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강민: 동료들과 함께 알스퀘어 애널리틱스(RA)를 만드는 류강민입니다.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입니다.
이승환: RA에 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류강민: 대로변에 엄청 큰 빌딩들 있잖아요? 5천 평 이상의 대형 빌딩은 매매가가 최소 1,000억원이라 보면 됩니다. 빌딩 하나하나가 상장사급 규모인 거죠. 빌딩 매매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만큼, 가격을 꼼꼼하게 따져야 합니다. RA는 이 건물의 적정가가 얼마인지, 다양한 지표와 세부사항을 보여주죠.
이승환: 건물의 적정가를 어떻게 알 수 있지요?
류강민: RA는 건물 ‘임대료’와 ‘공실률’을 제공합니다. 이것만으로도 현재 건물의 가치를 추산할 수 있죠. 건물이 벌어들이는 돈은 ‘임대료’에서 나오고, ‘공실률’을 통해 임대 수익을 얼마나 더 올릴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죠. 예로 공실을 채운다거나, 아니면 임대료를 조절한다거나…
이승환: 또 어떤 걸 제공하나요?
류강민: 사실상 건물 관련 모든 걸 제공한다고 보면 됩니다. 임대료뿐 아니라 관리비와 NOC(전용면적당 임대료), 공실 면적은 물론, 층별 임차인 현황까지 나오거든요. 또 어느 식당이 들어서 있다, 이런 것도 나와요. 단순히 개별 빌딩 정보만 나오는 게 아니고요. 권역별 정보, 이를테면, 강남권, 성수권 등 정보도 알 수 있습니다. 신탁사와 소유주도 나오고요.
이승환: 그러면 주로 어떤 분들이 RA를 쓰나요?
류강민: 대형 빌딩 하나에는 최소 1,000억원 이상, 많게는 조 단위의 돈이 왔다 갔다 해요. 그래서 대형 빌딩 매매를 주로 하는 자산운용사(AMC)가 많이 사용하고요. AMC와 함께 파트너로 일하는 감정평가법인, 컨설팅펌 등 대형 부동산 관련 기관에서도 많이 활용하죠. 또 자금을 투자하는 은행권이나 증권사 등 LP(Liquidity Provider)도요.
이승환: 이분들은 어떻게 RA를 활용하나요?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류강민: 빌딩을 사는 쪽이든 파는 쪽이든, 건물 가치가 대략적으로 얼마 정도인지 파악해야 하잖아요. 일단 사람들이 잘 아는 건물 ‘강남파이낸스센터(GFC)’를 예로 들어볼게요. 클릭하면 아까 말한 정보가 쭈욱 뜹니다. 가장 핵심인 ‘임대료’와 ‘공실률’부터 보죠.
이승환: 세상에, 이 비싼 건물이 공실률이 1%밖에 안 되다니, 대단한데요;;;
류강민: 비싸지만 GFC는 상징성이 있으니까요. 위의 요소들을 통해 건물 가치를 추산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요즘 대형 빌딩에 공실 많다는 말이 있잖아요? GFC가 앞으로도 꾸준히 잘될지 걱정이 듭니다. 물론 미래를 완전히는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트렌드라는 게 있잖아요. 만약 이 건물이 요즘 꺾였다, 그러면 평균 임대료는 떨어지겠죠? 하지만 RA를 통해 GFC의 임대료가 10년간 꾸준히 오른 걸 알 수 있습니다. 개별공시지가도 마찬가지고요.
이승환: 즉, 인기 있는 건물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인기가 있을 거다…
류강민: 맞습니다. 근데 대형 건물을 사고파는 입장에서 또 중요한 게 ‘다른 빌딩과의 비교’예요. 옆에 비슷한 컨디션의 건물이 있는데, 내가 보는 건물보다 임대료가 높아요. 그러면 임대료를 더 높여도 된다는 거고, 그만큼 건물 가치도 상승할 수 있는 거겠죠. 그래서 RA는 비슷한 조건의 건물들과 자동 비교도 제공합니다. 예로 2023년에는 GFC 임대료가 높았지만, 비슷한 조건의 건물 임대료가 따라오르는 걸 알 수 있죠. 필요할 경우. 원하는 빌딩들만 지정해서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이승환: 이런 자료들을 쭉 보면서 건물 가치를 추산할 수 있는 거군요.
류강민: 네. 그런데 수천억짜리 빌딩, 때로는 조 단위를 거래하려면 정말 디테일하게 봐야겠지요. 그래서 정말 별걸 다 볼 수 있습니다. 등기에 나오는 정보는 기본이구요. 필요하면 바로 등기부등본 열람도 가능해요. 또 몇 층에 누가 들어와 있는지 임차인 정보도 제공해요.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가 대형 빌딩 거래에는 신경 써야 할 정보이니까요.
☞ 알스퀘어 전화 문의 1551-5678
☞ 이메일 문의 [email protected]
이승환: 근데, 지금 건물이 잘 나가지만 나중에 꺼질 수도 있잖아요.
류강민: 네, 그래서 어쩌면 개별 건물보다 중요한 게, 부동산 전체 트렌드거든요. 제아무리 건물이 좋아도, 부동산 장 자체가 죽으면 답이 없으니까요. 이걸 서울 전체로도 볼 수 있고, 권역별로도 볼 수 있어요. 요즘 ‘성수’가 엄청 뜬다고 하잖아요. ‘강남불패’라는 말은 일찍부터 있고요. 이건 RA의 마켓 리포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요 권역, GBD(강남), CBD(광화문), YBD(여의도), BBD(분당), 이렇게 각각의 권역별 트렌드가 어떻게 되는지 항목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승환: 요즘 공실률이 엄청 높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훨씬 높았군요. 그게 다시 조금씩 올라가고…
류강민: 네. 그리고 이걸 다른 권역과 비교해서 보면 뚜렷해집니다. 아래를 보면 광화문을 강남이 조금씩 따라가는 걸 볼 수 있죠. 반면, 여의도는 살짝 지지부진하고요. 권역별 비교뿐 아니라, 오피스 규모를 기준으로 비교할 수도 습니다. 대형빌딩이 나은지, 중소형이 좋은지, 이런 것까지 볼 수 있죠.
이승환: 진짜 알스퀘어 애널리틱스 좀 엄청난데요…
류강민: 기간도 설정할 수 있고, 그냥 어지간한 기능은 다 지원합니다. 더 깊게 들어가면 임차인들이 어느 권역에서 어느 권역으로 가는지, 이런 것들도 제공합니다. 예로 강남에서 광화문으로 얼마나 넘어가고 있는지, 또는 각 권역별로 대기업, 중소기업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등등도 알 수 있습니다.
이승환: 건물들을 매매하고 임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데이터가 엄청 많군요.
류강민: 그런데 이런 기능들은 증권사 등 리포트를 써내야 하는 곳에서도 잘 활용합니다. 또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분들은 리서치해서, 이걸 높은 분에게 보고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RA는 이들 데이터를 엑셀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어요. 이걸로 자료 가공해서 위에다가 보고 올리면 되는 거죠.
이승환: 저 위 그래프에 나온 Cap rate는 뭐죠… 저 남색 그래프는 또 뭐고…
류강민: 캡 레이트는 ‘수익률 변화 추적’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래 남색은 국고채 5년 추이이고요. 그밖에 공급이 각 권역별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각 빌딩 별로 상세히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 지역이 잘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거죠.
