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Thu, 15 Dec 2022 02:54:03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1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부럽지가 않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https://ppss.kr/archives/258335 Thu, 15 Dec 2022 02:52:15 +0000 http://3.36.87.144/?p=258335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어?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 전혀 부럽지가 않어

네가 가진 게 많겠니 / 내가 가진 게 많겠니
난 잘 모르겠지만 / 한번 우리가 이렇게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보자고

너한테 십만원이 있고 / 나한테 백만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 짜증나겠지

  •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중에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늘 비교라는 프레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비교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감정이고, 상대가 지닌 무언가를 원하지만 자신은 갖지 못했을 때 생기는 불쾌한 감정이다. 사회적 삶에서 더 나은 지위와 자원을 확보하려는 욕망을 지닌 인간은 지위와 자원을 지닌 대상에 대해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품는다.

부러움에는 긍, 부정의 효과가 혼재되어 있다. 부러운 대상과 같아지려는 노력을 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사회적 상향 비교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저하된다는 측면에선 부정적이다. 한마디로 부러움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치명적이게도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인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감정이다.

그리고 현대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더 많은 부러움을 하루하루 더 크게 양산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 심지어 자신이 이룰 생각조차 없었던 무언가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에 여과 없이 노출되며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될 부러움까지 끌어안고 살고 있다.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에 따른 행복감과 자존감 감소는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연구주제도 아니다.

부러워… / 출처: irasutoya

최근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오히려 사람들을 더 외롭게 만든다는 결과도 있다. 페이스북 친구가 많을수록 외로움을 덜 느꼈지만, 문제는 사용시간이었다. 페이스북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수록 사람들은 더 외로워했다(Phu, B., & Gow, A. J. (2019). Facebook use and its association with subjective happiness and lonelines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92, 151-159.).

페이스북 상의 많은 친구들에게 잠깐씩 접속하는 것은 충분히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오래 탐닉하는 것은 더 불행해지고 외로워지는 나쁜 습관이다. 과거엔 주변 친구나 이웃 정도만이 비교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과 비교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교의 빈도가 늘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속도는 더 빨라지기 마련이다.

결국 현대를 사는 우리는 외로움이 싫어 온라인과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을 만나지만, 자기 조절을 못한다면 부러움과 외로움에 불행까지 더한 상처만 커질 뿐이다. 자기 조절의 핵심은 비교를 멈추고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비교를 멈추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집중하는 것은 마음 훈련이 충분치 못한 사람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기 조절이 힘들다면, 페이스북을 끊는 것을 추천한다. 한 연구에서 페이스북을 쓰지 않은 집단의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으며, 일상에서 긍정 정서 경험도 더 늘었음을 밝혀낸 바 있다(Tromholt, M. (2016). The Facebook experiment: Quitting Facebook leads to higher levels of well-being. 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 19(11), 661-666.).

이처럼 페이스북을 끊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소셜 미디어가 주는 장점을 살리고 조절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 ‘부럽지가 않어’의 장기하처럼 말이다.

 

“부럽지가 않어”

장기하는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라고 노래하며 자신의 존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장기하는 ‘나는 부러움을 모르는 놈’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다.

심리학에선 행동에 대한 강화보다 성품, 혹은 정체성에 대한 강화의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토론토대학교 심리학과 조안 그루섹 교수 등의 연구를 살펴보자.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유리구슬을 갖고 놀게 한 후, 한 집단의 아이들에겐 “친구에게 구슬을 나눠주다니 참 착하구나”라고 행동에 대해 칭찬을 했고, 다른 아이들에겐 “너는 남을 돕는 친절한 아이구나”라고 성품에 대해 칭찬을 했다. 2주 후, 성품에 대해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이 행동에 대해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에 비해 다른 아이들을 더 많이 돕고 더 너그러운 행동을 보였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맥콤경영대학원의 크리스토퍼 브라이언 교수는 “부정행위를 하지 마세요”라고 행위를 언급하는 대신에 “부정행위자가 되지 마세요“라고 정체성에 대해 언급할 때 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은 수험생에게 단발성의 행동을 제재하기 때문에 결과의 논리로 판단하는 사람도 생긴다. 즉, 걸리지만 않으면 부정행위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행위자는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부정행위를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Bryan, C. J., Adams, G. S., & Monin, B. (2013). When cheating would make you a cheater: implicating the self prevents unethical behavior.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2(4), 1001.).

장기하는 스스로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증하는 현명한 모습을 노래에 담았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그런데, 우리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비교적 바람직한 부러움은 무엇일까?

대상이 지닌 품성, 재능, 사회적 지위, 소유물을 포함한 재물 등 세상은 넓고 부러워할 것은 많다. 품성을 부러워한다면 대상에 대한 존경감으로 나타나 그 대상과 자신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자신의 품성도 개발할 수 있어 바람직한 부러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부러움은 사회적 상향 비교로 자존감이 깎이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자기 파괴적인 요소가 있다.

부러움을 넘어 상대가 가진 것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인 질투심으로 나아가면 자신과 상대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감정으로 악화된다. 자신의 불행을 타인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성으로 해소하려 드는 것이다. 이런 파괴적인 정서는 건강한 사회적 삶을 앗아간다.

사람들은 질투심을 느끼면 애먼 공격성으로 자존심을 지키려 든다. 장기하는 이런 악순환에 대해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아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워지고

사실, 페이스북 상에서 글을 올리지 않고 주로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는 수동적 사용 그룹이 자신도 글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자랑질을 하는 능동적 페이스북 사용자 그룹에 비해 더 큰 자존감 저하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아 부러우니까 자랑질을 하는 것은 그냥 부러워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렇다고, 능동적 사용그룹이 페이스북 사용으로 삶의 만족도가 크게 높다는 증거도 없다. 그저 수동적 사용 그룹보다 낫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상호 질투심을 유발하는 관계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최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질투심의 가장 큰 문제는 공격의 대상이 질투심을 느낀 대상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러움이나 시기심을 느낀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지 않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성공을 적극 방해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심리학과 안나 마리아 벨러 교수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부러움이나 시기심을 느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다른 집단에겐 일상적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부러움을 느꼈던 집단은 자신의 눈앞에서 필통을 쏟은 사람을 돕지 않았다.

이 논문의 다른 실험에서는 칠교놀이(탱그램, tangram)와 같은 문제를 내는 출제자 역할을 담당하게 했는데, 부러움을 연상한 집단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이 쉽게 성공할 수 없도록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강했다. 부러움을 느끼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방해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Behler, A. M. C., Wall, C. S., Bos, A., & Green, J. D. (2020). To help or to harm? Assessing the impact of envy on prosocial and antisocial behavior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6(7), 1156-1168.).

