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이책 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는 큰 충격과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동시에 불러 모았다. 도매상을 통해 책을 공급하는 방법, 오프라인의 공간에 책을 쌓아놓는 유통, 정해진 카테고리별 진열을 통해 책을 파는 방법은 얼마나 더 지속될까? 이미 최인아책방 같은 ‘동네 서점’은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파는 것은 책 자체를 넘어선다. 책은 서점과 고객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일 뿐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진행되는 미디어의 진화인 것이다(‘오가닉 미디어’를 통해 3년동안 논의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일인상점’은 고객을 생산자-매개자-구매자로 정의하고, 이것을 실전에 적용한 것이다. “’오가닉 마케팅’을 오가닉 마케팅”하는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체험하기 위해서다.
일인 상점이란?
일인상점은 서로에게 좋은 것을 추천하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상점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실험한다. 참여자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지인에게 좋은 책(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목적이다. 추천을 받은 사람은 직접, 바로, 끊김이 없이 구매까지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상점이 된다. 발견과 선택, 경험과 공유가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미 2차례의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검증했고 이번에 본격적인 서비스로 출시했다. 이제 사나흘이 지났는데 독자들의 생생한 체험이 진정한 일인상점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의 연결이 곧 일인상점을 정의한다. 혹자는 저자와 독자, 구매와 추천이 끊어지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같다는 표현을 했다(일인 상점을 구현하게 된 자세한 배경과 철학, 고객에 대한 정의는 ‘고객이 상점이다’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어떻게 일인 상점이 되는가?
일인상점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면(회원가입 없이 최소한의 정보만 입력한다) 자동으로 일인 상점 번호를 부여받는다. 그래서 저절로 상점이 된다(엄밀히 말하면 상점 자격을 획득하고 공유와 동시에 상점이 확정된다). 공유하지 않은 상점 링크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일인상점에는 오직 구매와 추천(공유) 두 개의 버튼만이 존재한다.
스스로 일인상점이 되어 보고 싶은 분들은 누구나 일인상점(예를 들면 정규영 님의 상점이나 일인상점 1호 윤지영)을 통해 책을 구매하면 된다. 구매와 동시에 상점 번호(링크)를 받게 되고 그 링크를 게시하는 순간 상점으로서의 활동이 시작됨을 체험할 수 있다.
다단계 같은 것인가?
일인상점에는 연결이 1단계만 존재한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추천’이 목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참여 동기’가 다르면 네트워크도 달라진다. 돈을 벌기 위한 참여와 서로 좋은 것을 추천하기 위한 참여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일인상점은 추천받은 사용자의 경험(UX)에 끊김이 없도록 하기 위해 추천 링크에서 구매도 가능하게 해준 것뿐이다.
다만 내 상점에서 책이 팔리면 리워드도 쌓이게 되는데, 본인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추천받은 지인에게 주고 싶다는(예를 들면 더 많은 할인) 의견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책은 도서정가제 때문에 이런 의견을 반영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다른 제품군을 실험할 때 적용해볼 것들이 많다.
입소문 마케팅의 진화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다만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 고객의 참여 행위가 곧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독자)와 생산자, 제품(콘텐츠)은 구매, 추천, 판매라는 행위로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은 측정된다. 이렇게 연결된 네트워크가 제품을 정의한다. 일인상점 각호의 연결의 합이 곧 ‘일인상점’이라는 제품이며, ‘오가닉 마케팅’이라는 제품이다.
따라서 신제품(예를 들면 신간)을 출시하는 생산자는 무모한 마케팅을 시도할 필요가 없고, 신제품(나에게 필요한 신간)을 찾는 고객(독자)은 책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직접 연결이 이뤄지면 도매상을 통해, 대형 서점에 카테고리별로 진열해놓고, 무작정 ‘불특정다수’를 기다리는 일은 점차 사라질 수 있다. 일인상점의 기본 기능을 하나 구현했다고 이런 일이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네트워크는 체득이다. 이것을 체험하고 함께 실현하고 싶은 참여자, 파트너, 동지들을 기다린다.
책 구매만 가능한가?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책을 실험한 후 참여자들의 요구에 따라 제품군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믿을만한 지인의 추천이 특히 중요한 제품군 예를 들면 교육(워크숍), 심지어 신선한 과일, 생선, 야채 등도 가능하다.
연결이 지배하는 미디어 세상에서는 여러분이 공유하는 추천 링크 한 줄이 곧 상점이 될 수 있다. 서로에게 좋은 것을 추천하는 우리의 습관이 새로운 유통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여러분과 함께 실천해가고자 한다. 함께 배워가고자 한다.
바로 위의 QR코드를 클릭하거나 입력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