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Tue, 22 Jul 2025 07:18:15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대만의 여름을 추억하며, 디저트 “또우화” 만들기 https://ppss.kr/archives/258812 Tue, 22 Jul 2025 07:15:35 +0000 http://3.36.87.144/?p=258812 요즘, 항공권 비교 어플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출발지를 ‘서울’, 도착지를 ‘everywhere’로 설정해서 여러 나라를 둘러보곤 한답니다.

대만의 대표 여행지, 지우펀과 예류.

여러분은 이제까지 가 봤던 여행지 중에서 다시 찾고 싶은 곳이 어디인가요? 저는 대만에 꼭 다시 가고 싶어요. 대만은 참 멋진 곳이거든요. 아니, ‘멋진 곳’이라는 단어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곳이죠. 지우펀의 홍등, 중정기념당 앞 드넓은 광장, 바람이 만들어낸 예류의 작품들,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화롄의 협곡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만이니까요.

그뿐인가요? 맥주를 부르는 신선한 굴전, 달콤한 파인애플 쿠키와 시원한 땅콩 아이스크림, 눈이 번쩍 뜨이는 채식 요리들도 맛볼 수 있죠.

대만의 여름 간식들. 땅콩 아이스크림과 타로 볼.

대만에 처음 방문했던 계절이 여름이어서 그런지, 무더운 여름이 되면 대만 여행의 추억이 자주 떠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한 입만 먹어도 대만의 여름을 느낄 수 있는 디저트를 한 가지 소개할까 해요.

바로, 두부를 활용한 간식인 또우화입니다. 연두부에 타피오카 펄, 팥 등 원하는 토핑을 선택해 얹고, 설탕물이나 시럽을 뿌린 음식이죠. 대만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또우화 레시피를 알려 드릴게요.

 

재료

  • 연두부 1개
  • 꿀 혹은 메이플 시럽
  • 좋아하는 과일
  • 콩가루 혹은 미숫가루 1스푼

STEP 1

연두부를 작은 그릇에 담고, 연두부 위에 꿀이나 메이플 시럽 등을 듬뿍 뿌려 줍니다.

STEP 2

좋아하는 과일을 작게 썰어 연두부 위에 올려 주세요. 자두나 복숭아, 키위도 좋고, 후르츠칵테일 캔에 든 과일을 국물만 따라내고 올려 주어도 좋습니다. 후르츠칵테일을 쓸 예정이라면 STEP 1의 꿀(시럽) 양을 조절해 주는 것이 좋아요.

저는 깨끗하게 씻은 천도복숭아 한 개를 깍둑썰기해 올려주었습니다. 과일을 얹은 뒤, 콩가루를 한 스푼 더해 주면 끝!

완성!

두부와 과일, 그리고 콩가루?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연두부의 비릿한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아요. 두부와 콩가루의 고소한 맛만 남아 있죠. 새콤달콤하고 아삭한 복숭아와 향긋한 꿀의 궁합도 좋고요.

아이스크림이나 주스에서 느껴질 법한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과일과 꿀이 간직하고 있는 본연의 달콤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달콤하면서도 고소해서 입맛 없는 여름에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 좋은 간식이랍니다.

현지에서 먹는 더우화

대만에서 맛봤던 여름 디저트가 그립다면, 오늘 소개한 또우화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요. 달콤한 또우화 한 그릇이, 대만에서의 행복한 추억을 불러와 줄 거예요.

원문: 소매넣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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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여름의 별미, 서울 콩국수 신흥강자 5 https://ppss.kr/archives/270072 Mon, 21 Jul 2025 08:37:41 +0000 https://ppss.kr/?p=270072 여름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잊지 못할 한 그릇이 있다. 땀을 식히고 속을 다독여주는 차가운 콩국수. 얼음이 살짝 떠 있는 하얗고 꾸덕한 국물에 면발을 돌돌 감아 한입 넣으면, 바깥의 무더위도 잠시 잊게 된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콩국수는 자극적이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고, 영양까지 고루 갖춘 계절 대표 별미다.

간단해 보이지만 좋은 콩을 고르고, 맷돌에 곱게 갈아내어 꾸준히 정성을 들여야 완성되는 맛. 이번 주는 여름을 더 건강하고 시원하게 만들어 줄, 콩국수로 이름난 서울의 신흥 맛집 5곳을 소개한다.

 

1. 꾸덕한 고소함이 살아있는 콩국수의 정수, 상암 ‘상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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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에서 콩국수 맛있기로 소문난 식당. 엄선한 콩으로 매일 아침 만드는 진한 스타일의 콩국으로 국수를 말아 낸다. 마치 스프처럼 부드러운 점도의 콩국은 살짝 간이 되어있으며 고소한 맛이 아주 좋다.

콩국수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김치는 1인 1접시로 제공되어 위생적이며, 시원하고 아삭해 콩국수와 잘 어울린다. 사이드로는 바삭바삭하게 지져낸 김치전을 추천한다.

  • 위치: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434
  • 영업시간: 평일 10:00-21:00(B/T 15:00-17:00), 토 11:00-20:00, 7~8월 제외 일요일 휴무
  • 가격: 콩국수 11,000원, 한우사골떡국 11,000원, 김치전 8,000원
  • 후기(식신 533488): 다른 메뉴 없이 오직 콩국수 메뉴 하나로 승부하고 있는 집이에요. 시선을 사로잡는 뽀얀 국물과 면발이 조화롭게 어울립니다. 취향에 맞게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설탕을 넣어 달달한 스타일로 즐기기에도 좋아요~!

 

2. 예천 서리태 콩의 진한 맛, 답십리 ‘답십리별미’

pjestar님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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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십리 현대시장 인근에 자리한 한식 전문점. 코다리 백반, 제육덮밥, 잔치 국수 등을 판매하는데 여름 한정으로 선보이는 콩국수가 일품으로 소문이 났다. 경북 예천산 서리태 콩을 직접 공수해 전통 방식으로 갈아 인위적인 첨가물 없이 진한 콩국물을 만든다. 많은 손님들이 식사 후 콩국을 따로 사갈 정도. 시원한 감칠맛의 김치와 부추무침도 콩국수 맛을 살리는데 도움을 준다.

  • 위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48길 98
  • 영업시간: 매일 11:00-20:30(B/T 16:00-17:00), 매주 일요일 휴무
  • 가격: 콩국수 10,000원, 코다리백반 10,000원, 콩국물 1.5L 15,000원
  • 후기(식신 술이웬수야): 콩국수 국물이 정말 찐하고 고소하고 맛있어서 여름이면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맛이에요. 김치가 진짜 맛있어요. 포장하는 손님도 많고 콩국 사가는 사람도 많아요.

 

3. 일년 내내 즐기는 맛있는 콩국수, 영등포 ‘서민준밀밭’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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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로 맛있는 콩국수를 만드는 집.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콩국수를 즐길 수 있으며, 국내산 백태와 서리태 중 골라 맛볼 수 있다. 면발은 중면보다 조금 더 도톰한 편인데 백년초를 넣어 반죽했다고. 씹을수록 쫄깃쫄깃한 식감이 남다르다.

