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Tue, 15 Jul 2025 03:21:49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커리어에서 실패는 그저 한 포인트일 뿐이다 https://ppss.kr/archives/263974 Tue, 15 Jul 2025 03:19:57 +0000 http://3.36.87.144/?p=263974 지금은 은퇴했지만 여전히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는 2024년 다트머스 대학 졸업 연설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테니스에서 완벽함은 불가능하다.
in tennis, perfection is impossible.

테니스에 국한되지 않고 커리어와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한참 곱씹어볼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의 실패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실패를 피하려고 지나치게 조심한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꽤 오랜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우아한 테니스를 구사했고 은퇴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페더러의 ‘테니스 강의’를 통해 커리어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자.

 

1. 노력 없이 이뤄지는 것은 신화다

“Effortless”… is a myth

나를 포함하여 페더러의 플레이를 보고 테니스를 시작한 동호인들이 많다. 그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우아하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일부는 페더러가 상대 선수에 비해 치열하게 뛰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실제 경기 영상을 보면 상대 선수는 땀범벅인데 페더러는 호흡조차 흔들리지 않을 때가 있을 정도다.

“땀 한 방울 안 흘리네!” “진심으로 하는 거 맞아?” 같은 말을 들을 때면 답답했어요. 사실은요, 그렇게 ‘쉬워 보이게’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거든요. (…)

제가 각성하게 된 계기는 커리어 초반 이탈리아 오픈에서 상대 선수가 공개적으로 제 멘탈을 지적했을 때였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죠. “로저는 경기 시작 후 두 시간까지만 우승 후보고, 그 이후엔 내가 우승 후보야”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도를 이해하게 됐죠.

모든 선수는 경기 초반 두 시간 동안은 잘할 수 있어요. 체력도 있고, 속도도 있고, 정신도 맑죠. 하지만 두 시간이 지나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훈련된 마음가짐이 흔들리기 시작해요. 그때 깨달았어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구나!

그 후로 페더러는 훈련량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결국엔 옆에서 봤을 때 힘 안 들이고 이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대회 전 워밍업을 할 때도 너무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들을 정도인데 실은 대회 전에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워밍업은 여유 있게 할 수 있었다.

비결은 그저 연습 / 사진: UnsplashPrashant Gurung

학창 시절에 이런 친구가 꼭 한 명씩 있다. 분명 놀 때 항상 내 옆에 있었는데, 성적은 늘 저기 윗동네에서 노는 그런 친구 말이다. 집에 돌아가면 180도 돌변해 집중력 있게 공부해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친구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신입 시절 입사 동기 서른 명이 처음엔 다 도토리 키 재기처럼 보였다. 그런데 딱 5년이 지나자, 다른 동기들이 도저히 앞지를 수 없는 동기들이 몇몇 생겼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비결은 페더러처럼 연습량에 있었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퇴근 후 신혼집이 아닌 대학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이 생활을 2년 가까이 했더니 목표를 이루게 됐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왔고 회사에서도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시샘하는 동기들은 내가 운이 좋았다고 치부했다. 이들은 절대 모른다.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보다 몇 배 더 땀 흘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진짜 믿음이다. 페더러에게 2003년이 바로 그런 시기였다.

ATP 파이널이었죠. 상위 8명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였어요. 그곳에서 제가 존경하던 최고 선수들을 이겼어요. 그들의 ‘강점’을 정면으로 파고들어서요.

전엔 그들의 강점을 피하려 했어요. 포핸드가 강한 선수면 백핸드 쪽으로만 공을 보내려고 했고요. 하지만 그때부턴 정반대로 했어요. 베이스라인 플레이어는 베이스라인에서, 공격적인 선수는 더 강하게 공격해서, 네트를 자주 오르는 선수는 제가 먼저 네트를 점령해서 상대했어요. 리스크가 있는 전략이었죠.

그럼에도 그렇게 한 이유는? 제 플레이의 폭을 넓히고, 옵션을 늘리기 위해서였어요. 강점이 하나 무너져도 버틸 무기가 남아 있게 하려는 거죠. 그렇게 경기력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 승리는 상대적으로 쉬워요.

하지만 때로는, 그냥 완전히 무너진 것 같은 날도 있어요. 허리가 아프고… 무릎도 쑤시고… 감기 기운이 있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도 있죠. 그런데도 이기는 법을 찾아내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날의 승리가 진짜 자랑스러운 승리예요. 왜냐하면 자신이 최상의 상태일 때만이 아니라, 최악의 순간에도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하니까요.

노력과 도전이 반복되고 그 경험이 쌓이면서 스스로에게 진짜 믿음이 생긴다. 재능을 탓할 필요는 없다. 페더러 역시 재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재능은 타고난 것이 아닌 버티는 것이다.

테니스든 인생이든, 자기 절제도 재능이고, 인내도 재능이에요. 스스로를 믿는 것도 재능이에요. 과정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사랑하는 것, 그것도 재능이에요. 자기 삶을 관리하는 것,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 그것 역시 재능이 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걸 타고나지만, 누구나 노력해서 길러야 해요.

갑자기 대학 시절 동기가 떠오른다. 운동 신경이 전혀 없던 친구였는데 희한하게도 축구 동아리에 들었다. 포지션은 수비였고, 초반에는 선배들로부터 정말 많이 혼났다. 발도 느리고, 축구 센스도 없으니 상대편 입장에선 제치기 쉬운 상대였다. 그런데 매주 연습에 나왔고 시합을 뛰었다.

그렇게 3년 정도 했을까? 이제는 상대 공격수가 가장 질려하는 수비수로 변신해 있었다. 축구 센스는 여전히 부족했지만 3년 내내 공격수를 막는 연습을 했다 보니 절대로 상대 공격수를 놓치지 않는 질식 수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본인이 전담한 공격수가 절대로 공을 쉽게 만지지 못하게 했다.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연습하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던 또 다른 재능이 있었다.

타고난 재능이 없는 대부분의 우리에게 노력은 디폴트다. 괜한 요행을 바라지 말고 부단한 노력으로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자.

 

2. 그저 한 포인트일 뿐이다

It’s only a point

테니스에서 ‘완벽’은 존재하지 않아요. 제가 프로 통산 1,526번의 단식경기를 했는데, 그중 약 80%를 이겼어요. 여기서 여러분에게 퀴즈 하나, 그 경기들에서 제가 이긴 포인트 비율은 몇 퍼센트였을까요? 단 54%. 즉, 세계 1위 선수조차 경기 중 포인트의 절반 정도밖에 못 이긴다는 거예요.

경기에서 두 번 중 한 번은 포인트를 잃는다면, 매 샷에 집착하는 법을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법을 배워요. “오케이, 더블 폴트 했어. 한 포인트일 뿐이야.” “네트로 나갔다가 또 뚫렸어. 한 포인트일 뿐이야.” 심지어 ESPN 탑10에 나올 만큼 멋진 백핸드 스매시를 성공시켜도… 그것도 단 하나의 포인트일 뿐이에요.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요. 경기할 때는, 그 순간의 포인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그게 끝났다면, 이미 지나간 일이죠. 이 마인드셋이 정말 중요한 게, 그래야만 다음 포인트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어요.

테니스 황제로 불렸던 페더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전체 포인트 중에 겨우 절반 조금 넘게 이겼을 뿐이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테니스는 랠리를 하다가 포인트를 4번 먼저 이기면 1게임을 획득하고, 그렇게 6게임을 먼저 이기면 1세트를 따게 된다. 치열하게 포인트를 주고받다가 상대보다 조금 더 이기면 게임을 따고, 게임도 엎치락뒤치락하다가 6게임에 먼저 도달하면 1세트를 이긴다. 세트도 먼저 1세트를 내줘도 남은 2번의 세트를 모두 이기면 역전할 수도 있다.

결과는 ‘승리’라는 두 글자로 짧지만, 그 과정은 치열한 포인트 공방전 끝에 페더러조차 100번에 54번 정도 포인트를 획득해 승리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한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에너지만 낭비하게 해요. 진짜 챔피언의 증거는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능력이에요. 그걸 마스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든 포인트를 이겨서 1등 하는 게 아니에요. 그들은 질 거란 걸 알고도 계속 도전하는 사람들이에요. 그걸 견뎌내는 법을 배운 사람들이죠.

