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술집 안씨막걸리’를 열기까지
리승환(이하 리):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안상현(이하 안): 경리단길에서 한국술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 두 곳, ‘한국술집 안씨막걸리’와 ‘한국술집 21세기 서울’을 운영하고 있어요.
리: 어쩌다가 이런 일을?
안: 학생 때 운동에 관심이 컸어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정치를 했죠. 그렇게 정치를 하다가 백수가 됐는데, 명분도 있고 실리도 있는 일을 찾다가… 술집을 하게 됐죠. 한국술 전문점.
리: 뭔가 시작부터 사이즈가 큰데… 대체 졸업하고 정치하기 전까진 뭘 한 겁니까…
안: 졸업 시즌에 두 군데에 합격했어요. 하나는 희망제작소, 하나는 BCG… 성격이 좀 다른 조직들이긴 한데, 그때가 마침 광우병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여름이라 기업보단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게 사회초년생으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BCG 정식 입사를 1년 미뤄도 되겠냐고 문의했고 회사에서 받아들여 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영리 씽크탱크 개념으로 만든 단체였는데, 저는 ‘사회적 기업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사회적 기업 개념이 거의 없을 때 입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완주군 등 지역 소기업 컨설팅도 해주고, 은행권 펀드 조성해서 그라민 뱅크가 했던 것처럼 저소득층 대상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리: 그런 많은 일을 하고 왜 나왔죠?
안: 비영리단체는 인재육성 시스템이 부족해요. 그야말로 각자 알아서 성장해야 했어요. 그런데 살아남아도 문제인 거예요. 박원순 같은 명망가나 뜨지, 젊은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적었어요. 급여 수준 또한 절반도 안 됐고요. 차라리 기업은 일 잘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위로 올라갈 수 있잖아요. 제 자신이 브랜드가 될 만큼 확 클 때까지는 기업 영역에서 일해야겠다 싶어서 처음에 BCG에 얘기했던 대로 1년 만에 돌아갔습니다.
리: 나름 최고의 컨설팅 펌에 가니까 어떻던가요?
안: 국내 최대 기업의 전략 수립, 방송사 구조조정,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 결정 등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들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비영리 단체의 시각으로 국가 재정 사용되는 일을 하다가, 산업계를 대변해서 국가재정을 움직이는 일을 하니 때때로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저 개인적으로는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하느라 몸이 고달픈데 장기적인 전망이 안 보여서 엄청 비참했던 시기입니다.
리: 아니, 그래도 월급 잔뜩 나오는데 비참할 것까지야…
안: 저는 천성이 한량이에요. 게다가 아직 젊으니까 어떻게든 한 번 삶을 바꿀 도전을 해보고 싶었죠. 그러다가 티몬에서 전략기획실장 제의가 왔어요.
리: 갑자기 티몬?
안: 제가 대학 때 잠시 이스라엘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현지 VC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죠. 티몬에 합류할 생각 없냐고. 그때가 티몬이 창업한 지 6개월 됐을 때였는데, 제가 BCG 정리하고 나가는 6개월 사이에만 직원이 100명에서 500명으로 늘었어요. 회사는 고속성장하고 평균 연령 27세고 엄청 재밌게 일했죠. 드디어 인생에 로켓이 달렸다 싶었어요.
2. 정치도 해봤다
리: 그런데 그 좋은 회사 왜 그만두고 정치를 한 겁니까?
안: 제가 BCG 다닐 때 기업인 출신의 정치인인 이계안 의원에게 찾아가서 조언을 구한 적이 있어요. 정치는 명분을 쌓고 세를 늘리는 게 중요하니, 한 살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민주당 쪽에서 청년비례대표를 뽑는다고 하길래 출마했습니다.
리: 아니, 스톡옵션 다 포기하고?
안: 그렇죠. 그 때 아마 제가 창업 멤버 제외하면 스톡옵션이 꽤 많은 축이었을 텐데…
리: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군요.
안: 저는 대의명분을 중시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보상이 아쉽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당신이 그런 말 할 상황이 아니잖(…)
리: 뭐 어쨌든 낙선했습니다. 이후 뭘 했나요?
안: 민주당 부대변인 타이틀을 달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냥 여의도 정치 한량이었죠. 2년 동안 신나게 술만 마시면서 문전걸식 주유천하 했습니다. 제가 사실 대학 때부터 운동에 관심은 컸지만 막상 정치를 해보니 또 전혀 다른 것이더라고요. 운동은 옳은 것을 주장하는 행위이지만 정치는 타협을 끌어내는 조정 행위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리: 갑자기 뭔 이야기가 이렇게… 어차피 아무말 대잔치이니 묻겠습니다. 정치가 뭔가요?