맛있는 반죽으로 만드는 바지락칼국수나 수제비 류의 메뉴도 인기가 좋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미니 보리밥까지 맛보면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 위치: 서울 영등포구 영신로40길 22-1
  • 영업시간: 매일 10:00-20:30(B/T 16:00-17:00), 6~8월 월요일 휴무, 9~5월 일요일 휴무
  • 가격: (서리태)검정콩국수 11,000원, (백태)콩국수 10,000원, 파전 15,000원
  • 후기(식신 고봉민매니아):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보리밥 고추장이랑 참기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굿입니다 콩국수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에요 바지락 칼국수는 면발이며 국물이며 정말 마음에 듭니다 ^^

 

4. 꾸덕한 콩국수와 든든한 한 끼, 둔촌 ‘고모네원조콩탕황태탕’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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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 둔촌동역 인근에 위치한 한식당. 사계절 제공되는 콩국수가 유명한데, 파주 장단콩을 아주 곱게 갈아 걸쭉하고 크리미한 콩국이 일품이다. 김치를 포함한 집밥 스타일의 다섯가지 밑반찬이 기본으로 나오는 것도 장점.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콩탕(콩을 끓여 소금만으로 간한 요리)이나 포두부쌈(수육을 포두부에 싸먹는 요리) 등 메뉴가 다양해 단체 모임 장소로도 인기가 좋다.

  • 위치: 서울 강동구 풍성로57길 13
  • 영업시간: 매일 11:00-20:30(B/T 14:30-17:00), 매주 일~월 휴무
  • 가격: 콩국수 14,000원, 콩탕 11,000원, 포두부쌈(소) 33,000원
  • 후기(식신 오늘은탕짜면): 근처에서는 꽤나 인기가 많은 콩국수집이에요. 웨이팅이 항상 있는 편인데 빨리 빨리 빠지는 편입니다. 콩국 진짜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최고에요.

 

5. 삼각지의 숨은 진주, 용산 ‘진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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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개업한 노포 한식당. ‘건강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팔겠다’는 일념으로 경북 문경에서 수급하는 토종 왕태콩을 사용한 요리들을 선보인다. 매년 4월 경부터 개시하는 콩국수는 크리미하고 고소한 맛의 콩국과 부드러운 식감의 면발의 조화가 좋다. 냄새가 많이 나지 않도록 서울식으로 직접 띄운 ‘청국장’이나 불향 가득 칼칼하게 입맛 돋우는 ‘오징어볶음’도 유명하다.

  • 위치: 서울 용산구 백범로90길 46
  • 영업시간: 평일 09:30-20:30(B/T 16:00-17:00), 토 10:00-19:00, 일 11:00-15:30
  • 가격: 냉콩국수 12,000원, 문경콩청국장 10,000원, 오징어볶음 10,000원
  • 후기(식신 엘사): 콩국수 개시 이후에 웨이팅이 많은 편이에요. 콩국수는 꾸덕까지는 아니고 부드러운 스프 같은 느낌의 국물~ 소금간이 어느정도 되어있으니 꼭 맛보고 추가하세요!

원문: 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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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스켓, 스타벅스를 닮은 새로운 슈퍼마켓 https://ppss.kr/archives/270099 Fri, 18 Jul 2025 02:51:55 +0000 https://ppss.kr/?p=270099 ‘편의마켓’의 원조를 찾아갔습니다

지난 4월, 마뗑킴 취재차 도쿄 출장을 앞두고 견학할 만한 매장을 추천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한 이름 중 하나가 ‘마이바스켓’이었습니다. 다이소, 세븐일레븐, 돈키호테처럼 익숙한 브랜드들을 제치고 나온 낯선 이름이었죠. 하지만 사전 조사를 마친 뒤, 왜 이곳이 추천됐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근래 들어 한국에서도 ‘편의마켓’이라는 새로운 유통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죠. 이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중간 형태로, 장보기가 가능한 상품 구성은 유지하면서도 점포 규모를 줄여 접근성을 높인 모델인데요. 일본에서 이 개념을 가장 먼저 구현해 낸 곳이 바로 마이바스켓이었던 겁니다.

편의마켓은 슈퍼처럼 다양한 상품을 갖추되, 면적을 줄여 동네 곳곳에 쉽게 들어설 수 있는 포맷입니다. 한국에서는 GS더프레시가 이 모델을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로 꼽히는데요. 기존 슈퍼마켓이 1~200평 규모였던 것에 비해, GS더프레시는 약 70평 매장을 표준화하며 초기 투자 비용을 3~40억 원에서 5억 원 수준까지 낮췄습니다. 이 전략을 통해 가맹점을 빠르게 확보하고 매장 수를 늘릴 수 있었고요.

그런데 마이바스켓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GS더프레시가 가맹을 기반으로 확장했다면, 마이바스켓은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한 겁니다. 마치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선택한 전략처럼요.

 

출점 낭비?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이처럼 마이바스켓은 스타벅스와 비슷한 면모가 많았습니다. 스타벅스는 국내 진출 당시 주요 상권에 매장을 연 뒤 그 주변에 촘촘히 추가 출점을 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일각에선 ‘출점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이를 통해 초기 브랜드 존재감을 키워 현재 1위 커피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었죠.

이는 사실 가맹점 모델에서 불가능한 전략입니다. 바로 근처에 같은 브랜드 매장이 생기는 걸 반길 가맹점주는 그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요. 더욱이 국내에는 출점 제한이 있었는데 이 또한 피해 갈 수 있었는데, 전체 직영점으로 운영한 덕분에 선택할 수 있던 전략들이었죠.

마이바스켓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일례로 일본에 머무른 숙소 근처에만 3개가 있을 정도로 거의 편의점 수준의 밀집도를 자랑하고 있었는데요. 지역적으로도 론칭 초기부터 지금까지 도쿄 및 수도권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소형 슈퍼마켓이라도 배후 고객은 분명 편의점보다 많이 필요할 거란 걸 감안하면 이러한 출점 전략은 약간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점포 간 카니발리제이션이 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이바스켓은 자신이 았었습니다. 개별 매장 매출은 부침이 있을 수 있었도, 이렇게 하다 보면 전체 브랜드 관점에선 고객들이 매장을 계속 찾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겁니다. 하나의 점포를 잘 만들기보다는 최소 해당 권역, 전체 브랜드 매출에 집중했던 거죠. 심지어 운영까지도 한 명의 매니저가 여러 점포를 동시에 관리하도록 했다고 하고요.

또한 동시에 직영이 되면서 고객 경험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 대여섯 개의 점포를 둘러보며 마이바스켓을 깊게 이해해 보려 했는데요. 작은 매장 크기에도 마이바스켓이 슈퍼마켓처럼 느껴지게 만든 건 크게 세 가지 상품군이었습니다. 채소, 청과, 정육 등의 신선식품, 반찬 등의 델리제품류, 그리고 편의점 대비 훨씬 많은 종류의 냉동식품류였는데요. 일단 이들의 재고 관리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매장이 작기에 너무 많이 들여놓을 수 없고, 결품이 많아지면 장을 보러 온 고객들이 실망하고 돌아갈 수도 있죠. 하지만 마이바스켓은 이를 직접 관리하고 진열하며 해결해 냅니다.

정육, 반찬 등의 품목들이 있어 마이바스켓은 확실히 편의점과 차별화되지만 동시에 운영은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은 어떻게 벌 까요? 우선 마이바스켓은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매장 밀집도가 올라가면, 상품 물류 효율이 좋아지는 건 물론이고, 매장 관리도 쉬워지기 때문이죠.

