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릉 여행 때였습니다. 3박 4일 동안 10개가 넘는 소품샵, 카페, 서점, 식당 등에 들렀는데요. 그때 여러 가게에서 공통으로 목격된 한 가지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바로 카운터에 놓여있던 ‘결제 단말기’ 였는데요. 큰 디스플레이에는 가게마다 고유한 이미지가 나오고 있어 독특하다는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 가게를 갈 때마다 결제 단말기를 유심히 살펴보게 됐고, 그 결과 이 단말기가 점점 많이 보여 어떤 브랜드 것인지 궁금해졌죠.

자세히 알아보니, 이 결제 단말기는 다름 아닌 ‘토스 플레이스’에서 만든 결제 단말기였습니다. 토스의 자회사 ‘토스 플레이스’가 선보인 결제 단말기로, 이 단말기가 일명 ‘잘 나가는 가게의 필수템’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출시 2년 만에 10만 대가 보급됐고, 누적 결제액은 어느덧 1조 500억을 넘었다고 합니다. 경쟁사들이 가맹점 5만 곳을 만들기까지 짧게는 4년, 길게는 9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토스 결제 단말기를 사용하는 사장님들의 긍정적인 리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 MZ세대 자영업자들은 토스를 주로 쓴다는 리뷰부터 그동안 유료로 써야 했던 기능도 토스에서는 무료라 좋다는 언급까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MZ세대 자영업자들은 한달에 3만원~5만원씩 고정 지출 생기는 옛날 포스기 절대 안 쓰죠~ 토스 포스기가 자영업 포스계에 혁명을 일으킨 듯합니다. 너무 좋아요.
XX 사용하다가 이번에 음식점 개업하면서 토스포스로 넘어왔는데 이렇게 간편하다는 것에 놀람, 저렴하다는 것에 또 놀람…
기존 포스기에서는 쿠폰을 사용하려면 프리미엄 정액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결국 약정제랑 다를게 없더라구요. 친한 근처 사장님이 토스 알아보라고 해서 알아봤는데 다 무료더군요. 이렇게 만족도 높은 포스는 처음입니다.
사장님향 결제 단말기 판매 사이트 리뷰 (판매 사이트)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토스 결제 단말기는 어떻게 사장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지 말이죠. 지금부터 그 이유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카드 결제 단말기를 ‘고객 경험 접점’으로 보다
모든 사장님은 ‘고객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가게를 찾아오는 고객분들께 좋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시죠. 특히 가게를 막 창업하여 ‘단골’을 만들기 위해 고객 경험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부분이고요.
지금까지 우리가 가게 카운터에서 만난 ‘카드 결제 단말기’는 살짝 투박하고 삭막했습니다. 카드를 꽂는 경험, 서명하는 경험이 우리가 경험 했던 결제 단말기 경험인데요. 토스 플레이스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가게에서 결제하는 고객이 꼭 한 번은 만나야 하는 카드 단말기가 조금 더 ‘경험적’일 수 없을까?
그래서 토스 플레이스는 카드 결제 단말기에 ‘고객 경험’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가게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심플하고 아담한 디자인에, ① 결제할 때는 결제 내역을 고객 방향으로 알려 주기 ② 평소에는 가게 홍보 이미지를 노출해 브랜딩에 도움이 되기 ③ 잠시 주문받기 어려울 때는 키오스크로 변신해 고객 주문 받아 주기 ④ 결제와 동시에 포인트 적립이나 스탬프 적립이 될 수 있도록 하기 ⑤ 쿠폰 등을 발행해 고객 관리하기 등이 고민 끝에 나온 결제 단말기의 색다른 ‘고객 경험’입니다.




그야말로 ‘결제’만 가능하던 실용 지향적 단말기에서 경험 지향적으로 바뀐 ‘결제 단말기’는 고객 경험을 높여주는 요소가 됐습니다. 그 결과 사장님들은 고객 경험을 강화 시켜주는 토스 결제 단말기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도입을 희망하게 됐습니다.
‘포스 기계’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가게 카운터에서 ‘결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포스기’이고 다른 하나는 ‘결제 단말기’죠. 가게 사장님이 메뉴, 앉은 자리 등을 화면에 찍는 것이 ‘포스기’이고 카드를 꽂아 결제 하는 것이 ‘단말기’입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와 실용성을 위해 태블릿이나 노트북 등 간소한 장비로 포스기를 이용하고 싶은 사업자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게인 경우, 카운터를 넓게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간소한 카운터에 관한 니즈가 높습니다. 또한 디자인과 감성에 민감한 젊은 사장님들은 깔끔하게 카운터를 운영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요.