안: 정치는 공동체의 의사결정을 연속적으로 내리는 행위입니다. 이 행위 능력을 위임받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한데, 권력이란 건 ‘사람들이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있어요. 그러니까 권력을 잡고자 하는 정치인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착각으로라도 해당 정치인에게 권력이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해요. 그러니 정치하는 사람들 다수가 자신에게 권력이 있는 척 거짓말을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정치인들에겐 권력이 없어요. 허깨비들입니다.
리: 그 바닥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안: 제대로 된 정치인이 되려면 첫째, 확실한 자기 콘텐츠가 있어야 해요. 둘째로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걸 꿰뚫어 볼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에도 적용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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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씨막걸리’, 그 눈물의 성장기
리: 그러다가 갑자기 술집 사장이 된 이유는?
안: 맨날 술 먹고 여자 만나고 노니까 1차원적으론 행복한 시간이긴 했어요. 그런데 제가 나름 이 나라의 젊은이로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해야 하는데… 730일 연속으로 술 마시다가 우연히 고급 한국술을 알게 됐어요.
리: 바로 기회가 왔다 느낀 건가요?
안: 이런 고급 한국술이 있는데 왜 크래프트 비어만 뜨나? 사람들은 왜 그것만 마시나? 그럼 나는 크래프트 막걸리를 팔아보자. 이러고 보니 존나 명분도 있고… 사람들이 크래프트 비어를 좋아하는 게, 뭔가 힙하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나라면 한국술을 힙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더부스 김희윤 대표님도 친했는데, 그분은 개업 3개월 만에 월 매출 3천을 찍더라고요. 그러면 나도 그 정도는 되겠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가게를 냈죠.
리: 그래서 3개월 만에 3천 찍었습니까?
안: 아니오. 저는 3천을 찍기까지 18개월이 걸렸습니다. 죽을 뻔했어요… 멋모르고 자영업 뛰어든 게 매우 잘못된 선택임을 깨달았죠. 진짜 죽을 뻔 했습니다….
리: 사업기획은 잘할 것 같은데…
안: 자영업은 던전입니다. 진짜 어려운 거예요.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형제 모두 그만 포기하라고 말렸어요. 그래도 버티면서 1년차에는 가게 2층 단칸방에서 먹고 자고, 2년 차에는 가게 바로 뒷건물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지하방에 살면서 근성으로 버텨서 겨우 살아 남았습니다.
리: 그런데 대체 왜 안 망한 거죠?
안: 시작하기 전 페이스북에 투자자를 모은다는 글을 썼어요. 나 이런 사람인데, 대한민국 최고의 한국술집을 차리려 한다. 그러니까 투자할 사람 모여라. 그래도 BCG 컨설턴트와 티몬 전략기획실장을 하다가 정치 한다며 나름 자기가 가진 걸 내려놓은 걸 인정해준 사람들 100여 명이 2억 5천만 원을 투자해줬어요. 동시에 이 친구들이 안씨막걸리의 초기 단골이 된 거죠. 그래서 최소한의 매출은 나올 수 있었습니다.
리: 첫 달부터 흑자였나요?
안: 네. 처음부터 제가 월급을 안 가져가서라도 무조건 흑자 경영을 했어요. 어차피 잘 아끼면 월 BEP 정도는 넘길 수 있거든요. 월 1,0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왔는데 식재료 등 원가 300, 월세 100, 잡비 100, 직원 인건비 300… 그러면 제 월급 중에서 150 가져가고도 투자자들에게 50 정도는 남겨줄 수 있어요. 진짜 작은 돈이긴 하지만, 절대로 망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죠.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리: 뭐, 근데 150 벌겠다고 이 고생하는 것도 좀… 사실상 투자자들이 먹여 살려준 거잖아요?
안: 맞습니다. 제 초기 가설이 틀렸기 때문에 그 고생을 한 것입니다. 저는 크래프트 맥주처럼 크래프트 막걸리도 술만 좋고 분위기만 힙하면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기존 인식 때문에 한국술엔 엄청난 디스어드밴티지가 있었어요. 막걸리는 무조건 싸야 하고 파전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이미지를 넘어설 필요가 있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술이 좋고 분위기가 세련될 뿐만 아니라 음식도 좋아야 했습니다.