동시에 개별 매장당 손익을 위해 가격대는 조금 높게 설정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경쟁자가 마트가 아닌 편의점이라 일부 가격이 높아도 고객들은 찾아왔고요. 대신에 박리다매 형태로 안 팔아도 되다 보니, 매장은 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기업이자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이온의 PB 톱밸류를 들여온 것도 좋은 전략이었는데요. 이는 일단 그 자체로 차별화 상품 역할을 해준 것은 물론, 비중이 늘어나면 이익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마이바스켓은 앞으로 이를 더욱 키워갈 거라 밝히기도 했고요.

 

그룹 전체가 원팀으로 움직입니다

마이바스켓의 모기업인 이온은 일본 전국에 점포룰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최대의 유통 그룹입니다

무엇보다 마이바스켓의 모기업, 이온의 영향력은 상품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마이바스켓에서도 이온 멤버십 혜택이 그대로 적용되고, 전사 차원의 프로모션도 정기적으로 함께 진행되더라고요. 매장 하나하나가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룹 전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온라인 확장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매장이 우버이츠와 제휴해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개별 매장 입장에선 매출이 줄어들 수 있는 구조지만, 마이바스켓은 오히려 이걸 과감히 선택하고 빠르게 실행에 옮겼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고요.

반면 많은 유통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건, 내부 이해관계 때문이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본사와 가맹점, 슈퍼마켓과 할인점 사이에 충돌이 잦다 보니, 변화는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죠. 결국 변화에 실패한 기업들은 점점 시장에서 자리를 잃어갔고요.

마이바스켓은 직영 중심 모델로 이 구조적인 문제를 정면 돌파했습니다. 그 결과 2025년 4월 기준 매장 수는 1,200개를 돌파했고,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됩니다.

결국 마이바스켓과 국내 유통사들의 가장 큰 차이는 ‘조직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있습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사업부 통합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죠. 마이바스켓처럼 진짜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결국 회사 전체가 ‘원팀’이 되는 구조를 갖춰야 할 때입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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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맥주 브랜드를 가려보자! BEST10 https://ppss.kr/archives/270083 Thu, 17 Jul 2025 00:32:53 +0000 https://ppss.kr/?p=270083 맥주에도 빌보드 차트가 있다

음악과 맥주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둘 다 즐겁고, 주관적인 취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향은 존중하지만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 또 사람들이 어떻게 이걸 인식하는지 등을 말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전투력 측정기인 칸타 브랜드Z(Kantar BrandZ)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맥주브랜드 TOP10을 모아봤다. 일단 1등이 누구냐면…

 

1위. 코로나(Corona)

병 입구에 라임이나 레몬 조각을 꽂아 마시면 맛있는 맥주 ‘코로나’가 2025년 최고의 맥주 브랜드가 되었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맥주지만 동시에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 맥주이기도 하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고생을 했던 이 맥주가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르다니. 대단하다 코로나. 아니… 코로나 맞지.

 

2위. 버드와이저(Budweiser)

미국을 상징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버드와이저’가 2위를 차지했다. ‘맥주의 왕’이라는 별명처럼 여전히 언제 어디에서나 버드와이저를 즐기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맛으로 왕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가리고 마시면 이게 카스야 버드와이저야…

 

3위. 하이네켄(Heineken)

돌고 돌아 하이네켄.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은 3번째의 자리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다른 맥주회사들이 따라잡지 못하는 센스로 마케팅을 잘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마케팅만으로 승부하는 맥주판에서 정석이란 무엇인가를 말하는 맥주가 되었다. 그게 하이네켄이 정말 깊어진 것인지, 요즘 맥주 콘셉트가 괴인이 돼서인지 모르겠지만.

 

4위. 모델로(Modelo)

지난 몇 년간의 미국 맥주 시장의 떠오르는 루키다. 모델로는 멕시코의 자부심이라고 말해도 좋을 국민 맥주다. 그런데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냥 인기가 아니라 2023년에는 버드라이트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가 되었다. 특히 젊은 친구들에게 다른 맥주들은 조금 아빠나 삼촌이 마시는 것 같다나? 그런데 말이지. 이 모델로는 무려 1925년부터 나온 맥주다. 안티에이징 최고.

 

5위. 미켈롭 울트라(Michelob ULTRA)

이번 맥주 순위에서 가장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제품이다. 2002년에 출시된 미켈롭 울트라의 특징은 무려 ‘건강’이다. 일찍이 저칼로리, 저탄수화물을 특징으로 낸 가벼운 맥주로 골프장 등에서 인기가 있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열풍이 불어도 맥주는 포기할 수 없으니까.

 

6위. 브라마(Brahma)

브라질 사람은 세 가지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축구와 삼바, 그리고 맥주다. 브라질은 맥주 생산량으로 따지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번째일 정도로 맥주에 진심인 나라다. 이 나라의 갈증을 해소하는 대표적인 맥주는 ‘브라마’다. 그러나 문제는 1위를 다른 맥주에 빼앗겼다는 것.

 

7위. 버드 라이트(Bud Light)

버드와이저가 전통이라면, 버드 라이트는 젊음이었다. 파란색의 버드라이트는 20년 동안 미국 맥주시장의 절대강자였다. 버드와이저보다 판매량이 높았으니 말을 다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버드라이트는 마케팅과 정치적인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멕시코에서 온 모델로에게 1위를 내주고 말았다.

 

8위. 스콜(Skol)

브라질의 국민맥주 브라마를 제치고 브라질 시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맥주다. 재미있는 것은 브라질 출신이 아니라는 점. 오히려 여러 나라를 거쳐 간 세계여행 맥주다. 시작은 스코틀랜드이고, 나중에는 영국과 캐나다, 스웨덴 벨기에의 합작회사로 갔다가, 네덜란드, 덴마크까지… 그러다 유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맥주가 되었고, 결국 브라질에 정착하였다. 집에서 쫓겨났지만 브라질의 왕이 된 타향살이 성공사례.

 

9위. 기네스(Guinness)

순위권에 오른 맥주들의 특징은 마시기에 가볍고, 청량하고, 황금빛의 투명한 맥주다. 이 녀석 빼고. 바로 세계 최고의 흑맥주 ‘기네스’다.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맥주이지만, 최근에는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를 타고 영국, 미국에서 MZ들이 마시는 스타일리시한 맥주로 자리 잡았다. 세계가 환호하는데 왜 한국에는 기네스붐이 아직 오지 않는가! 한약 아니라고! 컵에 따라 마셔야 한다고!

 

10위.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전용 잔이 가장 예쁜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가 마지막 순위를 차지했다. 맥주 잘 만들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벨기에의 맥주로 맛 또한 대단하다. 원래는 크리스마스 특별판으로 낸 맥주였는데, 너무 많은 인기 때문에 상시판매는 물론 유럽, 아시아, 미국 등에서 인기 있는 맥주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전용 잔이 없으면 뭔가 공허한 맛이 난다. 잔을 꼭 구비하도록 하자.

 

언젠가 한국도 들어갈 수 있을까?

매일 편의점에서 보는 녀석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이름을 알리고 가치를 인정받는 맥주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온다. 물론 이것은 브랜드의 가치로 평가했을 뿐, 세상에 맛있고 역사가 깊은 맥주는 이보다 많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맥주는 무엇일까? 댓글을 남겨주면 감사하겠다.