 

그렇다면, 부러움이 질투심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묘약은 무엇일까?

사실, 벨러 교수의 연구엔 한 집단이 더 있었다. 바로 감사 집단이었다. 자신에게 나타난 일을 감사하게 생각한 집단은 질투심의 파괴적 유혹에서 벗어나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성공을 지지했다.

나는 장기하가 ‘부럽지가 않어’에서 노래한 ‘나는 부러워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한발 더 나가 자신이 가진 재능과 경험,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 감사한다면 더 완벽한 ‘부럽지가 않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들어보세요 2022년을 강타한 그 노래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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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겟 백”: 있는 그대로의 비틀즈를 담다 https://ppss.kr/archives/250804 Thu, 10 Feb 2022 00:18:35 +0000 http://3.36.87.144/?p=250804 1970년 발표된 너무나 유명한 비틀즈의 <Let It Be> 앨범은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이야기였다.

이 시기 멤버 각각의 음악적, 그리고 개인적 (주로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관계를 둘러싼) 이견들로 대립과 불화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런 과정 중에 만들어진 Let it be 앨범의 뒷 이야기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 앨범은 록 역사상 유일무이한 최고의 밴드로 손꼽히는 비틀즈의 사실상 마지막을 담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피터 잭슨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비틀즈: 겟 백>(2021)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루프탑 공연이 있기까지, “Get Back”이라 일컬어지는 21일간의 시간을 담고 있다.

이 과정은 원래 당시 TV쇼로 기획되었다가 추후 TV쇼가 무산되면서 마이클 린지호그 감독의 영화 <Let it be>로 1970년 개봉하기도 했다.

 

1.

일단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피터 잭슨이 복원한 이 긴 영상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겠다.

피터 잭슨은 1969년 당시 마이클 린지호그 감독이 촬영한 55시간 이상의 16밀리 원본 영상과 120시간 이상의 오디오 파일을 복원해 6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는데, 우선 그 기술적 성취도가 대단하다. 오래된 16밀리 필름을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복원했는데 대부분의 시청자는 최신 영상들과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놀라운 수준으로 복원되었다.

인터넷에서 동일한 장면이 수록된 70년 작 영화 클립을 본다면 그 어마어마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이즈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인물의 윤곽선이나 디테일이 조금씩 뭉개지는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디테일한 화질 차원에서 분석했을 때의 얘기지, 이 영상 복원의 기술적 완성도는 정말 놀랍다.

영상은 복원해 냈지만, 오디오는 컨디션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를 별도의 오디오 파일을 역시 복원하여 영상과 매치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질감 없는 영상을 만들어냈다.

간혹 영상 속 인물의 대사와 싱크가 살짝 맞지 않거나 다른 장면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연출을 통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만들어냈다(복원보다는 ‘만들어’ 냈다는 것에 가깝다). 이런 기술적 완성도 덕에 우리는 50년 전 비틀즈의 이야기를 현시점의 이야기처럼 즐길 수 있게 됐다.

 

2.

다큐멘터리는 총 3부로 되어 있다. 각각 1부 2시간 36분, 2부 2시간 53분, 3부 2시간 18분으로 러닝 타임만 보자면 영화 세 편에 해당하는 긴 분량인데 비틀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리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21일간의 연습 및 대화 과정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 중 하나는 비틀즈의 명곡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마법 같은 음악적 순간.

폴 메카트니가 아이디어 정도로 시작한 리프가 오랜 시간도 아니고 계속 반복 연주하는 중간에 어떻게 완성도 있는 곡으로 발전하는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Let it be> 앨범에 수록된 수많은 명곡이 아이디어 단계일 땐 어떤 모습이었는지, 또 어떤 과정을 통해 점차 우리에게 익숙한 버전으로 발전하는지 그 순간을 지켜볼 수 있는 건 정말 무엇보다 값진 일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당시 비틀즈에 대해서는 멤버들 간의 불화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연습 과정 속 비틀즈의 모습은 그것과는 조금 상반된 모습이었다. 물론 중간에 조지 해리슨 같은 경우 팀 탈퇴를 선언하는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 전체 과정을 보면 대중들이 생각하는(오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멤버들 간의 신뢰가 깊이 깔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3.

마지막으로, 나는 본래 비틀즈 보다도 존 레논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는 적어도 이 다큐멘터리에 한해서는, 폴 메카트니가 더 좋아졌다. 이 시기는 비틀즈 내에서 폴의 장악력이 가장 강한 시기였는데, 여러 가지로 난제들이 쌓여 있던 프로젝트를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그의 노력이 가장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뒤로 오랜만에 <Let it be> 앨범을 귀 쫑긋 정성껏 다시 반복하는 중이다. 이미 셀 수 없이 들었던 이 앨범의 곡들이 모두 새롭게 느껴진다. 녹음하던 당시의 표정, 감정, 이야기를 알게 된 뒤 다시 듣는 비틀즈의 이 앨범은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됐다.

원문: 아쉬타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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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앨범, 디지털 시대에 화려하게 귀환하다 https://ppss.kr/archives/250531 Wed, 09 Feb 2022 02:16:28 +0000 http://3.36.87.144/?p=250531 ※ Statista의 「The Vinyl Comeback Continues」을 번역한 글 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놀라운 컴백을 이어가고 있는 LP 앨범 판매량이 미국에서만 16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21년 LP 앨범 판매량은 50% 이상 급증했고, 디지털과 CD 앨범 판매량 모두를 넘어섰다.

MRC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LP 앨범은 4,170만 장으로, 귀환을 시작한 2006년과 비교해 45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LP 앨범의 귀환은 실제로 얼마나 클까? 음악의 아날로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오래된 레코드 플레이어의 먼지를 털어내야 할까?

MRC 데이터의 2021년 연말 음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앨범 판매량에서 LP가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꽤 상당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싱글 트랙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까지 포함한 음악 소비량을 고려하면, 수치는 4.7%로 떨어진다.

LP 앨범 판매량 증가가 음반 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든 작든 간에, 100년 된 기술이 거의 멸종되었다가 되살아나는 모습은 놀라운 일이다. 물리적인 재화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악 소비 경향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전체 앨범 판매량은 점차 감소한 반면, LP는 디지털 시대의 물리적 토큰으로 인기를 얻었다. MRC 데이터에 따르면 2007년과 2021년 사이에 음반 판매량은 5.19억 장에서 1.9억 장으로 떨어졌다. 한편 LP 판매량은 250만 장에서 4,170만 장으로 증가했고 스트리밍 시대에도 큰 승자가 되었다.

