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Thu, 18 Sep 2025 07:37:46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1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일과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https://ppss.kr/archives/270633 Thu, 18 Sep 2025 07:32:41 +0000 https://ppss.kr/?p=270633 1. 일과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인간관계에도 정답이 없든, 일과 맺는 관계에도 정답은 없다고 느낀다. 다만 관계 안에서도 늘 내가 존재해야 하듯, 일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느낀다. 사랑하면서도 적정한 거리를 지키는 일은 늘 쉽지 않다. 그리고 늘 필요하다.

​문득 궁금해지네요! 여러분들은 일과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나요? 만약 일을 빼고 나를 설명한다면 어떻게 설명하고 싶으신가요?

 

2. 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5가지

일을 사랑하는 것은 세심한 균형 잡기가 필요한 사랑이다. 나는 일에 매료된다. 일이 주는 성취와 인정, 보람과 재미는 중독적이다. 그래서 동시에 나를 지키려 분투한다.

​이 위험한 사랑에서 우리가 늘 다시 중심을 잡기를.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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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이어 올리브영도 뛰어들었다는 ‘이것’은 https://ppss.kr/archives/267334 Wed, 17 Sep 2025 04:34:50 +0000 http://3.36.87.144/?p=267334 일시적 유행은 아닐 겁니다

네이버에 이어 올리브영도 동참한 ‘이것’, 짐작하시나요? 바로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프로그램입니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은 누구나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유도한 뒤,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뜻하는데요. 얼마 전 네이버가 ‘쇼핑 커넥트’를 정식 출시한 데 이어, 올리브영도 ‘올리브영 쇼핑 큐레이터’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해석은 갈립니다. 저희 필진이기도 한 이미준(도그냥) 님은 “어필리에이트 프로그램을 통한 크리에이터 마케팅이 기존 광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분석했고요. 반면 “어필리에이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방식이고, 최근 사례들도 그 연장선일 뿐 본질적 변화는 없다”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죠.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저는 디지털 마케팅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물론 모든 퍼포먼스 마케팅이 어필리에이트로 대체되진 않겠지만요. 다만 본래 퍼포먼스 마케팅의 두 축이던 검색 광고는 점차 어필리에이트로, 디스플레이 광고는 오프라인 매장 경험으로 대체되는 흐름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줄어든 검색과 광고의 영향

우리의 구매 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찾는 ‘목적형 쇼핑’과, 우연히 눈에 띄어 구매하는 ‘발견형 쇼핑’이죠. 전자는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이 필수라 검색 광고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후자는 충동을 자극하는 디스플레이 광고가 핵심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이 구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정보 탐색 단계에서 검색보다 신뢰하는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참고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겁니다. 이 지점에서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죠.

게다가 디지털 광고는 오랫동안 ‘클릭’에만 집중한 탓에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반면 어필리에이트는 실제 구매가 일어나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 유입이 아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기존 광고 모델이 점차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브랜드 인지도를 쌓기 위한 디스플레이 광고의 역할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만 광고 피로감과 반감을 넘어 팬덤을 만들려면, 고객과 깊이 있는 교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의 경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고객에게 밀도 높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달당 비용 면에서도 온라인 광고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해질 겁니다.

 

부정적 감정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와 같은 변화의 밑바탕에는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결국 ‘좋은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깔려 있습니다. 고객이 만족스러운 구매 경험이나 즐거운 체험을 해야만 결제까지 이어지고, 또 그 경험이 쌓여야 다시 찾게 되니까요. 그래서 어필리에이트도, 오프라인 경험도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긍정적인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쿠팡 파트너스가 ‘억지 클릭’을 유도하던 방식을 줄이고, 사용자 경험을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고요. 올리브영이 특정 추천 상품에 더 높은 수익을 붙여 주는 것도, 억지 판매가 아니라 진짜 좋은 추천을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인 거죠.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은 최근 들어 마구잡이로 유입을 확보하기보다는 양질의 추천을 유도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역시 과거처럼 좁은 공간에 물건을 꽉꽉 채워 넣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매장 자체가 경험의 장이 되고, 그 경험이 곧 매출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죠.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오히려 더 높은 매출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가격’이나 ‘할인율’이 아니라 고객이 어떤 기분을 느끼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입니다. 단기적인 유입이나 반짝 성과에만 집중하면 금세 피로감이 쌓이지만, 경험을 긍정적으로 설계하고 신뢰를 쌓는 브랜드는 오히려 장기적인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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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안 하면 죽는 병”에서 벗어나는 법 https://ppss.kr/archives/266516 Tue, 16 Sep 2025 02:22:34 +0000 http://3.36.87.144/?p=266516 만원 지하철에서 ‘네’라고 누르던 내 손가락은, 늘 긴장해 있었다. 평생 프리랜서로 살다가 처음 9 to 6 정직원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고객사 담당자와 우리 팀이 함께 있는 카톡 방은 출근 전부터 쉴 새 없이 알람이 울려댔다.

이거 확인 부탁드려요. / 이건 어떻게 진행되나요? / 확인 후 코멘트 주세요.”

대개 아무도 답하지 않거나 정말 급한 사항일 때는 느지막이 팀장님이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 상황을 보며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5분 이상 무응답이면 바로 전화를 걸어 무섭게 짜증을 부리던 몇몇 선배들 얼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다시 사회 초년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러시아워 지하철 안에서 몸도 마음도 호떡처럼 짜부라진 채, 애써 답변을 보냈다. 지하철 안에 묶인 몸이라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성난 불길에 물에 젖은 담요를 덮듯 급히 답장했다.

네. 확인해 보겠습니다.

출처: freepik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고 했던가? 24시간 대기 모드로 살아야 했던 생활이 질려 택한 곳이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사 전, 근무시간에만 응대하면 될 거라는 ‘직장생활 무식자’의 달콤한 상상은 적응 기간이 끝난 후 와장창 깨졌다. 고객사 담당자까지 함께 있는 단톡방에 초대된 이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지옥은 여전했다. 공식 업무 시간도 아닌, 출근 전부터 클라이언트의 업무 요청을 받으며 시작하는 하루가 상쾌할 리 없었다. 눈 밑에 먹구름이 점차 짙어지던 어느 날, 팀장님이 말했다.

호사님, 꼭 그렇게 바로바로 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클라이언트 쪽 출근 시간이 우리보다 빠르니 그들은 업무 중일 뿐이에요. 그 사람들도 우리 출근 시간이 자기네보다 한 시간 늦는다는 걸 알아요. 서로 바쁘게 일하니 까먹을까 봐 보내는 거니까, 출근해서 확인해도 됩니다.

누군가는 일찍 출근했고, 나는 일찍 불안해졌다. 내 습관성 불안을 일찌감치 파악한 팀장님의 핫팩처럼 따뜻한 말에 얼어붙은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덕분에 해도 뜨지 않은 새벽, 그 어떤 폭탄이 떨어지더라도 출근길부터 초조함에 떠는 일은 그날 이후로는 없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는 순간 최강 전투 모드가 될지언정, 그전까지는 최대한 에너지 절전 모드로 나를 보호하며 출근할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지금 당장’ 선택하거나 결정하라는 압박에 놓일 때가 있다.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는 게 민폐 같아서, 기다리게 하는 게 내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쫓기듯 답변을 던지고는 매번 후회하곤 했다. 상대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저 내가 겁먹어서 성급히 내놓은 결과가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Image by katemangostar on Freepik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안다. 클라이언트의 근무시간과 내 근무시간에 1시간의 시차가 있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생각의 시차’가 있다는걸. 누군가는 빠르게 결론에 닿을 수 있는 일이 나는 며칠씩 곱씹어 봐야 결정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반대로 내가 단박에 정리할 수 있는 사안도 상대에겐 미적분까지 동원해 계산해야 할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모든 답은 빨리 보다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사이 잠시 기다리는 용기도 어쩌면 일 잘하는 능력 중 하나라는 걸. 무작정 답변하지 않음이 무례가 아닐 수 있다는걸. 서로 다른 속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내가 나를 지키며 오래 일하는 방식이란 것도.

