴 때 출근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의외로 자주 받는다.
이런 경우에는 이튿날 일정에 맞춰서 행동하라. 만약 이튿날 오전에 중요한 일정이 있다면 정상적으로 출근해야 한다.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휴식하는 것이 맞고, 오후 일정이 있다면 오전에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힘들더라도 출근을 지켰는데 한두 번 출근을 빼먹다가 게을러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나쁜 버릇은 쉽게 습관이 되니 말이다. 1인기업가는 습관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세팅하라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보다 필요한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필요한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에서 돈을 버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중요하다. 결과를 예상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처음부터 이렇게 자신만의 비즈니스 원칙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약간의 가능성만으로도 움직이기 마련이다. 불러주면 어디든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혹시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도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나중에라도 보답 받을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인 씨 뿌리기가 중요하다. 만약 이런 씨 뿌리기가 가치 없다고 여긴다면 어떤 가능성도 생기지 않는다.
1인 기업의 실패 사례 중에는 ‘왕년에 내가 말이지…’라며 자존심만 내세우거나, 수익은 고려하지 않고 가치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치 추구를 위해 1인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해도 사업을 해야 한다며 수입 없는 가치 추구에 매달리면 지속할 수 없다. 따라서 무엇이 필요한지 충분히 고려한 후 일하는 방법을 풀어가야 한다.
장기 목표에 시간을 투자하라
단기 목표보다 장기 목표를 바라보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생존과 맞물렸을 때 바로 이 점을 실천하기가 가장 어렵다. 장기 목표를 가져야 실수도 줄일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장기 목표에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첫째, 목표 설계 후 시간을 분배하라. 무조건 시간을 늘리기보다 목표를 정한 후 그 목표에 다가서도록 시간을 꾸준하게 늘리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1인기업은 최소 1년 단위로 사업 목표를 세우되 3~5년을 내다보고 목표를 잡아야 한다.
둘째,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 한 시간씩 투자하라.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하루 한 시간만 꾸준히 투자해 보라. 만약 하루 여덟 시간 일한다면 그중 한 시간 정도는 미래의 목표와 비전에 투자하기를 권한다.
셋째, 3년 후, 5년 후 나의 모습을 그려라. 지금의 모습보다 미래의 모습을 그려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선명해진다. 자칫 무의미한 것에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드는 것이다.
원문: 홍순성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