아래 차트에서 알 수 있듯이 특히 지난 10년 동안 CD 판매량은 급감했고,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디지털 앨범의 시대는 짧아졌다.

흥미롭게도 지난해 LP 판매량은 CD와 디지털 앨범 판매량 모두를 앞질렀으며, 스트리밍 서비스 이외에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소비 수단이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트리밍 서비스가 재생 목록 기반 음악 듣기 시대를 열면서 앨범이 관련성을 잃어가고 있지만, 일부 음악팬들은 여전히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하나의 앨범에 모으기 위해 쏟은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앨범 판매량을 살펴보면 앨범 구매자와 LP 애호가 사이에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있는 모습이다. 어떤 방식이 더 낫다는 말이 아니라, 스트리밍이 2분짜리 간식을 먹는 것이라면 LP 앨범 감상은 코스로 제공되는 정찬을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 때와 장소가 있다.

원문: 피우스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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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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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도용당하다 https://ppss.kr/archives/245374 Fri, 27 Aug 2021 03:58:09 +0000 http://3.36.87.144/?p=245374 ※ 본 검토 내용은 당 작가의 검토 의견이며, 실제 소송 등에서는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갑은 을로부터 D 게임의 배경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에 갑은 을의 작업실에 가서 반나절 작업 끝에 G 음악을 만들어 을의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해 두었다.

이후 갑은 자신이 작곡한 G 음악이 자신의 허락 없이 D 게임의 배경음악으로 무단 사용되고 있고 이를 통해 을이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갑은 을이 자신의 허락 없이 G 음악을 이용함으로써 갑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갑은 을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갑은 패소했다.

 

저작권법 산책

저작권자는 저작물을 창작함과 동시에 저작권자가 되고, 저작권자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등의 저작인격권 및 복제권, 배포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의 저작재산권을 가지게 된다.

저작인격권

제11조(공표권) ①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것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제12조(성명표시권) ①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진다. ②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 다만,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3조(동일성유지권) ①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ㆍ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

  • 저작권법

저작재산권

제16조(복제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복제할 권리를 가진다.

제20조(배포권)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2조(2차적저작물작성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해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

  • 저작권법

따라서 사안에서 갑이 ‘G 음악’에 대해 별도로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갑이 G 음악을 작곡한 것만이 인정된다면 갑은 G 음악을 작곡함과 동시에 G 음악의 저작권자가 되고, 을을 상대로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등의 저작인격권 및 복제권, 배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갑은 왜 패소했을까?

법원은 갑이 G 음악을 실제로 작곡한 것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 판결문(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49390 손해배상 판결)을 읽어보자.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18. 선고 2019가합549390 손해배상 판결

가. 원고의 주장

(전략) 피고(을)는 원고(갑)가 작곡한 ‘G’ 음악을 원고의 허락 없이 이용함으로써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등 원고의 저작인격권 및 복제권, 배포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 원고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

나. 판단

(전략)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와 증인 E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실제로 원고가 1997. 11.부터 12월경 ‘G’라는 제목의 음악을 작곡했고 이것이 D 게임의 배경음악이 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즉 사안에서 법원은 갑 주장의 전제가 되는 ‘갑이 G 음악을 작곡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갑은 을의 작업실에서 을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G 음악을 작곡했기 때문에 자신이 G 음악을 작곡한 사실을 입증할 수 없었다.

이처럼 저작권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해당 저작물을 창작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갑은 자신이 ‘G 음악’을 창작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인을 신청해 증언했지만, 법원은 증인의 증언만으로는 갑이 ‘G 음악’을 창작한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자신이 해당 저작물을 창작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문: 세상의 모든 문화 / 글: 로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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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버블 콘서트 https://ppss.kr/archives/231824 Mon, 15 Feb 2021 06:39:19 +0000 http://3.36.87.144/?p=231824

미국 인디 록밴드 플레이밍 립스(Flaming Lips)의 콘서트 모습입니다. 그런데 밴드는 물론 관객들까지 모두 커다란 풍선 안에 들어가 있네요. 최근 화제가 된 버블 콘서트입니다.

버블 콘서트는 플레이밍 립스의 리더 웨인 코인(Wayne Coyne)의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공연에서 자신이 커다란 풍선 속에 들어가 관중 속을 떠다니는 퍼포먼스를 펼치곤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해 밴드와 관중까지 모두 일명 스페이스 버블 속에 들어가는 버블 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최근 오클라호마에서 플레이밍 립스의 공연이 열렸습니다. 밴드 멤버들은 물론 100명의 청중 모두 거대 풍선에 들어갔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요즘 상황에서 콘서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실험적 아이디어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공기가 주입되는 버블 속에서 그들은 신나게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며 코로나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렸습니다.

원문: 생각전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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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디스크 어워즈, 35년 동안 쌓아 온 영광의 순간들을 이야기하다 https://ppss.kr/archives/232240 Mon, 21 Dec 2020 06:48:46 +0000 http://3.36.87.144/?p=232240 시상식의 계절이다. 올해도 제35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열린다. 널린 게 연말 시상식이어도 골든디스크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음악성으로만 평가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을 제외하면 음악성과 대중성 두 요소를 잘 조합해 시상하여 대중의 신뢰를 받아왔다. 1990년대에는 ‘한국의 그래미’라는 별명과 함께 당대 가수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시상식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무려 19년 전 골든디스크 수상자 단체 사진. 이때 찍힌 가수들이 지금도 현역으로 쟁쟁하게 활동 중이라는 것도 시상식의 공정성을 입증하는 듯하다. / 출처: 일간스포츠

2021년이 다 되어가지만, 골든디스크는 지금도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보 선정은 팬 투표를 제외하고 오로지 성적과 전문가들의 심사로만 결정한다. 다른 시상식이 상도 마음대로 주면서 유료 투표까지 마구잡이로 실시하는 것을 생각하면 빛이 나는 행보다.

올해 골든디스크는 스위스의 프리미엄 덴탈케어 브랜드 큐라덴 큐라프록스와 함께한다. 1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에 걸쳐 JTBC에서 방영된다.

하지만 본방을 보기 전에, 골든디스크의 35년 역사에서 눈에 띄는 시상을 골라보았다. 누굴 이야기해도 ‘아, 그 가수’라며 무릎을 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6가지 순간을 모아보았다.