‘잠시만요’라는 한마디를 던지고 잠시 숨 고르는 그 몇 시간 사이에, 더 나은 말, 더 단단한 판단, 더 부드러운 표현이 나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관계의 온도’는 결국 그런 기다림 속에서 만들어진다. 지금 내가 선택하는 이 속도가 나를 지키고 관계도 지킨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원문: 호사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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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합류한 팀의 분위기가 나빠졌다. 내 탓일까? https://ppss.kr/archives/267204 Mon, 15 Sep 2025 02:00:45 +0000 http://3.36.87.144/?p=267204 새로운 팀에 합류했는데 기존 직원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면, 누구 탓일까?

팀에 원래 있었던 사람이나, 외부에서 이 상황을 관찰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직원의 탓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굳이 밀의 인과적 귀납법(Mill’s method)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기존에 비해 달라진 변수를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 직원들이 불편한 기색을 비칠 때면, 새로 합류한 직원은 눈치를 더 살피게 되고 노심초사한다.

조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피(fresh blood)를 수혈한다. 새로운 피는 신입으로 합류할 수도 있고, 다른 팀에 있다가 새로운 팀으로 합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합류한 직원은 조직의 사회화(organizational socialization) 과정을 거친다. 조직 사회화 과정은 새로 합류한 사람들의 적응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기존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직원의 합류는 꽤 큰 사건(sailent affective event)이다. 새로 합류한 직원 덕에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새로 온 직원 때문에 팀 분위기가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Image by freepik

 

그런데, 실제 신규 직원이 기존 직원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력은 얼마나 클까?

이를 연구한 심리학자들과 경영학자들이 있다.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심리학과 이하오 리우(Yihao Liu), 텍사스 A&M 메이 비즈니스스쿨의 헤일리 트레이너(Hayley Trainer), 북경대 광후아 경영대학원의 잭 팅쥐 치앙(Jack Ting-Ju Chiang) 교수 등 6명의 연구진은 신규 직원의 합류가 기존 팀에 미치는 정서적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최근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게재했다.

기존 직원들과 신규 직원들의 특성이나 하는 일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조직 사회화 과정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다. 기존 직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 온 직원들의 성향이나 전공 등이 기존 직원들과 너무 다를 때다. 이때는 반드시 적응의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피를 수혈했는데, 거부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는 새로운 피가 이질적(dissimilarity)일 때다. (참고로, 우리가 조직에서 흔히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영어에서도 fresh blood라는 동일한 표현을 쓴다.)

연구자들은 신규 직원이 기존 직원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88명의 중국 경찰학교 졸업생들이 경찰학교를 떠나 각각 다른 경찰서로 배치돼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살폈다. 각 경찰서는 한 팀으로 긴밀히 협력하는 여러 명의 경찰관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은 치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시로 상호작용하고 업무를 조정하고 있었다.

출처: freepik

연구자들은 신입들의 두 가지 특성에 주목했다. 하나는 신입들의 성향이 기존 직원들과 얼마나 다른지였는데, 이는 신입과 기존 직원들 간의 관계적 불일치를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신입들의 전공이 기존 직원들과 얼마나 다른지였는데, 이는 신입과 기존 직원들 간의 기능적 불일치를 나타낸다.

연구자들은 관계적, 기능적 일치 정도가 높을수록 기존 직원들의 긍정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불일치 수준이 높다면 부정 정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관계적, 기능적 불일치 수준보다 더 큰 효과를 미치는 요인이 발견됐다. 바로 신규 직원이 합류하기 직전의 팀 성과(Prior Team Performance)였다.

팀 성과가 높은 그룹은 관계적 불일치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팀 성과가 낮은 그룹은 관계적 불일치 수준이 높을수록 기존 직원들의 부정 정서가 커졌다. 신규 직원이 기존 직원과 성향상 맞지 않아서 문제가 된 그룹은 직전 성과가 나쁜 팀뿐이었다는 것이다. “새로 누가 들어와서 팀 분위기를 흐렸네, 어쨌네”라는 말이 조직에 만연하다면, 팀 성과가 좋지 않아 나빠진 분위기에 덤터기를 씌울 핑곗거리를 신입한테서 찾은 거나 다름없다.

출처: Liu, Y., Song, Y., Trainer, H., Carter, D., Zhou, L., Wang, Z., & Chiang, J. T.-J. (2023). Feeling negative or positive about fresh blood? Understanding veterans’ affective reactions toward newcomer entry in teams from an affective events perspectiv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8(5), 728–749.

신입과 기존 직원의 관계적 불일치는 기존 직원들의 긍정 정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관계적 불일치 수준이 높을수록 긍정적인 분위기는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 역시도 직전 성과가 나빴던 팀에 한해서 나타났다. “누구 한 명이 들어와서 좋았던 분위기가 망쳤어”라고 말한다면, 실상은 기존 성과가 좋지 않아 웃을 일이 없거나, 웃을 일이 생겨도 웃지 못한 상황에 대한 핑계를 그 신입한테서 찾은 것일 따름이다.

한편, 신입 직원과 기존 직원들의 기능적 불일치 수준은 기존 직원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기능적 불일치는 기존 직원들의 부정 정서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으나, 긍정 정서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기능적 일치 수준이 높다고 긍정 정서가 높아지지는 않으나, 부정 정서에는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은 일도 궁합이 맞는 사람하고 할 때 좋은 거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의 궁합이 맞는다고 더 좋아지지는 않으나, 궁합이 안 맞을 때는 진짜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됐다. 일의 궁합이 잘 맞아서 긍정 정서가 더 높아지는 경우가 있더라는 것이다. 다름 아닌, 기존 성과가 좋았을 때다.

직전의 성과가 좋았던 팀은 새로운 직원과 기능적으로 잘 맞을 때, 더 즐거워했지만, 직전 성과가 나빴던 팀은 기능적으로 맞는 직원이 들어왔다 해도 별 반응은 없었다. 성과가 나쁜 팀은 기능적으로 맞지 않은 직원이 들어오면 부정 반응을 표출했지만, 맞는 직원을 배치했을 때 긍정 반응이 높아지지도 않았다.

당신 조직에 신입 직원이 들어왔는데 관계적으로 맞지 않아 팀의 긍정적인 분위기는 다운됐고, 분위기가 점점 나빠진다고 느낀다면, 신입 직원 탓이 아닐 것이다. 우리 팀의 성과가 좋지 않은 타이밍에 신입이 들어온 것일 뿐이다.

직전에 성과가 좋았던 팀은 신입 직원과의 관계적 불일치가 높은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일에 있어서의 융화도 마찬가지다. 직전 팀의 성과가 좋은 팀은 일의 궁합이 잘 맞을 때, 긍정적 분위기가 고조된다. 하지만, 성과가 나쁜 팀은 일적인 궁합이 잘 맞을 때는 좋아질 일이 없지만, 궁합이 안 맞을 때는 험악한 분위기는 높아진다.

누가 이런 전문성도 없는 사람을 우리 팀에 들였냐?

이렇게 짜증을 낸다면, 십중팔구 직전 성과가 좋지 않을 때일 것이다. 사람들은 직전의 성과가 좋은 경우엔 일적인 갈등이 나타나도 감정적인 문제 없이 해결한다.

Image by macrovector on Freepik

정리하자면, 직전 성과가 좋은 팀에 들어간 신입은 설령 관계적으로, 일적으로 잘 맞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운 좋게 잘 맞는다면 기존 직원들은 크게 반길 것이다.

문제는 직전 성과가 나쁜 팀에게서 나타난다. 팀 성과가 나쁜 팀은 신입직원이 잘 맞을 때의 긍정 효과는 거의 없지만, 조금만 틀어져도 기존직원들의 불평불만이 쉽게 튀어나온다. HR이 부서 배치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팀은 직전 성과가 나쁜 팀이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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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어떻게 시작할까? 금융문맹 탈출 5가지 방법 https://ppss.kr/archives/256805 Fri, 12 Sep 2025 04:10:16 +0000 http://3.36.87.144/?p=256805 처음 경제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면 막막할 수 있다. 간혹 경제 공부를 해야겠다며 EBS 경제 수능특강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다. 물론 경제 원론이나 미거시 이론을 안다면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공부 방법은 돌아가도 너무 많이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경제 공부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 금융 문맹에서 탈출하기 위함이다. 학문적인 관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게 접근할 필요가 없다. 나는 경제학을 복수전공했고 첫 직장은 카드사, 현재는 은행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 금융권 취업을 희망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에는 완전 문외한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예적금의 정확한 차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차이, 각종 금융상품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런 내가 금융 문맹에서 탈출한 것은 아래 5가지 방법을 매일 꾸준히 실천해 습관화한 덕분이다.