이승환: 이런 정보는 다 어디서 마련하지요;;;
류강민: 기본적으로 많은 건물 관리인, 또는 법인에서 알스퀘어에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혹시 누락된 곳이 있을까’ 알스퀘어 소속 조사원들이 매 분기 건물을 돌며 직접 확인하죠. 그래서 다른 곳에는 없는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거죠. 기본적인 건물 정보는 등기를 떼보면 알 수 있지만, 실제 이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가 얼마인지, 또 공실률은 얼마고, 임차인은 누구인지, 이런 걸 알 수 있는 건 RA밖에 없어요.
이승환: 와… 직접 건물 하나하나 방문해서 확인하는 건가요?
류강민: 네. 이게 중요한 게요. 이미 지어진 건물뿐 아니라, 공급과 공급 예정인 경우에도 중요한데요. 건축물대장이 있어도, 실제로 그렇게 활용이 되고 있는지는 확인을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사가 멈춰있거나,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알스퀘어 조사 부서에서 직접 현장에 나가서, 실제로 공사 중인지 마감 작업 중인지 정확하게 확인합니다.
이승환: 그… 오피스 외에 ‘물류창고’도 있는데요. 이건 어떤 거죠?
류강민: 자산운용사들은 대형 빌딩 외에 ‘물류창고’도 주요 자산으로 취급합니다. 대형 빌딩이 10이면 물류창고가 5~6 정도니까 결코 적은 비중은 아니에요. 물류창고만 보고 싶으면, 우측 상단 ‘필터’ 탭에서 ‘물류창고’를 클릭하면 됩니다. 권역은 오피스와 달리, 주로 수도권 어디 위치하는지로 필터링하면 되고요. 기타 다양한 옵션도 오피스처럼 하나하나 지정할 수 있죠.
이승환: 물류창고도 직접 방문해서 살피는 게 중요하나요?
류강민: 네. 물류창고도 직접 가서 봐야 알 수 있는 게 많아요. ‘상온’이나 ‘저온’ 같이 가장 중요한 정보도 건축물대장에는 나오지 않아요. 또 ‘접안’ 개념이 있는데, 차량이 물류창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몇 층에 들어갈 수 있는지, 또 컨테이너 차량도 접안 가능한지, ‘램프’가 있어서 트럭이 안으로 진입 가능한지, 이런 것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한 정보예요.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RA가 유일해요.
이승환: 이걸 조사하고, 유지, 정기 업데이트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돈 엄청 들었을 거 같은데요;;; 어떻게 만드셨나요?
류강민: RA는 처음부터 SW로 시작한 건 아니고요. 원래 알스퀘어의 주요 사업이 건물 데이터를 조사하고 제공하는 거였어요. 이전부터 대형 자산운용사가 건물을 매입하거나 매도하려고 하는데 데이터가 필요하잖아요. 또 대기업이 어디 강남 대형 건물 임대를 알아보는 것도, 주변 임대료를 파악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런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이걸 SW로 제공하게 된 게 RA예요.
이승환: 개발은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류강민: 오래됐죠. 최소 3년이 넘었고, 내부적으로 테스트하다가 오픈한 건 작년 하반기이니, 1년이 채 안 됐어요. 이게 종합 정보다 보니까, 자료가 아귀가 잘 맞아야 되거든요. 그거를 맞추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대신 한번 만들고 나니,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SW가 됐죠. 애초에 알스퀘어처럼 많은 조사원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대형 상업용 부동산 SW 완성도를 높이기도 어렵거든요. 그런데 RA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뤄낸 거죠.
이승환: 아, RA는 어떻게 사용할 수 있나요?
류강민: SaaS 형태의 연 구독 모델입니다. 3개 ID를 한 묶음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요즘 ChatGPT 등 AI 엄청 쓰잖아요? 그런 것처럼 남들에게는 없는 데이터에, 분석력을 저렴하게 제공해 드리는 거죠.
이승환: 경쟁사라 할 만한 곳은 없나요?
류강민: 없습니다. 알스퀘어의 강점은 ‘밸류체인’과 ‘현장’에 있어요. ‘상업용 부동산’이라는 확실한 코어를 IT와 결합했고, 리서치센터를 통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RA를 통해 SW까지 연결했습니다. 또한 현장에 직접 나가 현재 건물 공실 상태나 임대료 등을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는 곳은 거의 없고, 있어도 알스퀘어만큼 주요 상권 전체를 커버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사가 생기기 힘든 구조인 거죠.
이승환: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류강민: RA는 기존 고객의 니즈에 맞춰 만들어져서, 이미 많은 고객들이 활용 중이에요. 저희 쪽에서도 좋은 게, 기존에는 항상 저희와 고객이 일일이 연락하며 업데이트해야 했죠. 반면 RA는 SaaS 형태이기에 고객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받으며, 주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죠. 내년 상반기에는 주택 시장까지 업데이트할 계획이에요.
1. 암호화폐와의 비교
금의 시가총액은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모든 암호화폐의 가치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2024년 9월 27일 기준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3조 달러이며, 모든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약 2.3조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2. 시가총액
금의 시가총액은 13조 달러를 넘어선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 중 하나가 되었다.
3. 금 보유량
2024년 기준 전 세계는 약 201,296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4. 연간 생산량
세계 금광 생산량은 연평균 약 3,000톤이다.
5. 기술 대기업과의 비교
금의 시가총액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크다.
6. 가장 깊은 금광
세계에서 가장 깊은 금광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음포넹 광산으로, 지표면 아래 4km에 걸쳐 있다.
7. 바닷물 속의 금
전 세계 바다에는 약 2천만 톤의 금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농도가 너무 낮아 현재로서는 경제적으로 추출할 수 없다.
8. 우주에 있는 금
NASA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금의 뛰어난 적외선 반사율로 인해 약 3,700달러(온스당 2,342달러) 상당 약 48.25그램의 금이 들어가 있다.
9. 중앙은행의 보유고
미국,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중앙은행은 약 35,000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10. 안전한 피난처로서의 금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금은 대부분의 주요 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안전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했다.
주식시장과 암호화폐가 금융 뉴스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금 시장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은 $GLD와 같은 ETF, $GDX와 같은 금광 ETF, 또는 $WPM, $NEM, $KGC와 같은 개별 주식을 통해 추적할 수 있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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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비교는 정당한가? 튤립과 블록체인은 같은 궤적 위에 놓여 있는가?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비트코인과 튤립 버블의 유사성과 차이를 짚고, 그 이면에 감춰진 경제적 열광, 기술적 전환, 그리고 자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17세기 초,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였다.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던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 1602년 설립)를 기반으로 초기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을 꽃피우고 있었다. 공영 증권거래소, 국제 신용 시스템, 보험 산업까지 발달한 이 도시는 사상 초유의 유동성 시대를 열었다. 그 결과, 상인과 기술자, 항해사, 법률가 등 신흥 중산층과 상류 계층은 잉여 자본을 새로운 투자처에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오스만 제국을 거쳐 들어온 이국적인 식물, 튤립이 등장했다. 초기에는 단순한 관상용 식물에 불과했지만 일부 품종은 ‘튤립 브레이킹 바이러스(Tulip breaking virus)’라 불리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꽃잎에 마치 수채화처럼 번지는 줄무늬가 생겼다.
