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코스트코 매장을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까 일찍 가는 것이 좋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오픈런을 했죠. 그럼에도 30분 가까이 매장에 들어가는 자동차 라인에 기다렸습니다. 간신히 주차를 마친 뒤 입장한 코스트코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쇼핑 중이었는데요. 식품 코너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조차 대기 줄이 있어 10분 이상 기다렸고, 카트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라 매장 한 켠에 주차(!)를 한 뒤 몸만 이동해야 할 정도로 붐볐습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의 코스트코였습니다.
한국에 코스트코 매장이 처음 생긴 건 1998년입니다. 어느덧 27년이 흘렀죠. 그동안 코스트코는 전국 19개 매장으로 확대했고 매출 규모는 6조 5천억 원을 넘어서 이제 7조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매출 규모만 따지면 국내 마트 3대장 중 3위인 롯데마트(23년 기준 약 5.9조 매출)는 이미 제쳤고 2위인 홈플러스(23년 기준 약 6.5조 매출)까지 위협하는 매출 규모가 됐죠. 이제 매출 규모만 따졌을 때 국내 대형 마트 3대장은 이마트, 코스트코, 홈플러스라 할 수 있습니다.


매출과 더불어 영업 이익 또한 양호합니다. 2023년 국내 3대 마트 영업 이익은 이마트 -469억 원, 롯데마트 717억 원, 홈플러스 -1,994억 원이었는데요. 그에 반해 코스트코는 23년 9월부터 24년 8월까지 영업이익 2,186억 원을 달성했죠. 이마트가 매출 약 30조 규모임에도 영업 손실을 본 것에 비하면 코스트코가 얼마나 ‘남는 장사’를 잘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에 발표된 방문자 트래픽 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통 업체 중 코스트코 홀로 방문자 트래픽이 매달 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오프라인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코스트코는 어떻게 매출 기준 국내 대형 마트 브랜드 3위에 올랐고, 매출 7조에 육박한 오프라인 강자가 됐으며, 사람들을 점점 더 불러 모으고 있는지에 관해 말이죠. 실제 코스트코 회원이 되어 쇼핑을 해보니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는데요. 고객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멤버십 비용을 ‘뽕’ 뽑아야 한다
코스트코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입니다. 상품권을 제외하고는 회원이 아니면 구매가 불가능하죠. 회원이 되면 가장 큰 혜택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자사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코스트코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죠.

저도 이번에 처음 코스트코 회원이 됐는데요. 등록 후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멤버십 비용 본전 뽑으려면 코스트코를 자주 와야겠네!
실제로 며칠 뒤 코스트코를 한 번 더 찾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네이버, 쿠팡, 또는 다른 마트에서 구매했던 것까지 모두 코스트코에서 구매하게 됐죠. 돈을 내고 회원이 되자 그 돈을 ‘회수’하려는 심리가 생겼고 그로 인해 더 자주 가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간 쇼핑 끝에는 늘 무언가를 구매해서 오고요.
이는 집 근처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비회원제로 운영되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갈 일 있을 때 가는 곳’이었다면, 코스트코는 ‘꼭 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됐습니다. 돈을 냈으니 본전을 뽑기 위해 이곳에서 더 열심히 쇼핑을 해야겠다는 생각, 오프라인 마트에서는 유일하게 코스트코가 만들고 있습니다. 유료 회원제로 충성 고객을 만드는 ‘구독 모델’을 약 30년 전부터 고안했고, 구독 비즈니스의 확장으로 인해 구독 모델이 익숙해진 고객들은 코스트코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럼 코스트코의 무엇이 ‘코스트코 회원’으로 만드는 것일까요. 바로 코스토코의 제품 경쟁력입니다. 제품 경쟁력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가격 경쟁력
- 특화 제품군
코스트코는 대량 단위로 제품을 판매합니다. 창고형 할인 매장의 대표적인 특징이죠. 그 덕분에 일반 마트와 비교했을 때 같은 단위로 따져보면 단가가 훨씬 저렴합니다. 예를 들면, 한 브랜드의 수세미는 일반 마트에서는 개당 1,664원이지만, 코스트코에서는 개당 1,299원입니다. 이처럼 1개당, 100ml당, 100g당 단위로 따져보면, 코스트코 쇼핑이 더 이득 보는 쇼핑이 되는 셈이죠.

가격 경쟁력을 낮출 수 있는 이유는 코스트코 역시 협력 업체에 대량으로 제품을 납품받으면서 구매 단가를 낮췄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코스트코의 대표적인 룰인 ‘마진율 15% 이하’ 정책을 가격 정책에 반영하여 체감 가격을 낮췄습니다. 그 덕분에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코스트코 쇼핑 = 합리적인 쇼핑’ 공식이 만들어진 것이죠.
두 번째는 특화 제품군입니다. 코스트코는 다른 마트 브랜드에는 없는 ‘독점적인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Kirkland(이하 커클랜드)’ 제품입니다. 커클랜드는 1995년에 탄생한 코스트코의 PB(Private Brand) 브랜드인데요. 이마트의 PB 브랜드인 ‘노브랜드’와 비슷한 브랜드라 할 수 있습니다.