패배를 받아들이고, 필요하다면 실컷 울어요. 그리고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요.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요. 집요하게, 유연하게, 끊임없이 성장하세요. 더 열심히. 더 똑똑하게.

우리는 패배를 더 많이 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패배의 순간에 다음 포인트를 얻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성장이 있고 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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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로 건너온 지 4년이 조금 넘었다.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았던 4년이었다. 이전까지 쌓아왔던 커리어는 1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당연했던 결과다. 캐나다에 온 첫해 제일기획 캐나다법인과 프로젝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을 꾸리는 프로젝트였고, 잘된다면 계속 함께할 기회까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 프로젝트로 끝났다. 한국에선 조금은 알아줬는데, 머나먼 이국에선 매 순간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다.

패배의 숫자를 더해가던 때 10년 전 컨설팅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실리콘밸리 지인으로부터 스타트업 합류 제의를 받았다. C레벨도 탄탄했고, 팀원들 면면도 훌륭했다. 재택근무 조건이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전략, 마케팅, 영업까지 다방면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패배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비즈니스 모델이 빛을 보기엔 당시 시장이 생각만큼 커지지 않았다. 결국 회사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그래도 한 가지 잘한 게 있다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 지인들에게 투자자를 소개받기 위해 연락했다는 것이다. 이게 계기가 돼서 한국 시장을 우선으로 해서 미국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에 CBO로 합류했다. 임원으로 일한 경험은 있었지만 작은 스타트업이어도 C레벨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바로 찾아온 투자 한파로 스타트업 시장이 위축되고 가장 중요한 수익화에 실패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게 2년 반 전의 일이다.

거기에 더해 캐나다 정부에서 이민 친화 기조를 바꿨다. 비자 연장도 영주권 취득도 몇 배 어려워졌다. 이후로도 숱한 패배를 했다. 그래도 한 번도 낙담하거나 고개 숙이지 않았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패배주의에 젖어 가만히 있으면 그때야말로 정말 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몸을 쓰는 일 중에 가장 잘하는 테니스를 활용할 수 있는 코치 자격증에 도전해 성공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찾아주는 개인 코치가 됐다. 다만 1년 중 절반이 겨울인 캐나다이기에 겨울 시즌이 비수기라는 단점이 있었다. 그 와중에 캐나다 현지 회사에 계속해서 지원해 봤지만 결과는 역시나 패배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스타트업에서 함께 일했던 대표님이 제안해 준 AI 트레이너 일에 도전하게 됐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테스트에 바로 합격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꽤 기적 같은 일이었다. 프로젝트 양이 들쑥날쑥한 단점이 있지만 재택으로 할 수 있고 많이 벌 때는 임원 했을 때만큼 벌기도 한다. 그 와중에 아내는 학업을 마치고 1년 반 째 안정적으로 캐나다 회사를 다니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누군가 앞으로 승리와 패배 중 뭐가 더 많을 거 같냐고 물어본다면 망설임 없이 ‘패배’를 택할 것이다. 당장 이번 주에 쓰라린 패배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괜찮다. 다시 더 좋은 방향과 결정으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최근 어머니와 통화할 일이 있었다. 나보다 더 내 걱정을 하시는 어머님께 진심으로 말씀드렸다.

엄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3. 인생은 코트보다 더 크다

Life is bigger than the court

테니스 코트는 생각보다 작은 공간입니다. (…) 세상은 그보다 훨씬 넓죠.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테니스가 저에게 세상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세상이 될 수는 없다는걸요. (…)

남아프리카 출신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아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돕는 재단을 만들게 됐어요. 유아 교육은 스위스 같은 나라에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75%의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지 못합니다. (…) 저희는 지금까지 약 3백만 명의 어린이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했고, 5만 5천 명 이상의 교사들을 훈련시켰어요. 정말 영광스러웠고, 동시에 겸허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맞설 수 있었던 건 영광이었고, 그 복잡함을 깨닫게 된 건 겸허함이었죠. (…)

여러분은 줄 것이 참 많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좋은 영향을 남기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삶은 정말 테니스 코트보다 훨씬 더 크니까요.

외노자의 삶이고 두 자녀를 키워야 하다 보니,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되어 살아간다. 그래서 그보다 더 큰 ‘인생’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살고 있다. 마음 한 구석에선 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고 삶을 살고 싶고, 나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

직장인의 삶은 도긴개긴이다. 20대도 40대도 그 나름의 고충이 있으며,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개인이 먹고살기 힘든 건 별반 다를 게 없다. 높이 올라갈수록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 너무 매몰되진 말자. 그러기엔 우리 각자가 너무 괜찮은 사람들이다. 어떤 모습으로든 누군가에겐 최고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혼자로는 힘들어도 함께 했을 때 한 사람의 인생에 희망 한 줌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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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브런치 구독자 대상으로 커피챗을 진행했던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비록 누구를 도울 여유조차 없는 절박한 상황이더라도 더 절박한 사람, 당장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순간순간마다 정말 절묘하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게 없었다면 아찔할 뻔했던 순간이 정말 많았던 나다.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누군가를 도울 여력이 있다면 없는 자리도 만들어서 돕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캐나다에서도 구상하고 있는 도움의 형태가 있다. 생존에 숨이 헉헉거리더라도 꼭 해보려고 한다.

각자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그려진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거기에 어울리게 인생을 좀 더 다채롭고 따뜻하고 아름답게 덧칠해 보자. 인생은 코트보다 더 크고, 사무실보다 더 넓고, 현장보다 활발한 곳이다.

 

마치며

패배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다. 대신 한 포인트일 뿐이라는 마인드로 훌훌 털고 일어나 다음 포인트를 준비하자. 한 포인트를 얻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질 만큼 부단히 연습하자. 그러면 100번에 51번 정도 이기는 인생이라는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원문: Mark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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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의 말하기 습관 3가지 https://ppss.kr/archives/270014 Mon, 14 Jul 2025 04:51:46 +0000 https://ppss.kr/?p=270014

그 사람은 일을 참 잘해.

회사에서 이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말하는 습관’이다.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말하는 방식에도 특징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처음엔 일을 잘 못하던 사람도 이런 말하기 습관을 꾸준히 연습하면서 점차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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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세 가지 습관 말하기를 소개한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당신도 당장 말투부터 바꾸어 싶어질지도 모른다.

 

1. 우리가 빼먹은 게 뭐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질문

어느 회의에서 ‘애자일 조직문화’를 전사적으로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 실무자가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우리회사와 유사 업종 30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25개 기업이 애자일을 도입한 후 업무 효율과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우리도 도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보고 이후 어떤 질문들을 할까?

그 30개 기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죠?” / “우리가 그들과 유사한가요?” / “나머지 5개는 왜 실패했나요?”

대부분의 질문은 보고자가 제시한 내용이 맞고 틀린지에 대한 것이다. 물론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빠져 있다.

애자일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성과를 낸 회사도 있지 않나요?

이 질문이야말로 애자일 도입과 성과 향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질문이다. 만약 애자일을 도입하지 않았음에도 성과를 낸 회사가 많이 있다면 애당초 애자일 도입과 업무 성과는 인과관계 자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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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는 존재하는 것에는 집중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는 쉽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가시성 편향(visibility bias)이라고 부른다. 눈에 보이는 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보이지 않는 가능성은 간과하는 인지적 오류이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가 빼먹은 게 뭐지?