정상적인 튤립은 단색으로 피어나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색이 깨지듯(break) 흩어진 듯한 모양이 나타나며, 꽃잎은 마치 그림처럼 예측 불가능한 패턴을 띠게 된다. 당시 사람들은 이 현상이 질병 때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오히려 그것을 자연이 허락한 신비로운 예술로 여겼고, 이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인 패턴을 ‘희귀성의 극치’, ‘자연이 허락한 유일무이한 무늬’로 인식했다.
즉, 튤립 브레이킹 바이러스(Tulip Breaking Virus)에 감염된 일부 품종이 세밀한 줄무늬와 얼룩이 있는 꽃잎(세멸색)을 만들어내며 엄청난 희귀성과 예술적 가치를 지닌 수집품으로 변모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만들어진 튤립은 재현이 불가능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희귀 품종은 예측 불가능성과 유일성이라는 요소를 더해 가격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가장 유명한 품종 중 하나인 ‘영원한 황제(semper augustus)’는 1636년 말 한 뿌리가 5,500 플로린에 거래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암스테르담 운하변 고급 주택 한 채의 평균 가격이 약 3,000 플로린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단 한 송이 꽃이 도시 부동산보다 비쌌던 시대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1637년 2월, 네덜란드 하를럼(Haarlem) 지역의 한 경매장에서 단 한 건의 거래가 유찰되며 분위기는 돌변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수천 플로린에 거래되던 튤립 뿌리는, 그날 이후 단 한 명의 구매자도 나타나지 않는 ‘시장 실종’ 상태에 빠졌다.
이 한 건의 유찰은 ‘튤립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신의 신호탄을 낳았다. 불신은 곧 공포와 투매로 번졌다. 계약은 줄줄이 파기되었고, 한순간에 가격은 90% 이상 폭락했다. 가장 비싼 품종은 단 며칠 만에 가축 몇 마리 가격으로 전락했으며, 시장에는 공황 상태에 가까운 침묵이 이어졌다. 투기의 광기와 신뢰의 붕괴가 맞물린 그 순간, 세계는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대규모 자산 버블 붕괴를 목격했다.
이 사건은 훗날 경제학자들과 역사학자들에 의해 ‘튤립 마니아(Tulip Mania)’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자산 거품과 투기 심리를 설명하는 고전적 사례의 원형으로 남게 되었다.
세기가 바뀌고 370여 년이 흐른 2009년, 전혀 다른 형태의 자산이 등장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으며, 정부도 발행하지 않는 비트코인(Bitcoin)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코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기술적 실험에 가까웠다. 발행자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 혹은 집단. 그는 중앙은행도, 국가도, 기업도 아닌 암호학과 분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탈중앙 디지털 화폐를 제안했다.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라 불리는 공개 분산 장부에 기록되고, 누구도 이를 위조하거나 되돌릴 수 없도록 설계됐다.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제3자 없이도 신뢰를 자동으로 형성하는 화폐 시스템이었다.
출시 초기, 비트코인은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1BTC의 가격은 고작 0.003달러였다. 심지어 2010년에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주문한 ‘비트코인 피자 데이’가 상징처럼 회자될 만큼, 실용성과 생존 가능성조차 의심받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달라졌다. 사이버 리버테리언, 해커 집단, 기술 공동체, 금융 엣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구조적 속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중앙 통제를 벗어난 새로운 금융 질서의 가능성으로 보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이후 팬데믹이 세계를 덮치고 각국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정책과 대규모 양적완화(QE)로 대응하면서, 시장에는 초과 유동성이 넘쳐났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대체 자산을 찾았고, 그 답 중 하나가 비트코인이었다.
2021년, 비트코인은 마침내 6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 정점을 찍었다. 불과 10여 년 만에 2천만 배의 가치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자산의 부상이 아니라, 신뢰와 화폐에 대한 인식 자체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궤적은 언제나 급등과 급락이 교차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디지털 도박판’이라 불렀고, 또 다른 누군가는 ‘21세기의 디지털 금’이라 찬양했다.
이 모든 요소는 비트코인을 튤립 버블과 나란히 놓는 비교 논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거래되던 튤립 한 뿌리는, 아름답고 희귀한 물리적 실체를 지닌 자산이었다. 그러나 그 사용 가치는 감상과 과시에 국한된 소비재에 불과했다. 일부 품종은 희귀한 색조와 무늬, ‘튤립 브레이킹 바이러스’에 의해 만들어진 예측 불가능한 무늬 덕분에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었지만, 결국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 증식이 가능한 식물이었다. 즉, 물리적 희소성은 유지되기 어려웠고, 자산으로서의 내재 가치는 시장의 열망에만 의존했다.
튤립은 식탁 위의 빵처럼 인간을 먹여 살릴 수도 없고, 건축 자재처럼 어떤 구조를 세울 수도 없었다. 그 가격은 결국 ‘이 뿌리를 더 비싸게 사줄 다음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 믿음이 무너진 순간, 튤립은 꽃이 아니라 경제적 망상이 되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체를 능가하는 기술적·경제적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그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 즉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검증하는 분산원장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중앙의 통제 없이도 신뢰를 구축하며, 누구도 임의로 조작하거나 변조할 수 없다. 신뢰를 코드로 구현한 기술, 그것이 비트코인의 본질이다.
또한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다. 이는 금보다도 더 엄격한 희소성을 의미하며,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화폐처럼 인위적 공급 확대나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로운 구조를 가진다.
비트코인은 단지 보관하거나 사고파는 자산이 아니다. 누구나 제3자의 개입 없이 개인 간 직접(P2P) 거래를 수행할 수 있으며, 국경을 초월한 송금에서도 빠르고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이더리움과 같은 스마트 계약 플랫폼과 결합되면, 탈중앙 금융(DeFi) 생태계 및 토큰화 자산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단순한 가격 등락을 넘어, 디지털 화폐, 가치 저장 수단, 그리고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자산이다. 그 존재는 물리적 실체 없이도, 프로토콜과 수학적 신뢰,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 위에 구축된 새로운 디지털 질서다. 그것이 튤립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튤립 버블이 발생한 17세기 초반,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진보적인 국가였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VOC)를 중심으로 한 무역 제국은 막대한 부를 본국으로 끌어들였고, 암스테르담은 근대 금융의 실험장으로 떠올랐다.
공영 증권거래소, 이중 회계장부, 국제 신용거래.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도들이 도입되며 자본주의의 기초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상인·기술자·법률가로 구성된 신흥 시민계급에는 생존을 넘어선 ‘자산 증식’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가진 돈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늘날처럼 다양하게 분화된 금융상품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 그들이 선택한 자산은 뜻밖에도 튤립의 한 뿌리였다. 특히 희귀한 무늬와 색조를 지닌 튤립은, 단지 식물이 아니라 사회적 계급을 과시하는 수단, 수집 가능한 예술품, 그리고 결국엔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기 대상으로 변모했다. 투기는 본능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자본의 필연적 선택이었다.
그로부터 약 400년 후, 비슷한 흐름이 또 한 번 반복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QE)를 단행했고, 특히 2020년 팬데믹의 충격 이후에는 미국 연준(Fed)을 중심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초저금리·초과 유동성이 공급되었다.
