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의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의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 중
후회 없는 삶을 위한 한 단어, 최선(最善)
최선을 다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노래 가사와 다르게 우린 ‘지나간 것을 지나간 대로’ 쉽게 떠나보내지 못한다.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며 아픔 속에 머무른다. 후회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에 씁쓸한 것이다. 뒤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이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에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말자. 살아있는 인간은 다시 일어나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 묻자. 언제까지 후회만 하고 머물러 있을 것인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2016년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5000m 예선 2조 경기에서 뉴질랜드 선수 니키 햄블린이 2500m지점을 통과하다가 넘어졌다. 뒤따르던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 선수도 햄블린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자신과 경쟁 선수의 경기를 망친 햄블린은 머리를 감싸 쥐고 좌절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피해자였던 다고스티노가 먼저 일어나 햄블린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일어나, 끝까지 달려야지’ 둘 다 일어나 달렸지만, 다고스티노는 오른 다리를 쩔뚝이다가 다시 쓰러졌다. 이번엔 햄블린이 다가와 다고스티노를 일으켜 세우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끝내 결승선을 함께 통과했다.
사람들은 감동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휴머니티와 희생을 보여주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며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이름을 딴 ‘쿠베르탱 메달’을 두 선수에게 수여했다. 햄블린은 “다고스티노와 나에게 정말 특별한 메달”이라면서 “우리 둘 모두 이런 메달을 받을 거란 생각도 못 했다. 그저 트랙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결과에 상관없이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은 우리 내면에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한다.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최선을 다하고픈 갈망을 건드린다. 이기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아쉬울지언정 후회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온 정성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며, 당장의 불이익이 예상되더라도 자신의 선한(善) 마음을 따르는 것이다.
진정성과 정직성이 바탕이 되지 않고, 최고의 결과만을 바란 행동을 우린 최선이라 하지 않는다. 금지된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면서 기록을 향상시키려는 이들의 선택에 우리는 실망하게 된다. 그 선수들 역시 최선을 다해 땀방울을 흘렸다. 과정에 대한 최선이 아니라, 최고의 결과를 얻고자 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저지른 행동이, 그들이 그동안 흘려왔던 땀방울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게 만든다. 최고에 사로잡혀 최선을 놓치지 말자.
무엇이 최선인가? 당신에게 무엇이 최선인가? 최선이 아닌 것과 최선인 것을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을 먼저 세워가야 한다.
당신에게 ‘최선이란’ 무엇인가?
아마 그대의 최선과 나의 최선은 다를 것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던 시인의 조언에 귀 기울여보자. 연탄의 최선은 뜨겁게 타오르는 것이다. 박지성은 운동장 위 모든 곳에 자신의 발자욱을 남기는 데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팀 선수들을 위해 공간을 장악하는 것은 박지성의 최선이다.
오바마는 함께 만드는 변화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데 최선을 다했고, 주커버그의 최선은 사람들을 연결시키기 위해 코딩하고 또 코딩하는 일이다. 남들의 최선은 그만 묻고, 이제 당신 자신의 삶을 위한 최선을 물어보자. 인생의 최선이 무엇인지 답하는 것이 너무 커다란 도전이라면, ‘오늘 하루 당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답해보자.
최선을 찾고,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의도하지 않았던 시련이 다가오든, 걸림돌에 걸려 넘어졌든, 후회하지 않은 단 하루를 만들어가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후회 없는 하루를 만드는 즐거움을 나와 당신 모두가 누렸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가, 아니면 최선을 찾고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는가?
힘겨운 자신에게 무작정 더 노력하고 헌신하라고 강요하진 말자. ‘최선(最善)’에는 두가지 뜻이 있다. ‘최선을 기울이다’라고 말할 때는 ‘온 정성과 힘’을 다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반면 ‘최선의 방법, 최선의 선택’이라는 문장에서는 ‘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최선(2. 가장 좋고 훌륭한 일)’이 아닌 일에 ‘최선(1. 온 정성과 힘)’을 다하는 것은 어리석다. 우리가 먼저 반성해 볼 일은 ‘최선(1)’을 다 했는가가 아니라, ‘최선을 다할 가치가 있는 일(2)’을 제대로 선택했는가다. 하루가 끝날 때 즈음 최선을 다 했는가를 물어야 한다면, 하루가 시작될 때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하루가 시작될 때 ‘오늘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최선의 결정’과 ‘최선을 다한 실행’을 분별하자.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라 선택한 것이고, 타인의 강요에 따라 선택한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기 어려운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타인이 당신에게 하는 최선의 조언이라도, 당신에게 최선일 리 없다. 당신의 최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결국 스스로 답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기에 거부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최선이 무엇인지 배우고 깨우쳐 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최선을 선택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최선이 아닌 것을 거절할 용기, 최선이 아닌 것을 거부할 용기. ‘아니요(No)’라고 말하지 못하면 최선에 다가설 수 없다. 자신의 최선을 포기하고, 타협하고, 강요에 따르는 것이 최선일 리 없다.
