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마케팅하는 기업이 가장 묻고 싶은 말일 것이다.
“도대체 왕홍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되묻고 싶다.
“왕홍이 뭔지는 알고 있나요?”
왕홍 마케팅을 하는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왕홍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 어떤 왕홍을 써야 하는지 모르고, 어떤 왕홍이 유리한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플랫폼이 나의 제품을 소개하는 데 유리한지 모른다. 어떤 플랫폼인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콘텐츠의 형식도 마구잡이다.
순서는 이렇다. 우선 왕홍 선택이 잘못됐고, 플랫폼 선택이 잘못됐고, 콘텐츠 형식이 잘못됐다. 이런 마당에 내가 원하는 타깃에게 상품 정보를 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왕홍의 개념
‘역사’라고 하긴 거창하지만 우선 왕홍(网红)의 역사부터 되짚어보자. 왕홍이라는 사람들과 1인 매체라고 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나뉘어 있지는 않았다. 2005년 즈음에는 블로거에게 본업이 따로 있고 남은 시간에 글을 썼다. 주로 게시판이나 각종 커뮤니티에 말이다.
글을 쓰는 블로거니 역시 핵심은 ‘글빨’이다. 그러나 글이 아닌 사진들이 글에 점점 붙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사진이 없으면 사실을 알 수 없다”라고 생각했고 많은 사람이 글에 사진을 붙여 퍼블리싱했다.
이때 왕홍이라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주로 흰 피부의 미인이었으며 외모가 무기였기 때문에 사진 보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게 문제가 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왕홍 비즈니스가 시작된 이때에도 여전히 글빨로 팬을 모으는 블로거들은 지속됐다. 그러다 2011-2013년 웨이보와 웨이신이 등장하면서 중국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먼저 치고 들어온 것은 웨이보였다. ‘쭈오에번’같은 사람들은 독특한 시각으로 단숨에 팬을 800만 명이나 확보했다. 이후 왕페이 같은 유명 연예인이 웨이보 페이지를 만들면서 웨이보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당시 한국 연예인도 중국 홍보를 위해 웨이보 페이지를 많이 운영했다.
이후 웨이신이 등장했고 웨이신의 등장은 진정한 1인 미디어가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줬다. 웨이신에 내 계정을 만들어 놓고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면 내 글을 봐주는 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CCTV에서 나온 뤄전위의 ‘논리사유’ 같은 계정은 웨이신 최대 열독 수는 10만을 단숨에 넘었다.
이후 웨이신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도 웨이보를 만들고 웨이보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도 웨이신을 만들며 팬이 상호 이동했고 두 플랫폼은 상호 발전할 수 있었다.
2014년 즈음에는 중국에 4G가 보급되면서 팬을 모으기가 한층 쉬워졌다. 기술도 발달해 웨이신과 웨이보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것 외에도 텐센트나 요우쿠투또우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동영상도 올리고, 또우위나 잉커, 메이파이같은 생방송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때부터 왕홍들은 급속히 성장했고 상업화 모델도 늘어났다.
2015년에는 글을 쓰는 1인 매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통매체나 포털, 플랫폼이 안간힘을 썼다. 이들의 ‘글빨’이 트래픽을 모아주기 때문에 너도나도 자기 플랫폼 계정을 열어줬고 기본급을 보장하는 플랫폼도 생겨났다. 이들의 글을 모아놓은 ‘진르토우티아오’같은 모바일 매체는 현재 사용자 수가 위챗 사용자 수와 맞먹는다. 1인 매체의 파워가 전통매체를 확연히 능가했다.
2016년에는 왕홍 경제의 폭발기라고 보면 된다. 앞서 말한 1인 매체와 생방송 왕홍들이 뒤섞여 상업화하면서 이즈음부터 왕홍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쓰였고 ‘왕홍 경제’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도 이때다.
지금 왕홍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주로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이커머스 왕홍(电商网红)
- 생방송 왕홍(主播网红)
- KOL(Key Opinion Leader)
- 1인 미디어(自媒体)
왕홍의 부류
이커머스 왕홍(电商网红)
우리는 주로 ‘생방송 왕홍’만을 왕홍으로 생각하지만 중국 왕홍의 주요 수익원은 이커머스를 운영해 나오기 때문에 이커머스 왕홍이 대세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관즈쿠(易观智库)의 보고서에 따르면 왕홍의 주요 수익원인 IP, 이커머스, 게임, 광고, 라이브 중 이커머스 비중이 50%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이런 흐름을 대변해주고 있다.
생방송 왕홍(主播网红)
생방송을 하는 왕홍의 경우 아주 인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속된 말로 ‘돈이 안 된다.’ 돈이 안 된다는 것은 이들을 상품화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 기준이다. 생방송 플랫폼이 내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상위 왕홍 1,000명의 평균 수익은 19만 9,665위안(약 3,400만 원)이지만 상위 5%의 수익이 나머지 92.8%의 수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생방송 왕홍 중 상당수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 여기 광고해봐야 뾰족한 수가 안 나온다는 말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생방송을 하면서 상품 판매와 이어지도록 장치해놓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상위 5%의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해서 이들을 통해 광고하면 효과가 분명히 있다.