주식, 부동산,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투자자들은 점차 금, NFT, 비트코인 같은 대체 자산(Alternative Assets)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수익률을 증명해 낸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희소성과 탈중앙성, 그리고 기술적 서사를 무기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내러티브를 형성했다. 특히 전통 자산을 불신하거나, 중앙 통제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 젊은 세대와 기술 기반 투자자들에게는 비트코인이야말로 미래형 자산이자 새로운 질서의 상징처럼 보였다. 결국, 튤립이든 비트코인이든, 그 시작점은 다르지만 불을 붙인 건 같은 연료였다.
쌓인 돈은 방향을 찾고, 방향을 잃은 돈은 거품을 만든다.
비트코인은 어느 순간부터 ‘디지털 금(Digital Gold)’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은유나 마케팅 용어가 아니다. 금처럼 희소하고, 채굴이 가능하며, 중앙 기관 없이도 신뢰를 유지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21세기형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비트코인을 ‘투기성 자산(Speculative Asset)’으로 보는 시각도 뿌리 깊다. 극심한 가격 변동성, 실질적 사용처의 불확실성, 그리고 무엇보다, “더 비싸게 사줄 누군가가 있다는 전제”에 기반한 거래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특성은 17세기 튤립 시장과 닮아 있다는 비판을 가능하게 한다.
비트코인은 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실체를 대신하는 ‘코드 기반 신뢰’를 제공한다.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이라는 분산원장에 영구적으로 기록되며, 누구도 이를 위조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자산을 넘어, 거래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확장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핵심 문제가 있다. 바로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이다.
2021년, 비트코인은 6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불과 몇 달 사이 3만 달러 아래로 급락했고, 다시 상승하며 반복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갖추어야 할 안정성을 위협한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도박판’, 혹은 ‘기대와 공포 사이에 놓인 실험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것은 금융의 미래인가, 아니면 잘 포장된 망상인가? 새로운 질서의 실험장인가, 혹은 공포 위에 세워진 투기판인가?
먼저, 알레한드로 레예스(Alejandro Reyes)의 말을 들어보자. 버클리대학교 경제사 교수이자 금융 투기 버블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튤립 버블과 비트코인을 자주 비교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튤립은 일시적인 문화적 열광이었다면, 비트코인은 기술 기반의 시스템 전환이다.
즉, 두 자산은 가격의 등락은 닮았을지언정 태어난 맥락, 확장성, 구조적 기능 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튤립은 단지 비싸졌을 뿐이지만, 비트코인은 금융 질서 자체를 실험한다.
IMF(국제통화기금)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2021년 글로벌 금융안정성 보고서에서 IMF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내재 가치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지만,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은 국경을 초월한 금융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국제 금융의 기술적 대안 인프라로서 일정 수준의 가능성을 인정한 평가로 해석된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여전히 단호한 회의론자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로 잘 알려진 그는, 비트코인을 ’21세기의 투기 도구’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며, 본질적으로 공포 기반의 투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가격은 믿음으로 유지되지만, 믿음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그는 화폐가치의 근간은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한 법정화폐 시스템과 정부 보증에 있다고 본다. 그 어떤 기술적 구조도 이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금융 한쪽에서는 금융 질서의 진화, 다른 한쪽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망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 역사학자, 국제기구,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까지 각기 다른 위치에서 다른 언어로 이 자산을 해석하고 있지만, 그 갈라진 평가의 폭은 오히려 한 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비트코인은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정의되지 않은 상태 자체가 이 자산의 가능성과 동시에, 가장 큰 위험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가장 상징적인 수사는 단연 ‘디지털 금(Digital Gold)’이라는 개념이다. 이 말은 단순한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프레임을 반영한다.
금(Gold)은 수천 년 동안 인류 문명과 함께해온 궁극의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이었다. 그 가치는 희소성, 물리적 내구성, 대체 불가능성, 그리고 어느 국가도 통제하지 못하는 보편성에 기반했다. 이러한 속성은 인플레이션과 금융 위기 속에서도 금이 법정화폐의 대안으로서 생존해 온 핵심 이유였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가?
이러한 특성은 분명 금과 유사하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금보다 더 정교한 희소성과 신뢰 메커니즘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기술기업들은 비트코인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기 시작했고, 2024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사건은, 그 흐름이 제도권으로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계기였다.
그러나 ‘디지털 금’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금’과는 전혀 다른, 디지털 시대의 신형 자산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거래 구조, 신뢰 방식, 금융 주권에 대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아직 ‘금’은 아니다. 하지만 금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시대성’을 품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비트코인은 자산이자 언어이며, 자기결정권의 상징이고, 검열되지 않는 화폐이며, 기술 기반 신뢰가 구현된 자유의 도구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금’을 넘어, 금이 되지 못한 것들이 꿈꿔왔던 미래의 화폐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비트코인과 튤립 버블의 비교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시장의 심리와 자산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두 가지 모두 희소성과 열광, 그리고 급격한 가격 상승이라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그 뿌리는 전혀 다르다.
튤립은 일시적인 수요와 신기함에 기반한 감각적 투기 대상이었다면, 비트코인은 기술적 설계와 경제적 구조, 그리고 사회적 요구가 맞물린 복합적 금융 실험체다. 그것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거래를 기록하는 방식, 신뢰를 분산시키는 메커니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금융 구조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다.
물론, 비트코인은 아직 ‘완성된 금’이 아니다. 그 가치는 여전히 극심한 변동성, 정책과 규제의 불확실성, 기술 진화의 불안정성 속에 놓여 있다. 그 미래에는 장밋빛 낙관과 종말론적 경고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비트코인은 우리 시대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그 안에는 신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화폐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성찰, 권력은 기술로 재구성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묻는다.
비트코인은 진짜 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조차도, 지나가는 한 송이 튤립에 불과할까?
그 답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 그리고 우리 각자의 믿음에 달려 있다.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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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트는 엔비디아, 비트코인 또는 양자 컴퓨팅 주식 중 하나가 아니다. 바로 달걀 가격이다.
1947년 이후 달걀 가격은 연간 2.4%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연간 인플레이션율인 3.5%보다 1% 이상 낮은 수치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달걀 가격은 전체 인플레이션율 4.1%에 비해 무려 15.5%나 상승했다. 지난 1년 동안 거의 두 배로 오른 것이다.
끔찍한 조류 독감이 암탉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공급량을 제한하며, 가격을 급등시켰다. 2022년 조류 독감이 발생한 이후 1억 마리 이상의 암탉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식료품점의 상황은 점점 더 미쳐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에서 시카고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식료품점들은 이미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와플 하우스는 개당 50센트의 임시 달걀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상황은 정말로 심각해지고 있다. 시카고 링컨 파크 지역의 번잡한 홀푸드 매장에서는 화요일 저녁 달걀 진열대가 완전히 비어 있었다. 구매 제한 표지판도 필요 없었다.
2020년대부터 달걀 가격은 인플레이션 시대 정신의 새로운 멤버가 되었다. 요즈음 소셜 미디어에는 이런 밈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소셜 미디어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달걀 가격의 급등, 공급 부족, 가게에서 계란을 찾는 데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왜 이렇게 미국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걸까? 물론 더 높은 가격은 지갑에 고통스럽다. 더욱이 달걀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므로, 사람들이 계산대에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원래도 달걀 가격은 매우 변동성이 크다. 따라서 결국에는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기뻐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격 상승의 고통은 가격 하락으로 인한 기쁨보다 항상 더 심한 법이니까.