지금 논의에서 빠진 요소는 없을까?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말로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이 질문 하나가 팀의 사고 수준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2. “팀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공을 나누는 말하기

일 잘하는 사람들이 칭찬을 받았을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다 팀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도움을 실제로 받았든, 받지 않았든 관계없다. 이 말이 목적은 공을 위로 올리는 것이다. 기업 교육에서 만난 수많은 임원들이 후배들에게 비법을 한 가지만 알려 줘야 할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조직 내에서 빨리 성장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직속 상사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상사를 성공시킨다는 것이 뭘까? 나의 팀장이 상무님께 또는 본부장님께 인정받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시하는 것을 이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추가적으로 더 실행해서 보고할 만한 것은 없을까?’,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만한 것은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업무를 성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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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받은 뒤에는, 이렇게 말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팀장님이 큰 방향을 잡아주셔서 그럴 수 있었습니다. 저는 팀장님이 지시하신 걸 잘 따랐을 뿐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전략적 언어습관이다.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그 욕구를 타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채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인정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3. “한번 해보겠습니다”: 기회를 잡는 말하기

일을 잘하는 사람의 마지막 특징이 있다면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옆에서 보기에 그럴듯한 일이 있지만, 반면에 ‘내가 이런 걸 하려고 그 많은 돈을 들여서 대학을 졸업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신입사원들은 “저는 상품 기획하러 왔습니다.” “저는 사업을 만들려고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오타를 체크하고, 단체메일을 보내고, 비품 운반하는 등의 일은 너무 단순해서 자신이 해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일이 주어져도 그것을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 판단하지 않는다. ‘이 일이 팀에 도움이 되고, 조직에 필요한 일인가?’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대부분 “한번 해보겠습니다” 라는 말로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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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낯설고, 어려워 보이고, 실패 가능성이 높을 때 일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이 일은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는 기회다’라는 성장 마인드셋으로 말한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마치며

일잘하는 사람의 말하기 습관을 정리하면 이렇다.

  1. “우리가 빼먹은 게 뭐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질문한다.
  2. “팀장님 덕분입니다” 공을 나누는 말로 신뢰를 쌓고 기회를 만든다.
  3. “한번 해보겠습니다” 두려움보다 성장을 선택한다.

말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결국 평가도 달라진다. 아직 일에 자신이 없다면, 우선 말하는 습관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

원문: 장철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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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만큼 무서운 “보어아웃” https://ppss.kr/archives/267210 Thu, 10 Jul 2025 04:07:32 +0000 http://3.36.87.144/?p=267210 “업무 자율권을 부여했는데도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면 ‘보어아웃(Boreout)’을 의심해야 한다.”

보어아웃은 2007년 스위스 비즈니스 컨설턴트 필리페 로틀린과 페터 베르더가 함께 쓴 책, 『보어아웃: 일하지 않고 월급만 받는 직장인 보고서』를 통해 처음 소개돼 세상에 알려졌다. ‘번아웃(Burnout)’이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다 정신적, 육체적 피로로 인해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한다면 ‘보어아웃’은 지루함과 단조롭게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 의욕을 상실하는 현상을 말한다.

출처: https://www.firstbeat.com

‘보어아웃’ 상태라면 회사를 왜 다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일에 의미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퇴근 후에는 더욱 예민해지고 짜증만 늘어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곤 한다. 보어아웃 연구자들은 조직 내 보어아웃에 빠진 사람들이 업무시간에 온라인 쇼핑이나 동료와의 잡담 등 업무 외 활동으로 시간을 주로 보내는 것이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무기력에 대응하는 방어기제라고 말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보어아웃’을 경험하고 있는 직장인이 많다. 2020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82명을 대상으로 ‘보어 아웃’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1%(321명)가 보어 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과장급(42.6%), 사원급(39.5%)보다 대리(45.1%)급에서 보어 아웃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보어 아웃을 경험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ㆍ동기부여가 없어서(35.2%) ▲능력에 비해 쉽고 단조로운 업무만 맡아서(34.9%)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서(34.9%)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일이 너무 없어서라고 답한 이도 16.2%나 됐다. ‘조용한 사직(Quite Quitting)’과 더불어 ‘보어아웃’은 현대 직장인들에게 하나의 신드롬이나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일이 없으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프랑스 EM 리옹 경영대학원(EM Lyon, Ecole Management de Lyon) 로타 하르주(Lotta Harju)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 무력감은 스트레스 수치를 높이고, 건강을 악화시키며 우울증과 불안 지수를 악화시킴과 동시에 두통과 불면증 같은 증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번아웃에 빠진 직장인들은 실제 직장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보어아웃에 빠진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스트레스에 빠진 척 연기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출처: Peter John K의 Medium

‘보어아웃’의 주요 증상으로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루함’, ‘자기 발전과 성장의 위기’, ‘일의 의미에 대한 위기를 들 수 있다. 보어아웃 진단은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교(Technische Universität Darmstadt) 마케팅 및 HRM학과 루트 마리아 스톡(Ruth Maria Stock) 교수가 개발한 문항이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척도 타당화를 거친 한국어 문항을 찾지 못해 우선 내가 번역한 문항을 아래에 소개한다.

아래 진술에 동의하는 정도를 5점 만점으로 표시하시오.

1. 전혀 그렇지 않다 2. 약간 그렇지 않다 3. 보통이다 4. 약간 그렇다 5. 매우 그렇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루함(Job boredom)

  1. 나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지루함을 느낀다.
  2. 나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내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3. 나는 내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4. 나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좌절감을 느낀다.

일의 의미에 대한 위기(Crisis of Meaning at Work)

  1. 나는 내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2. 나는 내 일에서 어떤한 의미도 찾기가 어렵다.
  3. 나는 내 일에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롭다.
  4. 나는 내 일의 의미를 생각할 때 공허함을 느낀다.

자기 발전과 성장의 위기(Crisis of Growth at Work)

  1. 내 직업은 나에게 개인적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준다(r).
  2. 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무언가를 성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r).
  3. 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발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r).
  4. 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r).

(r)은 역문항으로 6점에서 응답한 점수를 뺀 점수를 기준으로 한다.

  •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루함’의 경우 평균 4.4 이상이면 직무를 수행하면서 지루함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고, 2 ~ 4.3이면 보통, 1.9 이하라면 지루함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 ‘일의 의미에 대한 위기’의 경우, 평균 4.3 이상이면 위기감이 높은 수준, 1.9~4.2라면 보통, 1.8 이하라면 위기감이 낮은 수준이다.
  • ‘자기 발전과 성장의 위기’의 경우, 평균 4.5 이상이면 위기감이 높은 수준, 2.2~4.4는 보통, 2.1 이하라면 위기감이 낮은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이 셋의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보어아웃’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데, 스톡 교수가 최근 연구에서 매장 영업 직원들 중 ‘보어아웃’을 경험한 사람의 경우 업무 자율권이 높아져도 오히려 더 ‘보어아웃’이 심해지고 ‘고객 중심적 행동’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눈에 띈다. 리더가 직무 자율성을 부여할 경우, 이미 ‘보어아웃’을 경험하고 있는 직원들은 그 직무에 흥미가 없다는 사실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age by freepik

‘번아웃’과 달리 ‘보어아웃’은 숙달이나 고객과의 사회적 경험을 통해 얻는 자원의 효과가 아예 없거나 크지 않았다. ‘번아웃’은 사회적 지지나 지원이 직무 자원(job resources)으로서 잘 작동하는 반면, ‘보어아웃’의 경우, 이미 업무에서 의미감을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적 지지로는 자원 회복 효과가 제한적이다.

결국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목적과 의미감을 되찾는 노력, 혹은 다른 직무를 통해 의미감을 발견하는 시도가 ‘보어아웃’에 더 효과적인 대응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잡 크래프팅’과 ‘성장 마인드셋’이 ‘보어 아웃’에 효과적인 대응 기제가 될 것으로 본다.

한편으로 ‘보어아웃’에 빠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직무 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직무 적성 검사는 전통적으로 Holland의 RIASEC 모델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엔 직무 적성의 타당도와 신뢰도가 대폭 개선된 SETPOINT 모델이 등장해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SETPOINT모델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상태인데, 조만간 브런치를 통해 SETPOINT 모델을 RIASEC과 비교해 설명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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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는 얼마나 쉬운가, 실천에 비해서는 https://ppss.kr/archives/266458 Wed, 09 Jul 2025 03:17:28 +0000 http://3.36.87.144/?p=266458 글을 쓰며 살고 책도 몇 권 냈으니 누군가의 출간 소식은 귀에 크게 들린다. 비슷한 모양의 고민을 하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눈을 활짝 뜨고 지켜보게 된다. 얼마 전 ‘본인이 출간에 관심 있고, 책을 내기 위해 이런 노력 중이다’라고 쓴 글을 본 적 있다. 그 글 아래로 이런 댓글이 달렸다.

책은 개나 소나 내냐?

