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용량, 구글이기에 무서운 이유
나는 이번 구글 I/O에서 발표된 내용중 가장 무시무시한 내용이 구글 드라이브의 무제한 용량제공이라고 본다. 물론 월 10$라는 제한이 붙어 있긴 하지만. 이 제한은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전혀 제한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10달러면 연간 120달러, 10년간 1200달러에 불과하다. 이정도면 쓸만한 개인용 컴퓨터 한대를 맞출 만한 비용인데, 그 비용으로 10년간 나의 모든 데이타를 용량제한없이 구글이 보증하는 클라우드에 분실과 도난의 위험없이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하드디스크 용량부족으로 바로 지워버리던 혹은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옮겨놓던 수많은 내용들을 이제는 그럴 우려없이 클라우드에 무조건 다 우겨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월 10달러는 쓸데없는 스팸계정들의 무제한 업로드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벽일테고, 비정상적인 용도의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한사람이 도서관 분량 전체를 저장한다거나 하는) “정상적인 이용”이라는 상당히 자의적인 내용이 사용계약서의 일부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여기에 “구글”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과거의 검색엔진이라는 좁은 분야에서 벗어나 수많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진출하고 있고, 그중 많은 분야에서 성공적이다. 어떤 이들은 구글이 너무 방만하게 운영한다고 하지만, 나는 구글이 적어도 한세대 정도는 무사히 버텨낼 것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므로, 이 ‘구글’ 딱지는 안전성을 보증한다. 모 중국업체들이 무료로 개인당 1TB씩을 제공한다고 아무리 요란하게 광고를 해도 사람들이 그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지만, 구글이 ‘무제한 용량제한’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실제로 믿는다.
사실 이정도 가격대면, 안전한 백업과 복원을 위한 값비싼 NAS 장비등을 구입할 메리트가 완전히 사라진다. 모든 백업을 빠른 인터넷과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용 NAS 장비와 개인용 백업장비 업체들은 타격을 좀 받게 될거다. 구글이 한국회사였다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하지 않는다고 된통 여론의 공격을 받을 만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구글, 인류 궁극의 데이터 보관소가 되다
이러한 서비스를 구글이 제공하게 되면서, 구글이 얻게 될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구글은 인터넷상의 수많은 데이타를 긁어다가 인덱싱을 해서 검색엔진의 결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가장 잘 해왔고, 이를 통해 인터넷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던 구글이 이제는. 유저들의 수많은 데이타를 직접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구글이 이제 궁극적인 인류의 데이타 보관소가 되는 거다.
구글이 소유하고 있는 또하나의 히트작중 하나인 유투브가 세계최고의 동영상 저장고이고, 방대한 분량을 별다른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2012년부터 2년간 이미 성공적인 대규모 무료서비스를 통해 안정화된 구글드라이브가 성공하리라는 데에는 별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람들은 게으르다. 그래서 구글 드라이브에 데이타를 쌓기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내 구글 드라이브에 올려놓은 양이 방대해져서 PC에 모두 다운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구글드라이브는 이제 편리함을 넘어서 그냥 컴퓨팅 환경의 필수요소가 된다.
여기서 한발짝만 더 나가면 구글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있는 데이타를 직접 웹서비스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일반 사용자 웹서버의 디렉토리 설정에 따라서는 구글드라이브의 데이타를 웹서비스하는게 가능하기도 하지만, 매우 비효율적이긴 하다. 데이타가 구글드라이브에서 해당 웹서버로 왔다가 다시 클라이언트로 전송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개인홈페이지이거나 캐싱서버를 쓰고 있는 상황이 아니면 별로 무의미하다.
하지만, 이렇게 구글클라우드내에 설치된 웹서버를 직접 사용하게 된다면, 수많은 서버에 분산되어 있는 웹서버라는게 무의미해진다. ‘구글이 제공하는 웹호스팅’ 만큼 믿을 만한게 어디 있겠나. 더구나 데이타는 이미 다 구글 클라우드에 올려놓은 상태라면 말이다.
모든 것은 구글로 통한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구글이 전 지구적 사용자들의 데이타를 보관하게 되고 이를 서비스하는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 이제 구글은 인터넷 사서에서 인터넷 보관자로, 다시 인터넷의 관리자로 자신을 계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나가는 대역사를 이루게 된다.
이거 무서운거다. 상상해보자. 구글 마크가 붙어 있는 삼성 갤럭시 패드나 LG 크롬북을 통해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띄우고, 이걸로 구글 검색을 해보니, 검색된 결과가 대부분 구글 드라이브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를 이용한 구글 호스팅 웹서버인 경우를. 클라이언트 말단부터 서버쪽까지 전부 다 구글이 관리하는 세상을.
자, 구글이 지배하게 될 미래에 오게 된 걸 환영한다! 구글제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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