퍼듀 대학의 다니엘 풀터 교수는 캘리포니아의 주간 달걀 판매 데이터를 연구하여 가격 변동이 소비자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했다. 오리와 롬 브래프먼은 책 『스웨이(SWAY)』에서 풀터 교수의 연구를 이렇게 요약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가격 변동에 동일한 강도로 반응한다. 가격이 조금 내려가면 조금 더 구매한다. 가격이 조금 오르면 조금 덜 구매한다. 즉,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가격 하락보다 가격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풀터 교수가 발견한 것은 가격이 오를 때 소비자들이 아주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가격 인상에 관해서는 달걀 구매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밝혀졌다. 달걀 가격이 내리면 소비자들은 조금 더 구매한다. 하지만 달걀 가격이 오르면 소비량을 2.5배나 줄인다.
달걀 가격은 비대칭적인 수요 측면을 가지고 있다. 가격이 내리면 사람들은 조금 더 구매한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 달걀 소비를 훨씬 더 줄인다. 왜냐하면 사람은 같은 정도라도 이익보다 손실에서 두 배나 더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를 비합리적으로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DNA 차원에서의 문제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가 모든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이유이다. 그것은 우리의 행동, 과잉 반응, 그리고 위험에 대한 인식까지 형성한다.
손실 회피에 대한 감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감정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실제 손실과 인지된 손실을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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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5년 3월 4일(화)부터 한국에서도 넥스트레이드를 통해서 대체거래소 운영이 시작된다. 이는 기존 한국 거래소 외에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는 뜻인 동시에 그동안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어긋나 주식 거래를 하기가 어려웠던 사람들이 보다 편하게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이 글에서는 주식 대체거래소 운영으로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3가지 핵심 포인트를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대체거래소 도입의 영향으로 주식 거래 시간이 기존 6시간 30분에서 12시간으로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JTBC 뉴스에서 보도한 그래프를 참고한다면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8시까지 거래를 할 수 있다. 거래 가능 시간은 프리마켓과 메인마켓, 그리고 애프터 마켓 세 가지 개념으로 나누어진다.
거래 가능 시간이 다분화되면서 시간적 자유가 높아졌다. 다만 거래량이 활발한 시간대와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뉴스에서는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단타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 있어 주식 매도와 매매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단타 전문가들은 기회라고 말한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한국거래소보다 거래 수수료를 낮게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인이 이용하는 증권사별로 수수료 인하 폭이 상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수수료가 줄어들 수 있는지는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도 주식 가격의 등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거래소 간의 가격 차이뿐만 아니라 수수료를 이용해서 정규장과 대체거래소를 오가는 물량이 적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개미 투자자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수도 있는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주식 정규장에는 투자자를 보호를 위한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종종 일부 주식이 급격히 상한가를 치거나 상한가를 칠 경우 브레이크를 거는 것도 안전장치 중 하나다. 당연히 대체거래소에도 거래정지와 브레이크 기능은 물론, 가격 변동폭도 전일 종가 기준 ±30%로 동일하게 제한이 된다.
이러한 제도 속에서도 대체거래소를 통한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의 거래량의 따라 가격 변동성은 굉장히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투자 전문가들은 장 마감 후 급하게 매매하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체거래소는 분명히 새로운 기회이지만… 기회는 위기가 동반함을 잊지 말자.
당장 오늘부터 시작된 대체거래소를 활용한 투자와 거래에도 분명한 목표와 계획이 필요하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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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자문해 주는 사람들은 믿을 사람이 못 된다. 그렇게 잘 는데 왜 굳이 내 돈을 운용해 주겠는가.
깊게 생각해볼 만한 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죠. 그러나 인내에 대한 숨겨진 교훈이 들어 있습니다.
현실부터 생각해 볼게요. 우리 주위에는 끝없이 ‘고수익 보장’을 속삭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문자만으로도 몇천 통을 받았을 것 같아요. 이쯤 되면 문자 전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에 투자하고 싶어집니다. 아시겠지만 대부분 사기꾼들이고, 뒤가 없는 회사들입니다. 뒤가 없으니 온갖 과장과 거짓과 사칭이 난무합니다. 속으시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운용을 잘하는 사람은 우리의 돈을 원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부자들의 돈이 알아서 흘러들어오죠. 맡기려는 수요가 많습니다. 반면에 부자가 아닌 사람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것은 여간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 겁니다.
제 주위에도 투자를 정말 잘하는 분들이 많고, 와중에 남의 돈을 맡아주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 MBA 동기 모임을 위해 운용해 준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만은 끔찍히 꺼립니다. 간혹 후배들 전반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을 낙으로 사는 분들은 몇 있어도, 굳이 투자를 대리해서 해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고수익은 원래 제약이 있습니다. 돈이 더 모인다고 수익률이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손정의의 비전 펀드도,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도, 돈이 더 적었으면 수익률은 더 높았을 거예요. 그러니 남에게 문호를 개방할 이유가 없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큰돈을 벌어주겠다는 말은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는 구성입니다. 그러니 논리적 모순을 덮기 위해 이야기를 붙입니다. 원래 안 하는데 이번만 특별히, 너만 특별히… 이런 구차한 설명을 얹어서 목돈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도망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꼭 돈이 많아야만 좋은 투자자에게 돈을 맡길 수 있을까요? (제 로보어드바이저 광고하려고 쓴 글이 아닙니다ㅎ) 좋은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요?
사실 좋은 투자자가 원하는 건 돈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투자자들의 투자 원칙은 사실 ‘시간’에 많이 종속됩니다. VC 업계에서 유명한 알토스 같은 회사를 한번 생각해 보죠. 알토스가 다른 회사들보다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갑니다. 1~2년의 단기에는 벌어지지 않는, 그래서 대부분의 경쟁자들이 바라보지 않는 어떤 축을 볼 거예요. 인내심과 집념이 있는 회사만이 장기간 고수할 수 있는 어떤 원칙들을 고집할 겁니다.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훌륭한 회사들은 모두다, 장기적인 원칙에 대한 투자를 합니다. 그것 없이는 아무리 그럴싸해 보여도 일시적인 성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지가 안 돼요. 아마존 같은 기업도 마찬가지에요. 99%의 기업들이 단기 실적을 위해서 장기적 목표를 등한시할 때, 아마존은 장기적 목표를 공감할 수 있는 주주나 투자자들을 모아서 그 이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그 목표에 맞지 않는 주주는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까지 말합니다.
워런 버핏은 말할 것도 없지요. 시간의 축이 맞지 않는 조급한 분들은 굳이 서로 불편하게 지내지 말자는 메세지를 분명히 밝힙니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세상은 단기적 성과에만 관심이 있고, 그를 추적하며 일희일비합니다. 그 시장에서의 마케팅을 포기하고, 이해받기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아주 어렵고 무서운 일입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어서일 겁니다. 이 점은 정말 중요합니다. 선순환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시도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성공한 모든 위대한 회사들은 이 장기 시계열이라는 마법의 관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의 성공이 5~10년간의 지속적이고 누적적인 투자의 결과라면, 내일의 성공도 예측하기가 쉬워지잖아요.
다시 말해 가장 좋은 전주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시간의 힘을 이해하고,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간의 축이 잘 정렬된 파트너 같은 투자자는 희소할 뿐만 아니라 놀라운 가치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돈이 없더라도 투자자가 함께 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참여자들은 오히려 방해가 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좋은 투자자라면 동료를 구할 때 마음이 급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배제할 겁니다. 궁금하다면 그런 투자자를 만났을 때 슬쩍 물어보세요.