흔한 패턴이다. 댓글의 주인공은 역시나 익명의 비공개 계정이다. 온라인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악플이었다. 이제는 그 어떤 타격감도 주지 않고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닳고 닳은 댓글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출처: freepik

물론 나를 향한 것도 아니었다. 글쓴이를 향한 댓글은 부메랑처럼 내게도 날아들었다.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키우던 몇 년 전의 내게 하는 말처럼 들려서였다.

그 시절, 책 내고 싶어하던 개나 소나 중 나는 개일까? 소일까? 덩치가 작으니까 소보다는 개 쪽이 더 어울리겠군. 아니야, 강아지 같은 발랄함은 없으니 미련스러운 소 쪽인가?

전공자도 아니라 전문 지식도 없는데 글을 쓰겠다고, 책 내고 싶다고 까불었다. (정규 교육 국어 과목을 제외하면) 글쓰기를 돈 주고 배운 적도 없으니 근본 없이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쓴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나무야 미안해!’라고 외치고 싶을 수도 있는 책을 3권이나 냈다. 내가 아는 사람에게도 또 내가 모르는 사람 눈에도, 나는 책 낸다고 깝죽거린 개이거나 소일 거다.

단순히 글쓰기나 책을 내는 일뿐 아니다. 누군가의 노력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있다. 이룬 결과를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보지 않은 일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마치 이솝 우화 속 “저 포도는 분명 셔서 맛이 없을 거야”라고 말하고 돌아서는 여우처럼. 말 한마디로 어렵게 용기 낸 사람의 의지와 멘털을 가루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사람은 선의에도 걸려 넘어질 수 있다고 했던가? 그러니 냉소는 얼마나 빛의 속도로 사람을 자빠뜨릴까?

무언가 새로운 걸 할 때는 생각보다 낯이 두꺼워야 한다. 그 뻔뻔함의 속에는 그 어떤 평가도 감수할 단단한 마음과 무반응의 지루함을 견뎌낸 지구력이 포함되어 있다. 쓰리고 아픈 말이 귓가를 스치고 속을 뒤집어 놔도 휘둘리지 않고 귀 막고, 눈 감고 뚜벅뚜벅 가는 사람이 보통 결과를 얻는다.

출처: freepik

하지만 냉소는 쉽다. 결과를 얻는 건 어렵다. 냉소는 편하고, 노력은 힘들다. 바라는 결과를 얻으면 좋겠지만 원하는 결과가 아니어도 망한 게 아니다.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 생긴다. 생이 끝나지 않고 살아가는 한 완벽한 실패는 없다.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
읽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왜 써?
오래 해도 살도 안 빠지는 요가를 왜 해?
영상으로 요약된 거 보면 되지 시간 아깝게 책은 왜 읽어?
딱히 반응도 없는데 해봤자 뭐 해?

냉소에 젖다 못해 절여져 있던 시절, 나를 지배했던 생각이다. 내 가능성을 셀프재단하고, 미래의 나를 우울로 멱살 잡고 끌어들이는 줄도 모르고 냉소에 취해 살았다. ‘성공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냉소는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었다.

눕고 싶고, 한없이 뒹굴거리고 싶은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건 누가 알아주길 바라서가 아니다. 남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가 변하는 게 느껴져서다. 냉소에 취해 사는 사람을 만날 때면 딱히 말을 얹지 않는다. 냉소 충만한 사람의 귀에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으니까.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생각한다.

네, 의견 잘 들었고요. 저는 제 갈 길 갈게요. 할 일이 많아서 이만.

원문: 호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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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이불킥’을 하게 되는 심리학적 이유 https://ppss.kr/archives/269742 Thu, 03 Jul 2025 04:04:26 +0000 https://ppss.kr/?p=269742 “피카츄 좋아하세요? 저 피카츄 닮았단 소리 많이 듣거든요. 방전된 버전으로요.”

밤에 불을 끄고 이불을 덮은 채 누워 있으면 대체 왜 그때 그 말을 했는지가 갑자기 떠오른다. 과거, 소개팅에서 분위기 띄워보겠다고 꺼낸 실없는 개그를 말한 그 순간, 상대방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0.3초간 정적이 흐른 뒤 물 한 모금 마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날 이후 연락은 끊겼고, 그 장면은 지금도 불쑥 떠오른다.

또는 친구와의 대화에서 너무 오버하다가 “넌 진짜 안 웃겨, 알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불을 힘차게 걷어찬다. 바로 ‘이불킥’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아마 누구나 흑역사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문득 밤에 이불 속에 들어갔는데 그 흑역사가 재생되는 바람에 이불을 걷어찬 경험 또한 말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아는가? ‘이불킥’에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심리학적인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불킥을 대체 왜 하는 걸까?

이불킥은 대부분 밤에 찾아온다. 왜 그런 걸까? 낮 동안 사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바쁘다. 스마트폰 알림·업무 일정·사람들과의 대화·길거리 소음·광고 배너·밀려오는 카카오톡 메시지들까지. 집에 와서는 유튜브·OTT·SNS·쇼츠·릴스 등 온갖 자극적인 매체들이 뇌를 헤집어놓는다.

자극들이 머릿속에서 범람하는 사이, 응당 있어야 했을 자극에 대한 반응들, 이를테면 생각이라든지 감정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따라 나왔어야 하는데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뇌는 다가오는 자극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정작 자극에 대한 나의 감상, 반응들이라든지 딸려 나온 감정적인 찌꺼기들은 ‘일단 나중에 보자’라는 식으로 뒤로 밀리게 된다.

그런데 밤이 되면? 모든 게 조용해진다. 불을 끄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귀에 들리는 건 냉장고 모터나 창밖의 바람 소리뿐이다. 외부의 잡다한 자극이 사라지자, 뇌는 드디어 자기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때 작동하는 게 바로 ‘야간 리플레이 모드’다. 낮 동안 감정적으로 찝찝했던 순간들, 진짜 쥐구멍을 찾고 싶었던 순간들, 예를 들어 소개팅에서 분위기 잡겠다고 갑자기 “혹시 이름이 Wi-Fi세요? 자꾸 연결되고 싶어지네요”라는 말을 꺼냈다가 정적이 흘렀던 순간 같은 흑역사들이 하나씩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정리하면 아무 외부의 자극이 없는 이 순간 비로소 뇌가 지난 생각과 감정들을 꺼내 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사실 ‘이불’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불은 심리적 피난처의 역할을 한다. 이불 속에 숨은 상태라면 그 누구의 시선도 없고 평가도 없고 조롱도 없다. 바로 그런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이기에 나에게 가장 민감하고 예민했던, 차마 들춰볼 수 없었던 그런 흑역사들을 조심스레 꺼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수치심’이라는 사회적 감정은 오직 혼자일 때 가장 진하게 활성화되는 법이다.

 

이불 속에서 뭐 하세요? 후회와 사후가정사고

아오, 그냥 그때 입 닥치고 있었으면 됐는데.

이불킥에는 거의 항상 사후가정사고(counterfactual thinking)가 따라붙는다. 사후가정사고란, 심리학 용어로 우리가 과거의 특정 순간을 되짚으며, 그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를 상상하는 인지적 과정을 말한다. 예컨대 우리가 후회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한번 상상해보자. ‘그때 그냥 웃고 넘겼더라면’,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같은 식으로 만약 어떤 행동을 했다면·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더 안 좋은 결과가 있었을 거라는 식으로 ‘대안 현실’을 상상해 보곤 하는데 이게 바로 사후가정사고다.

사후가정사고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상향적(upward) 사고는 ‘더 나았을 결과’를 상상하면서 아쉬움과 후회를 만든다. 반면 하향적(downward) 사고는 ‘더 나빴을 수도 있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현재를 위로한다. 이불킥 상황에서는 상향적 사고가 압도적으로 많다. 뇌는 집요하게 나의 실수를 확대 재생산하며, ‘그때 그렇게만 안 했더라면 지금쯤 얼마나 달라졌을까’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로 현재의 나를 괴롭힌다.

으아아아아

그러나 사후가정사고를 단순한 자기 괴롭힘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후회라는 감정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장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 직장인이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하는 상사 앞에서 “그 보고서, 제가 진짜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하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순간 정적에 휩싸였고 상사는 조용히 서류를 덮었다. 그날 밤 그는 이불을 걷어차며 외친다. ‘아오 진짜, 울긴 왜 울어…’ 동시에 그는 계속 생각했다.

