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판매 경쟁이 식을 줄 모르고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굳이 다른 제품도 많은데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간단하다. 판매를 통해 이익을 발생하며, 꾸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보급율 9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은 이제 1인당 1대 정도로 사용하는 대중적인 IT 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스마트폰을 2년에 한 번씩 교체한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마트폰 시장이 꾸준히 ‘신제품’을 원하고, 꾸준하게 거래량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먹거리 풍성한 스마트폰 시장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이 단순히 관심만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자본력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로 접어든 만큼 자본이 더 큰 자본을 만드는 구조로 접어들었다. 즉,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도 커다란 자본력 앞에서는 제대로 된 어필 한번 해보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치열한 스마트폰 경쟁에 불씨를 당긴 것은 자본력의 상징인 ‘중국 기업’의 등장이다. 중국 기업은 거대 자본력을 가지고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고, 1~2년 만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 스마트폰 기사에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중국 브랜드의 스마트폰 강세’ 관련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중국 기업 ‘VIVO(비보)’의 최신 스마트폰 중 하나인 ‘X플레이6(XPLAY6)’의 모습이다. 아이폰에 엣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변종 디자인처럼 느껴진다. 아이폰과 갤럭시를 잘 섞어 놓은 모습이다.
샤오미 미5(Xiaomi mi5) 역시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갤럭시 노트보다 먼저 후면 굴곡을 사용한 것이 샤오미라고 하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품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샤오미 미5는 갤럭시 노트 제품을 닮은 듯 느껴지는 게 일반적이다.
제품의 디자인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스펙에 있어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괴물 스펙을 자랑하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탑(Top) 브랜드로 알려진 ‘삼성 갤럭시 시리즈’는 이제 하드웨어를 자랑하기에는 뭔가 어색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출시 시점에는 여전히 ‘괴물 스펙’을 자랑하지만 출시 후 한 달 내외가 되면 유사한 스펙의 경쟁사 제품이 쏟아지고 있으니 뭔가 어색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닮아가는 스마트폰
스마트폰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하게 변화하고 있다. 신제품 경쟁 주기도 1년에서 6개월로, 그리고 이제는 2~3개월로 짧아졌다. 그뿐 아니라 플래그십 외에도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의 경쟁까지 치열하면서 플래그십 모델 뺨치는 스펙을 자랑하는 중저가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경쟁 구도를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점점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이 닮은 디자인과 닮은 스펙을 보여주면서 차별화된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삼성 갤럭시 제품과 샤오미 미 제품을 놓고 스펙 부분을 비교할 때, 삼성 제품을 추천했던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가격’ 부분까지 비교 대상에 넣으면 샤오미 제품이 더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괴물 스펙’과 ‘세련된 디자인’만 가지고 스마트폰 경쟁에서 승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스마트폰의 경쟁은 곧 ‘플랫폼(OS)의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예쁘고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찾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익숙한 사용성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될 것이다. 이미 아이폰 사용자 중 몇몇 분들은 앱스토어에서 구입한 아이폰 앱(iOS 앱)이 아까워서라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폰 사용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갤럭시 사용자는 이미 갤럭시 사용방법이 익숙해서 아이폰은 불편해서 못 쓰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두 상황의 공통점이 ‘아이폰’과 ‘갤럭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가 익숙한 것은 제조사의 단말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운영체제 즉 ‘플랫폼’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갤럭시 사용자는 아이폰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동일한 안드로이드(Android) 탑재 스마트폰에는 조금 더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즉,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는 몇몇 서비스를 제외한다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기사에서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이 87.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을 보았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전체 시장에서 87.5%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9명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남은 12.5% 중 12.1%는 iOS가 차지했다.
안드로이드와 iOS가 스마트폰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다. 이중 iOS는 애플 제품에만 사용되기 때문에 다른 수많은 스마트폰과 차별화됨을 유지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이 아이폰의 닮은 제품을 내놓아도 애플의 아이폰은 iOS로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나 LG V 시리즈는 조금 다르다. 해당 기기의 주요 스펙은 짧으면 2~3개월 이내에 유사한 기능으로 탑재되어 타사 제품으로 출시된다. 더구나 가격은 조금 더 저렴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언제 어떻게 뒤바뀌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픽셀(Pixel)’이라고 하는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안드로이드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이 바로 ‘픽셀’이다.
픽셀이라고 해서 디자인과 하드웨어 스펙의 경쟁에서 중국 제품을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픽셀은 ‘안드로이드(Android)’에서 차별화 가능하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조금 더 빨리 최신 안드로이드를 지원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OS에 최적화된 상태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구글이 만들어도 픽셀은 하나의 스마트폰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아이폰과 픽셀이 관심을 받는 이유
아이폰과 픽셀의 공통점은 OS제조사에서 만든 스마트폰이란 점이다. 즉, 최신 OS를 탑재할 수 있으며, OS에서 제공하는 기능에 적합한 최적의 단말기란 의미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아이폰과 픽셀도 다른 스마트폰과 같은 스마트폰일 뿐이며, 그들의 가격 정책은 요즘 같은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상식 밖의 가격일 것이다.
애플은 절대 타사 단말기에 iOS를 배포하지 않을 것이다. 구글 역시 스마트폰을 출시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OS 정책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최신 OS지원은 물론이고 가장 안드로이드에 적합한 스마트폰을 자랑할 것이다.
즉, 스마트폰의 경쟁은 곧 ‘플랫폼의 경쟁’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이미 경쟁이 끝난 PC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MS 윈도우가 장악한 PC 시장에서 수많은 PC 제조사들의 경쟁을 보면 스마트폰도 앞으로 이런 구조의 경쟁을 보여줄 수밖에 없을 듯하다.
결국 최종 승자는 구글과 애플이 될 것이라는 뻔한 결과를 두고 다른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원문: 세아향의 IT트렌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