단기 투자로 접근해도 될까요?
학을 뗄 겁니다. 단기적으로 수익이 높다 운운한다면 위험한 사람이고요. 장기의 기준을 잘 이해 못하는 사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버핏은 과거에 23%의 수익을 내고 있을 때에도 앞으로는 15%,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기대치를 현실화하는 아주 많은 겸양을 반복했습니다. 지금도 단기적으로는 언제든 손실이 날 수 있다며 단기 투자자들을 배제하기 위한 경고를 날립니다.
즉, 이들은 기대치가 맞지 않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인내심이 없는 사람과 상종하지 않기 위해 아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게 중요한 열쇠입니다.
인내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돈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좋은 투자자들도 돈이 많은 사람을 더 선호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결과일 뿐, 실제로 찾고 있는 사람은 돈 자체가 아니라 인내심이 부자인 사람인 것입니다.
역으로 돈만 많고 마음은 조급한 사람들, 당장 실적을 쫓아 이리저리 마음이 동하는 사람들은 역시 매력 없는 동료일 것입니다.
장기 투자하라, 인내하라고 하는 말들도 사기일 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를 때까지 간섭하지도 말고 평가하지도 말라, 책임지지도 않겠다, 이렇게 들릴 수도 있잖아요. 동의합니다. 장기투자를 이야기해도 결과가 좋은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단기 성과로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류의 마케팅이 99.999% 사기라면, 장기 투자는 그 비율이 의미 있게 낮을 겁니다. 사기꾼은 긴 시계열을 못 보고, 기다리지도 못하거든요. 애초에 발상을 해내기도 힘들 겁니다. 찍어보자면 20% 정도만 진짜라고 해볼게요. 이 정도면 굉장히 높은 비율입니다.
좋은 투자자가 원하는 파트너는 항상 인내심 있는 투자자이지, 목돈이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적은 돈이라도, 자신의 긴 시계열을 이야기하면 훌륭한 투자자들에게 돈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어떤 분들은 자기보다 뛰어난 투자자에게 위임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자격과 조건은 인내심일 거예요.
물론 성과가 장기적으로 안 좋아도 무조건 인내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애초에 못하건 잘하건 인내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을 때만 질 좋은 투자자들이 문호를 개방해 주리란 의미에 가깝겠죠. 그리고 10개 중에 5개 정도는 엄청난 수익률로 보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돈이 적어도 좋은 투자의 인연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할 겁니다.
원문: 두물머리 천영록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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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8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건설로 유명해진 투자자이자 부동산 개발자인 존 J. 라스콥(John J. Raskob)은 돈을 저축해서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누구도 저축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저축만 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분할 정책과 매우 유사합니다. 마찬가지로 저축할 만큼 돈이 충분하지 않다는 난관에 부딪치는 겁니다.
저는 항상 돈을 저축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저축에 대한 진부한 표현은 사회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거든요.
자신에게 먼저 투자한다. 작은 비상금을 마련해 두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저축하자. 한 푼 저축하면 한 푼 벌 수 있다. 돈은 나무에서 자라지 않는다.
이 말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먼저 저축을 하고, 위험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당신은 돈이 자라는 나무를 갖고 있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죠.
문제는 아무리 열심히 저축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수입에는 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 많이 버는 것이 좋지만 어렵습니다. 이것이 라스콥이 저축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 의미입니다.
그의 말에 100% 동의합니다. 40년 동안 열심히 저축하면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결코 부자가 되지는 못합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돈이 풍부하는 뜻이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인생을 살아가면서 투자가 함께 증가하고, 순자산도 함께 증가합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순자산이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책이 더 많이 팔렸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글쓰기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일까요? 둘 다 아닙니다. 지난 4년 동안 글쓰기 수입은 거의 동일했습니다. 돈을 저축하는 데에만 의존했다면 순자산이 일곱 자릿수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 자산의 절반 이상은 주식 및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자본 이득에서 나왔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자본 이득을 경험하기 전에는 투자가 부를 얻는 방법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느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투자가 잘 되면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자유롭게 움직이며, 여러 방면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 더 많이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미래가 감사해할 겁니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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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차일드(Lee Child)는 거의 20년 동안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하다가 해고당했다. 별다른 대책을 세워놓지 않았던 그는, 칫솔과 옷가지 하나만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불량배를 소탕하는 전직 군경찰 리처(Reacher)에 관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약 30권의 리처 시리즈를 집필했으며, 이 시리즈는 두 편의 영화와 TV 드라마로 탄생했다.
차일드는 최근 팟캐스트 ‘아트 오브 맨리니스’에 출연하여 인생 후반(39세)에 작가로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성공적인 글쓰기 경력은 거의 항상 두 번째 경력인 경우가 많습니다. 글쓰기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정말 멋진 일입니다. 첫 번째 경력이 무엇이든 모든 종류의 우여곡절과 문제, 기복이 있었을 겁니다. 이를 통해 무언가를 배워 인생의 중반에 이르렀을 때 준비가 된 겁니다. 그러면 탱크에 연료가 가득 차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쌓여 있죠. 젊을 때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믹 헤론(Mick Herron)도 늦게 글쓰기에 뛰어든 또 다른 작가다. 헤론은 기업 관련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한 시간 동안 글을 썼다. 그의 목표는 하룻밤에 350단어를 쓰는 것이었다.
스파이 시리즈 『슬라우 하우스(Slough House)』가 대히트를 치기까지 몇 년 동안 그는 느린 행보를 보였다. 현재 이 책은 수백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애플TV에서 네 번째 시즌을 방영 중이다. 현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TV 드라마다. 헤론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로서의 성공이 인생 후반에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제가 얻은 교훈은, 커리어의 절반만 성공할 수 있다면 후반부에 진출하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전반전이 비극이라면 그냥 비극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성공을 이루면 해피엔딩이 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부터 2014년 사이에 뉴욕에 문을 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소개했다. 이 연구는 뉴욕 타임스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미슐랭 스타를 받았다는 것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악명 높은 레스토랑 업계에서 부러워할 만한 위치처럼 들린다. 하지만 틀렸다. 2019년 말까지 이 레스토랑 중 40%가 영원히 문을 닫았다. 실제로 권위 있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은 그렇지 않은 레스토랑보다 문을 닫을 확률이 더 높았다. 이 현상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슐랭 스타는 홍보 효과를 높인다. 연구에 따르면, 새로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의 경우 구글 검색 강도가 3분의 1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명성에는 대가가 따른다.
첫째, 레스토랑의 고객이 바뀐다. 각광을 받으면 레스토랑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멀리서도 관광객이 찾아온다. 고객의 더 큰 요구를 충족하려면 새로운 비용이 발생한다.
둘째, 이 상은 레스토랑의 등에 별 모양의 표적을 달아준다. 식재료 공급업체나 건물주 등 레스토랑과 거래하는 업체는 이 기회를 이용해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한다. 셰프들 역시 자신의 급여에 이 영예가 반영되기를 원한다. 경쟁업체에 의해 침범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이는 결국 기본적으로 로또 당첨자가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과 같은 이유로 이어진다. 성공은 축복이자 저주가 될 수 있다. 30~40년에 걸쳐 성실하게 돈을 저축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신이 축적한 부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 것은 심리적으로 몰아세워질 수 있다. 사람 자체는 같은 사람이지만, 즉각적인 부와 함께 새로운 압박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명성이나 경제적 변동성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 저널은 물가 상승률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물가 수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펜실베이니아주 도일스타운에 사는 54세의 엔지니어인 마릴린 황은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많은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황의 급여는 2020년 이후 인상되었다. 황과 그녀의 파트너는 여행에 계속해서 돈을 썼고, 심지어 외식의 횟수는 늘어났다. 하지만 그녀도 최근의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늘어났다고 털어놨다.