그때 그냥 조용히 메모만 했더라면 어땠을까? 고개만 끄덕이고 나중에 따로 피드백을 요청했더라면?

며칠 뒤 또 다른 보고서 제출일이 다가왔다. 이번엔 다르게 행동해 보기로 했다. 보고서를 더 철저히 검토하고, 예상 질문을 정리해 답변을 준비했다. 회의 날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피드백을 듣고, 필요한 부분만 간단히 질문했다. 회의가 끝나고 상사는 말했다.

이번 건 훨씬 정리 잘됐네. 좋았어.

이것이 사후가정사고의 핵심 기능이다. 심리학자들은 사후가정사고가 감정적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실수를 줄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행동 의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본다. 즉, 후회는 일종의 인지적 GPS 재계산 신호다. ‘다음에는 이리 가지 말 것’이라는 방향 수정이다.

한편, 사후가정사고는 통제감을 높인다. ‘내가 그때 더 준비했더라면’, ‘말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꺼냈더라면’ 등의 생각은 개인이 자신의 노력을 통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즉 지각된 통제감(perceived control)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시험, 발표, 인터뷰 등에서의 실수 후에 사후가정사고를 한 학생들은 다음 과제에서 실제로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이불킥의 존재 이유: ‘나아졌다는 증거’

이불킥은 단순한 창피함이 아니다. 그보다 우리가 무언가를 놓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뇌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경고, 때론 피드백이다. 우리가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 나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엔 미처 몰랐지만 이불킥을 할 만큼 ‘눈치가 생기고’, ‘성장한’ 지금은 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촌스러웠는지, 그 행동은 왜 그렇게 어색했는지를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불킥이 찾아온다는 건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나의 판단 기준·표현 방식·사회적 감각이 예전보다 예민해졌다는 뜻이 아닐까?

과거 신입사원 시절에 했던 어이없는 실수들이 생각나서 이불킥을 한다면? 나는 그 이불킥을 가리켜 성장의 증거라 칭하고 싶다. 어제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부끄러운 것처럼,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를 보며 또 다른 이불킥을 날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지금 멈춰 있지 않다’는 강력한 증거 아니겠는가. 그러니 뜬금없는 흑역사 소환에 이불킥을 시전하더라도, 끝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그게 쪽팔린 줄은 이제 아는구나. 그래도 좀 컸네.

생각해 보자. 만약 여러분이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세상에 바라는 것도 없고, 누가 날 어떻게 보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 상태라면 흑역사도 이불킥도 없었을 것이다. 창피함이란 감정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불킥을 한다는 건, 한때 그만큼 절실히 잘해보고 싶었다는 뜻이 아닐까.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고, 순수했고,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어서 무리수를 던졌다. 뒤늦게 보면 어이없고 민망할 수는 있어도, 결코 비웃을 일은 아닐 것이다.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나의 흔적이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성장의 한 조각이니 말이다.

누워서 맞이하는 성장의 소회 / 출처: freepik

 

마무리: 흑역사? 아니 언젠가 ‘백역사’가 되리라

결국, 이불킥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민망함은 생존한 자의 특권이고 후회는 여전히 나아지고자 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니 이불킥이 찾아올 때는 당황하지 말고 이렇게 대응하자.

먼저 웃자. ‘아 진짜 그때 왜 그랬지ㅋㅋ’라고 한바탕 실소라도 터뜨려라. 그건 감정의 압력밥솥을 살짝 열어주는 행위다. 그리고 다음엔 이렇게 되물어보자. ‘그때 내가 바랐던 건 뭐였지?’ 칭찬받고 싶었는지, 분위기 띄우고 싶었는지, 혹은 그냥 외롭지 않았으면 했는지. 욕망을 인식하면, 그 장면이 조금은 이해될 것이다.

흑역사는 언젠가 결국 지나가고, 우리는 그 바탕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그러니 기꺼이 흑역사를 만들며(?) 살아가자. 인생에 그런 무리수는 꼭 필요하다.

원문: 허용회의 사이콜로피아


작가의 말

심리학적 글쓰기, 직장심리, 자존감, 목표관리, 마음건강, 메타인지, 외로움 극복, 공간활용의 심리학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 가능합니다. 출강 제안도 환영합니다. 허작가의 사이콜로피아 홈페이지에서 제 소개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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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못했어?”보다 중요한 질문 https://ppss.kr/archives/269486 Wed, 02 Jul 2025 04:32:15 +0000 https://ppss.kr/?p=269486

지금까지 잘 해내려고 정말 애썼지.

이제는 다른 질문을 해주게.

이 질문이 나를 모험으로 이끌기를.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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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시각화 서비스 100% 활용을 위한 꿀팁 3가지 https://ppss.kr/archives/269738 Mon, 23 Jun 2025 05:14:43 +0000 https://ppss.kr/?p=269738 데이터 시각화가 무엇인지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날들을 지나, 데이터 시각화가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 활용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어느 대민용 데이터 플랫폼에 접속해도 기본적으로 시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혹시 여러분은 데이터 시각화 서비스를 자주 활용하고 계신가요?

공개된 시각화 서비스 중에서도 대부분 ‘지도 시각화 서비스’를 가장 자주, 유용하게 활용하실 것 같은데요! 특히 길을 찾을 때 검색 포털 등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를 많이 찾으실 것 같아요. 길 찾기용 서비스 말고도 각종 통계 지표, 위치 데이터를 지도 위에 시각화한 지도 시각화 서비스가 정말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통계청에서 운영하는 ‘통계 지리 정보 서비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운영하는 ‘국토 정보 플랫폼’ 등이 있죠! 단순한 지리 정보뿐만 아니라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요약해 조회할 수 있어 유용한 서비스예요.

전반적인 데이터 활용 능력이 향상된 만큼 서비스의 기능도 늘어나서, 서비스 내에서 어떤 기능을 사용해야 할지 갈 길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글에서는 어떠한 지도 시각화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활용 꿀팁 3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세 가지만 기억한다면, 길을 잃지 않고 여러분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탐색할 수 있을 거예요! 어떤 방법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1. 데이터와 시각화 형태 파악하기

시각화 서비스에 접속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데이터와 시각화 형태 파악하기’입니다. 원하는 정보를 발굴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무엇인지 아는 것과 같은데요. 서비스에 처음 접속했을 때는 어떤 주제의 데이터를 시각화했는지, 그 데이터가 어떤 시각화 유형으로 표현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 ‘시각화 유형’은 데이터에 따라 나타낼 수 있는 형태가 다양한데요. 미리 자주 쓰이는 유형을 알고 있다면 수월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뉴스젤리가 수많은 지도 시각화 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활용되는 5가지 지도 시각화 유형을 정리했습니다. 서로 다른 데이터로 구현된 5가지의 서비스 사례로 각각의 데이터와 시각화 유형 파악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A. 교통사고 발생 위치 데이터를 표현한 ‘점 밀집도’

첫 번째 시각화 유형은 ‘점 밀집도’입니다. 점 밀집도는 지도상에 모든 데이터의 위치를 점으로 표현하는 유형으로, 점의 분포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2023년 서울시 강남구의 부상 신고 발생 위치를 나타낸 점 밀집도 (출처: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

한국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 서비스에서 발견한 점 밀집도를 해석해 보겠습니다. 위 화면에서 점 밀집도는 2023년 서울시 강남구의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 신고 발생 위치 227곳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상 사고가 발생한 구체적인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점의 밀집도로 어떤 지역에서 특히 많은 사고가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B. 지역별 폭염일 수 데이터를 표현한 ‘단계 구분도’

두 번째는 ‘단계 구분도’입니다. 단계 구분도는 지역별 영역의 색깔로 수치형 데이터의 크기를 표현하는 시각화 유형입니다. 지도 시각화 서비스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는 유형이기도 한데요! 데이터의 크기에 따라 영역의 색 진하기를 단계적으로 설정해 쉬운 지역 간 데이터 비교가 가능합니다.

