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하는 엄마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맞벌이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의 발달 지체 가능성’일 것입니다. 전업주부에 비해 아이의 발달이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특히 언어발달에 중요하다고 하는 5~7세에는 엄마가 집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만 가지 걱정에 맘이 불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겁니다.
이에 대해 개발연구원의 김인경 박사는 「우리나라 영유아발달 결정요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아니요, 관련 없습니다.
2008년 4월에서 7월 사이에 태어난 2,078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년 성장발달 정도와 양육실태, 그리고 사회경제적 특성을 추적 조사하는 한국 아동패널의 통계를 이용해 본 결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의 표에서 제일 첫 번째 줄은 어머니의 취업 상황을 보여줍니다. 출산 후 6개월 이내에 다시 직장에 복귀한 어머니(전체의 17.5%)들은 아무래도 근로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 능력이 아주 뛰어난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분들이 다수를 차지하겠죠.
아이의 어휘력을 살펴보면, 어머니가 일찍 일을 시작한 경우에 더 높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일하는 어머니를 둔 아이들이 대체로 어휘력이 평균보다 높습니다. 물론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닙니다. 더 나아가 또래집단과의 상호작용이나 혹은 여러 측면에서의 문제 행동은 하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이 더 심합니다(점수가 높을 수록 심하다는 뜻). 물론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닙니다.
요약하자면, 어휘력은 일하는 어머니를 둔 가장의 아이가 높습니다. 반대로 또래 집단과의 부정적인 상호작용이나 문제행동은 일을 하지 않은 가정의 아이가 더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는 버릇이 없다” 혹은 “맞벌이라 아이가 공부를 못해” 같은 이야기는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한 셈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맞벌이 가구의 아이들이 더 똑똑하고 또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이유는 ‘가정환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돈도 잘 벌고 또 아빠가 육아에 열심인 가정의 아이들이 언어나 정서적인 면에서 더 나은 성취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아빠가 대학을 졸업한 비율을 살펴보면, 엄마가 일하는 가정일수록 높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일하는 가정일수록 월 소득도 높습니다. 당연하게도 아버지의 육아 참여 정도에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즉, 어머니가 일하는 가정일수록 아버지의 가사노동 참여 수준 및 빈도도 높습니다.
문제는 이런 변수를 ‘통제’하지 않으면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는 겁니다. 소득 및 교육수준이 높은 가정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보다 더 나은 성취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니, 이런 변수를 감안해서 분석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죠. 이를 위해 ‘회귀분석’을 사용합니다. 회귀분석에 대해서는 이 글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다양한 요인(교육 수준이나 소득 등)을 통제한 다음에도 맞벌이 가구의 아이들이 더 똑똑하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어휘력’입니다. (1)번 회귀식은 가장 간단한 모형으로, 아이의 어휘력에 미치는 어머니의 직장생활 영향력을 측정합니다(통제변수로 부모님의 교육 수준 등을 넣었습니다). 역시나 어머니가 출산 후 6개월 이내 직장에 복귀한 집의 아이들이 가장 어휘력이 뛰어났습니다.
(2)번 회귀 식은 (1) 식에 월 가구 소득 등을 추가한 것입니다. 역시 결과는 비슷해서, 어머니가 직장에 일찍 복귀한 가정일수록 아이의 어휘력이 뛰어났고.. 또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님의 교육 수준이나 소득을 다 감안하더라도, 어머니가 직장에 일찍 복귀한 집의 아이들이 어휘력 면에서는 더 나았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아이의 ‘문제적’ 행동입니다. 이 부분은 부모님 중 특히 아버지와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 줄을 보면, 어머니의 직장 생활 여부가 아이의 ‘문제적’ 행동과 음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의 관계란, 반대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어머니가 빨리 사회생활에 복귀한 집의 아이일수록 정서적인 문제 행동이 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이는 다양한 변수(교육이나 소득 등)를 통제한 다음에도 일관되었습니다. 단,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3) 회귀식에 눈길이 갔습니다. 아이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여러 변수를 훑어 나가다 보니, 유독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수가 하나 있더군요. 그것은 바로 부모의 양육 행동이었는데, 아버지가 아이에 대해 온정적. 다시 말해 정서적으로 가깝게 다가가는 ‘친구 같은 아빠’이면서 통제하지는 않는 경우, 아이의 문제행동을 크게 억제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친구처럼 대하면서 통제하려 들지 않는 아빠가 최고의 아빠인 셈입니다. 물론 어렵죠. ‘엄부자모’라는 사자성어에서 잘 드러나듯 전통적인 유교에서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像’과 정반대이니까요.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육아의 방법도 바뀌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을 보심 더 좋습니다.
원문: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