 

1. 네이버 경제 뉴스 읽기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등하교 지하철에서 항상 네이버 메인에 있는 뉴스와 경제M 기사를 읽었다. 처음에 경제 뉴스를 읽다보면 모르는 말투성이, 이해 안가는 것투성이다. 유가가 요즘 엄청 오른다는데 그럼 어떤 영향이 있는 거지? 왜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는 거지? 돈줄을 죄서 서울 소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린다는데 현행 대출 규제는 어떤 게 있지? 이런 궁금증들이 마구마구 생길 것이다.

그러면 뉴스 기사를 읽으면서 궁금해진 것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검색해본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1기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해서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는 거구나~ 그럼 안전진단은 왜 통과하기가 어려운 거지? 1기 신도시는 그동안 왜 재건축이 어려웠던 걸까? 재건축은 어떤 단계로 이루어지는 걸까? 이런 식으로 떠오르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찬찬히 찾아가 보는 거다.

종이 신문이나 신문사 온라인 구독을 한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네이버 메인 뉴스 기사를 꾸준히 챙겨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시간 날때마다 틈틈이 기사를 읽다보면 정치경제시사 전반의 지식을 얻으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밝아질 것이다.

 

2. 유튜브, 팟캐스트 등 활용하기

나는 매일 출퇴근길에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듣는다. 내가 애청하는 방송은 삼프로tv, 부읽남, 신사임당, 월급쟁이 부자 되기 4개, 이 외에도 그때그때 관심가는 것들을 검색해서 보고 있다. 주로 출근길에는 삼프로TV 글로벌 라이브를, 퇴근길에는 신사임당이나 월부 팟캐스트를 듣는다.

처음 삼프로TV를 들었을 때는 이제 막 주식에 입문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참고 꾸준히 계속 듣다 보면 매일 읽는 경제 뉴스와 맞물려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읽남, 신사임당, 월부 채널 역시 투자 방법이나 현재 부동산/주식 시장 현황 등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재테크 마인드와 관련된 영상들도 많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가 마인드 세팅을 하기에도 좋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막 입문하는 경우라면 주식 호가창 보는 법, 주식 차트 보는 법 등 방법론적인 내용들을 검색해서 보는 것도 좋다. 여기서 포인트는 영상을 그저 흘려듣지 말고 중요한 부분들은 따로 정리를 하면서 듣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3. 책 읽기

유튜브나 팟캐스트만으로는 깊은 지식을 얻기에 한계가 있다. 만약 재개발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다면 관련 유튜브 영상을 여러 개 보는 것도 좋지만 아마 보다 보면 너무 큰 그림만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알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게 바로 책이다.

관심 있는 분야, 주제의 책을 빌려서 읽어보자. 이때 포인트는 바로 ‘정리하며 읽기’이다. 책을 그냥 읽으면 다 읽은 후에 머릿속에 내가 뭘 읽은 건지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경제, 금융 관련 도서들은 더더욱 그렇다. 소설책처럼 단순 흥미를 위한 책이 아니라 지식을 얻기 위해 읽는 책이기에 꼭 따로 정리를 하면서 읽는 것이 좋다.

‘실전 주식 매매’, ‘재건축 재개발 뽀개기’ ‘아파트 청약 알아보기’ 이런 부류의 책이 아니어도 좋다. 거시 경제에 대한 시각이나 재테크 마인드를 키울 수 있는 책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은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부의 추월차선’, ‘팬데믹 머니’, ‘부의 대이동’, ‘부의 시나리오’ 등이 있다.

 

4. 내 것으로 만들기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본다 한들 내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얻은 지식을 직접 정리하고 이해하고 복습해서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현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공부한 것들을 정리하는 용도로 만든 블로그인데 일평균 6~700 정도의 꽤 괜찮은 조회수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애드포스트나 체험단으로 인한 추가 수익은 덤이다. 공부한 것들을 기록하면서 내 것으로 체화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수익까지 얻으니 안 할 이유가 없다.

책이나 유튜브에서 얻은 지식들, 그리고 그 지식들을 기반으로 스스로 분석해본 내용들과 같이 블로그에 작성하기엔 애매한 개인적인 공부 내용들은 따로 구글 드라이브에 정리하고 있다.

 

5. 일상에서 적용하기

가장 좋은 것은 일상에서 이 모든 것들을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가가 치솟고 있는 것을 뉴스로 접했다면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 실적이 좋아질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볼까? 요즘 정유주들 주가는 어떻지?’ 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실제로 주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또는 길을 지나가다 노후된 빌라가 밀집한 지역을 보면 ‘여기는 재개발이 될 것 같은데 혹시 구역 지정이 되진 않았나? 재개발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없나? 여기 주변 시세는 어떻지?’ 이런 식으로 생각의 꼬리를 물면서 일상 속에 재테크 마인드를 장착하는 것이다.

Image by macrovector on Freepik

이렇게 모든 것을 습관으로 만들면 어느샌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물론 가끔은 관심사가 온통 재테크에만 쏠려있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기에 적절히 다른 취미 활동도 하고 의식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주제의 것들도 찾아보면서 머리를 리프레시 해주고 있다. 경제알못이라 한들 위의 5가지 방법을 3달 이상 꾸준히 실천한다면 금세 경제잘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찐테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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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무기에서 워크맨까지, 카세트 테이프의 역사 https://ppss.kr/archives/269516 Thu, 11 Sep 2025 00:51:25 +0000 https://ppss.kr/?p=269516

카세트 테이프

소리를 기록할 수 있는 자기 테이프를 장치한 작은 플라스틱 갑. 1963년 네덜란드 필립스사(Phillips社)가 개발하였다.≒카세트.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1. 자기 테이프 이전은 와이어

음성을 기록하는 장치는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포노그래프(Phonograph)를 발명하고, 에밀 베를리너(Emile Berliner)가 축음기를 개선한 디스크 그래모폰을 만들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모폰의 기본 원리는 소리 파형을 매체에 기계적으로 기록하고, 그 파형을 진동으로 재생하는 것이었죠. 이러한 디스크 그래모폰 기술은 LP로 발전하게 됩니다.

반면 1888년경, 미국의 오벌린 스미스(Oberlin Smith)는 그래모폰과 달리 기계적 녹음 방법과 완전히 다른 자기 녹음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생각해 냈습니다. 스미스는 이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하지 않고 공개하는데요, 이를 보고 영감을 받은 발데마르 폴센(Valdemar Poulsen)은 1898년 세계 최초의 자기 녹음기를 발명합니다.

폴센의 장치는 에디슨의 축음기와 매우 유사하지만, 실린더가 강철 와이어로 감싸져 있고, 와이어에 전자석이 접촉해 있다는 점이 달랐죠. 이때 전자석이 축음기의 바늘 역할을 하며, 실린더가 회전하면서 소리가 기록되었죠. 폴센은 이 장치를 텔레그래폰(Telegraphone)이라고 불렀습니다.

폴센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텔레그래폰의 특허권을 획득하고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 출품해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기술이었던 만큼 음질이 좋지 않았고 고장이 잦았습니다. 게다가 디스크 그래모폰의 성능은 계속 발전했기 때문에 폴센의 텔레그래폰은 실패합니다. 그럼에도 폴센과 그의 조수 페더 O. 페더센(Peder O. Pedersen)은 텔레그래폰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1907년 그들은 녹음의 감도를 높이고 왜곡을 줄이는 DC 바이어스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미국에서 획득합니다. 이 기술은 이후 30년 동안 AC 바이어스가 발명될 때까지 자기 녹음 장치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2. 와이어 다음은 강철 리본

와이어 레코드는 디스크 레코드보다 더 오랜 시간 연속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는 차별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1920년대 방송 및 군사 통신 분야에서 자기 녹음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BBC에서는 무게 1톤, 길이 3,000m의 강철 리본으로 30분 동안 녹음하는 강철 리본 레코더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1937년 일본으로 수입되어 NHK 도쿄에서도 사용되었죠.