2023년 서울시 강남구의 부상 신고 발생 위치를 나타낸 점 밀집도 (출처: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

대표적인 단계 구분도 활용 사례로 통계 지리 정보 서비스의 ‘자연 재해 통계 지도’를 발견했는데요! 위 사례에서는 ‘2023년 기준 지역별 폭염일 수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색깔을 다르게 표현했습니다. 화면 우측의 범례를 참고하면 색이 짙어질수록 폭염일이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지도를 보면 보라색으로 표현된 경기도, 대전광역시, 대구광역시가 가장 폭염일이 많은 지역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C. 지역별 총인구수 데이터를 표현한 ‘도형 표현도’

다음은 ‘도형 표현도’를 소개하겠습니다. 도형 표현도란 데이터를 표현할 지역별 위치에 도형을 그리고, 수치형 데이터의 크기에 따라 도형의 크기를 다르게 표현하는 시각화 유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원을 사용하나, 데이터의 특징에 따라 다른 도형을 사용하기도 하죠!

위 화면은 통계 지리 정보 서비스의 대화형 통계 지도 화면으로, 원의 크기와 색깔로 2022년 기준 지역별 인구수를 비교할 수 있는데요. 원의 크기가 크고, 색깔이 진할수록 해당 지역의 인구수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D. 구역별 소음도 데이터를 표현한 ‘히트맵’

히트맵의 예시 (출처: CNN)

4번째 시각화 유형으로 ‘히트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히트맵은 데이터의 수치에 따라 색을 다르게 하는지도 시각화 유형 중 하나인데요! 위 예시와 같이 지도 위에 지역의 구분 없이 데이터값의 크기에 따라서 색을 칠하며, 색이 진할수록 데이터값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거 지역의 시간대별 도로 교통 소음도 변화를 나타낸 히트맵 (출처 :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주거지역 소음지도 서비스)

경우에 따라서는 지도의 모든 영역을 일정한 크기의 셀(Cell) 단위로 쪼개어서 색을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위 사례가 바로 셀 단위로 쪼개진 히트맵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의 주거지역 소음지도 서비스의 화면으로, 주거 지역의 시간대별 도로 교통 소음도 변화 데이터를 시각화했는데요! 셀 단위로 쪼개진 영역별 색깔로 소음 발생 정도 비교할 수 있어요.

E. 도로별 밀집도 데이터를 표현한 ‘이동 경로 지도’

마지막으로 소개할 유형은 ‘이동 경로 지도’입니다. 이동 경로 지도는 여러 지점 간의 연결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시각화 유형인데요! 주로 출발점에서 도착 지점까지의 경로를 표현할 때 자주 활용됩니다.

도로별 유동 인구를 나타낸 이동 경로 지도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이동 경로 지도는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서 도로별 유동 인구를 나타낼 때 활용되었는데요! 주요 도로를 선으로 잇고 유동 인구가 적은 구역은 파란색에 가깝게, 많은 구역은 빨간색에 가깝게 표현했습니다. 따라서 선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면서 도로별 인구 밀집도를 비교할 수 있어요!

 

2. 인터랙티브 요소 활용하여 데이터 탐색하기

이렇게 지도 시각화 서비스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시각화 유형 5가지를 훑어보았는데요! 서비스에 활용된 데이터와 시각화 유형 파악에 성공했다면, 서비스가 제공하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데이터 시각화에 있어 ‘인터랙티브 요소’란 사람들이 차트 영역 위에 마우스를 오버하거나, 특정 항목을 클릭하는 등의 액션을 취하면 차트의 시각적 패턴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하는데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지도 시각화 서비스에서는 어떤 인터랙티브 요소가 있는지, 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책 통계 지도 시각화 서비스에서 전체 인구 변화 지표를 선택한 모습 (출처: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정책통계지도)

인터랙티브 요소를 탐색하기 위해, 통계 지리 정보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정책 통계 지도 시각화를 예시로 활용해 보겠습니다! 이 서비스에서는 메뉴에서 인구, 보건, 교육 등 7가지 분야로 분류된 지표를 선택하면 두 개로 구분된 지도 위에 각각의 단계 구분도를 그려 주는데요! ‘전체 인구의 변화’ 지표를 선택하고, 서비스를 탐색해 보겠습니다. 여기저기 클릭할 수 있는 버튼들이 보이는데요. 하나씩 살펴볼까요?

a. 필터(Filter) : 보고 싶은 데이터만 골라보기

지도 시각화 서비스의 필터 (출처: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정책통계지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기능은 지도 상단에 위치한 ‘필터’입니다. 시각화 차트에서 필터는 사용자가 특정 기준을 선택하면 해당 기준의 데이터만 차트에 표현해 주는 기능인데요! 위 사례에서는 총 두 종류의 필터가 사용되었어요. 먼저 화면 왼쪽 상단의 필터(빨간색 네모)는 두 지도에 나타낼 ‘대상 지역’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도 단위 지역과 시/군/구 단위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위 화면에서는 서울특별시를 선택했습니다.

한편 두 지도의 오른쪽 상단에도 필터(파란색 네모)가 하나씩 붙어 있는데요. 이 필터는 각 지도 시각화의 데이터 조회 연도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즉, 두 지도의 데이터 기준 연도를 달리 설정해서 연도별 데이터의 변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이죠!

위 화면에서는 왼쪽에 2022년, 오른쪽에 2000년을 선택해서 단계 구분도를 비교해 보았는데요. 범례를 참고하면 지역별 색의 진하기가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한데, 세부 데이터 수치를 알 수 없으니 변화가 있는 건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b. 툴팁(Tooltip) : 보이지 않는 데이터 수치 띄우기

지도에 정확한 수치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데이터를 비교하기 어려운 경우, 각 지역에 마우스 오버를 해 보세요! 보이지 않는 정보를 띄워 주는 ‘툴팁’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도 시각화 서비스의 툴팁 (출처 :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정책통계지도)

툴팁은 특정 항목에 마우스 오버 하면 항목 위에 작은 상자가 나타나며 보충 설명을 보여주는 기능인데요! 위 서비스에서도 지역에 마우스 오버 시 툴팁으로 지역별 상세 데이터 수치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이 툴팁 기능을 활용해 연도별 색깔의 차이가 보였던 서울특별시 강북구 지역의 데이터 수치를 조회해 보았는데요! 2000년에는 약 33만 명이던 인구수가 2022년에는 약 28만 명으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었어요.

C. 팝업(Pop-up) 창 : 또다른 창을 열어 추가 정보 얻기

지도 시각화 서비스의 팝업 버튼 (출처 :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정책통계지도)

위 서비스 화면을 유심히 탐색하다 보면 필터도, 툴팁도 아닌 버튼으로 ‘융합 결과 보기’ 버튼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버튼을 누르면 작은 창이 뜨면서, 지도 화면 내에서는 알 수 없던 추가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창을 팝(pop)하고 튀어나온다(up)고 하여 팝업 창이라고 부르는데요.

지도 시각화의 경우 지역별로 데이터를 나누어 표현하다 보니 데이터를 요약해 보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어, 팝업 창 등의 방식을 활용해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또, 팝업 창으로 추가 데이터 정보 이외의 부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해요. 시각화 대시보드 및 서비스의 이용 방법 등이 부가 정보에 해당되죠!