KOL(Key Opinion Leader)
파워블로거, 1인 미디어, 왕홍을 막론하고 전문성을 갖는 존재를 KOL이라 부르며 요즘 아주 핫한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는 ‘텍스트’가 강점이며 최근에는 동영상 라이브로도 진출하고 있다. 초기 쭈오에번처럼 독특한 시각으로 사람을 모으기에 그 시각에 반한 사람이 팬이 되며 그의 글을 맹목적으로 신뢰한다. 이들은 광고 글을 쓸 때도 사실에 입각해서 쓰는 네이티브 광고의 고수들이다.
1인 미디어(自媒体)
1인 미디어의 경우 전통 미디어에서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이들 또한 세분화된 전문분야를 가진 경우가 많고 무작정 찬양 일색의 기사는 돈을 아주 많이 주더라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왕홍의 생태계
왕홍을 통해 광고를 한다면 그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해야 한다. 2016년에는 위 4가지 부류의 왕홍들이 단독으로 또는 협업해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갔다. 이 모델로 더사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며 생태계 안에 새로운 산업들이 생겨났다. 왕홍이 수익 능력이 좋다면 십중팔구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왕홍 산업 고리가 연결된 생태계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역시 왕홍이지만 왕홍을 키워주는 건 왕홍 엔터테인먼트사이며 돈을 벌게 해주는 곳은 왕홍 중계 에이전트다. 주로 SNS(웨이신, 웨이보), 전자상거래(타오바오, 쥐메이요핀) 생방송 플랫폼(또우위 잉커), 음성응답플랫폼( 펀다, 즈후) 등과 연결해 왕홍 수익을 창출해준다.
왕홍 3자 서비스 회사의 경우는 다양하다. 왕홍 훈련을 하는 왕홍 학원이 있을 수도 있고, 왕홍 패션이나 미용을 책임지는 회사도 있으며, 왕홍 팬의 데이터관리와 분석을 해주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는 앞으로 더 많이 다양하게 생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왕홍 경제의 리스크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폐해를 잘 알아야 왕홍을 광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왕홍 경제 문제점은 크게 2가지다.
일단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왕홍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속함’이다. 최근 광전총국에서 콘텐츠를 통제하기 때문에 상당수 많이 줄었으나 아직도 일부 미꾸라지 같은 왕홍이 전체 왕홍의 물을 흐리는 경우가 있다.
이것보다 사실 더 큰 문제점은 ‘수치 조작‘이다. 주로 이런 방식의 수치 조작이 있어왔다. 왕홍 중계회사는 2,000만 위안을 써서 4,000만 위안의 가상화폐를 산 뒤 고용된 팬을 통해 4,000만 위안의 별풍선을 해당 왕홍에 제공한다. 보통 4,000만 위안을 받으면 플랫폼과 45:55로 나뉘는데, 회사는 2000만 위안이 좀 넘는 돈을 받게 된다. 그러면 돈도 조금 버는 데다가 거짓 트래픽도 생겨 왕홍의 인기도를 올리고 광고 가격을 높이거나 투자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2015년 9월에는 또우위 방송 중 어떤 왕홍의 동시 접속자 수가 13억 명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왕홍의 방향성
왕홍 경제는 이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갈 것인가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차례 지나가는 현상으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들을 통한 경제 생태계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면서 왕홍 경제를 지탱해줄 것은 콘텐츠가 될 듯하다. 남의 말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서 모은 글보다는 자신의 시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왕홍이 지속적인 인기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뿐 아니라 공익적인 측면도 요즘은 중요시되고 있다. 왕홍들이 하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왕홍 경제는 전문화되고 자본화 될 것이다. 왕홍은 왕홍 경제의 핵심이지만 자본 투자는 왕홍에게 직접 하지 않는다. 생명력이 길지 않고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엔터 회사나 중계 회사에 투자가 이뤄지며 이들은 자본의 도움을 받아 왕홍을 전문화하고 브랜드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왕홍산업과 전통오락산업이 융합하며 엔터 산업과 마케팅 산업이 크게 변화할 것이다. 연예인이 왕홍으로 변하고 왕홍이 연예인이 되면서 이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왕홍이 가장 바라는 것은 어떤 브랜드의 전속모델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연예인도 왕홍의 기법으로 팬을 모은다. 최고의 가수 왕페이도 요즘은 생방송으로 콘서트를 한다.
글과 사진, 음성, 동영상, 생방송 등 왕홍이 쓰는 도구는 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했다. 최근에는 왕홍들이 VR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포착된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로봇 왕홍’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일부에서는 기존 왕홍을 모델로 하는 로봇왕홍을 만들려는 경우도 있다. 사람 왕홍과 로봇 왕홍의 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당부하고픈 말
왕홍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것은 한번 짚어보고 했으면 한다. 이번에 마케팅할 제품이 브랜딩을 해야 하는 주력모델인지, 이미 인지도가 있는 제품인지, 제품의 판매 형태(직구, 중국 내 구입, 면세점 전용 상품)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마케팅해야 하는 건지 단기적으로 치고 빠져야 하는 제품인지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그에 알맞은 왕홍과 그 왕홍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분석하고 콘텐츠의 내용을 정해야 한다.
또한 숫자를 중시하는 한국 기업은 “콘텐츠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냐” “얼마나 많은 동접자가 있었냐”라는 데 가치를 집중한다. 물론 중요하지만 공유 수나 댓글의 내용처럼 더 가치 있는 숫자를 중시했으면 한다.
원문: 추정남의 Med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