와이어 레코더와 강철 리본 레코더는 풀리면 다시 감기가 매우 어려웠고, 끊어질 경우 다시 용접해야 하는 등 사용성이 안 좋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28년, 독일 엔지니어 프리츠 페우머(Fritz Pfeumer)는 종이테이프에 산화철을 코팅하여 녹음테이프를 만들었고, 세계 최초의 테이프 레코더인 사운드 페이퍼 머신(Sound Paper Machine)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운드 페이퍼 머신의 코팅된 자기 테이프는 표면이 고르지 않았고, 코팅이 잘 붙어있지 않아 재생 중에 자성 입자가 헤드와 접촉하면서 떨어졌죠. 이로 인해 이 기계는 ‘샌드페이퍼 기계’라는 악명이 붙게 되었죠.

 

3. 독일에서 발전한 테이프 레코더

이러한 테이프 레코드의 한계들로 인해 대다수 유럽에서는 디스크 레코더가 주류였습니다. 반면 독일만은 예외였습니다. 프리츠 페우머의 사운드 페이퍼 머신을 시작으로 릴투릴 레코더가 주류였죠. 1930년대 독일의 AEG에서 마그네토폰(Magnetophon)을, 1935년에는 K1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1939년 독일 대부분의 방송국에는 마그네토폰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1942년에는 AC바이어스가 도입되어 마그네토폰의 음질이 크게 개선되며 고품질의 사전 녹음된 방송을 송출할 수 있었죠. 당시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는 마치 연설장에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자기 테이프 레코더를 애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독일에서는 군사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테이프 레코더 기술을 비밀에 부쳤습니다. 참고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고품질 방송이 라이브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해, 독일에서 이러한 방송이 지속적으로 송출되는 것에 대해 당황해했다고 합니다.

 

4. 엘비스 프레슬리도 쓰게 된 마그네토폰

1945년 7월, 독일이 항복한 지 두 달 후, 미국 육군 통신단의 존 멀린(John Mullin)은 프랑크푸르트 외곽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독일제 마그네토폰을 발견합니다. 독일의 통신 기술에 매료된 멀린은 마그네토폰을 개량해 194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EEE 회의에서 선보입니다. 이후 멀린은 Ampex Co., Ltd.와 협업하여 1948년 Ampex 200 모델을 완성하죠.

당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빙 크로스비 쇼(Bing Crosby Show)’에서는 녹음 음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이 쇼의 관계자들이 고품질의 Ampex 200을 보자 바로 ABC 방송국에 도입합니다. 이를 본 메이저 녹음 스튜디오들도 앞다투어 Ampex 200을 도입하죠. 참고로 1954년 엘비스 프레슬리(Evis Presley)는 자신의 첫 싱글 <댓츠 올 라이트(That’s All Right)〉를 Ampex의 자기 테이프 기계로 녹음했습니다. 이렇듯 Ampex는 1950년대 미국 릴투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죠.

곧이어 휴대용 테이프 레코더도 등장합니다. 1951년 스테판 쿠델스키(Stefan Kudelski)가 만든 나그라(Nagra)가 그 주인공이죠. 나그라는 시네 카메라와 동기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영화 촬영 현장에서 주요 음향 녹음 장비로 사용되었습니다.

 

5. 차량에서 쓸 수 있는 테이프 레코더

테이프 레코더는 1950년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대중화되면서 빠르게 디스크 레코더를 대체합니다. 1960년대에는 방송국, 녹음 스튜디오는 물론, 가정용 오디오 장비까지 테이프 레코더가 대세가 되죠.

초기의 테이프 레코더는 모두 오픈 릴 방식으로, 작동을 위해 테이프 릴이 필요했습니다.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오픈 릴 테이프 레코더는 높은 테이프 속도를 유지해야 했고, 이는 많은 테이프를 소비했습니다. 이로 인해 릴과 전체 기계의 크기가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커다란 테이프 릴은 테이프가 풀려서 엉키는 등 관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카트리지 안에 테이프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집니다.

특히 카트리지 테이프가 필요했던 분야는 차량용 오디오 장비였습니다. 진동이 많은 차량에서는 오픈 릴 테이프는 물론 디스크 레코드 장비도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죠. 차량용 오디오 장비는 진동에 강한 테이프 레코드여야 했고, 작고, 카트리지에 담겨 있어야 했습니다.

이에 1962년 피델리팩(Fidelipac) 카트리지가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차량용으로 매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카트리지는 4트랙 스테레오 시스템으로 10분 동안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출시된 리어제트(Learjet)의 카트리지는 8트랙으로 약 60분 동안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 8트랙 카트리지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표준 차량용 스테레오로 자리 잡았습니다.

 

6. 표준화 전쟁: 필립스 vs. RCA

한편, 유럽에서는 음악 테이프의 인기에 힘입어, 1958년 RCA 빅터에서는 카트리지형 테이프를 발표했고, 테이프 레코더와 함께 약 150종류의 음악 테이프를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카트리지는 대량생산 시 정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원하는 수준의 녹음·재생 성능을 달성하려면 매우 좁은 헤드 간격이 필요했는데, 당시의 제조 및 부품 기술로는 이를 구현할 수 없어 품질 관리에 실패하죠.

미국에서 차량용 스테레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964년 유럽에서는 필립스(Philips)에서 개발한 콤팩트 카세트 테이프가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필립스를 이어 RCA도 자신들의 카트리지 디자인을 개발해 유럽에서 대중화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후 RCA는 유럽 제조업체들과 협력하여 다시 더 작은 카트리지인 DC 인터내셔널 타입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해서 콤팩트 카세트 테이프와 DC 인터내셔널이 경쟁하게 되죠.

필립스는 DC 인터내셔널과 경쟁하면서 소니에 콤팩트 카세트 포맷을 채택하도록 접근하며, 개당 25엔의 로열티를 제안합니다. 하지만 소니가 이를 거절하죠. 필립스는 가격을 크게 낮추어 제안하지만, 또다시 소니가 거절합니다. 결국 필립스는 소니에게 무료로 라이센스를 제공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독점금지법과 다른 회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1965년 필립스는 모든 회사에 특허를 무료로 공개합니다. 이러한 결정을 통해 필립스의 콤팩트 카세트는 표준이 되죠.

 

6. 워크맨의 등장

이처럼 카세트 테이프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었지만, 주로 녹음 및 업무·학습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음악 감상용으로는 LP가 더 대중적이었죠. 그랬던 카세트 테이프가 LP의 자리를 넘보게 된 시점은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플레어이어가 등장한 이후였죠.

1966년 소니에서 첫 번째 콤팩트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 TC-100를 출시했습니다.. 말이 콤팩트지 휴대가 간신히 가능한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였죠. 2년 후에 출시된 TC-50가 진정한 콤팩트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의 시작이라 부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출시된 워크맨과 사이즈도 큰 차이가 없었고, 무엇보다 아폴로 10호 우주선 승무원들이 사용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소형 휴대용 테이프 레코더에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걸으면서 받는 충격 때문에 카세트 테이프의 회전에 간섭이 생겨 재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었죠. 소니에서는 1975년 출시한 고성능 휴대용 Hi-Fi 데크 TC-D5에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TC-D5는 하이엔드 카세트 레코더인 만큼 기능도 많고 부피도 컸습니다. 이를 직접 들고 출장을 갔던 소니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마사루 이부카가 특히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항상 휴대하며 들을 수 있는 컨셉의 기기를 떠올리게 되었죠. 그러면서 당시 기자들의 취재용으로 쓰이던 소니의 프레스맨(Pressman)에서 녹음 기능과 스피커를 없애고 스테레오 앰프를 장착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와 그에 어울리는 가벼운 헤드폰 개발을 지시합니다. 이렇게 해서 1979년 워크맨(Walkman)이 출시됩니다.

최초의 워크맨은 소니 창업 33주년을 기념해 33,000엔으로 책정되었습니다. 두 달 동안에만 30,000대 이상이 판매되었고, 198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 대 이상이 판매되었습니다. 하지만 CD의 등장과 휴대용 CD플레이어가 등장하며 워크맨과 카세트 테이프는 쇠퇴합니다.

 

참고

  • 김토일. (2005). 소리의 문화사. 살림.
  • 기디언 슈워츠. (2022). 오디오, 라이프, 디자인. 을유문화사
  • Masanori Kimizuka. (2012). Historical Development of Magnetic Recording and Tape Recorde. National Museum of Nature and Science Systematic Examination of Technology Report, Volume 17.