지도 시각화 서비스의 팝업 창 (출처 :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정책통계지도)

위 서비스의 ‘융합 결과 보기’ 버튼을 누르면 양쪽의 지도 시각화를 융합하여 서울특별시의 구별 전체 인구수 증감량을 나타낸 단계 구분도와 인구수 데이터의 세부 정보를 팝업 창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단계 구분도에서는 증가량이 높을수록 빨간색에 가깝게, 감소량이 높을수록 남색에 가깝게 표현했는데요. 지도를 보니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구수가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오른쪽 스크롤을 내리면 최대 증가/감소 지역 TOP 3, 연관 사이트 링크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3. 지도 데이터를 요약한 차트 활용하기

앞서 살펴본 2가지-1. 데이터와 시각화 형태 파악하기, 2. 인터랙티브 요소 활용하여 데이터 탐색하기-를 활용하면 지도 시각화를 충분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때때로 지도 시각화만으로는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기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될 수 있어요. 지도 시각화는 데이터를 ‘위치 기준으로 펼쳐서’ 볼 수 있는 유형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요약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지도 시각화 위 다른 형태의 차트를 함께 제공하는 사례 (출처: 뉴스젤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지도 시각화 서비스에서는 위 사례와 같이 지도 위에 표현된 데이터를 요약하여 지도 외 다른 형태의 차트로 함께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는 지도 시각화에 쓰인 데이터와 연관성이 있는 다른 데이터로 제작한 차트를 함께 제공해서 사용자의 종합적인 인사이트 도출을 돕고 있습니다.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a. 지도에 활용된 데이터를 요약한 형태로 제공하는 사례

지도 시각화 위 다른 형태의 차트를 함께 제공하는 사례 (출처: 통계지리정보서비스 기업 생태 분석 지도)

먼저 지도에 활용된 데이터를 요약한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 중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볼게요! 위 화면은 통계지리정보서비스의 기업 생태 분석 지도로, 2022년 기준 전국의 기업 수를 단계 구분도로 나타낸 것인데요! 화면 오른쪽을 보면 ‘전국 시도 지역 순위’가 데이터 테이블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지도 시각화만으로도 지역 간 색깔 구분으로 기업 수를 비교할 수는 있지만, 색깔이 비슷하거나 같은 지역들을 엄밀하게 비교하기 어려운데요. 이때 데이터 테이블을 함께 본다면 지도 시각화에서 구분하기 어려웠던 항목의 데이터값을 직접 비교해 보며 더욱 정확한 인사이트 도출이 가능해집니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1동의 지역별 인구수를 나타낸 단계 구분도 (출처:통계지리정보서비스 대화형 통계 지도)

또 다른 사례를 통계지리정보서비스의 대화형 통계 지도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위 지도에서는 2022년 기준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1동의 지역별 인구수를 단계 구분도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워낙 작은 단위의 지역을 쪼개어서 데이터를 펼치다 보니, 지역 간 데이터 비교가 더욱 어려울 수 있는데요. 이 서비스에서는 오른쪽의 ‘데이터 보드’ 버튼을 누르면 구역별 인구수의 순위가 막대 차트로 제공됩니다. 또, 지도에서 특정 지역에 마우스 오버 하면 그 지역에 해당하는 막대가 주황색으로 하이라이팅 되어서 빠르게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죠!

서울시 강남구 역삼1동의 지역별 인구수를 나타낸 단계 구분도 (출처:통계지리정보서비스 대화형 통계 지도)

또, 스크롤을 내려 보면 링 형태가 중첩된 형태를 띠는 래디얼 바 차트(Radial bar chat)를 볼 수 있습니다. 래디얼 바 차트는 일반적인 막대 차트가 원형으로 휘어진 모양으로, 막대의 길이를 통해 데이터의 수치를 표현하는데요! 위 사례에서는 선택한 지역의 시/도, 시/군/구, 읍/면/동이 상위 지역을 기준으로 몇 퍼센트의 인구 비율을 차지하는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래디얼 바 차트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의 인구수는 전국에서 18.1%, 강남구의 인구수는 서울특별시에서 5.4%, 역삼1동의 인구수는 강남구에서 6.6% 차지합니다. 지도만으로 정보를 알고 싶었다면 조회하는 지역의 단위를 바꾸어 가면서 일일이 비교해 봐야 했을 텐데, 요약된 정보가 한 차트로 표현되어 있으니 인사이트 도출이 훨씬 쉬워진 것 같아요!

B. 지도 시각화와 관련 있는 데이터 차트를 추가로 제공하는 사례

2022년 기준 강남구 관련 여러 지표를 시각화한 화면 (출처: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지역변화분석지도)

그렇다면 이번에는 지도에 활용된 데이터가 아니라, 다른 데이터를 추가로 시각화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위 서비스는 통계지리정보서비스의 지역 변화 분석 지도인데요! 지역별 총인구수를 나타낸 단계 구분도를 중심으로 인구, 주거, 복지 등 5가지 분야의 다양한 관련 지표를 시각화한 대시보드를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강남구 관련 여러 지표를 시각화한 화면 (출처: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지역변화분석지도)

위 서비스는 모든 지표를 지도 시각화와 함께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왼쪽의 지도에서 구분된 각 지역을 클릭할 때마다 오른쪽의 대시보드가 2022년 기준 해당 지역의 데이터를 활용한 대시보드로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대시보드에서 서울특별시 강남구 세곡동을 클릭하면, 왼쪽의 대시보드에서 세곡동의 총인구수, 노령 인구수 등의 지표를 차트로 나타내는 것이죠! 따라서 자유롭게 차트를 비교해 보면서 다각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지역별 폭염일 수를 나타낸 단계 구분도와 관련 통계 현황 (출처: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자연재해통계지도)

다른 사례로도 살펴볼까요? 위 서비스는 통계지리정보서비스의 자연재해 통계 지도로 태풍, 홍수, 산사태, 폭염 총 4가지 자연재해의 영향을 다양한 지도 시각화로 나타낸 것인데요! 이 지도 역시 오른쪽의 보라색 ‘데이터’ 버튼을 클릭하면 각각의 자연재해와 관련된 통계 현황을 함께 조회할 수 있습니다.

위 화면에서는 폭염 데이터를 조회해 보았는데요. 지도에는 2023년 기준 지역별 폭염일 수가 단계 구분도로 나타나고, 오른쪽 통계 현황에는 연도별 월별 최고 기온, 연도별 폭염 인명 피해 등 전국 기준 데이터가 막대 차트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별 데이터뿐만 아니라 2023년의 폭염 관련 데이터를 아울러 톺아볼 수 있어요!

 

에디터의 한마디

지금까지 지도 시각화 서비스의 기본적인 사용을 위한 1) 데이터와 시각화 형태 파악 방법부터 조금 더 적극적인 데이터 탐색을 위한 2) 인터랙티브 요소와 깊이 있는 인사이트 도출을 돕는 3) 추가 데이터 차트 활용 방법까지 알아보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서비스를 활용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나요?

여전히 지도 시각화 서비스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분들을 위해 오늘 콘텐츠의 후속편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다음 콘텐츠에서는 오늘 소개해 드린 꿀팁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일상 속 지도 시각화 서비스 활용 사례를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지 상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원문: 뉴스젤리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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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과로”를 주의하세요! https://ppss.kr/archives/269482 Thu, 12 Jun 2025 03:20:55 +0000 https://ppss.kr/?p=269482

무수히 많은 번아웃을 겪으며 배운 교훈 중 하나는 “번아웃은 해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게 더 낫다”는 점. ​그러기 위해서는 지쳐 쓰러지기 전에 미리 일을 줄이고 포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 포인트는, 조금 살만한 시점/살짝 바쁘다 하는 시점부터 일을 줄여야 6주 후에 다시 한가해진다는 점!

​6주 후에는 지금보다 한결 한가해지자!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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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오르면 더 착해진다고? (feat. 56년의 연구) https://ppss.kr/archives/269206 Mon, 09 Jun 2025 02:17:05 +0000 https://ppss.kr/?p=269206 월급날, 그리고 우리의 마음

월급날에 마음이 넉넉해진 경험, 직장인이라면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이번 달엔 가족 외식?”, “친구들과 커피 한 잔?”과 같은 고민이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면, 베풂은 여유에서 나온다는 말을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내 월급의 몇십 배가 되는 돈을 버는 부자들을 생각해 보자. 돈 많은 부자들이 더 탐욕스럽지 않은가?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지만, 부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버는 돈은 나를 더 착한 사람으로 만들까, 나쁜 사람으로 만들까?

2025년 Psychological Bulletin에 실린 「Social Class and Prosociality: A Meta-Analytic Review」라는 논문은 이 궁금증을 파헤쳤다. 전 세계 60개 사회에서 56년간(1968~2024) 쌓인 471개 연구, 무려 234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회 계층(social class)과 친사회성(prosocial, 남을 돕는 행동)의 관계를 확인했다.

Wu, J., Balliet, D., Yuan, M., Li, W., Chen, Y., Jin, S., … & Van Lange, P. A. (2025). Social class and prosociality: A meta-analytic review. Psychological Bulletin, 151(3),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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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시선: Risk Management Perspective vs Resource Perspective

연구진은 두 가지 상반된 이론적 관점에서 이 질문을 던졌다.

1. 위험 관리 관점(Risk Management Perspective)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은 불확실하고 위태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전략을 택한다는 주장이다. 상호 의존적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더 공감적이고 협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사는 게 팍팍할수록 서로 도와야 한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 설명이다.