최선을 다했는가라고 묻는 이들에게, ‘당신의 최선’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온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해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최선이 아닌 것에 최선을 다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대 스스로 조금 더 솔직해지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위한 #하루 질문
- 아침 질문 :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몰입할 것은 무엇인가?
온 정성을 다해 실천하려면, 너무 많은 것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단 하나면 가장 좋고, 많더라도 세 가지를 넘지 않도록 한다. 아침에 종이 한장을 꺼내 끄적여보자. 중앙에 가로 세로로 선을 그어보고 좌측 상단 칸에 질문을 적어보자.
오늘 최선을 다해 몰입하고자 선택한 것은 무엇인가?
하루하루 정해진 일정, 만나야 하는 사람, 세상이 당신에게 요구하는 다양한 일들을 To-Do 리스트로 작성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대의 하루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자. 하나면 가장 좋다. 단 한 가지를 선택해 충분히 몰입해서 끝내고 난 후에, 다음 최선은 무엇인지 물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큰 그릇 속의 효모 하나가 밀가루를 발효시키듯 오늘 시작한 작은 행동이 내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다.
_ 마리안 반 아이크 맥케인
- 저녁 질문 : 나는 오늘 _____에 최선을 다했는가?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최선을 다했는지 물어보자. 세계 최고의 행동주의 코치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매일 자신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를 묻길 권한다.
- 나는 오늘 명확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 나는 오늘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데 최선을 다했는가?
- 나는 오늘 의미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 나는 오늘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 나는 오늘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는가?
- 나는 오늘 완벽히 몰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아침에 선택하고 기록한 자신의 ‘최선 목록’에 얼마나 충실한 하루였는지 살펴보자. 마셜 골드스미스의 제안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 꾸준히 기록하는 것도 좋으리라. 솔직하게 답해보고 나면, 다음날 최선을 다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떠오를 것이다.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서 출발해보자.
다가올 수천 단계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눈앞의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_ 테오도어 루즈벨트
덧붙이는 글
글 한 편 쓰는 일이 요즘 제가 선택한 최선의 일이 되곤 합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은 크지만, 글쓰기 능력은 부족하여 항상 벅찬 과제가 되곤 합니다. 어떤 글은 몇주가 걸리고, 어떤 글은 몇시간 만에 완성하기도 합니다. 최선을 다했다고 늘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글을 읽을 때와 다르게, 글을 쓰면서 세상의 모든 작가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의 하루질문 키워드로는 ‘최선’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그럼 ‘너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느냐?’라고 물을까봐 걱정입니다. 늘 그렇지는 못하지요. 그러나 오늘 하루는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글을 끄적이며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가 셋이었습니다.
- ‘최선이 아닌 것에 No’라고 말하자
- 스스로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묻자.
- 최선을 다할 것 – 하루에 단 하나만이라도 충분히 몰입하자.
의도가 충실하게 전달된 글인지 다시 돌아봅니다. 아직은 글 하나에 원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담지 못합니다. 중언부언 쓸데없는 말이 많지요. 이 글에 담지 못한 몇 가지 질문들을 남겨봅니다.
- 최선을 다하기 전에 무엇이 최선인지 찾았는가?
- 누구를 위한 최선인가?
-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 최선을 다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뭔가?
- 최선을 다했는가가 문제인가, 최선을 찾았는가가 문제인가?
- 최선을 다해 뜨겁게 사랑할 사람은 누구인가?
- 최선을 다해 온전하게 몰입할 일은 무엇인가?
- 최선을 다해 답해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 최선을 다해 감사를 표현했는가?
- 최선을 다해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최선을 다한 그대에게 어떤 선물이 필요한가?
- 그대 주변에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격려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최선을 다해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면 크게 후회되진 않더군요. 후회가 없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듯합니다. 다시 최선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만들어가면 되겠지요.
이 글를 읽어주시는 당신의 삶에 ‘최선의 하루’가 쌓여가길 응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최선을 긍정하는 만큼 타인의 최선도 존중하고 격려하는 어른이 함께 되어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원문: 질문술사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