원문: 사소한 것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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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도 살리지 못한 레전드 음료, 지코(ZICO) https://ppss.kr/archives/270566 Wed, 10 Sep 2025 01:03:06 +0000 https://ppss.kr/?p=270566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약속 시간. 토요일 오후 6시 25분. 우리는 모두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서 ‘무한도전’을 보았다. 학교에서 예습, 복습은 못했어도 무한도전은 본방에 재방에 삼방까지 보던 게 나였으니까.

그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2007년도에 방영한 ‘무인도 특집’이다. 1박 2일 동안 낯선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정준하 님이 야생의 코코넛 열매껍질을 까는 모습과 산적이 막걸리 마시듯 얼굴에 코코넛 워터를 부어버리는 장면은 웃느라 숨 쉬는 법도 까먹어서 큰일이 날 뻔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15년 무한도전은 다시 이 섬을 방문한다. 돌아오는 배에는 하나의 음료가 있었다. 99.9%의 코코넛 워터를 담았다는 ‘지코’, 오늘 마시즘 ‘액체 자연사 박물관’에서 소개할 녀석이다.

 

무한도전 음료 ‘코코넛 워터’를 찾아서

무한도전을 보고 냅다 편의점 몇 군데를 돌아다녀 이 녀석을 만났다.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없는듯한 파란색 패키지에 ZICO라는 글씨체는 고급 그 자체다. 2,800원이라는 가격은 그 당시 음료에서 볼 수 없는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무인도에 직접 가서 코코넛 찾는 거보다는 저렴하다는 마음으로 이걸 골랐다.

1+1입니다, 손님.

맙소사. 심지어 1개를 추가로 더 준다. ‘마더 혜레사’가 이 음료에 찾아온 것이 아닌지. 그렇게 편의점을 나와 뚜껑을 열고 들이켰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끼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낯선 코코넛 워터에서 익숙한 고로쇠 물 맛

일단 내가 평소에 마시던 음료와는 추구미가 반대편에 있는 맛이었다. 향은 뭔가 고소하고, 맛은 뭐랄까 담백하기는 한데 생고구마를 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수박 껍질을 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자꾸 안 좋은 상상을 하게 하는 녀석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전국에 수많은 무도팬들은 이 지코를 찾아 출사표를 던졌고, 많은 이들이 장렬하게 전사(?)하고 말았다. ‘무한도전 마셔봤는데 이게 맞냐?’, ‘이상한 맛이 난다’, ‘명수형 다시 보니 마시는 척한다’… 는 글들이 인터넷을 장식했다.

‘뭔가 상한 거 같아서 사장님께 마시게 했더니 마시고 환불해 주시더라’는 후기는 인터넷을 돌며 지코의 악명을 알리는데 일조했다. 결국 지코는 솔의눈과 데자와 등을 포함해 ‘호불호 음료 7대장’에 등재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 녀석은 못 만든 코코넛 워터가 아니다.

 

지코에 ‘코코팜’을 기대하지 말라

지코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큰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코코넛의 맛이 코코팜이나 빠다코코낫 같은 ‘달콤하며 고소한 맛’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그 녀석들은 코코넛 워터가 아닌 ‘코코넛 밀크’로 만들어진다. 그 차이가 무엇이냐면.

  • 코코넛 밀크 : 코코넛 과육을 갈아서 짜낸 것
  • 코코넛 워터 : 코코넛 열매 안의 액체

우리는 “달콤하지 않은 코코넛 워터는 있을 수 없어!”라며 부정했지만, 동남아시아 여행 중에 코코넛 워터를 마셔보았다면 지코와 비슷한 맛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달콤함을 기대했다가 깨진 것이니까, 또 무한도전에 속았다는 슬픔에(…라는 핑계로) 술을 마셨다. 다음 날 아침 숙취에 깨질듯한 내 머리는 냉장고 안에 남은 1+1 지코 덕분에 살았다.

 

수분 보충, 숙취 해소의 GOAT

숙취에 몸을 가누기 힘든 아침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지코의 뚜껑을 열었다. 마셔보니 이게 웬걸. 몸이 눈에 띄게 회복되는 게 아닌가? 마치 마법사의 포션처럼 내 몸의 상태 이상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지코’는 몸의 수분 보충과 전해질 보충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음료였다. 코코넛 워터가 유행했던 미국에서도 운동을 할 때나 다이어트를 할 때 주로 찾던 음료였다고.

그렇다. 한국 최악의 명성을 가졌던 이 음료는 사실 한국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려고 온 착한 음료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한 의도와 다르게 그가 마주한 것은 공포에 질린 한국인이었으니. 결국 국내에서는 자연사… 하고 말았다.

 

지코가 세상에 남긴 것들

지코는 결국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세상에 많은 것을 남겼다.

첫 번째는 방송 간접광고, 즉 PPL이 음료의 이름을 알리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코의 뒤를 이은 ‘토레타 워터’는 비슷한 포지션임에도 예능, 드라마 등에 공격적으로 PPL을 걸었다. 맛에서 훨씬 대중적인 터치를 했기 때문에 PPL을 기반으로 굉장히 잘 팔리는 음료가 되었다. 그 뒤로는 너도 나도 예능에 음료 브랜드를 PPL 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올리브영이다. 2010년대 올리브영은 골목상권을 위해 커피, 콜라와 같은 유명한 음료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 그 자리에 채워 넣을 올리브영스러운 음료가 필요했는데, ‘지코’야말로 그것에 딱 맞는 녀석이다. 멋있고, 건강에 좋다고 하고, 가격이 살짝 부담되니까. 그 뒤 올리브영의 음료는 지코 같은 대중적으로 가기에는 어렵지만 착한 스펙의 음료들이 오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바로 당신이다. 지코를 마신 이 중에는 피해자(?)들도 있지만 코코넛 워터의 매력에 빠져버린 이들도 존재한다. 지코로 입문하였다가 다양한 코코넛 워터를 즐기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들은 지코 대신 비타 코코, 말리 코코, 혹은 이마트 24의 노브랜드 코코넛 워터를 즐겨 마시고 있다. 더 맛있는 코코넛 워터가 있다면 댓글로 추천을 주시라.

무엇보다 지코를 생각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이 음료만 생각하면 어느덧 2010년대의 토요일로 돌아가 무한도전을 보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맛은 놀랐지만, 그 시기가 참 좋았었지. 귓가에 그리움의 소리가 들린다.

<액체 자연사 박물관>은 세상에 큰 충격을 선사했던 사라진 음료를 다룹니다. 액체 자연사 박물관 시리즈는 마시즘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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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이도가 150년 동안 롱런한 비결 5가지 https://ppss.kr/archives/270178 Mon, 08 Sep 2025 23:40:21 +0000 https://ppss.kr/?p=270178 K뷰티는 현재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나 또한 과도기에 대한 해결책을 수립하기 위해 뷰티 관련 트렌드나 지표를 기록·공유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건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숙제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브랜드 스토리를 다루며 서양 화장품 브랜드 위주로 조사했다면 오늘은 일본의 브랜드 ‘시세이도(SHISEIDO)’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K뷰티가 K컬처, 팝, 미디어와 함께 폭발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면, 시세이도는 150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결합해 글로벌 성장을 이뤄냈다. 그들의 성장에는 과연 어떤 스토리가 있었을까?

1917년 시세이도에서 발표한 파우더 제품. 피부 타입에 따라 고를 수 있는 7가지 색상의 파우더 제품을 출시하여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역사 속의 시세이도

 

1. 브랜드 유산의 계승

시세이도의 역사는 우리나라 기업문화와 사뭇 다르다. 지금의 16대 사장이 취임하기까지 많은 스토리가 있다. 창업자와 초대 사장 이후 미츠코시 백화점 영업부에 근무하던 직원이 조직을 가다듬고 전무를 거쳐 2대 사장으로 취임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흔한 ‘기업 물려주기’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는 국내 브랜드 ‘닥터지(Dr.G)’의 경영 철학과도 흡사하다. 닥터지의 창업자는 안건영 박사이나, 현재 2대 경영자인 이주호 대표가 기업을 이끌고 있다. 이주호 대표는 2014년 입사 후 풍부한 M&A 경험을 바탕으로 닥터지의 성장을 주도해 결국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기업의 DNA는 명확해야 한다. 사장이 바뀐다고 해서 회사가 바뀌면 그 회사는 오래갈 수 없다. 두 브랜드는 전 직원을 경영자 마인드로 훈련하고 같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많이 닮아있다.