리: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안: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습니다. 외식업계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조언을 많이 구했고, 수업도 많이 들었어요. 특히 황교익 선생님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그 수업에서 코넬 대학과 구글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을 지닌 요리사를 만났어요. 그 친구를 영입한 후로 각종 시그니처 메뉴가 탄생했어요. 금귤 오리구이, 직접 갈아 만든 손두부 등등.
리: 그 결과는 어떻던가요?
안: 놀랍게도 매출이 갑자기 2배로 올랐어요. 제 월급도 150에서 200으로 올랐습니다.
리: ……
안: 그런데 1년도 안 되어서 주방장이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이때가 한국술집 사업에서 2차 위기였습니다. 이번에는 더 좋은 주방장을 뽑지 않으면 망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연봉 5천만원과 소개비 100만 원에 주방장을 찾는다는 공고를 냈어요.
리: 아니, 연봉 5천이 뭐 그리 세다고…
안: 당시 업계에서는 거의 센세이션이었어요. 2년이 지난 아직도 저희 같은 규모의 가게에서 연봉 5천은 파격적인 수준입니다. 주방장을 소개해주는 사람에게 현금 100만 원을 준다는 것도 외식업계에선 전례가 없었던 일이고요. 상당히 스타트업스러운 접근이죠.
최근 10년 사이 요리 프로그램이 뜨면서 사람들이 요리사를 달리 보고 있지만 업계의 처우는 아직 충분히 나아지지 않았어요. 물론 요리사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자영업자의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인 만큼 구조적으로 자영업자의 수가 줄어들어야 하긴 합니다.
리: 그래서 김봉수 셰프 합류 후 성과는 좀 있었나요?
안: 네. 이번에도 또 매출이 두 배로 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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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업의 핵심은 무엇일까?
리: 결국 핵심이 맛이라는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안: 그건 사후적 해석에 따른 오류입니다. 사실 저희 투자자들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긴 한데, 한국술집이 잘되는 이유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기 때문이에요. 가게 정체성, 세련된 홍보, 인테리어, 음악, 술의 특수성, 종업원의 전문성… 이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음식만 별로여서 장사가 안 된 거죠. 음식이 정상화되니까 이제 장사가 정상화 된 거라고 보는 게 맞아요. 자영업자는 슈퍼맨이어야 해요. 전부 다 잘해야 돈 벌 수 있어요.
리: 음식 하나는 끝내줘서 잘 되는 맛집들도 있잖아요.
안: 다른 건 잘 못 하는데 음식이 맛있어서 잘 되는 건 박리다매 로우엔드 시장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에요. 국밥이나 김밥 같은 거 말이에요. 고급 레스토랑은 그렇지 않아요. 맛있는데도 홍보가 안 되거나 현금 흐름 안 좋아서 망하는 곳 많아요.
리: 로우엔드 시장으로도 돈 벌 수 있지 않나요?
안: 돈 벌 수도 있죠. 하지만 그쪽은 레스토랑 개념이라기보다는 대량 식품 생산업에 가까워요. 일단 조선족 아줌마를 저연봉으로 착취하면서 사장이 직접 일해야 겨우 500~1,000 남기는데, 성장이란 측면에서 보면 회사 다니는 것보다 오히려 더 단순반복적이죠. 안씨막걸리가 계속 성장한 중요 이유 중 하나가 제가 직접 가게에서 일 안 하고 다른 데 나가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리: 공부를 넘어 연구?
안: 접객을 예로 설명해 볼게요. 접객이라는 게 환대의 전문가가 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하나하나 꿰뚫어야 해요. 사람들이 물을 찾기 전에 물이 도착해 있어야 하고, 휴지를 찾기 전 휴지가 비치되어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계속해서 사람을 관찰하며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죠. 그리고 이런 건 프로토콜로 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직원들이 나처럼 생각할 수 있게 사고능력 자체를 키워줘야 합니다.
리: 관찰 외에 또 필요한 게 있다면?
안: 제 경우는 모든 술을 직접 마셔보며 스스로를 체크해요. 반병 마셨을 때, 한 병 마셨을 때, 두 병 마셨을 때. 그때마다 취기가 어떤지, 화장실은 언제 가고 싶은지, 언제 안주를 더 시킬지 고민하죠. 이 정도는 기본이고, 이 자리에서 조명의 조도는 어때야 할지, 어떤 음악이 좋을지까지 계속 생각해요. 어찌 보면 셀프 생체실험이죠.
