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와 인하우스 마케터 . 가깝지만 또 참 먼 관계입니다. 항상 대화하고 함께 업무하지만 막상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나 싶습니다. 그래서 마케팅, 커뮤니이션 실무 담당자 모임 ‘이름 없는 스터디’에서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마케터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갑과 을, 혹은 파트너
계약상 에이전시와 인하우스는 ‘갑’과 ‘을’의 관계입니다. 요즘은 계약서도 바뀌는 추세입니다만 실제 업무에서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요? 에이전시는 인하우스의 동반자, 파트너 혹은 협력관계가 될 수 있을까요?
- 갑과 을이 될 것인지, 파트너가 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각자의 노력에 달렸다. 협력관계를 말하기 전에 서로가 어떻게 업무에 임하고, 어떤 퍼포먼스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 인하우스 마케터 입장에서 에이전시가 파트너인 것이 좋을까, 갑과 을의 관계인 것이 좋을까? 이것은 결국 결과물의 질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갑과 을의 관계가 꼭 좋은 것도 아니지만 파트너가 항상 답은 아니다. 간혹 마음을 놓고 맡기면 일까지 놓는 느낌이 든다. 무조건 푸쉬하는 것은 또 서로가 피곤하다.
- 에이전시는 인하우스 마케터의 손발이 아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환영하지 않는다. 더 나은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전문성에 대한 고민
인하우스 vs. 에이전시 마케터 1편을 보면 인하우스 마케터 는 에이전시의 ‘전문성’에 불만족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7년 차 이상의 ‘의사 결정권자’에게서 더 두드러졌는데요.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좀 한다 하는 에이전시 담당자는 인하우스로 튄다(혹은 빼간다). 에이전시에는 믿을만한 중간급이 점점 더 없어진다. 영업은 그 위급이 하지만 실제 업무를 그들이 맡지는 않는다. 인하우스 마케터 보다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의지나 노력이 에이전시에 있는가? 에이전시는 어떤 장기적 포석을 갖고 자사의 인재들을 트레이닝하는가?
-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이런 구조적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 본다. 특히, 디지털 단에서 이런 경향성이 심해지는 느낌인데.. 요즘은 인하우스 담당자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 전문성의 영역이 달라 나타나는 결과일 수 있다. 인하우스가 바라보는 관점과 에이전시가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전문의 영역이나 판단의 척도 자체가 다를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느끼는 인하우스 담당자가 많다면, 이것은 에이전시의 접근법을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 아닐까 싶다.
- 인하우스 마케터 역시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 자리, 그 명함이 당신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 자리를 나왔을 때 자신의 전문성은 무엇인가?
결국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하우스 마케터
업무를 진행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인하우스 마케터가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할 내용도 많습니다. 이는 특히 에이전시 마케터들이 직접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 제대로 된 목표와 KPI가 필요하다.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니 산으로 간다. 임원, 관리자를 문제 삼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도 그렇지만 담당부터 명확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확한 가이드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업무가 이루어진다. 시너지효과는 에이전시의 실력과 담당자의 의지가 함께 섞여야 한다.
-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RFP를 먼저 꼼꼼이 뜯어보고 할만한 일인지를 면밀히 살펴야한다. 이것은 관리자급에서 신경 써줘야 한다. 실무자를 소진시키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또한 운영의 묘도 필요하다. 3-4번 논의해야 결정 나는 경우가 많다. 미리부터 힘 빼지 마라.
- 일을 받았으면 알려달라. 자세히 설명해달라.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달라. 업무의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명확한 배경 설명은 실제 일을 하는 입장에서도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
‘갑질’ 이슈는 지난해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군다나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사이에 이 담론은 지난하기까지 합니다. 다만 의외로 1편의 설문조사를 보면 에이전시는 인하우스 마케터의 ‘비즈니스 매너’에 만족하는 경우가 높았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야기할 거리가 여전히 많지만요.
- 인하우스 마케터는 자신의 잡무처리를 에이전시에 미뤄서는 안 된다. 퇴근을 앞두고 업무 요청을 하거나 연락하는 등의 태도는 같은 회사에서도 조심하는 일이다.
- 관계에 의해 인하우스 마케터는 더 높은 직급의 에이전시 담당자와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업계, 그리고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선배’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
- 비즈니스 매너는 오히려 에이전시 담당자에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특히, 대면, 메일, 전화상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물론, 시간관념 따위가 있다. 에이전시마다 업무 능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회사에 따라 태도에는 차이가 있고 이것이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 계약서에 기반한 업무 진행은 양쪽이 모두 생각해봐야 할 문제. 계약서는 명확한 업무를 구분해줘야 하고, 업무 요청과 진행은 이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양측이 이를 염두에 두고 이에 기반 둔 업무 지시와 진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뢰, 그 어려운 것
인하우스 마케터가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에이전시 마케터의 도움은 어찌 보면 절실합니다. 다만 이 이질적인 두 그룹 사이에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선후가 어쨌든 ‘신뢰’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 인하우스 마케터는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 마이크로 매니징보다 목표에 집중하고 믿고 맡겨야 한다. 지나친 간섭은 담당자를 소극적으로 만든다. 그래놓고 선도적 제안을 강조하는가? 맡겼으면 믿어달라. 제안서부터 다 뒤집을 거면 왜 우리를 뽑았는가?
- 에이전시에 브랜드에 대한 과도한 애정을 기대하지 마라. 브랜드는 결국 인하우스 마케터 의 것이다. 에이전시 마케터는 기본적으로 여러 개의 어카운트를 관리한다. 100% 전담과 더 많은 애정을 원한다면 더 많은 돈을 내면 된다.
- 명확한 업무 관계가 필요하다. 에이전시 입장에서 인하우스 마케터와는 가능한 적게 연락하고 적게 만나는 게 속 편하다. 지나친 관계 설정은 욕심이다.
- 인하우스 마케터는 아이디어 디벨롭이나 기획, 제안 혹은 콘텐츠 제작 등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예산
사실 설문조사 단에서 받은 피드백 중 가장 많은 것은 예산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인하우스와 에이전시 마케터의 생각은 많이 달랐습니다. 상당히 민감하기도 했고요.
- 과거에는 에이전시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대비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툴이 개발되고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매체비까지 추가로 들어간다. 마케팅 단에서 에이전시를 활용하는 것은 이미 고비용이라는 이야기다. 에이전시에서 넘어가거나, 실무를 익힌 인하우스 담당자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업무의 내재화를 이미 진행했거나 고민하는 기업도 많다. 어떻게 할 것인가?
- 인하우스 입장에서 무조건 적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비용이면 0 한두 개 더 붙는 건 중요하지 않다. 다만, 에이전시가 그만큼 합리적인 비용을 제시하고 있는가? 합리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때 실제 수치로 증명해달라. 좀 더 자세하게 break down 해달라. 단순히 크리에이티브의 어려움이 아니라 그 어려움의 가치를 증명해달라. 그럼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더 많은 예산을 배치한다.
- 프로의 결과를 아마추어의 돈으로 요구해서는 안된다. 합리적인 비용과 그에 따른 퀄리티의 유지, 목표한 KPI의 달성은 이 업계에 몸담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지표 아닌가 싶다.
원문: 짬봉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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