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실패했는지 연구하는 ‘실패학’의 창시자인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는 실패하기 전에 많은 실수가 있었고 구성원들이 가랑비에 비가 젖듯 그 실수와 잘못된 선택이 누적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패학은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실패학에서 대표적으로 설명하는 통계적 법칙은 하인리히 법칙이다. 하인리히 법칙이란 1건의 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 중소형 사고가 29건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긴 일이 300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고객이 재해를 당하면 보험금을 내줘야 하는 보험 업계에 있었던 하인리히는 통계적으로 보험의 리스크를 측정하기 위해 통계를 정리하다가 이런 법칙을 발견했다.
세상에 망하자고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대부분 망한다. 필자가 2년 전에 받은 명함 1,500장 중 985장의 명함의 홈페이지, 이메일은 이미 죽어 있었다. 나머지 451장의 명함의 창업자들은 사실상 1인 기업이 되었거나 이름만 걸고 좀비가 된 회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이 스타트업은 죽음의 계곡에서 단순히 운때가 좋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걸까?
사실은 아니다. 사실 그 스타트업 대부분이 실패할 만한 짓거리를 했기 때문이다.
망하는 스타트업 1법칙: 개발자가 없다
사회 초년생에 가까운 사람들의 특권은 청년창업 관련 제도가 잘 되어 있어 5천만 원에서 몇억 원까지 정부 지원 자금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자금만 신청 잘해서 연명하는 좀비 기업도 없지는 않다. 점차 창업 지원이 입체적이고 실무, 검증 중심으로 바뀌면서 창업자금 좀비 기업들은 도태되고 있기는 하다.
사실 문제는 창업자와 co-founder(요즘은 명함에 이런 단어를 파는 스타트업이 많다. 그래서 좀 더 대우해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중에 어느 누구도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르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CTO를 찾아 헤메거나 외주로 개발을 시작한다. 대부분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프로그래머 외주자는 딱 돈을 준 만큼만 일한다. 그 이상의 경우는 사막에서 유니콘을 만난 것처럼 평생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은 대부분 정리가 덜 되어 있기 때문에 끝임없이 개발자와 기획자, 창업자가 소통해야 한다. 외주로 만일 이 일을 한다면 예상 완료 시간은 ‘알 수 없음’이 된다.
적어도 창업자들은 코딩을 못 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재능을 가져야 한다. 창업자와 창업자의 사업 모델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어떤 프로그래머가 온다고 해도 내 일처럼 일을 마무리 짓지 않을 것이다. 딱 돈 준 만큼, 사전에 기획한 만큼 결과물을 나온다는 말이 궁금하다면 앱 외주를 한번 발주해보면 알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창업자가 프로그래밍을 모르면 성공하는 경우는 내가 우주여행을 하는 확률만큼 희박하다.
망하는 스타트업 2법칙: 대표가 페이스북, 트위터 중독이다
한 시간에 서너 번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하고 있는데 개발은 언제 하고 일에 집중은 하는지 모르겠다. ㅍㅍㅅㅅ의 수령처럼 덕업일치가 아니라면 이런 스타트업의 대표가 하는 회사는 생존이 힘들다.
망하는 스타트업 3법칙: 바퀴를 재발명하는 개발자
이 경우는 수없이 봐서 개발자들의 고쳐지지 않는 직업병처럼 보인다. 필자가 본 예 중 드라마틱한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반조리 음식을 배달하는 스타트업이 있었다. 개발자 관련 그룹에서 여러 기술에 대해서 물어보길래 오지랍 광대하게 조언을 해준 일이 있었다.
모 스타트업 개발자 : MSA(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로 서비스를 변경하고 싶어요.
김모씨: 사이트를 보니 그냥 써도 되겠는데요?
모 스타트업 개발자 : 너무 느리고 기능이 부족해요. 그리고 스케일업을 위해 변경할 필요가 있어요.
김모씨: 하루 주문량이 얼마나 되나요? 피크 타임 주문량도요.