 

번외 : 사실은 이 녀석들…

나라로 따지면 생각보다 고르게 나뉘었고 순위 싸움도 치열하다. 하지만 상위 10개의 맥주 중 8개가 하나의 회사 Ab Inbev소속이다. 한국의 카스도 따지자면 이 지붕 안에 있다. Ab Inbev의 천하통일을 막을 수 있는 맥주회사가 과연 생겨날 수 있을까?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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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을 약물로 만드는 박테리아가 발견되다 https://ppss.kr/archives/270074 Wed, 16 Jul 2025 03:36:38 +0000 https://ppss.kr/?p=270074
한 박사 과정 학생이 월리스 연구소에서 대장균 배양액의 성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 출처: 에든버러 대학교

인류는 매년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을 한 번 쓰고 버리지만, 그 가운데 재활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수명을 다한 플라스틱은 대개 소각되든지 매립됩니다. 그보다 더 나쁜 경우는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버려져서 환경으로 유입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환경 오염 물질이 되어 인간과 생태계를 함께 위협합니다.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좀 더 유용한 물질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접근법은 폐 플라스틱을 다시 가공해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만들거나 석유 화학 제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보통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결과물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 상업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새로운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연구팀은 유전공학적으로 변형된 대장균을 이용해 가장 흔한 플라스틱 쓰레기 중 하나인 PET를 분해해 흔히 사용되는 약품 중 하나인 파라세타몰(Paracetamol, 상품명 타이레놀)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대장균들은 테레프탈릭산 (terephthalic acid)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PET를 분해한 다음 이를 섭취해 세포 안에서 로쎈 재배열(Lossen rearrangement)이르는 반응을 통해 para-aminobenzoic acid (PABA)라는 물질을 최종 합성합니다. PABA는 대장균이 영양분으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썩지 않는 골치 아픈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장균이 PABA를 이용해 파라세타몰을 합성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유전자 변형 대장균은 심지어 부산물의 90%가 파라세타몰일 정도로 합성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유전 공학적으로 좀 더 유용한 최종 산물을 만들어 내는 세균을 미니 화학 공장으로 활용한다면 다른 유용한 최종 물질을 좀 더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최종 산물의 단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런 접근법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원문: APERTURE LABORATORIES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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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에서 실패는 그저 한 포인트일 뿐이다 https://ppss.kr/archives/263974 Tue, 15 Jul 2025 03:19:57 +0000 http://3.36.87.144/?p=263974 지금은 은퇴했지만 여전히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는 2024년 다트머스 대학 졸업 연설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테니스에서 완벽함은 불가능하다.
in tennis, perfection is impossible.

테니스에 국한되지 않고 커리어와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한참 곱씹어볼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의 실패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실패를 피하려고 지나치게 조심한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꽤 오랜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우아한 테니스를 구사했고 은퇴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페더러의 ‘테니스 강의’를 통해 커리어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자.

 

1. 노력 없이 이뤄지는 것은 신화다

“Effortless”… is a myth

나를 포함하여 페더러의 플레이를 보고 테니스를 시작한 동호인들이 많다. 그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우아하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일부는 페더러가 상대 선수에 비해 치열하게 뛰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실제 경기 영상을 보면 상대 선수는 땀범벅인데 페더러는 호흡조차 흔들리지 않을 때가 있을 정도다.

“땀 한 방울 안 흘리네!” “진심으로 하는 거 맞아?” 같은 말을 들을 때면 답답했어요. 사실은요, 그렇게 ‘쉬워 보이게’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거든요. (…)

제가 각성하게 된 계기는 커리어 초반 이탈리아 오픈에서 상대 선수가 공개적으로 제 멘탈을 지적했을 때였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죠. “로저는 경기 시작 후 두 시간까지만 우승 후보고, 그 이후엔 내가 우승 후보야”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도를 이해하게 됐죠.

모든 선수는 경기 초반 두 시간 동안은 잘할 수 있어요. 체력도 있고, 속도도 있고, 정신도 맑죠. 하지만 두 시간이 지나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훈련된 마음가짐이 흔들리기 시작해요. 그때 깨달았어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구나!

그 후로 페더러는 훈련량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결국엔 옆에서 봤을 때 힘 안 들이고 이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대회 전 워밍업을 할 때도 너무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들을 정도인데 실은 대회 전에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워밍업은 여유 있게 할 수 있었다.

비결은 그저 연습 / 사진: UnsplashPrashant Gurung

학창 시절에 이런 친구가 꼭 한 명씩 있다. 분명 놀 때 항상 내 옆에 있었는데, 성적은 늘 저기 윗동네에서 노는 그런 친구 말이다. 집에 돌아가면 180도 돌변해 집중력 있게 공부해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친구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신입 시절 입사 동기 서른 명이 처음엔 다 도토리 키 재기처럼 보였다. 그런데 딱 5년이 지나자, 다른 동기들이 도저히 앞지를 수 없는 동기들이 몇몇 생겼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비결은 페더러처럼 연습량에 있었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퇴근 후 신혼집이 아닌 대학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이 생활을 2년 가까이 했더니 목표를 이루게 됐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왔고 회사에서도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시샘하는 동기들은 내가 운이 좋았다고 치부했다. 이들은 절대 모른다.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보다 몇 배 더 땀 흘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진짜 믿음이다. 페더러에게 2003년이 바로 그런 시기였다.

ATP 파이널이었죠. 상위 8명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였어요. 그곳에서 제가 존경하던 최고 선수들을 이겼어요. 그들의 ‘강점’을 정면으로 파고들어서요.

전엔 그들의 강점을 피하려 했어요. 포핸드가 강한 선수면 백핸드 쪽으로만 공을 보내려고 했고요. 하지만 그때부턴 정반대로 했어요. 베이스라인 플레이어는 베이스라인에서, 공격적인 선수는 더 강하게 공격해서, 네트를 자주 오르는 선수는 제가 먼저 네트를 점령해서 상대했어요. 리스크가 있는 전략이었죠.

그럼에도 그렇게 한 이유는? 제 플레이의 폭을 넓히고, 옵션을 늘리기 위해서였어요. 강점이 하나 무너져도 버틸 무기가 남아 있게 하려는 거죠. 그렇게 경기력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 승리는 상대적으로 쉬워요.

하지만 때로는, 그냥 완전히 무너진 것 같은 날도 있어요. 허리가 아프고… 무릎도 쑤시고… 감기 기운이 있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도 있죠. 그런데도 이기는 법을 찾아내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날의 승리가 진짜 자랑스러운 승리예요. 왜냐하면 자신이 최상의 상태일 때만이 아니라, 최악의 순간에도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하니까요.

노력과 도전이 반복되고 그 경험이 쌓이면서 스스로에게 진짜 믿음이 생긴다. 재능을 탓할 필요는 없다. 페더러 역시 재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재능은 타고난 것이 아닌 버티는 것이다.

테니스든 인생이든, 자기 절제도 재능이고, 인내도 재능이에요. 스스로를 믿는 것도 재능이에요. 과정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사랑하는 것, 그것도 재능이에요. 자기 삶을 관리하는 것,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 그것 역시 재능이 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걸 타고나지만, 누구나 노력해서 길러야 해요.

갑자기 대학 시절 동기가 떠오른다. 운동 신경이 전혀 없던 친구였는데 희한하게도 축구 동아리에 들었다. 포지션은 수비였고, 초반에는 선배들로부터 정말 많이 혼났다. 발도 느리고, 축구 센스도 없으니 상대편 입장에선 제치기 쉬운 상대였다. 그런데 매주 연습에 나왔고 시합을 뛰었다.