“평생을 안정적인 물가로 살았잖아요. 정신적으로 힘들죠.”
물론 물가가 안정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다만 202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압축적인 방식으로 발생했다.
2010년대의 누적 인플레이션은 19%로, 2020년대의 누적 인플레이션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202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급격하게 진행되어 사람들이 새로운 물가에 서서히 익숙해질 시간을 주지 않아다.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의 누적 인플레이션은 각각 64%, 34%, 28%였다. 물가는 거의 항상 상승한다. 때로는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오를 때도 있다. 물가 상승이 많은 가정이 재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고통을 주는 이유는, 우리가 이렇게 단기간 동안 벌어지는 경제 변동성에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격변의 시기를 견디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좋은 소식은 이 시기를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근육은 다음번 경제 변동성이 나타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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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가난한 사람들을 곧 자격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안전하고 쾌적한 집에서 살 자격,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자격, 휴식하고 여가를 누릴 자격, 혹은 아이를 낳아 건강하게 기를 자격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러한 생각의 뿌리에는 자립에 대한 환상이 존재한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오롯이 자신의 능력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가난한 사람은 하는 일 없이 복지 시스템에 빌붙어 삶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환상 말이다. 그리고 그 틈새에서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을 착취하고, 그들이 계속 빈곤 상태에 머물도록 만드는 사업들이 자라난다.
질이 형편없이 낮은 주거 서비스를 비싸게 팔아 치우는 최저 주거 공간의 임대업이 대표적이다. 한 가지 예로, 이혜미 기자는 서울에 있는 쪽방과 원룸촌에 사는 사람들과 소유주들을 두루 만나며 임대 사업의 이익 구조 속에서 어떻게 가난한 사람이 경험하는 주거 환경이 악화되고, 가난이 심화되는지 면밀히 밝혔다(이혜미, 2020).
좀 더 포괄적인 증거로,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을 따졌을 때 미국의 가난한 동네 임대주가 한 세대당 매달 300달러를 벌어들이는 반면, 부유한 동네 임대주는 250달러를 벌어 역설적으로 가난한 지역의 임대업 수익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관련 논문: 바로가기).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높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해 이들이 과중한 임대료 부담으로 인한 주거 불안정을 경험한다는 의미이다. 다음 달이면 지금 사는 집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 거대한 불확실성은 삶의 기반을 뒤흔든다. 주거 공간은 경제적 조건, 사회적 네트워크, 안전, 교육의 기회, 보건의료 서비스 접근성 등 삶의 전반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빈곤은 심화되어 가고, 신체는 낡고 닳는다. 이 모든 상황이 함께 극단으로 치달을 때 사람들은 임대료를 체납하게 되고, 강제 퇴거가 발생한다. 그리고 퇴거는 빈곤의 결과일 뿐 아니라, 더 깊은 빈곤의 원인이 된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미국의 두 개 도시(쿡 카운티, 뉴욕)에서 법원의 강제 퇴거 명령이 세입자들의 주거, 일, 그리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논문 바로가기: 미국 도시에서 강제 퇴거와 빈곤). 퇴거가 실제로 ‘더 깊은 빈곤의 원인’인지 확인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앞서 언급했듯, 퇴거가 발생하는 맥락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도 이러한 맥락의 일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두 도시에서 강제 퇴거 소송에 제소된 세입자는 제소 이전에 이미 같은 지역 내 제소되지 않은 세입자에 비해 소득과 고용률이 낮았으며, 신용도 나쁘고 빚도 많았다.
제소된 세입자는 특히 제소 직전 1년간 소득과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졌고, 신용도 나빠졌다. 제소 직전 2년에 걸쳐 병원 방문은 잦아졌는데, 이는 주로 응급실 입원 증가에 의해 나타난 경향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제소된 사람 중 실제 퇴거가 결정된 사람들에서 더 큰 폭으로 나타났다. 즉, 퇴거 소송이 시작되기 앞서 많은 세입자들이 새로운 건강상의 문제와 함께 실직과 소득 감소를 경험했으며, 그 정도는 소송의 결과 실제 퇴거를 당한 사람들에서 더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퇴거당한 세입자와 그렇지 않은 세입자의 소송 후 결과를 단순 비교하면 제소 이전 발생한 생활 사건 같은 다른 요인이 달라 생겨난 차이를 강제 퇴거 명령의 효과와 구분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퇴거 명령이 결정되는 방식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미국에서 강제 퇴거 소송 건은 해당 지역의 담당 판사들에게 무작위로 배정되는데, 판사들에 따라 퇴거 명령을 내리는 성향이 다르다. 덕분에 평균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가졌지만 운 나쁘게 엄격한 판사에게 배정되어 퇴거당한 세입자를 운이 좋았던 세입자와 비교하면, 퇴거 명령의 효과만을 구분해 추정할 수 있다.
강제 퇴거 명령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운 나쁘게 퇴거 명령을 받은 세입자가 갑작스럽고 급하게 이뤄지는 강제 퇴거를 당할 확률은 운이 조금 더 좋았던 세입자에 비해 43.5% 포인트 더 높았다. 이 경우 세입자는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안적인 주거 공간을 찾을 수 없어 더 위험하고 질 낮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다.
운 좋게 퇴거 명령을 피한 세입자의 29.2%도 제소 1년 후에 이사를 갔지만, 퇴거 명령을 받으면 그 확률이 37.4%로 더 높아졌다. 퇴거 명령은 적절한 주거 공간을 찾지 못할 확률도 높였다. 퇴거 명령을 피하면 제소 1년 후 홈리스 쉼터를 이용할 확률이 0.9%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쉼터 이용 확률은 4.3%로 5배 가까이 늘었다.
퇴거로 인해 깊어진 주거 불안정은 직업 생활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퇴거당한 세입자는 아슬아슬하게 퇴거를 피한 세입자보다 제소 후 첫해에는 6% (연 1,292달러), 두 번째 해에는 14% (연 2,452달러) 적은 소득을 얻었다. 퇴거는 일자리를 가질 확률도 지속적으로 낮추어, 퇴거당한 세입자의 고용률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진 않았지만) 제소 후 2년 동안 꾸준히 1.3% 포인트 정도 낮았다. 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져, 제소 1년 후 신용 점수 등을 종합해 측정한 가계의 재정 건전성 지표를 표준편차의 0.11배 가량 낮추었다.
퇴거 명령 후의 이러한 변화는 몸과 마음의 건강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의료 이용 기록을 수집할 수 있었던 뉴욕 시에 한해, 퇴거를 당한 세입자는 운 좋게 퇴거를 피한 세입자에 비해 1년 동안 병원 방문 횟수가 29% 늘었다. 특히 정신 건강 문제로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는 2배 이상 늘어, 전체 병원 방문 횟수의 1/4가량을 설명했다. 다행히 이러한 변화가 제소 2년 후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퇴거 명령의 부정적 영향은 특히 흑인과 여성 세입자에 집중되었다. 퇴거가 주거 불안정을 심화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며, 건강을 악화시키는 효과는 모두 흑인과 여성 세입자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강제 퇴거 집행을 위해 법원에 제소당하는 세입자 상당수가 흑인과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 사실은 중요하다.