 

 2. 동서양의 화합

시세이도의 창업자인 후쿠하라 아리노부는 한방 의사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동경대학 의학부에 진학 후 해군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했다. 그는 근대화에 발맞춰 서양 의학과 동양 한방을 융합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1872년 도쿄 긴자에 일본 최초의 서양식 조제 약국인 ‘시세이도’를 설립했다. 당시의 기업 철학은 ‘서양의 문화 융합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었다.

1877년, 일본 전역에 콜레라가 창궐했다. 이 덕분에 약국의 매출은 9배로 치솟았고, 여세를 몰아 약국에서 화장품 제조·유통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시세이도 홈페이지에 있는 초창기 브랜드 소개 이미지

 

3. 의학과 예술의 만남

1915년, 후쿠하라 아리노부의 셋째 아들인 후쿠하라 신조가 시세이도 사업을 물려받았다. 그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했지만, 미술에도 조예가 깊어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빛의 도시’라는 사진집을 출시하기도 했다. 신조의 이런 성향 때문에 시세이도는 화장품의 의학적 전문성 외에도 예술적으로 많은 변화를 꾀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시세이도의 첫 번째 향수인 ‘하나츠바키(동백꽃)’를 들 수 있다. 이는 수입품이나 모조품밖에 존재하지 않던 당시에 일본의 독창적인 고유의 향수로 자리 잡았다. 또한, 기존의 심볼 마크인 독수리가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그는 이 시그니처 제품을 모티브로 전체 리뉴얼을 시작했다. 아래 사진 속 마크는 물그릇에 떠 있는 동백꽃을 형상화한 것으로, 신조가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세이도의 동백꽃 마크

아마도 그가 추구했던 화장품 회사는 의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부분까지 추구한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신조는 내부에 디자인 부서를 신설해 학생과 젊은 예술가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화장품 본연의 가치에 자신이 가진 재능을 더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를 만들어낸 신조. 지금 같은 융복합 시대에 우리가 따라야 할 전략이 아닐까 싶다.

 

4. 계단식 태핑 포인트

시세이도는 일찍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동서양의 합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힘썼다. 대표적으로 1980년도에 프랑스 출신의 유명 아티스트인 세루즈 루텐(Serge Lutens)를 영입했다. 세르주 루텐은 프랑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이자 조향사였다. 1968년부터 1980년까지 크리스찬 디올의 대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다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시세이도의 대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세르주 루텐이 주도한 시세이도의 메이크업 광고

세르주 루텐은 시세이도의 이미지를 글로벌 수준의 브랜드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세이도는 고품질-고이미지-고서비스 등을 기본 정책으로 하는 등 고급 마케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글로벌 진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로컬라이제이션이다.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는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예기치 못한 다른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다. 해외 유수의 기업들이 한국에서의 정착을 어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출 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일 것이다.

 

5. 매출 포트폴리오 다각화

시세이도의 매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자. 럭셔리브랜드 47%, 중저가브랜드 27%, 퍼스널케어 12%, 향수 9%, 프로페셔널 5% 등으로 이뤄져 있고, 국가별 판매 점유율은 2021년 기준 일본 26.7%, 중국 26.6%, 북미 11,3%, 유럽 11.3% 순이다.

이 매출 지표를 통해서 럭셔리 브랜드 라인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에 투자해야 하며, M&A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글로벌 화장품 그룹들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 개척 및 매출 신장을 위해 브랜드를 인수하는 전략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세이도의 공식 인스타그램 피드

 

마치며

시세이도의 역사를 보면, 한 회사의 성장에 다양한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 K뷰티는 전통적·지역적 토대가 아닌 K-컬처, 팝,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OTT 시장은 뜨겁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 K뷰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누가 우리의 문화와 생활을 동경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남미 시장의 수요가 활발하지만, 미래에는 인도와 중동에서 활약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원문: 박진호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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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지표로 살펴본 대한민국 사회 모습 3가지 https://ppss.kr/archives/269734 Sun, 07 Sep 2025 23:56:53 +0000 https://ppss.kr/?p=269734 여러분은 스스로 자신의 ‘삶의 질’ 정도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삶의 질이란 ‘살아가는 것으로부터 얻어지는 가치, 의미, 만족의 정도’를 뜻합니다. 개인마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방법은 제각기 다를 텐데요. 그렇다면 통일된 기준 아래, 우리나라 사람들 전반의 삶의 질을 수치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는 없을까요?

통계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국민 삶의 질 보고서의 지표 상황판 (출처: 통계청)

통계청이 공개하는 ‘국민 삶의 질 지표’가 있습니다. 국민 삶의 질 지표는 11개 주제 영역으로 총 71개의 지표로 구성되는데요! 통계청은 매년 각 지표의 전년 대비 수치를 비교해 긍정적 변화가 있다면 개선 지표, 부정적 변화가 있다면 악화 지표, 변화가 없는 지표는 동일 지표로 구분해 ‘국민 삶의 질 보고서’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최신 데이터를 기준으로 수집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가 발표되었는데요. 위 그림의 지표 상황판을 보면, 개선 지표는 42개, 악화 지표는 22개, 동일 지표는 7개로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은 지표가 개선 지표로 나타났는데, 각 지표를 전년 대비가 아닌 보다 긴 기간의 수치로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가장 오랜 시점의 데이터와 최신 시점의 데이터를 수집해 정리한 국민 삶의 질 지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고자 뉴스젤리는 지표별 가장 오랜 시점의 데이터와 최신 시점의 데이터를 직접 수집했습니다. 지표별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하고 비교한 결과, 개선된 지표(초록색)는 55개, 악화된 지표(빨간색)는 16개, 동일 지표(노란색)는 0개로 나타났습니다. 개선된 지표가 전체 지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삶의 질이 많이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다른 한편으로 악화된 지표가 남아 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따라서 악화된 지표를 중심으로 삶의 질 지표 전반을 다시 훑어보게 되었는데요! 그 결과 우리나라 사회의 안타까운 모습 3가지를 도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어떤 모습인지 지금부터 함께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365일 바쁘다 바빠! 일상의 여유로움이 없는 사회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견한 첫 번째 사회의 모습은 일상의 여유가 없다는 사실인데요!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가시간과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가 부족하다는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지표들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1) 여전히 여가시간이 모자란다고 느껴요!

여가시간과 여가시간충분도 (출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위 슬로프 차트는 우리의 여가시간이 체감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왼쪽 차트는 일과 수업 등 의무적인 활동을 제외한 ‘실제 여가시간’을 나타냈습니다. 오른쪽 차트는 여가시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가 반영된 ‘여가시간 충분도’를 표현했습니다. 지표별 가장 과거 시점과 최신 시점을 비교하기 위해 여가시간은 2006년과 2023년의 데이터를, 여가시간충분도는 2014년과 2023년의 데이터를 활용해 시각화했습니다.

차트의 선을 보면 두 지표는 정반대의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여가시간은 3.8시간에서 4.1시간으로 늘어났지만 여가시간충분도는 66.2%에서 63.4%로 감소했습니다. 물리적 시간이 늘어났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여가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령별 여가시간충분도 (출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그렇다면 유독 여가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요? 여가시간충분도 데이터를 연령별로 나누어 슬로프 차트로 그려보았는데요. 위 차트에서 각 선은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이상의 연령대를 의미합니다. 전 연령대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유독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연령대는 바로 30대(초록색)로, 여가시간충분도가 62.2%에서 54.2%로 약 8% 하락했습니다.

왜 30대의 여가시간충분도가 유독 크게 하락했을까요? 일반적인 30대의 삶을 떠올리면, 이들은 가정을 책임지거나 직장에 한 부서를 담당하는 등, 삶의 무게가 순식간에 무거워져, 여가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1-2) 문화생활을 즐기는 횟수가 줄어들었어요!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횟수 (출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앞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체감상 느끼는 여가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는데요. 따라서 여유시간에나 할 수 있는 문화생활 빈도수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문화생활 관람 횟수가 정말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위 슬로프 차트는 지난 1년 동안 음악회나 미술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는 사람들의 평균 관람 횟수를 나타낸 지표로 2004년 평균 관람 횟수는 7.1회였지만, 19년이 지난 2023년에는 7회로 줄었습니다.