그렇게 3년 정도 했을까? 이제는 상대 공격수가 가장 질려하는 수비수로 변신해 있었다. 축구 센스는 여전히 부족했지만 3년 내내 공격수를 막는 연습을 했다 보니 절대로 상대 공격수를 놓치지 않는 질식 수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본인이 전담한 공격수가 절대로 공을 쉽게 만지지 못하게 했다.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연습하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던 또 다른 재능이 있었다.

타고난 재능이 없는 대부분의 우리에게 노력은 디폴트다. 괜한 요행을 바라지 말고 부단한 노력으로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자.

 

2. 그저 한 포인트일 뿐이다

It’s only a point

테니스에서 ‘완벽’은 존재하지 않아요. 제가 프로 통산 1,526번의 단식경기를 했는데, 그중 약 80%를 이겼어요. 여기서 여러분에게 퀴즈 하나, 그 경기들에서 제가 이긴 포인트 비율은 몇 퍼센트였을까요? 단 54%. 즉, 세계 1위 선수조차 경기 중 포인트의 절반 정도밖에 못 이긴다는 거예요.

경기에서 두 번 중 한 번은 포인트를 잃는다면, 매 샷에 집착하는 법을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법을 배워요. “오케이, 더블 폴트 했어. 한 포인트일 뿐이야.” “네트로 나갔다가 또 뚫렸어. 한 포인트일 뿐이야.” 심지어 ESPN 탑10에 나올 만큼 멋진 백핸드 스매시를 성공시켜도… 그것도 단 하나의 포인트일 뿐이에요.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요. 경기할 때는, 그 순간의 포인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그게 끝났다면, 이미 지나간 일이죠. 이 마인드셋이 정말 중요한 게, 그래야만 다음 포인트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어요.

테니스 황제로 불렸던 페더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전체 포인트 중에 겨우 절반 조금 넘게 이겼을 뿐이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테니스는 랠리를 하다가 포인트를 4번 먼저 이기면 1게임을 획득하고, 그렇게 6게임을 먼저 이기면 1세트를 따게 된다. 치열하게 포인트를 주고받다가 상대보다 조금 더 이기면 게임을 따고, 게임도 엎치락뒤치락하다가 6게임에 먼저 도달하면 1세트를 이긴다. 세트도 먼저 1세트를 내줘도 남은 2번의 세트를 모두 이기면 역전할 수도 있다.

결과는 ‘승리’라는 두 글자로 짧지만, 그 과정은 치열한 포인트 공방전 끝에 페더러조차 100번에 54번 정도 포인트를 획득해 승리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한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에너지만 낭비하게 해요. 진짜 챔피언의 증거는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능력이에요. 그걸 마스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든 포인트를 이겨서 1등 하는 게 아니에요. 그들은 질 거란 걸 알고도 계속 도전하는 사람들이에요. 그걸 견뎌내는 법을 배운 사람들이죠.

패배를 받아들이고, 필요하다면 실컷 울어요. 그리고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요.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요. 집요하게, 유연하게, 끊임없이 성장하세요. 더 열심히. 더 똑똑하게.

우리는 패배를 더 많이 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패배의 순간에 다음 포인트를 얻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성장이 있고 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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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로 건너온 지 4년이 조금 넘었다.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았던 4년이었다. 이전까지 쌓아왔던 커리어는 1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당연했던 결과다. 캐나다에 온 첫해 제일기획 캐나다법인과 프로젝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을 꾸리는 프로젝트였고, 잘된다면 계속 함께할 기회까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 프로젝트로 끝났다. 한국에선 조금은 알아줬는데, 머나먼 이국에선 매 순간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다.

패배의 숫자를 더해가던 때 10년 전 컨설팅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실리콘밸리 지인으로부터 스타트업 합류 제의를 받았다. C레벨도 탄탄했고, 팀원들 면면도 훌륭했다. 재택근무 조건이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전략, 마케팅, 영업까지 다방면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패배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비즈니스 모델이 빛을 보기엔 당시 시장이 생각만큼 커지지 않았다. 결국 회사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그래도 한 가지 잘한 게 있다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 지인들에게 투자자를 소개받기 위해 연락했다는 것이다. 이게 계기가 돼서 한국 시장을 우선으로 해서 미국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에 CBO로 합류했다. 임원으로 일한 경험은 있었지만 작은 스타트업이어도 C레벨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바로 찾아온 투자 한파로 스타트업 시장이 위축되고 가장 중요한 수익화에 실패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게 2년 반 전의 일이다.

거기에 더해 캐나다 정부에서 이민 친화 기조를 바꿨다. 비자 연장도 영주권 취득도 몇 배 어려워졌다. 이후로도 숱한 패배를 했다. 그래도 한 번도 낙담하거나 고개 숙이지 않았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패배주의에 젖어 가만히 있으면 그때야말로 정말 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몸을 쓰는 일 중에 가장 잘하는 테니스를 활용할 수 있는 코치 자격증에 도전해 성공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찾아주는 개인 코치가 됐다. 다만 1년 중 절반이 겨울인 캐나다이기에 겨울 시즌이 비수기라는 단점이 있었다. 그 와중에 캐나다 현지 회사에 계속해서 지원해 봤지만 결과는 역시나 패배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스타트업에서 함께 일했던 대표님이 제안해 준 AI 트레이너 일에 도전하게 됐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테스트에 바로 합격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꽤 기적 같은 일이었다. 프로젝트 양이 들쑥날쑥한 단점이 있지만 재택으로 할 수 있고 많이 벌 때는 임원 했을 때만큼 벌기도 한다. 그 와중에 아내는 학업을 마치고 1년 반 째 안정적으로 캐나다 회사를 다니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누군가 앞으로 승리와 패배 중 뭐가 더 많을 거 같냐고 물어본다면 망설임 없이 ‘패배’를 택할 것이다. 당장 이번 주에 쓰라린 패배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괜찮다. 다시 더 좋은 방향과 결정으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최근 어머니와 통화할 일이 있었다. 나보다 더 내 걱정을 하시는 어머님께 진심으로 말씀드렸다.

엄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3. 인생은 코트보다 더 크다

Life is bigger than the court

테니스 코트는 생각보다 작은 공간입니다. (…) 세상은 그보다 훨씬 넓죠.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테니스가 저에게 세상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세상이 될 수는 없다는걸요. (…)

남아프리카 출신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아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돕는 재단을 만들게 됐어요. 유아 교육은 스위스 같은 나라에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75%의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지 못합니다. (…) 저희는 지금까지 약 3백만 명의 어린이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했고, 5만 5천 명 이상의 교사들을 훈련시켰어요. 정말 영광스러웠고, 동시에 겸허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맞설 수 있었던 건 영광이었고, 그 복잡함을 깨닫게 된 건 겸허함이었죠. (…)

여러분은 줄 것이 참 많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좋은 영향을 남기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삶은 정말 테니스 코트보다 훨씬 더 크니까요.