 

1. 첫 대상은 역시나 조용필, 그러나 단 한 번의 수상

첫 대상은 당연히 국민가수 조용필이었다. 1986년 8집 앨범 〈허공〉으로 영광의 1회 골든디스크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조용필은 대상을 탄 적이 없다. 모든 시상식에 불참을 선언하고 “후배들에게 상을 물려주겠다”고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큰 인기에 후배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그러다 세월이 흘러 2010년대에 뜬금없이 골든디스크 본상을 수상하게 된다. 2013년 발매한 정규 19집 〈Hello〉가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도 25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때 골든디스크 측이 특별히 요청했음에도 조용필은 시상식에 불참했다. 다만 영상 인터뷰를 보냈다고. 그때 한마디를 들어보자.

골든디스크와 내 인연은 정말 각별하다. 1986년 제1회에서 8집 〈허공〉으로 대상을 받았다. 늘 생각하지만 여러분들 곁에 오래오래 남는 것, 그리고 또 기억되는 게 내 꿈이다. 열심히 노력하겠다.

당시 조용필의 모습/ 출처: JTBC

 

2. 사후 수상,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故김현식은 1990년 11월 간경화로 사망했다. 그리고 그 해 열린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사후 수상인 셈이다. 그래도 이해될 만큼 〈내 사랑 내 곁에〉는 당대에 크게 히트한 노래였다. 오죽하면 그해 미디어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캐럴보다 더 많이 울려 퍼진 노래였다.

대리 수상자로는 당시 7살이었던 아들 완제 군이 올라왔다. 수상 소감은 “아빠가 보고 싶다”여서 많은 관객을 눈물 짓게 했다고.


당시의 수상 영상.
 

3. 의외로 서태지와 아이들은 대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그렇다.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는데도 아예 대상 후보에도 올라와 본 적이 없다. 1992년 〈난 알아요〉로 본상, 1993년 〈하여가〉로 본상, 1994년 〈발해를 꿈꾸며〉로 본상, 1995년 〈Come back home〉으로 인기상을 타는 데 그쳤다. 그러면 이때 대상을 누가 탔냐고? 신승훈과 김건모였다. 대진운이 나빴던 것으로 해두자.

참고로 최초의 아이돌 대상은 다음 시대의 공룡이었던 H.O.T.가 <행복>으로 차지했다. 이쪽은 이쪽대로 납득 가는 수상.

 

4. 모두가 놀란 ‘깜짝 이변’, 김종환

지금이야 성인 발라드 황제로 불리는 김종환이지만, 당시만 해도 이렇다 할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을 위하여〉가 중년들 사이에 암암리에 퍼져 나가며 11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그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변이 일어난다. 그해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당시 김종환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충격적이었다. H.O.T., 젝스키스, 김건모, 신승훈, 터보, 조성모 다 있었는데 내 이름이 불렸으니 얼마나 놀랐겠나.

놀라긴 했지만,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당시 기준으로 제일 많이 판매한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라인업이 워낙 쟁쟁했다 보니, 이 ‘깜짝 수상’은 두고두고 골든디스크 어워즈의 공정성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가 됐다.


당시 김종환의 수상 영상.
 

5. 여자 아이돌 최초의 대상, 소녀시대

남자 아이돌 최초의 골든디스크 대상이 H.O.T라면, 여자 아이돌 최초의 대상은 소녀시대였다. 2009년 ‘소원을 말해봐’로 음원 대상을 탄 것을 시작으로 2010년 ‘Oh!’로 음반대상, 2011년 ‘The boys’로 음원대상을 수상하며 무려 3연속 대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 3연속 대상을 김건모와 SG워너비, EXO, 방탄소년단밖에 달성한 적 없다. 여러모로 소녀시대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이후 골든디스크 걸그룹 대상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다가, 2016년 트와이스가 ‘Cheer up’으로 음원대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6. 현재진행형의 대기록, 방탄소년단

이 그룹을 언제쯤 등장시킬지 고민했다. 2013년 골든디스크에서 신인상을 탄 것을 시작으로, 이들은 약 5년이 지나 음반 대상 트로피를 수상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등장하는 모든 시상식마다 대상을 탔다. 심지어 2020년에는 역대 최초로 같은 해에 음원대상과 음반대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들이 첫 대상을 수상했던 2018년부터 전문가 심사 점수가 공개되었다. 당시 공개된 심사 기준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300점 만점에 290점 최고점을 받았다. 이들의 수상을 취소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가 사라진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언더독에서 정상까지 올라온 소회가 엿보이는 당시의 수상소감.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진행형의 레전드라는 것이다. 2021년도의 방탄소년단은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상 후보다. 경쟁 상대는 아이유와 지코. 누가 타도 뒷말이 없을 정도로 쟁쟁한 후보들이지만, 방탄소년단이 하나도 타지 않는다면 논란이 될 것은 확실하다.

이번 골든디스크 시상식의 후원 기업인 큐라프록스는 20가지 색상, 총 10종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기획했다. 그중 아래 색상은 누가 보아도 방탄소년단의 4번째 수상을 기원하는 보라색 칫솔이다. 제품 코드에 작게 숨겨놓은 숫자들은 기획자가 우리에게 주는 깨알 같은 힌트인 듯하다.

총 20개의 골든디스크 리미티드 에디션 중에서도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냥 봐도 예쁨ㅎㅎ / 큐라프록스 골든디스크 리미티드 에디션 ☞ 바로 가기

과연 방탄소년단은 올해 대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결과는 1월 9일에 JTBC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팬이 줄 수 있는 최대의 마음, 인기상은 누구에게로?

케이팝이 전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되면서 또 다른 영예를 안게 된 시상 부문이 있다. 바로 인기상이다. 다른 부문과 다르게 100% 팬이 투표로 상을 줄 수 있는 분야다 보니, 가수의 인기와 팬덤의 저력이 이 상 하나로 만천하에 공개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케이팝 팬들은 연말만 되면 불꽃이 튀는 투표 경쟁에 시달린다(…)

골든디스크도 12월 10일부터 인기상 투표를 시작했다. 골든디스크 어워즈 공식 인기투표 사이트에서 진행되는데, 해당 페이지에 접속하면 독특한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시상식을 특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큐라프록스가 한정판으로 제작한 ‘큐라프록스 리미티드 에디션’ 이벤트이다. 얼핏 보기에는 예쁜 색색깔의 칫솔로만 보이겠지만, 케이팝에 정통한 팬이라면 어떤 컬러의 제품이 어떤 가수를 상징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에서 제작한 명품 칫솔이기에, 기념으로 간직하기에도 좋을 정도로 남다른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도 특징이다.