또한, 이 연구는 판사들이 현재보다 조금 더 관대해지면 제소당한 세입자들의 삶과 건강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는 착취적인 임대 산업의 뿌리를 뽑지 못하더라도, 퇴거 명령의 부정적 충격을 분명히 줄일 수 있다.
지난 10월 17일은 빈곤 철폐의 날이었다. 자격 없다 꼬리표 달린 이들이 권리를 외치는 날이다. 괜찮은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권리는 그중에서도 기본적이고 핵심적이다. 이미 가난한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난 결과 삶의 전방위적 측면에서 더 나쁜 일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을 끊임없이 불안정한 주거 환경으로 몰아내는 빈곤 산업의 고리를 끊고, 모두에게 ‘살 권리’를 보장하자.
원문: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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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자금이 핵심인데, 모든 조직과 운영 구조에 필요한 두 가지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지속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돈이 들어오고 나가고에 대한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가장 먼저고, 이후에 인력 배치와 조직 구성별 역할 분담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시간은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예상할 수 있는 지출과 예상하지 못하는 지출을 나누고 이에 따라 돈을 쓰고 시간을 단축하든지, 시간을 늘려서 돈을 세이브하든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유부단하거나 머뭇거리면 그 순간만큼 크게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은행에 대출을 실행하면 돈이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 신청부터 입금까지 최소 한 달은 잡아야 한다. 투자사가 투자한다 말해도 바로 입금해주지 않는다. 심사역이 내부 승인거치고 LP에 자금 신청하고 계약하고 입금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최소 1달부터 3달 정도가 필요하다.
거래처와 계약해도 바로 입금되지 않는다. 어음을 받으면 더 늘어난다. 이번달에 일하면 계산서를 끊고 익월에 입금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사업적 거래는 거의 후불거래 신용거래가 많아서 자칫하면 돈이 밀릴 수도 있다. 세상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물론 사람도 바로 뽑히고, 뽑아도 능력을 바로 발휘하지 않더라.
그러니 지금 회사, 내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고, 언제 얼마가 들어오고 조직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공간을 만들고 조직이 만들어져서 출근하는 누군가를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건 순간의 감정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보다 철저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니까 나의 능력과 사업의 가능성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 계속해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내가 지금 능력도 자금도 안되는데, 갑자기 조직을 늘리거나 사옥을 구입한다거나 하는 것들은 순간의 만족일 뿐이다. 철저하게 보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사람을 채용한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돈들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서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초심자의 행운처럼 소위 ‘오픈빨’을 경험하게 되면 계속 잘될 거란 착각을 한다. 나의 능력도 과대평가하게 된다 빚내서 투자하거나 투자도 안 받았는데 자금이 왕창 들어올 거란 생각으로 직원들을 많이 뽑거나 잔뜩 벌리거나 한다. 절대로 신중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내가 모든 일을 다 해야지, 누군가에게 의존적인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그러니까 나와 회사의 능력과 방향에 한계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 급박한 상황에선 누구도 날 도와주지 않는다. 그러니 급박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늘 주시하고 객관하 해야 한다.
사업도 사람도 일말의 성공을 경험하면 그것이 지속될 것이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과거의 영광이 되풀이될 가능성에 중독되는 것이다. 그러면 하던 것만 되풀이하게 된다. 그사이 시장과 상황은 정말 빠르게 바뀐다.
그러나 ‘가능성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연결고리가 하나에서 두 개로, 열 개로 늘어나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러니까 가능성에만 머물지 말고 가능성을 만들고 도전하자.
어느 순간 돈을 크게 벌 때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현금이 쌓이기도 한다. 소위말하는 ‘작은 성공’의 시기인데, 그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그럴 때마다 차곡차곡 돈을 쌓아놔야 한다. 그게 부동산이든 예금이든 상관없다. 환금성이 높은 무언가에 돈을 저장해놔야 한다.
사업이 계속 잘될 거란 보장이 없다. 어느 순간 자금줄이 마르고 은행도 거절하는 상황에 이른다. 무엇보다 철저하고 냉철한 집단이 은행인데, 작은 실수나 틈만 보이면 자금을 무기로 협상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현금보유량을 갖춰야 한다. 어려울 경우 안전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돈이 생겼다고 그 순간에 도취해 차 사고 접대하고 골프 치면 어느 순간 감가를 제대로 맞은 자산만 남을 것이다. 친하게 지내며 술 사고 밥 사준 누군가는 똑같은 어려움에 처해 서로 돕기 힘든 지경에 이를 것이다.
나는 최고의 안전자산을 부동산이라 생각한다. 사업자 특성상 회사자금을 주식이나 펀드, 금융 상품으로 운영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조금만 힘들면 빼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가치가 오를 수 있는 부동산을 확보해 두는 게 좋다고 본다.
싸가지 없는 놈보다 더 나쁜 놈은 체불하는 놈이다. 임금이든 거래처든 돈 제대로 못주는 대표는 어제까지 하하 호호 지내도 오늘부터 나쁜 악당이자 사기꾼이 된다.
악독한 사람이 되자는 게 아니라, 우유부단하면서 거절 못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결국 결정은 대표의 몫이다. 순간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만, 우선순위는 회사의 이익에 맞춰줘야 한다.
또한 직원과 동료는 친구가 아니다. 무조건 계약에 의거하여 결정과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친하다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부탁을 들어주고 애매한 태도로 수락해 버리는 순간부터 관계가 파탄나기 시작한다. 그러니 합리적이고 이익에 우선이 되는 거래와 합의가 필요하지, 상대부터 배려하고 생각하면서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더 큰 손실로 돌아온다.
18년의 사업자로 살아오면서 최근처럼 위기라고 느낀 순간이 별로 없다. 하지만 과도기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에이전시 사업을 펼치며 의존적인 비즈니스로 지속성을 잃어버린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걸 떨쳐내고 스스로 만들어내며 이겨낼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제로투원처럼 처음부터 새로 사업을 하는 기분이다.
조금씩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다. 자신감은 비례하며 상승하고 있다. 돈 벌면 차부터 바꾸고, 옷부터 샀던 적도 많았다. 월급쟁이로 일하다가 갑자기 몇십 배나 되는 돈을 벌다 보니 정신 못 차리고, 사회를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좋은 사업에 투자한다고 오만하게 군 적도 많았다. 남을 배려한답시고 자기 밥그릇 제대로 못 챙겨 먹기도 했다. 네트워킹 좋아해서 사람들 만나서 대접받기도 좋았다.
사실 다 필요없는 행위였다. 결국 회사의 이익과 가족이 가장 우선이었다.
원문: 김건우의 브런치
개인적으로는 미디어와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에 빠져 살고 있고, 음악을 좋아해 아이디는 20년째 위니스밴드입니다. 2017년 『1인미디어 당신의 콘텐츠를 캐스팅하라』를 집필했고, 사회학 박사 학위를 수료했습니다. 최근까지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최근에는 F&B에 빠져있고, 도시와 공간을 좋아하기에 부동산도 같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자몽은 1인 미디어 비즈니스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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