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광주의 기억
대학생 때 잠시 비엔날레 통역 아르바이트로 광주에 간 적이 있다. 그 때 우연찮게 공직자 한 분을 만났는데, 갑자기 5.18을 아느냐고 묻기에 잠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야기를 마치고 당시 모셨던 분께서 말씀하셨다.
“제 사촌형인데, 전남대 단과대 학생회장 출신이에요. 제가 5.18 때 7살이었는데,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해요. 여자들은 시위하던 분들 도우려고 음식 나르고, 남자들은 시체로 돌아왔죠. 저만 해도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데, 형님은 오죽하겠어요?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거죠. 그때 광주에 있던 사람은 모두 그럴 거에요. 아마 바깥에서는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을 이해할 수 없을 거에요.”
1. 다르지 않은 이명박의 5.18, 오늘 박근혜의 5.18
올해도 어김 없이 5.18 기념식이 거행됐다.
취임 첫 해를 제외하고 참석하지 않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때문인지, 작년 박근혜 대통령은 현직으로 5년만에 기념식에 참석했다. (링크) 이명박도 대통령 첫 해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5년만에 복귀이니 역사가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5년 전과 너무나 비슷하다. 당시 이명박은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공자를 위로한 후, 이를 토대로 산업화, 민주화를 통한 선진화를 이야기하며 국민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링크) 박근혜도 유공자와 유가족을 위로한 후 민주화를 경제 분야로 확장시켜 국민통합과 행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링크)
그리고 올해는 역시나 참석하지 않았다. (링크)
2. 10년 전 노무현의 5.18
그렇다면 고 노무현 대통령은 어떨까? 매해 참여한 노무현의 연설도 과거의 위로와 미래지향이라는, 흐름은 비슷하지만 그 수위의 차이는 매우 크다. 나름 공정하게 보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링크) “1980년 당시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던 광주의 함성은 정부와 언론에 의해 불순분자의 난동으로 왜곡돼기도 했습니다. (중략) 정의와 양심의 분노가 군부의 총칼 앞에 무참히 짓밟혔던 것입니다.”라고 그들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또 “무엇보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남겨주었습니다. (중략) 5.18 광주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뜨거운 열기는 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져 마침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토대가 되었고, 마침내 오늘의 참여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참여정부는 바로 5.18 광주의 숭고한 희생이 만들어낸 정부입니다.”라고 그들의 희생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음을 구체적으로 칭송했다.
3.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없는 반쪽짜리 5.18
올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도마에 올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항쟁 때 숨진 윤상원 씨와, 이에 앞서 야학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을 통해 널리 알려진 노래다. (링크) 올해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이루어졌다. 둘의 차이는 ‘합창’은 따라부르거나 말거나 개인의 선택이지만, 제창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따라 부른다. 일반인이야 상관 없겠지만 VIP는 TV에 잡힐 때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곤란하므로 그 의미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링크)
원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이명박 대통령 당시 2009년 합창으로 편성됐다. 이것까지만 해도 논란이 많았는데, 2009년 12월 국가보훈처는 별도의 ‘5월의 노래’를 국민공모하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으며 (링크), 2010년 5.18에는 이 날이 무슨 신나는 날이라고, (그것도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연주하겠다고 나서서 욕을 트럭으로 먹은 바 있다. (링크)
결국 작년, 5월 단체들은 기념식을 2010년 이후 두 번째로 보이콧했다. 내외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통상 ‘5.18민주화운동 경과보고’는 5.18 유족회장이 담당했으나 불참했다. 광주시립합창단 역시 합창공연을 거부했다. 시민단체들도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퇴 등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 운동에 나섰으며, 5.18 공식기념곡 추진대책위는 청와대에 항의했다. 안철수 의원도 “전통이자 문화로 자리잡은 것을 국가에서 무리하게 바꾼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링크)
올해는 한 술 더 떠서, 유족도, 대통령도, 임을 위한 행진곡도 없는 기념식이 열렸다. 이쯤되면 기념식이라 할 수 있는지가 애매한 수준. (링크)
4. 종편과 일베, 능욕의 5.18
이런 5.18 모독은 단순히 높은 분들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이제는 셀프 디스를 시전하고 있다. TV 조선은 “5.18은 북한 특수부대 개입한 폭동”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방송을 버젓이 내보냈으며(링크), 채널A 역시 이렇다할 근거도 없이 북한군의 소행이라 주장하는 방송을 펼쳤다. (링크) 반면 jTBC는 조중동 세트가 지겨운지 이들 방송을 비판했다. (링크) 또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씨는 “종편의 5.18 왜곡보도는 일본 역사부정과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링크)
일베는 한 술 더 뜨고 있다.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어이 없는 이야기에는 ‘일베로’가 수없이 찍히고 있으며(링크, 혐오주의), 고려대의 5.18 사진전을 전두환 찬양, 희생자 홍어 비하 등의 사진과 글로 훼손하는 사건도 있었다. (링크) 연세대에서는 일베충의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베츙이’ 코스프레가 등장했다가 결국, 쫓겨났다고(…) 한다. (링크)
아… 지금 그들이 존경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1670억 원의 미납 추징금에다가 덤으로 ‘고액상습 세금체납자’라는 불명예가 추가됐다고 한다. 3년간 3017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 (링크) 하긴 그에게 ‘세금체납자’ 정도의 불명예가 붙는다고 뭐가 달라질 명예이겠냐만… 후배가 군대 후임으로 전두환 외손자를 받았는데, 세뱃돈으로 30만원을 받았다 카더라. 전재산에 빚까지 내는 눈물나는 자식사랑.
5. 그 때 5.18의 현장, 그리고 앞으로의 5.18
5.18 당시의 대략적인 흐름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링크) 또 당시 광경은, 잔인한 사진이 꽤나 많지만 여기서 볼 수 있다. (링크) 캡콜드는 “5.18도 언젠가는 축제의 장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묵념하는 날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유의 정신을 즐기며 광장에서 한바탕 흥겹게 노는 장이 되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두환은 개새끼였지만 그래도 박정희는 위대한 분이었지”라면서 열심히 군부독재를 그리워하는 어르신들과 젊은 머저리들이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나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링크)
하지만 그러기에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
– 그날 당신들 덕분에 오늘 제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겠습니다. 이 소중한 나라. 왜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고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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