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국가기관의 불통은 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직까지도 토요일마다 수많은 사람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고 있는데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의 목소리를 전하고 소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소통과 반영’이 온 국민의 관심과 염원이 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이 바람이 아주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왠지 익숙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유사한 문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직장인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조직에서 소통이 잘 안 된다고 답했고 조직의 경영진과 구성원으로 분류한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조사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설문에 응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긍정적으로 답변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우리 조직의 소통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구성원이 자기 조직에서 소통의 본질을 잘 이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도서 『반영조직』은 소통의 본질과 그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는데요. 소통에 관한 고민을 안고 있다면 다음의 물음에 함께 답해보면 좋겠습니다.
질문 1. 소통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다음과 같을 때 소통이 안 된다고 느낍니다.
- 토론 없이 상사가 일방적으로 지시만 할 때
- 원하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대화가 끝나지 않을 때
- 업무에 관련된 충분한 정보나 자료를 제공받지 못할 때
- 나의 현재 업무량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 보고·의견에 대하여 적절한 피드백이 없을 때
- 내가 느끼는 고충과 문제점을 전혀 모른다고 느낄 때
- 구성원이 느끼는 고충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질 때
- 변화한 것 없이 소통의 장만 무한 반복되고 있음을 느낄 때
-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대부분 나의 의견을 전달조차 할 수 없거나 전달하더라도 어떤 변화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수없이 반복하며 점차 말을 아끼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며 우리는 소통의 본질은 어떤 상태나 의견 등의 ‘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저자는 조직에서의 반영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통이 원활한 조직을 꿈꾼다면 ‘의지’와 ‘변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염두하며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길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무엇인지 조금 더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 구성원으로서 나는 특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 조직의 다양한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 그 변화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가?
- 변화의 과정과 결과를 구성원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
- 조직은 구성원이 새로운 의지를 가지거나 표현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제공하는가?
질문 2. 반영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저자는 구성원의 의지로부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다시 말해 개인의 의지가 조직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조직을 ‘반영조직’이라고 전합니다. 의지가 명확한 개인이라면 반영조직에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1) 내게 주어진 ‘자유’를 고려합니다.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싶고 누구나 성취를 원한다’는 두 가지 속성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속성은 조직에서 누구나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시도로 표출되곤 하는데요. 이러한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자유와 책임이라는 이 조합의 의미를 우리는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나요?
우리 조직이 ‘자유와 책임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추구한다’고 말하는 리더라면, 혹은 조직 내에서 내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이라면 그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하고 소통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유에 관한 다음의 내용은 내가 속한 조직에서 구성원으로서 나는 어떤 선택지를 손에 쥐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할 것입니다. 나의 위치에 따라 몇 개의 선택지가 있을 수도 있고,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2) 나의 ‘성취’를 고려합니다.
흔히 일반 조직에서 구성원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리더 혹은 상사가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얻어낸 결과가 온전한 나의 성취라고 만족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요?
건명원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한 공개강의에서 언급했던 인상 깊은 내용이 있습니다.
“인간이 과거에는 ‘바람직함, 해야 함, 좋음’을 쫓았다면 앞으로는 우리 개인은 ‘하고 싶은 것, 바라는 것, 좋아하는 것’을 쫓아 극대화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 사회에서의 개인이, 작게는 조직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이 앞으로 무언가를 ‘어떻게 성취해 나갈 것인지’를 명쾌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온 환경과 배경 속에서 온전히 내가 바라는 것을 자유롭게 말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혁신과 변화를 지향하는 조직이 있고, 내가 그곳에서 함께할 사람이라면 온전한 나의 성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내 삶에서 혹은 내가 속한 조직에서 하고 싶은 것, 바라는 것, 좋아하는 것을 나에게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내가 가진 의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질문 3. 어떤 리더를 꿈꾸고 있나요?
저자는 리더가 가져야 할 긍정적 인간관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인간의 네 가지 속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인간은 늘 효과성을 추구한다.
- 인간은 잠재된 창의성을 지닌다.
- 인간은 타고난 학습자이다.
- 인간은 협력할 줄 아는 존재이다.
이것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모여 어떤 주제를 가지고 대화와 아이디어를 끌어내야 하는 교육/워크숍 현장에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염두에 두어야 할 핵심 전제와 같습니다.
퍼실리테이터 Facilitator
퍼실리테이터는 주로 일정한 목적을 가진 회의나 워크숍에서 참여자들이 스스로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과정을 설계하고 참여를 촉진하여 돕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퍼실리테이터는 나아가 회의나 워크숍이 아닌 조직 내에서도 질문과 피드백, 요약의 기술 등을 토대로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며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갈 때 이러한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의 중요해지고 있으며, 조직 현안을 넘어 다양한 사회문제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 전문 퍼실리테이터가 함께 조정하고 해결해나가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참여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만약 자기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이 미숙하거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가 가지고 있는 잠재된 창의성을 인정하고 촉진시키는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더불어 실제 현장에서 퍼실리테이터가 한 가지라도 의구심을 가지거나 작지만 부정적인 생각이나 태도를 가지게 된다면 반드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보이지 않는 인간관이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공기 속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수행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영조직에서 리더란 조직 안에서 구성원의 의지를 반영하는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갖춘 리더를 말합니다. 구성원이 자유롭게 자기 의지를 표출하고 그 내용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실행하는 것은 리더의 긍정적 인간관으로부터 비롯되는 모습이 아닐까요?
진짜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의지와 자유, 자기결정권, 성취와 긍정적 인간관까지. 잘 알고 있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대단히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말들인데요. 이것이 소통이 이루어지는 반영조직에 담긴 의미이며 이상적이지만 우리가 조금씩 그려나가야 할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소통과 반영의 경험은 또 다른 의지와 시도의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온 국민이 그 경험을 함께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영조직, 반영사회를 꿈꾸며 오늘 하루의 생각과 실천이 뜻있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봅니다.
원문: 슬로워크 / 필자: 한성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