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글 쓰기 실력을 늘려 준다고 생각하여 행동하고 있는 일이지만, 사실은 글 쓰는 실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은 계속 써야 는다. 속도도 실력도.
1. 책 읽기
어떠한 문장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인풋과 아웃풋이다.
책 읽기는 바로 인풋에 해당하는 요소이다. 많은 사람이 책을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쓴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글쓰기와 직결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영어에서 독해와 글쓰기를 잘 하면 어느정도 스피킹에 도움이 되지만, 독해와 글쓰기를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스피킹을 잘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읽는 것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글 읽기’는 글의 주제를 다채롭게 해줄 수는 있지만 글 자체를 잘 쓰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2. 필사
필사를 많이 하면 글 실력이 늘리라는 것 역시 대표적인 착각 중 하나다. 필사라는 것은 분명히 ‘쓰는’ 활동이지만, 사실상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읽기’와 아무것도 다를 게 없다. 다시 말한다면, 그냥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읽는’ 활동일 뿐이다.
따라서 1번과 마찬가지로 인풋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사가 글실력을 늘려준다는 것은 착각에 가깝다. 물론 필사하면서 다양한 글을 읽게 되고 다양한 표현들을 ‘보게’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당신의 머리를 거쳐 당신의 손으로 ‘창작’된 것이 아닌 이상, 그저 필사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책 읽기’에 그칠 뿐이다.
3. 인용
멋있는 말이나 명언 등을 여러 개 매일매일 모으는 것은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데 영어 단어만 열심히 외우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다. 그 ‘인용’을 통해서 당신이 느끼는 것이 ‘멋있다’ ‘반성해야겠다’ ‘공감한다’ 정도라면, 이는 당신이 전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와 느낀 점을 ‘집이 최고’라는 수준으로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페이스북에 달리는 ‘좋아요’와 당신의 댓글이 무슨 차별점이 있는가? 인용은 분명 글을 맛깔나게 만들어가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인용 자체만으로는 그 어떤 실력도 발전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글 솜씨가 늘까? 필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하고 싶다.
1. 쓰자, 무조건 많이 쓰자
하루에 몇 줄이어도 좋다. 매일 쓰자. 실제로 고3 시절 수능 준비에만 매달려야 했던 나는, 수능을 친 이후 논술을 어떻게 준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수능이 끝난 이후 닥쳐서 학원 등을 다닌다고 해서 글 쓰는 실력이 그렇게 쉽게 느는 것이 아닐 텐데… 라는 생각을 했던 내가 선택했던 방법은 ‘일기 쓰기’였다.
연애편지든, 일기이든 어찌 되었든 글은 쓰면 늘 것이다. 그것이 설명문, 논설문으로 바뀌는 것은 조금의 노력만 덧 붙이면 되는 일이다.
이 가설 하에 매일 일기를 썼다. 실제로 당시에 쓴 일기들은 나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지 마라. 반드시 시사점을 도출하고, 글에 통찰력을 실어라.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바로 그 글에서 보이는 ‘통찰력’의 유무 여부이다. 글에 통찰력이 담겨 있을수록 해당 글은 잘 쓰인 글로 보인다. 마치 문장의 톱니바퀴가 체계적으로 맞물려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통찰력은 비단 논설문이나 설명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 글이 어떠한 종류이든 변모한 통찰력이 숨어져 있는 글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유려한 표현도, 날이 잘 다듬어진 논지도 결국 통찰력이라는 말로 축약되어 표현될 수 있다. 여러분들은 글을 쓸 때 어떠한 시사점을 뽑아내고 있는가?
통찰력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상황을 한 번 더 깊게 들어가 보거나,
그 상황의 미래나 과거. 즉 추세를 들여다보거나
그 상황을 한발 뒤로 물러서서, 즉 그 상황의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된다.
‘즐거웠다’, ‘맛있다’, ‘예쁘다’, ‘행복하다’ 이런 식으로 누구나 1차원적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은 단순한 사실과 다를 바가 없다. 글 안에 통찰력을 싣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단순히 횡단보도에서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는 ‘상황’에만 주목하지 말자. 그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사고해 보자. 보행자 교통 사고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그런 생각들이 여러분의 글에 통찰력을 싣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3. 비유와 예시를 생활화하라
글을 잘 쓰게끔 보이기 위해서 가장 손쉽게 이용되는 방법이 바로 비유와 예시이다. 비유와 예시를 글에 풍부하게 실을수록 글은 더욱 직관적이 되고 독자의 이해도가 높아지며 자세한 설명이 붙을 수 있게 된다.
비유는 내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려는 대상 A와 공통된 속성을 가진 어떠한 대상 B를 가지고 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공통된 속성을 가진 B를 먼저 말하고, 그 다음 A도 B와 같다고 설명하는 방법이다.
예시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겠다.
‘당신은 나에게 금요일 같아. 늘 기다려지고 만나면 행복하거든’
‘이 상품의 판매량은 눈 깜빡임과 같습니다. 그만큼 많이 판매된다는 뜻이죠.’
예시는 전체를 다 보여 주는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글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개념만 설명했을 때에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예시를 통해서 직관적으로 이해시켜줄 수가 있다. 수많은 컨설팅 사에서 케이스 스터디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그 케이스 스터디가 컨설팅사들이 가지고 있는 방법들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끝나고 반드시 퇴고 과정을 거치자.
어디에 글을 발행하든, 제출하기 전에 꼭 한번 다시 읽어 보길 바란다. 분명히 문장의 구조를 바꾸고 싶은 곳이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진지한 글에서 하는 맞춤법 실수는 신뢰도에 치명적이다. 꼭! 꼭! 꼭! 퇴고를 거친 후에 발행하거나 제출하도록 하자.
이 3가지 원칙만 지켜도 당신의 글솜씨가 일취월장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모두가 달필, 명필이 되는 해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원문: 김재성의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