연령별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횟수 (출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동일한 기간의 문화 예술 및 스포츠 관람 횟수 데이터를 연령대별로 나누어 시각화했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유일하게 20대의 관람 횟수만 하락하고 나머지는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인생의 가장 꽃다운 나이’라 불리는 20대가 문화생활에 있어 관람 횟수가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운데요! 이는 아무래도 물가 상승과 더불어 악화된 지갑 사정이 청년들의 소비위축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요?

또한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대비하며 ‘스펙 쌓기’에 매몰된 학생들에게 예전만큼 편히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2. 내가 해봤자 달라지는 게 있을까? 효능감 부족 사회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발견한 사회의 두 번째 모습은 바로 ‘효능감이 부족한 사회’입니다. 효능감이란 ‘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또는 기대감’입니다. 이번 분석 결과 유독 정치와 환경이 관련된 지표에서 효능감 하락세를 볼 수 있었는데요. 정확히 어느 지표인지, 이는 무엇을 시사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1) 자신과 정치를 무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정치적 역량감과 선거 투표율 (출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위 슬로프 차트는 사람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낮아졌음을 보여주는데요. 왼쪽 차트에 표현된 정치적 역량감이란 자기 행동이 정치 과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오른쪽 차트는 전체 선거인 중 실제 투표한 인구를 측정한 선거 투표율입니다. 정치적 역량감은 2013년과 2023년, 선거 투표율은 1952년과 2022년의 데이터를 활용했는데요. 지표별 두 시점의 데이터를 비교할 때 어떤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두 지표의 수치 모두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정치적 역량감은 약 26%에서 17% 하락했으며, 선거 투표율은 약 88%에서 77%로 내려갔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정치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것이라는 무력감에, 이들은 유권자로서 더 이상 투표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걸까요?

성별 정치적 역량감과 지역별 정치적 역량감 (출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정치적 역량감 저하는 성별, 지역별로 큰 차이 없이 모두 비슷하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왼쪽 차트에서 알 수 있듯이 2013년 대비 2024년 변화의 폭으로 볼 때 남성보다 여성의 정치적 역량감 하락세가 더 크지만, 둘 다 모두 떨어졌습니다. 동일한 시점을 지역별로 보았을 때 농어촌과 도시의 정치적 역량감이 모두 감소했습니다.

사회의 인구 특성, 지역 특성별로 큰 차이 없이 전반적으로 수치가 하락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역량감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2) 기후는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도는 오히려 줄어들었어요!

평균기온과 기후변화불안도 (출처: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지속적으로 기온이 오르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은 증가할 것 같은데요. 실제로 그럴까요? ‘효능감 부족 사회’를 주제로 살펴볼 다음 지표는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 수집한 전국의 평균기온과 삶의 질 지표 중 하나인 기후 변화 불안도입니다. 기후 변화 불안도는 기후 변화에 불안감을 가진 인구의 비율을 나타낸 것인데요. 동일한 시점인 2008년과 2024년에 두 지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비교해보겠습니다.

차트로 본 평균기온과 기후 변화 불안도의 변화는 상반된 경향을 보였습니다. 먼저 왼쪽 차트를 보면 2008년에 전국의 평균기온은 12.7도로 2024년에는 14.5도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기후 변화 불안도는 2008년에 약 65%였다가 2024년에 53%로 하락하며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인식이 오히려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기온은 상승했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은 감소한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지역별 평균기온과 지역별 기후변화불안도 (출처: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위와 같은 현상은 지역별로 나누어 봤을 때도 유사하게 나타났는데요. 2014년과 2024년의 지역별 평균기온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기온 변화를 겪은 수도권 도시 한 곳과 비수도권 도시 한 곳을 선정해 시각화해 보았습니다. 수도권을 대표한 서울(초록색)은 2014년에 평균기온 13.4도를 기록했다가 2024년에 14.9도로 상승했습니다. 비수도권을 대표한 충청북도(자주색) 또한 비슷한 상승세로 2014년에 11.9도였다가 2024년에 평균기온 13.8도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두 지역의 기후 변화 불안도는 평균 기온과 함께 상승했을까요? 오른쪽 차트를 통해 그렇지 않음을 바로 알 수 있는데요! 평균 기온 상승 추세와 반대로 기후 변화 불안도는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서울의 기후 변화 불안도는 2014년에 63.1%에서 2024년에 53.3%로 하락했습니다. 서울보다 더 크게 하락한 충청북도의 기후 변화 불안도는 2014년 62.9%에서 48.4%로 감소했습니다.

기후는 분명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더 불안해하지 않는 걸까요? 기후 변화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체감하는 동시에 변화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일까요? 혹시 나 하나의 변화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무력감 때문은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3. 누구도 믿지 못해! 불신과 고립으로 관계가 단절된 사회

마지막으로 발견한 세 번째 사회의 모습은 ‘관계가 단절된 사회’입니다. 상호 간의 유대 관계가 끊긴 사회 안에서 개인은 고립될 수밖에 없는데요. 고립은 외로움으로 이어지고, 외로움은 우울로, 그 끝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굴레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음을 지표로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만큼, 더욱 외면할 수 없는 한국 사회의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들을 마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1) 사람들은 서로를 더 이상 믿지 못하고 고립되고 있어요!

대인 신뢰도와 사회적 고립도 (출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위 슬로프 차트는 우리나라 사회의 사람 간 신뢰도 하락과 동시에 고립도의 증가를 보여줍니다. 각 차트에 활용된 지표는 대인 신뢰도와 사회적 고립도입니다.

왼쪽 차트로 표현한 대인 신뢰도는 자신과 친밀한 사람이 아닌 타인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2013년과 2023년의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대인 신뢰도는 72%에서 52%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오른쪽 차트로 표현한 사회적 고립도는 위기 상황에서 인적, 정신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2009년 대비 2023년 사회적 고립도는 31%에서 33%로 증가했는데요. 종합해 보면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사회에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별 사회적 고립도 (출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사회적 고립도는 성별에 따라 다른 추세를 보였을까요? 사회적 고립도 데이터를 성별로 구분하고 시각화한 결과, 여성의 사회적 고립도는 31.5%에서 31%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남성은 32%에서 35.2%로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인 남성은 사회적 고립감에 더 취약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적이 있는데요. 관계가 단절된 사회에서 유대 관계를 다시 형성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면 조금은 더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3-2) 우울증도 자살률도 모두 증가했어요!

우울증 진단률과 자살률 (출처: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여러분은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약 4배 높다는 분석이 나온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평소 우울감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관계가 단절된 사회’로 살펴볼 다음 지표는 우울증 진단률과 자살률입니다.

우울증 진단률은 정신의료기관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 수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2018년, 2023년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했습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로 2000년과 2023년의 데이터를 비교했습니다.

왼쪽 차트를 확인한 결과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람은 최근 6년간 약 69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오른쪽 차트로 시선을 옮겨보면, 기간이 약 23년으로 우울증 진단률보다 오래됐지만, 자살률 또한 약 13명에서 27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우울한 사람은 늘어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사회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는데요. 시민 개개인의 안전망이 되어야 할 한국 사회에서 급증하는 자살률은 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령별 자살률 (출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연령대별 자살률 데이터를 살펴보았을 때에도 큰 차이 없이 모든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 안타까움이 이어졌습니다. 10세 단위별 연령대 선이 우상향을 띈 모습을 살펴보았을 때, 2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우선 2000년 대비 2023년 자살률이 2배 가량 폭증한 연령대가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 연령대는 10대와 20대로, 차트에서 보라색 선으로 표시했습니다. 10대는 3.8명에서 7.9명, 20대는 11.2명에서 22.2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차트 최상단에 위치한 80세 이상(초록색)의 자살률입니다. 이들의 자살률은 2000년에 이미 인구 10만 명당 자살한 사람 수가 51.8명으로 타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는데요. 2023년에도 59.4명으로 증가하며, 여전히 타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10대, 20대, 그리고 80대 이상 연령대의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디터의 한마디

이번 글에서는 통계청의 국민 삶의 질 지표의 변화를 바탕으로 도출한 사회의 모습 3가지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1. 여가시간과 문화생활 부족으로 여유로움을 잃은 사회
  2. 정치와 기후 변화에서 효능감이 부족한 사회
  3. 불신과 사회적 고립으로 단절된 사회