외노자의 삶이고 두 자녀를 키워야 하다 보니,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되어 살아간다. 그래서 그보다 더 큰 ‘인생’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살고 있다. 마음 한 구석에선 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고 삶을 살고 싶고, 나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

직장인의 삶은 도긴개긴이다. 20대도 40대도 그 나름의 고충이 있으며,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개인이 먹고살기 힘든 건 별반 다를 게 없다. 높이 올라갈수록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 너무 매몰되진 말자. 그러기엔 우리 각자가 너무 괜찮은 사람들이다. 어떤 모습으로든 누군가에겐 최고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혼자로는 힘들어도 함께 했을 때 한 사람의 인생에 희망 한 줌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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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브런치 구독자 대상으로 커피챗을 진행했던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비록 누구를 도울 여유조차 없는 절박한 상황이더라도 더 절박한 사람, 당장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순간순간마다 정말 절묘하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게 없었다면 아찔할 뻔했던 순간이 정말 많았던 나다.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누군가를 도울 여력이 있다면 없는 자리도 만들어서 돕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캐나다에서도 구상하고 있는 도움의 형태가 있다. 생존에 숨이 헉헉거리더라도 꼭 해보려고 한다.

각자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그려진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거기에 어울리게 인생을 좀 더 다채롭고 따뜻하고 아름답게 덧칠해 보자. 인생은 코트보다 더 크고, 사무실보다 더 넓고, 현장보다 활발한 곳이다.

 

마치며

패배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다. 대신 한 포인트일 뿐이라는 마인드로 훌훌 털고 일어나 다음 포인트를 준비하자. 한 포인트를 얻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질 만큼 부단히 연습하자. 그러면 100번에 51번 정도 이기는 인생이라는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원문: Mark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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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의 말하기 습관 3가지 https://ppss.kr/archives/270014 Mon, 14 Jul 2025 04:51:46 +0000 https://ppss.kr/?p=270014

그 사람은 일을 참 잘해.

회사에서 이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말하는 습관’이다.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말하는 방식에도 특징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처음엔 일을 잘 못하던 사람도 이런 말하기 습관을 꾸준히 연습하면서 점차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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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세 가지 습관 말하기를 소개한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당신도 당장 말투부터 바꾸어 싶어질지도 모른다.

 

1. 우리가 빼먹은 게 뭐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질문

어느 회의에서 ‘애자일 조직문화’를 전사적으로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 실무자가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우리회사와 유사 업종 30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25개 기업이 애자일을 도입한 후 업무 효율과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우리도 도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보고 이후 어떤 질문들을 할까?

그 30개 기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죠?” / “우리가 그들과 유사한가요?” / “나머지 5개는 왜 실패했나요?”

대부분의 질문은 보고자가 제시한 내용이 맞고 틀린지에 대한 것이다. 물론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빠져 있다.

애자일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성과를 낸 회사도 있지 않나요?

이 질문이야말로 애자일 도입과 성과 향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질문이다. 만약 애자일을 도입하지 않았음에도 성과를 낸 회사가 많이 있다면 애당초 애자일 도입과 업무 성과는 인과관계 자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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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는 존재하는 것에는 집중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는 쉽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가시성 편향(visibility bias)이라고 부른다. 눈에 보이는 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보이지 않는 가능성은 간과하는 인지적 오류이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가 빼먹은 게 뭐지?

지금 논의에서 빠진 요소는 없을까?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말로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이 질문 하나가 팀의 사고 수준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2. “팀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공을 나누는 말하기

일 잘하는 사람들이 칭찬을 받았을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다 팀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도움을 실제로 받았든, 받지 않았든 관계없다. 이 말이 목적은 공을 위로 올리는 것이다. 기업 교육에서 만난 수많은 임원들이 후배들에게 비법을 한 가지만 알려 줘야 할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조직 내에서 빨리 성장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직속 상사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상사를 성공시킨다는 것이 뭘까? 나의 팀장이 상무님께 또는 본부장님께 인정받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시하는 것을 이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추가적으로 더 실행해서 보고할 만한 것은 없을까?’,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만한 것은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업무를 성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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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받은 뒤에는, 이렇게 말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팀장님이 큰 방향을 잡아주셔서 그럴 수 있었습니다. 저는 팀장님이 지시하신 걸 잘 따랐을 뿐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전략적 언어습관이다.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그 욕구를 타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채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인정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3. “한번 해보겠습니다”: 기회를 잡는 말하기

일을 잘하는 사람의 마지막 특징이 있다면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옆에서 보기에 그럴듯한 일이 있지만, 반면에 ‘내가 이런 걸 하려고 그 많은 돈을 들여서 대학을 졸업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신입사원들은 “저는 상품 기획하러 왔습니다.” “저는 사업을 만들려고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오타를 체크하고, 단체메일을 보내고, 비품 운반하는 등의 일은 너무 단순해서 자신이 해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일이 주어져도 그것을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 판단하지 않는다. ‘이 일이 팀에 도움이 되고, 조직에 필요한 일인가?’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대부분 “한번 해보겠습니다” 라는 말로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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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낯설고, 어려워 보이고, 실패 가능성이 높을 때 일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이 일은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는 기회다’라는 성장 마인드셋으로 말한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마치며

일잘하는 사람의 말하기 습관을 정리하면 이렇다.

  1. “우리가 빼먹은 게 뭐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질문한다.
  2. “팀장님 덕분입니다” 공을 나누는 말로 신뢰를 쌓고 기회를 만든다.
  3. “한번 해보겠습니다” 두려움보다 성장을 선택한다.

말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결국 평가도 달라진다. 아직 일에 자신이 없다면, 우선 말하는 습관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

원문: 장철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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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스니커즈들의 뒷이야기: 스니커즈의 역사 https://ppss.kr/archives/269524 Fri, 11 Jul 2025 05:05:34 +0000 https://ppss.kr/?p=269524

스니커즈

밑바닥에 고무창을 붙여 걸을 때 발소리가 나지 않는 운동화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1. 최초의 운동화는?

초기 플림솔 ⓒ Alansplodge
배에 표시되어 있는 플림솔 라인

19세기 철도가 발달하면서 영국의 노동자들은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었죠. 이들은 바닷가에서 샌드 슈즈(Sand Shoes)를 신었습니다. 샌드 슈즈는 가죽 혹은 밧줄로 밑창을 만들고 캔버스 천을 덧댄 신발로 내구성이 뛰어나지는 않았습니다.

1830년에 리버풀 러버 컴퍼니(Liverpool Rubber Company)에서 밑창을 고무로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죠. 이때까지 샌드 슈즈는 밑창과 캔버스 천이 쉽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합 부분에 두꺼운 고무 밴드를 추가한 거예요. 샌드 슈즈에 부착한 고무 밴드의 모습이 마치 화물선의 적재량을 알려 주는 표시인 플림솔 라인(Plimsol Line)과 닮았다고 해서 이 신발을 플림솔이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1868년에는 끈이 달려 더욱 편안해진 ‘크리켓 샌들’이 등장합니다. 이름처럼 크리켓 경기를 위한 신발로 당시 가격으로 6달러로 아주 비쌌죠.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발달하면서 1897년에는 60센트가 됩니다.