리: 테이블이 여럿이라 일반화하기 힘들 것 같은데…
안: 변수가 많죠. 여러 테이블 다 생각하며 하나하나 맞추는 걸 배워야 해요. 또 술자리에 다 같이 오는 게 아니잖아요? 늦게 오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면 술과 안주를 더 시켜야 하는데 누구는 설명 듣는 걸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해요. 이런 것까지 다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니까.
리: 사업도, 장사도 가장 기본은 원가 절감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안: 기본적으로는 그렇죠. 저도 애초에 월세 싼 가게 찾느라 노력 많이 했고요. 인테리어도 젊은 설치미술 작가에게 실비 정도만 주는 걸로 하고, 대신 지분을 줬어요. 올해는 다행히도 배당을 50%까지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충분히 그 몫 이상으로 돌려드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죠.
리: 그런 것 치고는 인테리어 등은 과잉투자란 생각도 듭니다.
안: 원가 절감은 기본사항이긴 하죠. 하지만 『제로 투 원』이란 책에도 나오듯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갈수록 경쟁하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서 초과 수익을 발생시켜야 합니다. 우리 수저 한 벌에 10만 원짜리에요. 그릇도 다 주문제작이고. 그릇 2개 이상 깨면 손님에게 그릇값 달라고 해요. 손님은 왕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받는 거고, 그러면 또 가게는 그만큼 권리를 주장해야죠.
리: 아무리 그래도 수저 10만 원이 의미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안: 손님이 몰라도 우리 직원들은 알아요. 우리가 얼마나 높은 스탠다드를 가지고 있는지. 유리병에 담아 나오니까 잘 모르겠지만, 우리 가게 물은 다 삼다수 사서 써요. 손님에게 드러내지 않는 부분에서도 이렇게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으니, 항상 어떤 기준에 맞춰 일해야 하는지 아는 거죠.
리: 직원을 뽑는 기준이 있다면?
안: 뭐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어야죠. 그래서 평생 한국술, 한국 음식에 자기 인생을 걸 생각이 있는 친구들만 뽑아요. 어차피 한국 외식업계에 이런 분들이 많지 않고, 이런 분들을 필요로 하는 곳도 적어서 저랑 궁합이 잘 맞죠. 또 손님들 입장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외식 경험을 원한다면 자연히 우리를 찾게 되겠죠. 특히 외국인 친구들을 데려와서 한국의 문화를 자랑하기에 우리 가게만 한 곳은 없습니다.
리: 다른 곳보다 술값이 좀 비싼 듯한데, 장사가 잘되는 게 신기합니다.
안: 전 전혀 비싸다고 생각 안 해요. 우리는 한국술을 21세기 서울의 정서 속에서 마실 수 있게 만든 최초이자 유일한 가게에요. 다른 데 가면 21세기가 아니라 조선 시대 월매네 주막 느낌이잖아요. 우리는 와인바, 위스키 바보다 더 세련된 가게에요. 외국 나가면 한국 화장품이 전통적이라 잘 팔리는 게 아니잖아요. 현대 한국의 분위기를 만든 유일한 가게가 한국술집이에요.
리: 그래도 같은 술이 더 비싸다는 것에 반감을 느끼는 분은 없습니까?
안: 타겟이 달라서 그런 분은 오지 않아요. 워낙 뒷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길 가던 사람이 무작위로 들어오는 가게도 아니고요. 무엇보다 전 우리가 비싼 게 아니고 다른 전통주 가게가 너무 싸게 판다고 봐요. 저희는 저희가 사오는 가격의 딱 3배에 팔아요. 다른 곳은 2배고요. 우리 가게 중간 가격이 막걸리가 2만 7천 원, 청주가 4만 4천 원, 소주가 6만 원이에요. 그런데 사케나 와인은 좀 먹을 만하면 바로 7~8만 원 하잖아요.
리: 어, 그렇네?
안: 외국 나가면 참이슬이 10달러가 넘듯, 사케나 와인 다 엄청 프리미엄 붙은 가격이에요. 그렇게 보면 한국술 가격 책정은 사대주의 수준이라고 봐요. 우리 평균 객단가가 3만 원 정도예요. 비싸 봐야 5만 원 수준? 그런데 이 동네 이자카야는 보통 객단가가 5만 원을 훌쩍 넘어요. 둘이 사케 좀 먹다 보면 인당 10만 원도 금방이에요. 우리가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막걸리집에 대비해서 비싼 거지, 고급 식당이나 술집 상대로 보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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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외식업 하지 마라 (…)
리: 본격적으로 외식업을 준비하려는 자영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 솔직히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애초에 외식업은 뭘 해도 수익률이 높기 어려워서 자기 인건비 버는 장사를 넘어서기 힘들어요.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과일 주스나 카스텔라 같은 아이템으로 치고 빠져서 돈을 버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외식업이라기보다 투기에 가까운 거고, 투기는 자신의 내적 역량이 아니라 외부 변수에 따라 결정되는 거니까요.