모 스타트업 개발자 : 하루 50건이고 피크는 5~8건이예요.
김모씨: 서버 사양하고 MRTG, 로그 좀 보여주세요.
로그를 확인한 결과, 너무 작은 용량의 AWS 일본 서버를 사용하고 있었다. 서버 용량을 늘리고 로딩 속도를 높일 수 있는 CDN 셋팅을 하면 큰 문제가 아니였다. 그냥 유행이라 MSA로 개발자가 그럭저럭 돌아가는 서버를 새로 개발하고 싶었던 것이다.
반년 정도 후에 그 회사는 문을 닫았다. 예상보다 매출이 안 오른 것이 문제였고, 함께 주문된 음식의 오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누락되는 문제 때문이었다는 후문을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스타트업 개발자들은 그저 호기심으로 거의 완성된 오픈소스,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고 새로 만든다. 그리고 새로 만드는 것은 기존 것보다 잘 만든다는 보장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거의 모든 웹호스팅 회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쇼핑몰이다. 그냥 웹호스팅 회사에서 제공하는 쇼핑몰에 스킨만 갈아 사용해도 대부분의 비지니스는 이상이 없다. 그러므로 개발자의 폭주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필자는 심지어,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쇼핑몰인데 북미 힙스터들이 사용하는 PG를 붙여서 달러 결제가 되는 스타트업 사이트도 본 적이 있다. 이 회사는 부정결제 사기로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해외 PG는 부정 결제 사기에 대해서 어떠한 배상을 해주지 않는다. 한국의 PG는 어느 정도 FDS(비정상 결제 사기 방지 시스템)이 있어 이런 사기 카드나 비정상 카드를 거른다. 문제는 단지 ActiveX일 뿐, 한국은 잘 되어 있다.
망하는 스타트업 4법칙: 자율을 빙자한 게으름
솔직히 말해서 니들이 언제 일하는지 모르겠다. 게임 업계 크런치 모드를 그렇게 욕하더라도 게임 업계는 한정된 시간 내에 결과물이 나온다. 니들 스타트업 중에서 그럴듯한 렌딩 페이지 올리고, 스타트업 데모 데이 나오고 다 멋지다. 하지만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야근을 했다고 점심 넘어 설렁설렁 나타나고, 카페가 일 잘된다고 카페에서 몇 시간 노닥거리면서 스타트업 힙스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개발자 모임이나 스타트업 모임에 뭔가 발표하고 시간을 쏟는 것은 좋지만 다 함께 모여서 개발해야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적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모 스타트업 지원 공간에 1년간 자리를 잡았던 적이 있다. 대부분의 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고 그 흔한 칸반보드나 대시보드 하나 없이 일하는 회사가 대부분. 출퇴근에서 모두가 모여 한자리에 앉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 문화가 어떻고 자율이 어떻고, 애자일적인 개발이 어떻고 하던 스타트업이 많았다. 첫 매출이 나오고 입에 풀칠할 상황이 되어야 문화도 챙기고 쉬는 시간도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매출과 고객이 없으면 당연히 회사는 운영할 자금이 없기 때문에 망한다.
스타트업 기업 중 엉덩이가 무거웠던 기업들은 대부분 지금 괜찮게 자리를 잡았다. 꼭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존재한다. 닥치고 코딩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제품을 수정하는 스타트업은 적어도 망하지 않는다.
망하는 스타트업 5법칙: 탐욕
내가 아는 모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금이 들어오자마자 수입차 매장에 가서 억대의 차를 회사 리스로 샀다. 그 회사 직원이 내게 말했다.
나는 대표님 차를 사려면 20년 월급을 모아야 하네요….
그 직원이 회사 일에 내 일처럼 몰두해서 미친 듯 할 수 있었을까? 회사 구성원들에게 엉뚱한 좌절감만 줬을 뿐이다.
모 스타트업 연합이 있는 신사역 술집, 그곳에서 밤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양주를 폭탄주로 만들어 마셨는지 알면 스타트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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