더불어 시상식 마지막 날인 1월 10일에는 골든디스크 인기상 수상자를 기념하는 위너 스페셜 에디션을 공개한다고 하니, 긴장을 놓치지 말자.

이벤트를 맨입으로 할 리 없기 때문에 아이패드도 주고 최애에게도 선물을 준다. 한 번 도전해 보자. / 큐라프록스 골든디스크 리미티드 에디션 ☞ 바로 가기

케이팝이 전 세계의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시점에서 케이팝을 다루는 시상식은 그 언제보다도 막강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오래 해왔다는 것만으로 공신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건 대종상이 증명한 바 있다. 주목도가 높다고 공신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건 매년 다종다양한 논란을 빚어내는 MAMA가 증명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와 공정성 모두를 갖춘 골든디스크는 지금 ‘한국의 그래미’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시상식일 것이다.

2021년의 시상식이 또 다른 ‘레전드’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도 재미있는 이변이 일어난다면 조금 더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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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K-POP을 건설한 사람들 https://ppss.kr/archives/228714 Wed, 04 Nov 2020 02:05:00 +0000 http://3.36.87.144/?p=228714 자고로 음수시원이란 말도 있는데, 사람들이 K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늘날의 K팝 산업을 건설한 사람들은 언급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한국의 모던 인더스트리를 건설한 가장 중요한 세 사람을 꼽는다면 정주영, 이병철, 박정희다. 모던 K팝의 스타일을 창조하고 K팝 산업의 기반을 구축한 가장 중요한 세 사람은 서태지, 이수만, 김대중을 꼽아야 할 것이다.

 

1. 서태지

서태지는 그야말로 K팝의 창세기를 연 K팝의 창시자이자 K팝의 스타일을 완성한 인물이니 당연히 첫손가락에 꼽혀야 한다. 중원무림으로 비유하자면 K팝의 달마조사이고, 서양 고전음악으로 친다면 K팝의 요한 세바스찬 바흐 정도 될 것이다.

10대 시절 서태지의 엄청난 빠돌이였기 때문에, 서태지가 창조한 K팝 유니버스가 이 정도로 글로벌하게 확산되는 걸 지켜볼 때마다 꽤나 감개무량하다. 유튜브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해외 K팝 팬들이 영어로 댓글을 많이 단다. 이걸 보면서 양인들도 음수시원의 도리를 아는구나 싶어 흐믓한 마음도 든다.

 

2. 이수만

서태지가 K팝 장르와 스타일을 창조했다면, 그걸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사람이 바로 이수만 회장이다. 이수만 회장은 서태지의 음악 스타일에 일본 기획사 시스템과 올림픽 태릉선수촌 시스템을 융합해서 수많은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연예 기획사 체제를 구축했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라는 발명품을 거대 산업으로 만들어낸 ‘K팝의 헨리 포드’, 혹은 스티브 잡스가 창조한 아이폰을 본따 안드로이드 폰으로 스마트폰 거대 산업을 만들어낸 ‘K팝의 삼성전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가 만들어낸 연예 기획사 시스템에 많은 문제와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 시스템이 산업화의 공과 사회적 폐해라는 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듯이, 이수만에게도 욕 먹을 만큼의 과와 평가받을 업적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만들어낸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K팝 아이돌 그룹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그런지, 업계 최고였던 SM이 한때의 영광을 뒤로하고 메이저 기획사 중 제일 죽쑤는 걸 보면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지금 SM과 이수만은 다국적 4인조와 AI 아바타 아이돌 콘셉트를 가진 ‘에스파’를 데뷔시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잘 될 것인지… / 출처: SM Ent.
 

3. 김대중

마지막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은 정책적 차원 지원을 통해 K팝과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부흥하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의 모토가 ‘지원해주되 간섭하지 않는다’였다. 이 방침은 한류와 K팝이 창의성을 억압하는 규제와 검열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게 해주었다. 거기에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한일 관계의 역사적 개선을 통해 한류 초기 가장 중요한 시장인 일본에서 1차 한류 붐이 터질 수 있는 도로를 닦아 주었다.

한국 현대사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를 통해 한국이 서구 수준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도약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소프트파워 수준도 업그레이드된 것 또한 김대중의 업적 중 하나다. C팝을 비롯해서 중국 대중문화가 수십 년간 한국을 훨씬 능가하는 투자를 진행했음에도 여전히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김대중의 기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터뷰를 들어보자. / 출처: MBC
한국 모던 인더스트리를 건설한 영웅들을 다룬 드라마의 K팝 버전를 찍는다면, 마땅히 이 세 명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문: 한청훤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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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보여주는 더딘 성장과 사랑 https://ppss.kr/archives/227686 Mon, 12 Oct 2020 07:54:30 +0000 http://3.36.87.144/?p=227686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면 평소 우리가 보는 한국 드라마와 달리 조금 답답한 전개가 그려진다. 너무 자신감이 없는 박은빈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좀 강하게 나갈 수 없나?’라며 괜스레 답답해서 어쩔 줄 모르는 장면도 많다. 많은 시청자가 그렇지 않을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박은빈은 일류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하고도 바이올린이 좋아서 무려 4수를 해가며 같은 대학의 음대를 지원해 합격한 인물이다. 그 끈기는 누구나 박수를 보낼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실력으로 줄 세우기 평가를 받는 음대에서 그녀의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다.

바이올린을 좋아하니 연주하는 건 좋지만, 연주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서 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더욱이 김민재를 만나면서 마주하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그녀를 세차게 흔들었다. 박은빈은 그나마 있던 자신마저 잃어갔다.

박은빈만 아니라 김민재 또한 그녀와 비슷한 길을 걷는다. 쇼팽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한 것은 옛날 일에 불과했고,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가족의 부채 문제로 괴로워했다. 게다가 자신 마음대로 칠 수 없는 피아노 앞에서 커다란 좌절감을 느끼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4월은 너의 거짓말〉을 보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진지하게 마주하면 할수록 더욱 어렵다.”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없지만,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 몰입하면 할수록 무력한 자신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좋아하면 할수록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깊은 열등감에 빠진다. ‘나는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이 정도로 어림도 없지 않을까?’ ‘또 실수하면 어떡하지?’ ‘나는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해 자칫 스스로 무너질 수도 있다.