리: 그래도 외식업이 하고 싶다면 먼저 뭘 해야…
안: 기존 외식업체에 취직해서 일을 해보세요. 자신이 일하는 매장을 성공시켜보세요. 거기서 정말 모든 걸 잘하게 된 다음에도 외식업이 하고 싶으면 해야죠. 하지만 현실 깨달으면 아마 안 할 거라고 봐요. 보통 사장이 이상해서 일 못 하겠다고 하는데, 정말 미친 사장 아니면 일 열심히 하는 직원에겐 여러 기회와 권한을 줍니다. 그런 환경에서 월급까지 받으면서 일하는 것만큼 좋은 훈련장이 또 어디 있을까요?
리: 프랜차이즈는 어떻게 보세요?
안: 통계적으로 그나마 망할 확률은 낮겠죠. 그런데 프랜차이즈는 어차피 자신을 학대하며 일하는 회사원에 가깝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좀 더 안정적인 직장에 그냥 다니는 게 낫다고 봅니다. 프랜차이즈 식당을 하는 것과 자신만의 식당을 창조하는 것은 업의 본질이 다릅니다.
리:그런데 본인이 하는 한국술집이 잘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안: 이제 우리가 4년 차인데 아직까지는 제 개인의 역량과 헌신 때문이었습니다. 올해부터는 회사 조직의 역량과 헌신 때문에 굴러갈 수 있도록 바꾸는 게 목표예요.
리: 성공의 상징 2호점도 냈는데, 어떤가요?
안: 2호점은 일주일에 금토 이틀밖에 열지 않아서 적자에요. 애초에 무조건 매출을 올리기보다, 장기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급 식당을 만들고 3,4,5호점을 가기 위한 연구실 성격으로 만들었거든요. 어차피 저희는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줄 서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당장 돈 때문에 시달릴 일은 없어요.
리: 아니, 그 투자자들은 뭘 보고(…)
안: 전 큰일 하는데 이런 뜻있는 투자자 정도는 있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아자르 서비스하는 하이퍼커넥트 만든 안상일 대표도 빚이 4억이었는데, 장병규 대표가 대가 없이 지원해줬잖아요. 제가 만들려는 건 국내 1위가 아니라 세계 1위 한국술 전문 기업이에요. 100년 뒤에는 조니 워커 위스키와 수정방도 인수하는 게 꿈입니다. 투자자들이 작년에 추가로 30억 지원하겠다고 하는 걸, 제가 3억만 받겠다고 했고요.
리: 그래도 주겠다고 하면 일단 받는 게(…)
안: 물론 저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지난 5년 동안 성장한 수준을 보면 약이 오르죠. 더 빨리 성장하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 한국술 시장은 태동기일 뿐입니다. 지금 제가 혼자서 자금력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단 내실을 다지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사람이 똑똑하고 신의 있게 일하면 자본은 언제든 쉽게 끌어올 수 있습니다.
리: 말이 존나 많았는데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안: BCG와 티몬이라는 좋은 직장들을 다녔지만 그때는 피고용인이었고 비즈니스맨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외식 사업가를 넘어 장인의 자세랄까… 예술품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술로 대체 불가능한 산업을 하나 만들어 내면 대선 후보로도 손색이 없겠죠? 4년 전에 제가 한국술집을 할 때 모두가 “안상현 이제 망했구나”라고 말했지만, 저는 끈질기게 살아남았습니다. 앞으로 우리를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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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일자 / 장소
- 6월 4일 (일) 16:00~18:00 / 한국술집 21세기서울
강연내용 세 줄 요약.txt
- 당신이 함부로 외식업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 잘 되는 가게의 비밀: 사실 비밀도 없고 다 잘해야 한다
-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 알아야 할 모든 것
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할까요?
- 언젠가 자영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
-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되는 자영업자
- 장사와 사업이 같다는 생각으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
이 강연을 들으면 뭘 알 수 있지요?
- 자영업으로 성공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가게 기획에서부터 실제 손님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모든 디테일 극복기를 알려 드립니다. 이를 통해 매장을 확대해 나갈 때 유의해야 할 점도 함께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