그런 사업자를 위해 토스는 ‘포스 프로그램’을 무료로 오픈하고 있습니다. 카드 결제망을 제공하는 VAN사 대리점을 통해 카드 결제 단말기만 구입하여 카드 가맹점으로 전산 등록하고, 포스 프로그램은 사장님이 원하는 하드웨어로 사용하면 카드 결제가 가능하죠. 모든 운영체제에서 호환되고, 특히 태블릿용 프로그램도 별도로 갖추고 있습니다.

이 토스 포스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습니다. 1년에 72가지 이상의 기능이 업데이트 될 정도로 꾸준히 고도화되고 있고, 토스앱처럼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성을 가지고 있어 따라하기 쉽다는 사장님이 많습니다. 새로운 알바생이 왔을 때 포스 프로그램을 가르치는데 시간을 많이 쏟지 않아 좋다는 평도 있고요.
저도 포스 프로그램의 사용성이 궁금해 다운받아 사용해보았는데 빠르게 실제 운영 환경처럼 세팅해 볼 수 있었습니다. 포스 기계를 별도 구입할 필요 없이 ‘결제 도구’만을 갖추고 싶은 사장님을 타깃으로 삼아 보급처를 늘린 전략이 통했습니다.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시장에 침투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포스 기계와 결제 단말기가 함께 필요한 사장님 니즈도 존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위에서와 동일하게 카드 결제망을 제공하는 ‘VAN사 대리점’에 연락해야 하는데요. VAN사 대리점이 단말기 제조 업체로부터 단말기를 수급하여 가게에 설치해주면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죠.
이런 구조로 인해 ‘포스 기계’와 ‘카드 결제 단말기’는 전적으로 VAN사 대리점에 의해 결정됩니다. 결제 건당 수수료가 주 수익원인 VAN사 대리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장님을 모객하기 위해 ‘포스기 세트’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합니다. 가격 경쟁력을 높여 더 많은 사장님이 우리 대리점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기존의 결제 단말기가 9~10만원에 공급했다면, 현재 토스의 결제 단말기는 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현재 3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급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토스 결제 단말기 정가는 디스플레이와 전면 카메라 등의 스펙으로 기존 결제 단말기보다 비싼 20만원 후반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토스 플레이스가 과감한 프로모션 정책을 취하면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토스 결제 단말기’가 많은 포스기 세트 라인업에 들어가게 되었고, 토스 결제 단말기를 사용하는 곳이 늘어나게 됐죠.