ⓒ Keds

1916년에는 US 러버 컴퍼니(US Rubber Co.)와 굿이어(Goodyear)가 합작하여 케즈(Keds)를 설립하게 됩니다. 이 케즈에서 최초로 대량 생산된 스니커즈 챔피온(Champion)을 판매하죠. 챔피온은 현재에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2. 최초의 운동화는 리복

리복 최초 러닝화 ⓒDAILY MIRROR

최초의 러닝화는 1865년에 시작됩니다. 바닥에 스파이크가 달려있는 구두처럼 생긴 모습이었죠. 1900년 대에는 J. W. 포스터 앤 손(J. W. Foster and Son)이라는 영국 회사에서 스파이크가 달린 가죽 러닝화인 ‘Foster’s Running Pumps’를 제작하는데요. 영화 <불의 전차>로 더 유명한 1924년 프랑스 하계올림픽 100m 달리기 챔피언 해롤드 아브라함스(Harold Abrahams)가 이 신발을 신어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이후 1958년 J. W. Foster and Son은 회사의 이름을 바꾸게 되는데요. 그게 바로 리복(Reebok)이죠.

 

3. 테니스에 진심인 아디다스

스탠스미스 – 1963년 ⓒadidas

최초의 테니스화는 1931년 아디다스에서 처음 선보입니다. 물론 그 전에 컨버스 올스타나 케즈의 스니커즈를 테니스화로 사용했긴 하지만 테니스화라고 명명해 출시한 것은 아디다스가 처음이었죠.

테니스화의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신발은 1963년에 등장합니다. 아디다스가 컨버스 천이 아닌 가죽으로 된 테니스 신발을 출시한 것이었는데요. 이 신발의 모델은 당대 프랑스의 테니스 스타였던 로버트 헤일렛(Robert Haillet) 이었죠. 하지만 로버트 헤일렛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하게 되고 새로운 당대 최고의 테니스 선수와 계약하게 됩니다. 그가 바로 그 유명한 스탠 스미스(Stan Smith)이죠.

 

4. 많은 이야기가 담긴 농구화

  • 컨버스 올스타 – 1917년
최초의 농구화 컨버스 올스타 ⓒconverse

세계 최초의 농구화는 컨버스(Converse)에서 제작한 올스타입니다. 당시 농구 선수였던 척 테일러(Chuck Taylor)는 컨버스를 찾아가 이 농구화에 대한 개선점을 제안합니다. 이 제안을 계기로 척 테일러는 컨버스의 홍보와 유통을 담당하게 되고, 더 나아가 신발에 그의 이름을 붙이게 되죠. 그의 노력 덕분에 컨버스 올스타는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미군의 공식 운동화가 되기도 했고, 1970년대 초에는 미군 공수 부대에도 납품되었다고 합니다.

  • 아디다스 슈퍼스타 – 1970년
최초의 로우탑 가죽 농구화, 아디다스 슈퍼스타 – 1970년 ⓒadidas

아디다스 슈퍼스타는 최초의 로우 탑 가죽 농구화입니다. 처음엔 농구선수 카림 압둘 자바가 신고 나오면서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슈퍼스타를 더 유행시킨 것은 힙합그룹 Run-DMC인데요. 그들은 슈퍼스타를 신발끈 없이 신발 혀를 밖으로 빼고 신는 스타일을 유행시켰죠.

아디다스에 진심이었던 Run-DMC는 1986년 <My Adidas>라는 곡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아디다스는 그들과 백만 달러의 광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운동선수가 아닌 인물이 모델 계약을 따낸 사례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사상 최초였다고 하네요.

  • 나이키 에어 조던 1 – 1985년
에어 조던 1 – 1985년 ⓒNike

농구화하면 빼먹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에어조던이죠. 나이키 에어 조던 1의 시그니처 컬러인 검은색과 빨간색은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당시 NBA는 일정 부분 이상의 흰색이 포함된 농구화를 신도록 규정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에어조던은 이러한 제재를 오히려 마케팅 기회로 활용합니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이 에어조던을 신고 경기를 할 때마다 5000달러의 벌금을 지불했고, 이런 광고 카피를 내보내죠.

NBA가 이 신발의 착용을 금지했습니다. 다행히도 NBA는 여러분이 이 신발을 신는 것은 금지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엄청난 매출을 거두었습니다.

 

마치며

마이클 조던, 스탠 스미스, 척 테일러, 해럴드 아브라함스 등 운동화의 탄생과 유행에는 항상 스타 운동선수들이 함께 했습니다. 오늘날 운동화 회사들이 스포츠에 투자하며 홍보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당연한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케즈 챔피온이 최초의 스니커즈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스니커즈에 비해 인기가 없었던 것은 스포츠 스타와 관련된 일화가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원문: 사소한 것들의 역사


참고문헌

  • Amber J. Keyser. (2015). Sneaker Century, A History of Athletic Shoes, Twenty-First Century Books
  • Conran. (2009). Fifty Shoes that Changed the World. Design Museum
  • Marc Richardson. (2018). A Quick History of Reebok. grailed.com
  • 로리 롤러. (2002). 신발의 역사. 이지북
  • 마티외 르 모. (2019). 1000 SNEAKERS. 루비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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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만큼 무서운 “보어아웃” https://ppss.kr/archives/267210 Thu, 10 Jul 2025 04:07:32 +0000 http://3.36.87.144/?p=267210 “업무 자율권을 부여했는데도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면 ‘보어아웃(Boreout)’을 의심해야 한다.”

보어아웃은 2007년 스위스 비즈니스 컨설턴트 필리페 로틀린과 페터 베르더가 함께 쓴 책, 『보어아웃: 일하지 않고 월급만 받는 직장인 보고서』를 통해 처음 소개돼 세상에 알려졌다. ‘번아웃(Burnout)’이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다 정신적, 육체적 피로로 인해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한다면 ‘보어아웃’은 지루함과 단조롭게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 의욕을 상실하는 현상을 말한다.

출처: https://www.firstbeat.com

‘보어아웃’ 상태라면 회사를 왜 다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일에 의미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퇴근 후에는 더욱 예민해지고 짜증만 늘어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곤 한다. 보어아웃 연구자들은 조직 내 보어아웃에 빠진 사람들이 업무시간에 온라인 쇼핑이나 동료와의 잡담 등 업무 외 활동으로 시간을 주로 보내는 것이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무기력에 대응하는 방어기제라고 말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보어아웃’을 경험하고 있는 직장인이 많다. 2020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82명을 대상으로 ‘보어 아웃’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1%(321명)가 보어 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과장급(42.6%), 사원급(39.5%)보다 대리(45.1%)급에서 보어 아웃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보어 아웃을 경험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ㆍ동기부여가 없어서(35.2%) ▲능력에 비해 쉽고 단조로운 업무만 맡아서(34.9%)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서(34.9%)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일이 너무 없어서라고 답한 이도 16.2%나 됐다. ‘조용한 사직(Quite Quitting)’과 더불어 ‘보어아웃’은 현대 직장인들에게 하나의 신드롬이나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일이 없으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프랑스 EM 리옹 경영대학원(EM Lyon, Ecole Management de Lyon) 로타 하르주(Lotta Harju)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 무력감은 스트레스 수치를 높이고, 건강을 악화시키며 우울증과 불안 지수를 악화시킴과 동시에 두통과 불면증 같은 증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번아웃에 빠진 직장인들은 실제 직장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보어아웃에 빠진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스트레스에 빠진 척 연기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출처: Peter John K의 Medium

‘보어아웃’의 주요 증상으로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루함’, ‘자기 발전과 성장의 위기’, ‘일의 의미에 대한 위기를 들 수 있다. 보어아웃 진단은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교(Technische Universität Darmstadt) 마케팅 및 HRM학과 루트 마리아 스톡(Ruth Maria Stock) 교수가 개발한 문항이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척도 타당화를 거친 한국어 문항을 찾지 못해 우선 내가 번역한 문항을 아래에 소개한다.