지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볼 수 있는 박은빈과 김민재의 모습이 딱 그렇다. 박은빈은 바이올린을 좋아해서 그냥 열심히도 아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한다. 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 혹은 아주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 레슨을 해온 사람들을 따라가는 건 어려웠다.

반대로 김민재는 재능이 있어도 그 재능을 활용해 ‘내가 연주하고 싶은 대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어서 괴로워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부모님의 부채를 갚기 위해서 혹은 더는 빚을 지기 싫어서 연주할 수밖에 없는 피아노는 절대 자신의 마음에 들 수 없는 법이다.

그렇게 무력한 자신과 마주하며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는 박은빈과 김민재.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드라마는 어떤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급격하게 바꾸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두 사람의 좌절을 그린다.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누군가에게 부딪히지 못하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자기 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고민하고, 악쓰고, 힘겨워하고, 발버둥 친 그 모든 것을 보상받는 날이 올까?

다음 이야기가 주목되는 12회였다. 전개가 더뎌서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에 나는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든다. 부디 우리 주인공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 그 해피엔딩을 기대해보고 싶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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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어머니를 다룬 미국 최고 래퍼의 노래 https://ppss.kr/archives/223073 Fri, 07 Aug 2020 05:29:26 +0000 http://3.36.87.144/?p=223073

어둠 속에서 산다는 것,
그게 어떤 삶인지 상상할 수 있겠니?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은
너를 행복하고 자유롭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것이
그들이 보고 싶은 모습이기 때문이지.

행복하지만 자유롭진 않았던 두 삶,
누군가 네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사람을
괴롭힐까 봐 두려워하며 어둠 속을 살았지.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은 이제 자유로워질 시간이라고 말해.
그런데 너는 단지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살아.

어둠 속에 산다는 건
살기 안전한 곳처럼 느껴져.
그들에게나 나에게나
피해를 안 주거든.

하지만 인생은 짧아,
그리고 이젠 자유로워질 시간이야.
네가 사랑하는 걸 사랑하렴.
왜냐하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니까.

  • 글로리아 카터

시공사에서 펴낸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2011)는 제가 군 시절에 구매해 지금까지도 틈나는 대로 펼쳐보며 마음을 덥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요즘같이 더울 때에는 굳이 마음을 덥힐 필요가 없어서 잘 안 읽게 되지만, 마음이 휑해지는 가을이나 겨울에는 꼭 한 번씩 들춰봅니다.

생텍쥐페리의 글은 참 따뜻하다. 마치 한겨울 편의점에서 꺼내 먹는 쌍화차나 유자차의 급작스러운 온기처럼.

책은 제목 그대로 ‘생’ 선생님이(꼭 초밥이나 생강이 떠오르네요) 중학 시절부터 2차 대전에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어머니께 보낸 편지를 엮어낸 것인데요, 효성 지극한 ‘생’ 선생님께서 구구절절 자기의 일상다반사를 늘어놓고, 단상을 적고, 철학을 이야기하다가는 내친김에 ‘마음으로 키스를 보내며’ 마무리 짓는 편지를 읽노라면 왠지 모를 포근함과 애틋함 그리고 슬픔이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집니다.

요즘엔 날씨가 무지하게 더운데도 오늘의 추천 힙합 음악과 잘 어울리는 주제가 아닌가 싶어 책을 오랜만에 열어보았습니다. 역시 좋더군요. 여러분도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오늘의 글을 열며 ‘글로리아 카터’ 선생님의 문장을 인용해봤어요. 이 이름은 처음 들어보시죠? 네, 처음 들어보시는 게 당연해요. 만약 알고 계셨다면 선생님께서는 보통 힙찔이는 아닐 거로 사료돼요. 글로리아 카터는 미국의 래퍼 제이지의 어머니거든요. 저도 일면식은 없고 이름이랑 얼굴만 알아요.

이리도 닮을 수가 있는 것인가? 유전이란 위대한 것이다.

가장 최근 ‘스눕피의 힙합 이야기’의 추천 음악도 ‘제이지’의 노래였는데요, 당시 추천곡은 정규 13집의 수록곡 ‘Legacy’였고, 제이지가 그의 딸 ‘블루 아이비 카터’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은 지금 빨리 가서 읽고 오세요.

오늘의 ‘스눕피의 힙합 음악 추천’은 죄송하지만 같은 앨범의 다른 수록곡이에요. 사실 지난번에 이 곡도 함께 추천하려고 했었는데 노래 ‘Legacy’에 대한 소개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글이 너무 길면 읽는 사람도 짜증 나잖아요. 아무쪼록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나는 1990년 4월 4일 새벽 4시 14분에 태어났다. 30분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이 앨범을 내 생명처럼 귀하게 여겼을 것이다.

오늘의 추천곡은 제이지의 정규 13집 속에 담긴 ‘Smile’이라는 노래인데요, 제이지가 이번에는 그의 ‘어머니’를 향해 따뜻한 메시지를 담아 던집니다. 이 곡은 스티비 원더의 ‘Love’s In Need Of Love Today’를 샘플링한 곡입니다. 원곡이 참으로 아름답고 죽여주는데, 이 곡도 뭐 아름다우며 죽여줄 수밖에요. 아, 저 맨 앞에 쓴 제이지 어머니의 문장은 사실 이 곡의 아웃트로입니다. 먼저 노래 속의 어떤 가사를 한번 보실까요.

고통을 뚫어야 우린 새로운 삶을 볼 수 있지.
아이를 가진 모든 여성, 저 희생을 봐.

우리 엄마는 아이 넷을 낳았지만,
사실 그녀는 레즈비언이었어.

나는 오랫동안 모른 척해야 했지,
엄마는 연기자였어.

엄마가 약을 먹을 땐(or 대마를 피울 땐),
난 옷장 속에 숨어야만 했어.

사회적 수모와 고통은
견디기 너무 어려웠지.

엄마가 사랑에 빠졌을 때,
난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내겐 중요하지도 않았어.

모두가 미워했지만 나는 그저
당신이 웃는 걸 보고 싶었을 뿐이야.

네, 제이지의 어머니는 ‘아이 넷’을 낳아 길렀지만, 그녀의 성 정체성은 사실 ‘레즈비언’이었습니다. 제이지는 어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어머니가 ‘성 정체성’에 대하여 처음으로 그에게 털어놓은 바로 다음 날, 이 곡을 작업하게 되었다고 밝혔어요. ‘Smile’은 정말이지 계기가 확실한 창작물인 셈인 거죠. 심혈을 기울였을 겁니다. 그러니 듣기 좋을 수밖에요.