2. 자원 관점(Resource Perspective)

자원이 많은 사람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더 크기 때문에 타인을 도우려는 행동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바로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이 논리를 잘 요약한다.

당신에게 보다 익숙한 관점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들이 의리있게 서로 돕는 것에 끌리지 않은가? 부자들이 착하면 왠지 안 될 것 같다. 부자들은 형제 간의 우애도 좋으면 안 되고, 너무 착해도 안 된다. 우리는 은연 중에 이런 기대를 갖고 산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다르다. 부자도 얼마든지 착할 수 있고, 미인박명이 아니라 미인도 오래 살 수도 있으며, 천재가 재수 없는 게 아니라 온정적인 천재도 있을 수 있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변수들에 대해 “신은 공평하다”는 기대를 갖는 현상을 심리학에선 〈공정한 세상에 대한 착각(just world fallacy)〉이라고 부른다.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그렇다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 중 실제로 누가 더 친절할까? 연구진이 밝힌 결론은 이렇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조금 더 친사회적인 행동을 보였다(r = .065, 95% CI [.055, .075]). 이 수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전 세계, 전 연령대, 모든 문화권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패턴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효과 크기 r = .065는 심리학에서 ‘작지만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주된다. 마치 매일 아침 1분씩 더 걷는 것이 결국 건강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듯, 이 작은 차이도 수백만 명의 행동에는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마음’보다 ‘행동’에서 그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연구에서 사회 계층(social class)은 객관적 vs 주관적, 두 가지 방식으로 측정했다.

  • 객관적 사회 계층(objective social class): 소득, 교육 수준, 직업적 위신 등 실제 자원 수준
  • 주관적 사회 계층(subjective social class): “나는 사회에서 어느 위치에 있다고 느끼는가?”에 대한 개인의 인식

의도보다는 행동

두 방식 모두 친사회적 도움 행동과 관련이 있었지만, 실제 자원이 많은 사람들(객관적 상위 계층)이 자신을 상위라고 느끼는 사람들(주관적 상위 계층)보다 더 실제 행동에서 친사회성을 보였다. 요컨대, 마음보다는 현실적 여력이 행동으로 전환 가능성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은 의도보다 친사회성이라는 특성을 더 높여주었다. 구체적으로 의도(Pro-social Intention)가 친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은 약한 관련(r = .039)이었지만, 행동(Pro-social Behavior, 기부나 시간을 들여 도운 경우)이 친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은 더 강한 관련(r = .079)을 보였다.

이 연구는 단순히 착한 마음을 먹는 것보다 실제로 돕는 행동에서 사회 계층의 차이가 더 뚜렷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부자는 마음만이 아니라 지갑과 시간을 여는 데 익숙하다.

비공개보다는 공개

사람들은 공개 상황(Public Context)에서 즉, 남이 볼 때, 더 적극적으로 친사회성을 보였지만, 비공개 상황에는 그러한 관련이 나타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 돈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더 잘 베푼다는 것이다. 돈이 많을수록 ‘티 안 나는 선행’보다 ‘인정받는 친절’ 에서 더 크게 베푼다.

문화적 보편성

이 효과는 국가 경제 수준·불평등 정도·종교성·인구 밀도·문화 규범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변수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사는 곳·나이·문화와 상관없이 이 패턴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국가 간·문화권 간·나이대 간의 큰 차이는 없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보편적 인간의 심리에 가깝다.

물론, 보편적 경향이 존재한다고 해서 국가 간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리투아니아· 말레이시아·브라질·베트남·튀르키예·불가리아·핀란드·네덜란드 등은 사회 계층이 높을수록 친사회적 행동이 많음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났고, 반대로 루마니아와 멕시코·대만·태국 등은 사회 계층이 높을수록 오히려 덜 친사회적이거나, 낮은 계층이 더 친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패턴이 나타났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관계지향적 문화, 또는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문화일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문화적 맥락이 전체 통계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지는 않지만, 문화, 제도, 사회 자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틀렸다

65년 간의 심리학 연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이 없으면 가오도 없다.” 그렇다고 돈이 없는 사람이 덜 착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착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기 힘들 뿐이다. 돈이 없으면 가오를 부리고 싶어도 그러기가 힘들다.

하지만 연구가 보인 또 하나의 진실은,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행동으로 옮기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좋은 의도를 행동으로 옮길 때 더 쉽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의도보다는 행동이 더 좋은 사람을 만든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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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횡단보도 건너는 법 https://ppss.kr/archives/269563 Wed, 04 Jun 2025 02:52:23 +0000 https://ppss.kr/?p=269563 1.

살다 보면 온몸이 얼어붙는 순간을 만난다. 나에게 그런 순간이 있었다. 하노이 한인촌 미딩 한복판, (아마도) 12차선 도로 위에서였다. 그날은 하노이에서 멀지 않은 닌빈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일주일 가까이 먹던 현지 음식에 지쳐 한식 수혈이 간절했던 우리는 미딩에 들러 삼겹살과 김치를 흡입했다.

배불리 먹고 식당 밖을 나서자마자, 끝이 안 보이는 도로에 퇴근길 차량과 오토바이 떼가 뒤엉켜 있었다. 슬프게도 우리는 그 길을 건너야만 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은 경적을 울리며 짜증을 쏟아냈고, 눈치 없이 한 발 내디뎠다가는 사고가 날 것 같았다. 하지만 두려움에 멈춰 서기만 하면 영영 호텔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마침, 호출한 그랩이 도착했다는 알람까지 울렸다. 초조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로 도로 한복판에 박제되고 싶지 않았다.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나 건너갈 거야.”라는 신호다. 운전자들과 눈을 마주치며, 일정한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매연과 소음에 정신은 혼미했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지구 반대편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건너편 인도에 도착했다. 별것 아닌 미션 같지만, 우리는 외국인끼리 현지인의 도움 없이 무사히 도로를 건넜다. 말도 안 되게 뿌듯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그저 ‘횡단보도’를 건넜을 뿐이다.

출처: unsplash

베트남 자유여행 중 가장 어려웠던 건 바로 이 ‘횡단보도 건너기’였다. 신호등은 있으나 마나 했고, 오토바이들은 쉴 새 없이 밀려왔다. 처음 며칠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결국 방법은 하나. 현지인들이 가는 길에 숟가락을 얹는 것. 그들이 건너는 타이밍을 눈치껏 따라 걷는 수밖에 없었다. 건너는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외국에서 교통사고 나면 어쩌지?

여행자 보험에 교통사고 특약 넣었었나?

하지만 몇 번의 경험 끝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하나의 원칙을 체득했다.

멈추지 말고, 일정한 속도로 걷기

베트남 운전자들은 보행자의 속도를 계산해 피해 간다. 예측이 안 되는 보행자가 가장 위험하다. 갑자기 멈추거나 뛰는 게 아니라 꾸준히,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삶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도로 위의 오토바이처럼,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입도, 발도, 머리도 굳어버리고 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이 싫었다.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 왜 유연하지 못할까. 계획형 인간인 나는 항상 예측하고 대비하려 애쓴다. 하지만 인생은 깜빡이 없이 갑자기 끼어드는 자동차 같다. 멈춘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내가 움직여야 바뀐다.

사진: UnsplashSilver Ringvee

신호등이 무색한 도로 위를 건너듯, 삶의 난장판 속에서도 내가 원하는 곳에 닿기 위해선 걸어야 한다. 무리하지 않고, 멈추지도 말고, 그저 일정한 속도로. 그래서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살아낸다. 아침이면 눈을 뜨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기지개를 켜고,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다. 밥을 먹기 전 삶은 채소 한 접시를 먼저 먹고, 천천히 식사하고, 커피 대신 차를 마신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요가하고, 달리고, 샤워하고, 영양제를 먹고, 잠든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은 매일매일 온다. 불투명한 미래, 불안한 현재, 후회투성이의 과거… 사는 건 두려운 것투성이다. 하지만 하노이 거리에서 배운 그 감각을 기억한다. 멈추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걷는 것. 그러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오른손을 번쩍 들었던 그 순간처럼.

오늘도 그렇게 걷는다. 도로 위든, 인생이든.

원문: 호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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