아래 진술에 동의하는 정도를 5점 만점으로 표시하시오.

1. 전혀 그렇지 않다 2. 약간 그렇지 않다 3. 보통이다 4. 약간 그렇다 5. 매우 그렇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루함(Job boredom)

  1. 나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지루함을 느낀다.
  2. 나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내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3. 나는 내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4. 나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좌절감을 느낀다.

일의 의미에 대한 위기(Crisis of Meaning at Work)

  1. 나는 내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2. 나는 내 일에서 어떤한 의미도 찾기가 어렵다.
  3. 나는 내 일에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롭다.
  4. 나는 내 일의 의미를 생각할 때 공허함을 느낀다.

자기 발전과 성장의 위기(Crisis of Growth at Work)

  1. 내 직업은 나에게 개인적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준다(r).
  2. 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무언가를 성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r).
  3. 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발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r).
  4. 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r).

(r)은 역문항으로 6점에서 응답한 점수를 뺀 점수를 기준으로 한다.

  •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루함’의 경우 평균 4.4 이상이면 직무를 수행하면서 지루함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고, 2 ~ 4.3이면 보통, 1.9 이하라면 지루함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 ‘일의 의미에 대한 위기’의 경우, 평균 4.3 이상이면 위기감이 높은 수준, 1.9~4.2라면 보통, 1.8 이하라면 위기감이 낮은 수준이다.
  • ‘자기 발전과 성장의 위기’의 경우, 평균 4.5 이상이면 위기감이 높은 수준, 2.2~4.4는 보통, 2.1 이하라면 위기감이 낮은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이 셋의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보어아웃’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데, 스톡 교수가 최근 연구에서 매장 영업 직원들 중 ‘보어아웃’을 경험한 사람의 경우 업무 자율권이 높아져도 오히려 더 ‘보어아웃’이 심해지고 ‘고객 중심적 행동’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눈에 띈다. 리더가 직무 자율성을 부여할 경우, 이미 ‘보어아웃’을 경험하고 있는 직원들은 그 직무에 흥미가 없다는 사실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age by freepik

‘번아웃’과 달리 ‘보어아웃’은 숙달이나 고객과의 사회적 경험을 통해 얻는 자원의 효과가 아예 없거나 크지 않았다. ‘번아웃’은 사회적 지지나 지원이 직무 자원(job resources)으로서 잘 작동하는 반면, ‘보어아웃’의 경우, 이미 업무에서 의미감을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적 지지로는 자원 회복 효과가 제한적이다.

결국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목적과 의미감을 되찾는 노력, 혹은 다른 직무를 통해 의미감을 발견하는 시도가 ‘보어아웃’에 더 효과적인 대응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잡 크래프팅’과 ‘성장 마인드셋’이 ‘보어 아웃’에 효과적인 대응 기제가 될 것으로 본다.

한편으로 ‘보어아웃’에 빠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직무 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직무 적성 검사는 전통적으로 Holland의 RIASEC 모델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엔 직무 적성의 타당도와 신뢰도가 대폭 개선된 SETPOINT 모델이 등장해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SETPOINT모델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상태인데, 조만간 브런치를 통해 SETPOINT 모델을 RIASEC과 비교해 설명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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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는 얼마나 쉬운가, 실천에 비해서는 https://ppss.kr/archives/266458 Wed, 09 Jul 2025 03:17:28 +0000 http://3.36.87.144/?p=266458 글을 쓰며 살고 책도 몇 권 냈으니 누군가의 출간 소식은 귀에 크게 들린다. 비슷한 모양의 고민을 하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눈을 활짝 뜨고 지켜보게 된다. 얼마 전 ‘본인이 출간에 관심 있고, 책을 내기 위해 이런 노력 중이다’라고 쓴 글을 본 적 있다. 그 글 아래로 이런 댓글이 달렸다.

책은 개나 소나 내냐?

흔한 패턴이다. 댓글의 주인공은 역시나 익명의 비공개 계정이다. 온라인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악플이었다. 이제는 그 어떤 타격감도 주지 않고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닳고 닳은 댓글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출처: freepik

물론 나를 향한 것도 아니었다. 글쓴이를 향한 댓글은 부메랑처럼 내게도 날아들었다.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키우던 몇 년 전의 내게 하는 말처럼 들려서였다.

그 시절, 책 내고 싶어하던 개나 소나 중 나는 개일까? 소일까? 덩치가 작으니까 소보다는 개 쪽이 더 어울리겠군. 아니야, 강아지 같은 발랄함은 없으니 미련스러운 소 쪽인가?

전공자도 아니라 전문 지식도 없는데 글을 쓰겠다고, 책 내고 싶다고 까불었다. (정규 교육 국어 과목을 제외하면) 글쓰기를 돈 주고 배운 적도 없으니 근본 없이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쓴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나무야 미안해!’라고 외치고 싶을 수도 있는 책을 3권이나 냈다. 내가 아는 사람에게도 또 내가 모르는 사람 눈에도, 나는 책 낸다고 깝죽거린 개이거나 소일 거다.

단순히 글쓰기나 책을 내는 일뿐 아니다. 누군가의 노력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있다. 이룬 결과를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보지 않은 일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마치 이솝 우화 속 “저 포도는 분명 셔서 맛이 없을 거야”라고 말하고 돌아서는 여우처럼. 말 한마디로 어렵게 용기 낸 사람의 의지와 멘털을 가루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사람은 선의에도 걸려 넘어질 수 있다고 했던가? 그러니 냉소는 얼마나 빛의 속도로 사람을 자빠뜨릴까?

무언가 새로운 걸 할 때는 생각보다 낯이 두꺼워야 한다. 그 뻔뻔함의 속에는 그 어떤 평가도 감수할 단단한 마음과 무반응의 지루함을 견뎌낸 지구력이 포함되어 있다. 쓰리고 아픈 말이 귓가를 스치고 속을 뒤집어 놔도 휘둘리지 않고 귀 막고, 눈 감고 뚜벅뚜벅 가는 사람이 보통 결과를 얻는다.

출처: freepik

하지만 냉소는 쉽다. 결과를 얻는 건 어렵다. 냉소는 편하고, 노력은 힘들다. 바라는 결과를 얻으면 좋겠지만 원하는 결과가 아니어도 망한 게 아니다.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 생긴다. 생이 끝나지 않고 살아가는 한 완벽한 실패는 없다.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
읽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왜 써?
오래 해도 살도 안 빠지는 요가를 왜 해?
영상으로 요약된 거 보면 되지 시간 아깝게 책은 왜 읽어?
딱히 반응도 없는데 해봤자 뭐 해?

냉소에 젖다 못해 절여져 있던 시절, 나를 지배했던 생각이다. 내 가능성을 셀프재단하고, 미래의 나를 우울로 멱살 잡고 끌어들이는 줄도 모르고 냉소에 취해 살았다. ‘성공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냉소는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었다.

눕고 싶고, 한없이 뒹굴거리고 싶은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건 누가 알아주길 바라서가 아니다. 남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가 변하는 게 느껴져서다. 냉소에 취해 사는 사람을 만날 때면 딱히 말을 얹지 않는다. 냉소 충만한 사람의 귀에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으니까.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생각한다.

네, 의견 잘 들었고요. 저는 제 갈 길 갈게요. 할 일이 많아서 이만.

원문: 호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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