‘Smile’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실 제이지는 이 곡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만을 늘어놓진 않아요. 과거와 현재 자신의 위치를 비교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고, 미국 힙합 씬의 대부호답게 허세도 적절히 섞어 보여주죠.

힘들었던 시간도 좋은 기억이 되지,
그러니 웃자고!

내가 떠나더라도 넌 날 기억할 거야,
웃자!

좋은 시간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스마일!

오늘 내가 너와 함께 할 수 없더라도,
웃어줘!

그리고 노래의 ‘코러스’에서 이렇게 그가 진짜로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가 나오는데요, 사실 이전에 추천한 ‘Legacy’라는 곡 속에서 그의 딸에게 보낸 메시지와 유사한 맥락입니다. 또 지루한 ‘클리셰’처럼 느껴지기도 하죠(구한말 지오디 선생님들의 노래 가사 같죠, 박진영 선생님의 고릴라 같은 얼굴이 막 떠오르고 그러네요).

‘Smile’ 뮤직비디오의 두 장면

하지만 사실 저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정말 미친 듯이 좋던 차에, 해당 뮤직비디오의 아름다운 영상을 뚫고 나와 저 뻔한 메시지가 제 귀에 새롭게 꽂혀 버리는 순간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토록 뻔한 이야기가 때로 얼마큼이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게 영상의 힘일까요. 아무튼 여러분 뮤직비디오도 꼭 한번 챙겨보세요! 정말 좋습니다. 이건 뭐랄까, 8분짜리 영화에 가까워요. 무려 공짜이고요.

엄마가 계신 집에 오면 안도감을 느꼈고,
엄마가 계신 집에서는 안전했으며,
전 오로지 엄마만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때가 좋았습니다.

사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저의 피난처는 엄마이며,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해 주시는 것도
엄마니까요.

그래서 전, 좋든 싫든 제 자신이
아주 어린 소년이 되어 있는 걸 느낍니다.

  • 22살의 생텍쥐페리

이 세상엔 정말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그렇게 저마다의 기쁨을 누리고 저마다의 슬픔을 감내하며 어떻게든 자기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당연한 소리죠.

그런데 여기에 ‘엄마’라는 단어가 개입하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지는 듯해요. 그토록 다양하게 저마다의 삶을 개성 있게 살아가던 개개인들도 ‘엄마의 아들’, ‘엄마의 딸’이 되어버리면 모두가 엄마를 향해 절절하게 품는 그 애틋한 사랑 아래에서 하나로 뭉쳐 보인 달까요.

제이지가 노래 속에서 말합니다. 엄마가 사랑에 빠졌을 때, 난 그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요. 그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그런 건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고요. 전 그 부분이 너무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또 ‘감히’ 공감도 해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엄마는 그저 엄마일 뿐이 아닐 거냐면서요.

  • 오늘의 추천곡: JAY-Z, 〈Smile〉
  • 샘플링 원곡: Stevie Wonder, 〈Love’s In Need Of Love Today〉
  • 보너스 추천곡: 국민 손자 정동원, 〈효도합시다〉

원문: 스눕피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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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을 번 래퍼가 딸에게 들려주는 생의 지혜 https://ppss.kr/archives/220374 Thu, 16 Jul 2020 04:52:38 +0000 http://3.36.87.144/?p=220374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스눕피의 미국 힙합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위인의 노래 한 곡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이지

미국 힙합 아티스트를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웬 위인 타령이냐고요? 뉴욕 브루클린의 저소득층 임대 주택 단지에서 나고 자라며 마약이나 팔던, 찢어지도록 가난하고 터프했던 과거를 저 멀리 밀어내고 힙합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포브스 인증) 1조 원의 재산을 취한 랩 아티스트에게 ‘위인’이라는 칭호는 그리 어색하거나 부끄러운 키워드가 아니겠죠. 돈과 도덕성이 지고의 가치로 기능하는 2020년인걸요. 그래서 제이지 선생님을 위인이라고 한번 불러봤어요.

출처: Rap Basement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오늘의 추천 아티스트는 뉴욕 브루클린의 황제, 래퍼 겸 사업가 제이지(Jay-Z)이고, 추천곡은 그의 열세 번째 정규앨범 <4:44>(2017)의 마지막 트랙 ‘Legacy’입니다.

제이지는 1996년, 27살(한국 나이로 28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Reasonable Doubt?>이란 앨범과 함께 데뷔 후 래퍼로서 승승장구했습니다. 단순한 음악적 성취를 넘어 의류 사업(Rocawear), 엔터 사업(Roc-A-Fella Records/Roc Nation), 주류 사업(D’Ussé), 음악 스트리밍 사업(Tidal), 주식 투자(제이지가 한화로 약 25억을 주고 산 Uber의 주식은 현재 900억에 육박합니다)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리하여 힙합 씬 최초의 빌리어네어가 된 것이죠.

 

도니 해서웨이

선생님들께서는 혹시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라는 흑인 가수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알앤비, 소울 음악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면 아주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미국 소울, 알앤비, 가스펠 음악의 대부이자 진부한 표현이지만 ‘가수들의 가수’로 유명한 선생님이죠. 또 1979년 1월 15일, 33살의 나이에 뉴욕 Essex House Hotel의 1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해당 사건으로 더 널리 이름을 알리기도 했죠.

도니 해서웨이는 당신의 노래 제목으로부터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듯이(‘The Ghetto’, ‘Little Ghetto Boy’, ‘Someday We’ll All Be Free’ 등) 70년대 미국이라는 사회 속에서의 ‘흑인’ 내러티브를 담은 곡으로 동 세대 흑인들은 물론 후세대 흑인들에게 깊은 영감과 뜨거운 감동을 선물한 가수입니다. 물론 후세대 힙합 아티스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죠.

도니 해서웨이는 생전에 우울증과 조현병 등으로 고생을 했는데요, 이 때문에 그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제가 제이지 선생님의 곡 ‘Legacy’를 설명하기도 전에 느닷없이 도니 헤서웨이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했느냐면(쉽사리 짐작하셨겠지만), 해당 곡이 도니 헤서웨이의 ‘Someday We’ll All Be Free’를 샘플링한 곡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도니 헤서웨이 또한 공공 주택 단지에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인물입니다. 둘이 통하는 게 있어요.