3가지 모두 다 암울한 모습으로, 전반적인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삶에 대한 만족도 수준에서 평균 이하의 수치를 기록했는데요! 국민 삶의 질 지표 중 하나인 ‘삶의 만족도’ 데이터상 가장 최신 시점인 2022~2024년 사이 평균을 살펴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6.04점으로, 동일한 기간의 OECD 국가 평균인 6.69점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오늘 살펴본 우리 사회의 3가지 모습이 낮은 삶의 만족도 원인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mage by pch.vector on Freepik

이번 글에 인용된 지표들은 ‘국민 삶의 질 지표’ 보고서에서 제공하는 71개 지표 중 일부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다른 지표들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서 서론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개선된 지표가 50개 이상이라고 했는데요! 개선 지표에 집중해서 데이터를 분석하면, 과거에 비해 개선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해 왔을까요? 직접 파악해보실 수 있도록 저희가 수집한 삶의 질 지표 데이터를 링크로 공개합니다. 한 번 방문하셔서 긍정적으로 개선된 지표들은 무엇이 있는지, 우리 사회의 진일보는 무엇인지 살펴보면 어떨까요?

원문: 뉴스젤리의 브런치스토리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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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을 위한 요리로 재탄생, 서울 김밥 맛집 BEST 5 https://ppss.kr/archives/269946 Thu, 04 Sep 2025 23:15:09 +0000 https://ppss.kr/?p=269946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요즘, 소풍 가방에 빠지지 않던 김밥이 생각나는 날씨다. 하지만 이제 김밥은 단지 간편한 한 끼를 넘어선다. 건강한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말아 올린 김밥은 요즘 미식가들의 눈과 입을 모두 사로잡는 메뉴로 진화 중이다.

고급 한식에서 이국적인 페어링까지,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한 김밥 전문점이 서울 곳곳에서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주는 한 줄의 정성으로 만든 특별한 김밥을 맛볼 수 있는 서울의 김밥 맛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1. 꽉 찬 구성의 산나믈 백반, 서초 ‘식물원김밥’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셀럽의 선택으로 유명세를 탄 강남권 신상 김밥집. 김밥보다는 재료를 아낌없이 채운 샌드위치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의 메뉴들이 눈에 띈다. 대표 메뉴인 ‘식물원 야채김밥’은 식용유와 햄 없이, 깔끔하고 신선한 맛을 살린 것이 특징. 와사비크랩김밥은 싱싱한 채소와 게맛살이 터질 듯 들어가 고소한 맛이 매력적이며, ‘매운어묵계란김밥’은 고급 어묵의 식감과 은은한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다.

  • 위치: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38길 12
  • 영업시간: 월-토 10:00~20:00(B/T 15:00~16:00), 일요일 휴무
  • 가격: 식물원야채김밥 6,000원, 와사비크랩김밥 7,000원, 매운어묵계란김밥 8,000원
  • 후기(식신 킴데렐라): 강민경 김밥이라고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여 근데 먹어보니 음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은 맛ㅎㅎㅎ 엄청 신선하고 재료 하나하나 좋은 것만 골라 쓴다는 게 와닿는 맛이었어요. 양도 충분히 넉넉한 편이구요 조만간 또 먹어보려고 합니당

 

2. 김밥 한 줄로 즐기는 고급 한식, 성북동 ‘호랑이김밥’

joosum_님의 인스타그램
joosum_님의 인스타그램

정갈한 한식의 정수를 김밥 한 줄에 담아내는 곳. 대표 메뉴는 특제 비법으로 부드럽게 졸여낸 박고지와 계란, 오이만 들어가는 심플한 조합의 ‘박고지김밥’. 화려한 속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부드럽게 졸여낸 박고지의 식감과 감칠맛 있는 양념의 조화가 일품이다. 불고기로 속을 가득 채운 ‘꽃등심불고기김밥’, 한 끗 다른 칼칼함으로 물리지 않는 ‘매운닭갈비김밥’도 추천할 만하다.

  •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로 18
  • 영업시간: 매일 10:00~18:30, 매달 2.4번째 일요일 휴무
  • 가격: 박고지김밥 9,000원, 꽃등심불고기김밥 10,000원, 매운닭갈비김밥 9,000원
  • 후기(식신 두부같은내얼굴): 김밥에 들어가는 장아찌 같은 것도 전부 직접 만드시는데 손맛이 남다르신 데다 재료도 고급 재료만 사용하시는지 맛이 진짜 달라요. 속재료도 아낌없이 들어가서 비싼 듯하지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찾고 있네요. 모든 김밥 다 맛있습니다!

 

3. 김밥의 한계를 넘어서다, 서초 ‘나랑김밥’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다이닝바 ‘오니바’의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이색 김밥 전문점. 세계를 누비며 미식 경험을 쌓은 주인장의 연륜을 담아 참신한 조합의 김밥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프랑스 아를에서 영감을 받은 아를김밥은 고다치즈와 토마토 조합으로 이국적인 맛을 선사한다.

참치와 바질페스토를 더한 참치페스토김밥, 떡볶이와 김밥의 조합을 살린 떡볶이김밥도 인기. 와인 페어링 서비스까지 제공해 미식으로서의 김밥을 경험할 수 있다.

  • 위치: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151
  • 영업시간: 매일 11:00~17:00
  • 가격: 아를김밥 10,000원, 참치페스토김밥 12,000원, 떡볶이김밥 8,000원
  • 후기(식신 혬짱): 뭔가 김밥보다 다른 요리 같은? 새로운 느낌이 가득한 김밥이 많아요 맛도 정말 예측불가능한 그런 종류 많구요ㅎㅎ 물론 충분히 맛있습니다! 추천해요.

 

4. 예약 필수 김밥의 맛, 답십리 ‘소담이네 김밥’

sodam_kimbab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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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의 맛을 추구하면서도 어딘가 한 끗 다른 레벨의 김밥을 만날 수 있는 집. 대표 메뉴 ‘피칸테마요김밥’은 매콤한 남미풍 소고기에 생양파와 마요네즈가 더해져 마치 타코와도 흡사한 이국적인 풍미와 식감이 매력적이다. 기본에 충실한 ‘소담김밥’, 멸치와 고추의 단짠이 어우러진 ‘멸추김밥’도 인기다. 차별화된 맛의 지향점과 김밥다운 완성도, 모두 잡은 김밥집으로 추천한다.

  • 위치: 서울 성동구 천호대로 286
  • 영업시간: 월-금 08:00~19:00/토 08:00~14:00, 일요일 휴무
  • 가격: 피칸테마요김밥 6,000원, 소담김밥 4,000원, 멸추김밥 6,000원
  • 후기(식신 533509): 김밥 안에 재료들이 정말 실하게 들어있어 한 줄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게 차더라구요. 멸추 김밥은 달달한 멸치랑 고추가 생각보다 맵지 않아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좋아요~!

 

5. 남다른 두툼함의 오튀김밥, 망원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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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과 튀김의 만남을 맛있게 풀어낸 분식 맛집. 오징어 튀김을 통으로 넣은 ‘오튀김밥’은 풍성한 식감과 재미있는 조합으로 사랑받는다. 오징어튀김 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풍성하게 넣어 큼직한 사이즈도 만족할 만하다. 집반찬의 짭조름한 매력을 살린 ‘오채김밥’도 인기. 김밥 한 줄에 수제튀김과 떡볶이까지 곁들이면 든든한 한 상이 완성된다. 망원시장에 위치해 식사 전후 시장을 둘러보기에도 좋다.

  • 위치 서울 마포구 망원로8길 30
  • 영업시간: 화-일 10:00~22:00, 월요일 휴무
  • 가격: 오튀김밥 5,000원, 오채김밥 4,000원, 수제튀김 5,000원, 떡볶이 5,000원
  • 후기(식신 프리캣우먼): 오징어튀김김밥 신기하고 맛도 괜찮아요 오징어튀김 자체가 엄청 큰 놈으로 들어있어서 양도 많은 편이구요 떡볶이랑 같이 먹으면 튀김, 김밥, 떡볶이를 한 번에 먹는 느낌이 재밌습니다ㅋㅋㅋ

원문: 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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