커클랜드는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합니다. 키친 타올, 휴지, 호일, 세제 등이 살림러 사이에서는 꼭 득템해야 하는 제품으로 통하고 그릭 요거트, 우유, 생수, 유기농 샐러드 등의 식품 제품도 큰 인기죠. 그 덕분에 전 세계 코스트코 기준, 커클랜드 PB 브랜드가 코스트코 매출의 3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 코스트코에 가는 이유 중 하나를 ‘커클랜드 제품 구매’로 뽑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코스트코의 또 다른 장점은 ‘신선 식품’입니다. 특히 과일과 정육 코너가 인기가 많습니다. 코스트코 과일을 먹으면 일반 마트 과일은 못 먹는 다는 우스갯스러운 말이 나오기도 하고, 한 셀럽은 먹어본 삼겹살 중 코스트코 삼겹살이 가장 맛있었다고 할 정도로 정육 제품 퀄리티가 뛰어납니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스트코는 과일과 정육만 잘 구매해도 멤버십 비용은 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정육 카테고리 특화를 통해 코스트코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

코스트코의 경영 철학은 ‘고객이 가치를 사도록 해야 한다.’입니다. 이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면서도 제품 퀄리티를 결코 놓치지 않죠. 코스트코는 평균 4천 개 정도의 품목을 판매하는데 일반 마트가 평균 10만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선택과 집중에 열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취급 품목을 줄이되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여 고객에게 가치를 선사하는 일, 이 일을 잘 해내자 코스트코 멤버십 갱신율이 무려 90%에 이를 정도로 높은 고객 만족 성적표를 받게 됐습니다. 코스트코가 매년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코스트코 = ‘놀러 가는 곳, 보물 찾는 곳’
점점 높아지는 다이소나 올리브영의 인기를 보면 ‘목적 지향’의 쇼핑과 더불어 ‘발견 지향’의 쇼핑 흐름이 커지는 것을 체감합니다. 이른바 쇼핑이 ‘구경하는 것’, ‘놀러 가는 것’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이죠.
회원 수 10만 명을 보유한 ‘코스트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코사모)’ 네이버 카페에서, 회원들이 남긴 쇼핑 후기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말이 ‘코스트코 놀러 갔다 왔어요.’입니다. 또한 유튜브에 코스트코를 검색해 보면 많은 유튜버들이 코스트코에 ‘놀러 갔다’라고 표현하죠. 코스트코도 다이소, 올리브영처럼 많은 이들에게 점점 ‘놀러 가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느끼는 가장 큰 배경은 ‘큐레이션’입니다. 코스트코는 시즌 한정품을 판매하거나 해외 직수입 제품을 주기적으로 변경하며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협력 업체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꾸준히 들여오죠. 그래서 코스트코를 둘러보면 처음 들어본 브랜드, 처음 본 상품이 꽤 많습니다. 오랜만에 들르면 처음 발견한 신상이 많았다는 후기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구경하는 재미를 신상, 시즌 한정품, 해외 직수입 제품이라는 3가지 방향성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코스트코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는 ‘보물찾기’입니다. 코스트코 제품 중 ‘보물 같은’ 제품을 발견한 고객은 SNS에 입소문(버즈)을 일으킵니다. 이거 사봤는데 정말 만족했다, 이런 리뷰를 남기는 것이죠.
이를 본 사람들은 코스트코에서 해당 제품을 찾기 위해 이른바 ‘보물찾기’를 시작합니다. 스샷하거나 메모해둔 제품을 찾기 위해 코스트코를 뒤지기 시작하죠. 찾았는데 할인까지 하고 있으면 그만한 성취감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잘 샀다’ 라고 생각하며 코스트코 쇼핑에 대한 만족도가 확 올라가죠.
신상이 나오고 → 이를 발견한 누군가의 리뷰가 이어지고 →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코스트코에 몰려들며 ‘품절 사태’가 이어지는 흐름이 나오고 있다.
마치며
결국 지난주에도 코스트코에 다녀왔습니다. 매장별로 할인 여부와 취급 품목에 차이가 있어 이번에는 다른 매장에 들러봤는데요. 잠깐만 구경하고 나오려 했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푸드코트에서 피자를 사 먹었는데, 푸드코트를 즐기는 것도 코스트코의 재미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직접 코스트코의 회원이 되어 코스트코를 경험해 본 내용을 토대로, 어떻게 6조 매출을 거두는 오프라인 강자가 됐는지 살펴봤습니다. 요약하면 결국,
- 유료 멤버십을 통한 보상 심리
- 합리적인 가격
-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상품 경쟁력
- 구경하는 재미, 발견하는 재미
이 4가지가 코스트코에 점점 더 발길을 가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더불어 고객을 불러 모으는 오프라인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물론 코스트코 코리아가 풀어야 하는 시급한 숙제도 많습니다. 코스트코는 근로 환경 개선과 더불어 사회 공헌 활동이 미비하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죠. 최근에는 불량 제품 리콜이 이어지며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에 치명타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요.
사업이 성장하고 고객의 발길이 계속되는 만큼, 사회적 책임 역시 코스트코 코리아의 분명한 책무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 한순간에 외면받은 브랜드를 우린 수 없이 많이 목격했죠. 고객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 업계 2위 브랜드로 우뚝 성장하며 오프라인 강자로 자리 잡은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도 꼭 갖추길 기대해 봅니다.
원문: thinknote
참고
- 마트 덜 가는데 여긴 바글바글…트레이더스·코스트코, 붐비는 비결 (24.12, 한국일보)
- 고물가로 인기 더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코스트코·샘스클럽 ‘방긋’ (24.11, 비즈니스 포스트)
- 글로벌 리테일러 2위 COSTCO에서 배우는 장사의 비밀 (24.09, 로지브릿지 뉴스레터)
- 코스트코 성장의 비밀 (22.04, 포브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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