 

LEGACY

제이지의 ‘Legacy’는 도니 헤서웨이의 곡 ‘Someday We’ll All Be Free’를 샘플링한 아름다운 랩송입니다. 특히, 도니 해서웨이의 ‘Someday We’ll All Be Free’는 과장 좀 몇 스푼 더해서 흑인들의 국가라고 불릴 정도로 상징적인 노래인데요(제목을 좀 보세요), 그것을 매력적으로 변형하여 곱씹을 만한 이야기를 담은 제이쌤의 ‘Legacy’는 그 가사와 함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냅니다.

노래 ‘Legacy’는 제이지와 그의 와이프 비욘세Beyonce의 어린 딸 ‘Blue Ivy Carter’의 다음과 같은 물음과 함께 문을 엽니다.

Daddy, What’s a will?

※ 여기에서의 will은 유서, 유언, 유언장 심지어 의지라고 해석되어도 모두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해요.

이에 대부호 제이지는 딸의 질문에 랩으로 응답합니다.

그는 자기가 가진 막대한 돈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말하고,

Take those money / and spread ‘cross families
딸아, 이 돈을 가족들에게 나눠주거라!

흑인의 생을 곱씹기도 하며,

There was a time America / wouldn’t let us ball*
흑인들이 부자처럼 잘 먹고 잘살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지. (흑인들이 야구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지)

※ 여기에서의 ball은 슬랭입니다. 부자처럼 돈도 많이 벌고 잘 먹고 뽐내며 산다, 정도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고, ‘볼을 친다, 볼을 찬다’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의미로 해석한다면 인종 차별 때문에 흑인들이 프로 야구 경기에 참여할 수 없었던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중반 사이 흑인들의 처우 이야기를 의미하게 됩니다.

또 흑인으로서의 긍지를 일깨우기도 합니다.

Black Excellence baby, / you gon’ let’em see
흑인의 우월함, 네가 보여주게 될 거야.

노래 속에서 딸의 열린 질문에 대한 제이지의 대답의 열쇠는 이렇습니다.

Generational wealth, that’s the key.
세대의 부, 그게 핵심이란다.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부의 연속, 그것이 핵심이라고 천명하는 제이지 선생님. 하지만 그는 자기 식구만 챙기는 이기적인 남자가 아닙니다. 그는 더 넓게 함께 잘 사는 흑인 사회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무려 흑인 청소년들의 ‘롤 모델’이니까요.

“We gon’ start a society within a society. That’s major just like the Negro League.”
사회 속의 사회를 만드는 거야, 그게 중요해. 마치 니그로 리그*처럼 말이야.

※ 니그로 리그는 인종 차별로 프로 야구 리그에 참여할 수 없었던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중반 즈음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던 프로 야구 하위 리그를 말합니다.

 

교훈

제이지는 노래의 두 번째 벌스를 통해 자기의 아픈 과거사를 밝히면서 동시에 핵심적인 인생의 교훈을 때려 박는데요, 두 번째 벌스의 모든 문장이 개인적으로는 참 와 닿았습니다.

[Verse 2]

You see, my father, son of a preacher man.
전도사의 아들이었던 나의 아버지,

Whose daughter couldn’t escape the reach of the preacher’s hand.
하지만 전도사의 딸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

※ 제이지의 할아버지는 전도사였습니다. 그의 딸이자 제이지의 고모는 어린 시절 제이지의 할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합니다.

That charge of energy set all the Carters back
그게 우리 집안을 망쳤지.

It took all these years to get to zero in fact
원점으로 회귀하는데 이만큼의 세월이 들었다고.

I hated religion ‘cause here was this christian.
난 종교가 싫었어, 그놈의 기독교 때문에.

He was preachin’ on Sundays, versus how he was livin’ Monday.
일요일마다 설교하던 할배는 평일엔 개판이었거든.

Someday I forgive him
언젠가 난 그 인간을 용서할 거야.

‘Cause strangely our division led to multiple religions
신기하게도 우리의 갈등이 다양한 종교로 날 끌고 갔거든.

I studied Muslim, Buddhist, and Christians
이슬람, 불교 그리고 기독교를 공부했어.

And I was runnin’ from him, He was givin’ me wisdom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 할배는 내게 지혜를 준 셈이야.

See how the universe works?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니?

It takes my hurt and help me find more of myself
내게 아픔을 줬지만 진짜 나를 찾도록 도와준 거지.

It’s a gift and a curse
선물인 동시에 저주 말이야.

That’s called the Red Queen’s Race*
레드퀸의 달리기라고 부르지.

※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는 여왕 ‘레드퀸’이 나옵니다. 레드 퀸은 뒤로 움직이는 체스판 모양의 마을에서 앨리스의 손을 잡고 빨리 달리지만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여왕은 앨리스에게 말합니다.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앞으로 가고 싶으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하고.”

그렇습니다. 제이지는 자기의 수치스러운 가족사를 딸에게, 또 전 세계인들에게 대놓고 공개합니다. 자신의 친딸인 제이지의 고모를 성추행하던 할아버지는 기독교도 전도사였고, 해당 사건은 제이지의 집안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행했던 다양한 종교 공부와 현실 탈피 욕구는 그에게 ‘나’를 찾는 시간이 되어주었다고 말이죠. 그리고는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는 앞선 레드퀸의 달리기와 연결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You run this hard just to stay in place.
단지 제자리에 머무르기 위해 빡세게 뛰어야 한단다.

Keep up the pace, baby.
페이스를 유지하는 거야.

Keep up the pace.
페이스 유지 말이야.

You run this hard just to stay in place.
현재에 머무르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어야 해.

메시지를 하나하나 정성 들여 읽고 정리하다 보니, 수많은 성공 철학서나 자기계발서, 경영서에서 부르짖는 인생의 교훈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걸 느낍니다. 아, 감동이어라.

  • 나의 식구를 지극히 아낄 것
  • 자존감을 팽팽하게 지킬 것
  • 개인을 넘어 사회와 공동체를 돌아볼 것
  • 세대를 거듭하며 연결될 수 있는 부를 쌓을 것
  • 불우한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낼 것
  • 단지 오늘의 현실을 잘 살아나가기도 어렵다는 걸 깨닫고 끝없이 노력할 것.

‘Legacy’의 시작과 끝에는 깊은 소울이 담긴 도니 해서웨이 선생님의 절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Someday We’ll All Be Free.”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 자유로워질 거라고.

도니 해서웨이 선생님의 ‘Someday We’ll All Be Free’를 기왕이면 라이브 버전으로 꼭 먼저 들어보시고, 이후 제이지 선생님의 ‘Legacy’를 연이어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눈물이 나도 제 잘못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인생 곡이 바뀌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스눕피의 미국 힙합 이야기,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꾸벅.

원문: 스눕피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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