그럼 ‘토스 플레이스’는 어떻게 돈을 벌까?
그럼 이쯤 궁금해집니다. 토스 플레이스는 왜 이토록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시장을 선점하려고 하는지 말이죠. 토스 플레이스가 가장 욕심 내는 것은 바로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입니다. 온라인 시장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는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결제액은 상당합니다. 2023년 기준 온라인 거래액은 229조 원에 달했지만, 오프라인 거래액은 509조 원을 기록했죠. 오프라인 거래액이 온라인의 2배에 가까운 것입니다.
이 오프라인 데이터를 획득하기 위해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포스 프로그램 사용 확대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결제 단말기와 포스 프로그램에는 그야말로 가게의 ‘판매’ 데이터가 모두 있습니다. 매출 현황, 인기 메뉴, 시간대별 주문 현황, 결제 수단 현황 등이 모두 기록되죠. 지금 당장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데이터’는 중요한 비즈니스 자원이 되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데이터 획득을 통해 토스 플레이스는 최근 카드사의 신사업으로 떠오른 ‘데이터 사업’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대카드는 수년 전부터 ‘데이터 사이언스’를 모토로 현대카드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 및 기관에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데이터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토스 플레이스도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통해 이와 비슷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죠. 오히려 복수 카드사의 결제 데이터를 한 번에 획득할 수 있으니 카드사 한 곳이 획득한 데이터보다 더 많을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창업 솔루션 사업을 전개하면서 “강남역 카페의 평균 테이블 회전율은 1.5시간이며, 인기 메뉴는 라떼입니다.”와 같은 인사이트를 예비 창업자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일반 기업 대상으로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특정 지역의 소비 패턴, 업종별 최근 매출 흐름 등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B2B 서비스도 가능하고요.
또한 본체인 ‘토스’와의 연계를 통해 신용 평가 모델을 고도화하는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상 공인 사장님들이 토스 포스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할수록 소상공인(SME) 신용 평가 모델을 고도화할 있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소상 공인 대상의 대출 상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죠. 예를 들어 매출 흐름을 분석하여 “월 매출 3천만원 이상 가게를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과 같은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토스의 결제 데이터 ‘완전체’ 기반이 마련된 점도 포인트입니다. 토스는 이미 ‘온라인 결제 데이터’를 확보 중입니다. 자회사 ‘토스 페이먼츠’를 통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전개하여 온라인 결제 데이터를 획득하고 있죠. 온라인에서 카드 결제할 때 뜨는 창이 바로 PG 서비스입니다. 그럼 비게 되는 것이 ‘오프라인’인데, 그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는 ‘토스 플레이스’ 사업으로 획득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토스의 큰 그림인 ‘온·오프라인 결제 데이터 완전체’의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결국 토스 플레이스가 원하는 것은 ‘데이터’이고, 이를 획득하기 위해 오프라인 가게에 침투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QR 코드로 가게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토스 오더’를 본격화하고, 토스 페이먼츠와의 협업을 통해 편의점 등에 ‘페이스 결제(안면결제)’를 도입하는 것도 모두 일맥상통한 흐름으로 볼 수 있고요. 일상에서 발생하는 결제 데이터를 사로 잡으려는 토스의 ‘큰 그림’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가게 사장님들의 필수템이 되어가는 토스 플레이스의 결제 단말기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토스 플레이스는 고객 경험을 높이고 싶은 가게 사장님들을 위해 투박하고 평범했던 ‘카드 결제 단말기’에 새로운 변화를 줬습니다.
우선, 가게 인테리어 및 감성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에 힘 썼습니다. 그리고 큰 디스플레이를 도입해 ‘고객 접점 매체’로 자리 잡도록 했습니다. 결제 시에는 결제 내역이 보이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홍보 매체’가 됐습니다. 주문을 바로 받기 어려운 바쁜 상황에서는 키오스크로 변신하여 1인 몫을 해내는 알바생이 되기도 하고, 고객 관리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존 생태계에 빠르게 침투하기 위해 1) 카드 결제 단말기만 구매하고 포스 프로그램은 직접 설치해서 사용하는 그룹을 겨냥해 토스 포스 프로그램을 고도화했고 2) 포스 기계와 결제 단말기가 함께 필요한 그룹을 위해서는 파격적인 프로모션 정책을 전개해 VAN사 대리점이 사장님을 ‘영업’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사례를 살펴보면서, 카드 결제 단말기와 포스 프로그램이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결제 단말기는 수 십년 가까이 그대로여야 할까?’ ‘왜 포스 프로그램은 더 직관적이고 쉬울 수 없을까?’ ‘1인 가게가 많아지는 요즘 결제 단말기와 포스 프로그램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이런 질문 끝에 나온 결과물을 살펴보며, 뻔할 수 있는 것에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토스 플레이스의 과감한 프로모션 정책이 언제까지 전개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습니다. 토스 플레이스는 2024년 한 해에만 약 53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인데요. 모회사 토스가 자금을 지속적으로 수혈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죠. 토스 플레이스는 올해부터 수익 모델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지만 후발 주자로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사장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제 단말기와 포스 프로그램의 사용성, 그리고 기존 플레이어를 활용한 영업 전략이 현재의 ‘급성장’을 만들었지만, 오프라인 결제씬을 사로잡는 진정한 ‘메기’가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 싶습니다.
이 콘텐츠는 토스 플레이스와 무관하게 작성된 주관적 관점의 글이며 브랜드 입장과 무관합니다.
원문: 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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