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Thu, 27 Mar 2025 03:05:54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0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곤욕’과 ‘곤혹’은 어떻게 다를까? https://ppss.kr/archives/266954 Thu, 27 Mar 2025 03:05:54 +0000 http://3.36.87.144/?p=266954 비슷해 보이지만, 그 뜻의 차이가 분명하니 쓰임새가 다르다

이제 사람들은 개별 언론사는 물론이고, 포털의 뉴스조차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건조하고 중립적인 텍스트 뉴스 대신 정파적 시각에 따라 ‘편을 확실히 가르고’ 시청각으로 전해주는 유튜브로 옮겨간 것이다. 언론사 뉴스와 포털의 뉴스를 골라 읽고 나서 나 역시 유튜브로 이동하는 순서를 따르곤 한다.

 

유튜브, 맞춤법·표준 발음 문제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을 시청할 때마다 자막에 드러나는 ‘심각한 맞춤법 오류’와 자막을 읽어주는 해설자의 발음에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나서 입맛이 쓰다. 자막이 자동 생성되는 한국어야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멀쩡한 문장에 어절 하나가 빠진 경우도 적지 않고 그걸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해설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한번은 ‘곤욕’과 ‘곤혹’을 어색하게 표현한 부분이 보여서 유념해 두었는데,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아서 찾지는 못했다. 둘 다 한자어인데, ‘곤(困)’은 ‘곤할, 지칠 곤’ 자, ‘욕(辱)’은 ‘욕될, 욕보일 욕’ 자고, ‘혹(惑)’은 ‘미혹할, 의심할 혹’ 자다.

뜻도 명확하게 나뉜다. ‘곤욕’은 ‘심한 모욕, 참기 힘든 일’의 뜻이고, ‘곤혹’은 ‘곤란할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이다. 강도로 치면 ‘곤혹’은 좀 곤란한 정도지만, 참기 힘든 모욕인 ‘곤욕’이 훨씬 세다. 곤욕은 주체가 직접 받는 실질적 구체적 피해지만, 곤혹은 사례에 따라 다르긴 해도 ‘조금 난처한 상황’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잘 드러나지 않는 피해이기 때문이다.

 

곤욕은 ‘심한 모욕’, 곤혹은 ‘어찌할 바를 모름’의 뜻

둘은 각각 실제 사용 예에서도 차별적인 방법으로 쓰인다. 이를테면 곤욕은 ‘치르다’, ‘겪다’와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지시하는 동사와 같이 쓰이지만, 곤혹은 주체의 내면적 상황을 뜻하는 ‘느끼다’와 함께 쓰이는 것이다.

명사 곤욕과 곤혹은 접미사 ‘-스럽다’를 붙여 형용사로도 쓰인다. ‘곤욕스럽다’는 “곤욕을 느끼게 하는 데가 있다”의 뜻, ‘곤혹스럽다’는 “곤혹을 느끼게 하는 점이 있다”의 뜻이다. 이 둘의 구분은 꽤 까다롭기 때문인지 여러 매체, 블로그 등에서도 다루고 있다. 동영상으로 MBC ‘우리말 나들이’를 추천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두 말의 뜻은 구별해 쓰는 게 필요하다. 아무도 ‘모욕’과 ‘어찌할 바를 모름’이 서로 비슷한 뜻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니까. 한자어 낱말은 우리가 무심히 쓰지만, 한자어의 훈을 살펴보면 그 세밀한 뜻도 새겨볼 수 있다.

흔히 ‘와중에’ 꼴로 쓰여 “일이나 사건 따위가 시끄럽고 복잡하게 벌어지는 가운데”의 뜻으로 쓰이는 낱말이 ‘와중(渦中)’이다. 이 낱말의 원뜻은 “흐르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의 뜻이다. 한자 ‘와(渦)’가 ‘소용돌이’라는 뜻의 글자이기 때문이다.

곤욕은 ‘욕’을 기억하고, 곤혹은 ‘미혹’을 기억해 두면 두 낱말의 뜻을 분간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원문: 이 풍진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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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의 꿈: 네모는 네모답게 사는 게 좋을까, 둥글게 살려고 노력해야 할까? https://ppss.kr/archives/250616 Thu, 27 Jan 2022 04:33:56 +0000 http://3.36.87.144/?p=250616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다 온통 네모난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 화이트, 네모의 꿈 중에서 –

 

네모는 네모답게 사는 게 좋을까, 둥글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바람직할까?

인간 세상에서 네모로 사는 것은 여러모로 불리하다. 인간의 마음이 모난 모양보다 둥근 것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의대의 마쉬 바(Mashe Bar)와 네이털 네타(Naital Neta)는 《Psychological Science》에 「Humans prefer curved visual object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인간의 둥근 물체에 대한 선호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실험 설계는 매우 간단하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래 그림과 같은 물건이나 도형의 쌍 중에서 자신이 더 좋아하는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a는 실제로 존재하는 물건이고, b는 아무런 의미 없는 도안이며, c는 둥근 것이나 모난 것과 관련 없는 통제 집단에 속한 물건이다.

연구자들은 인간의 본능적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84ms(84/1,000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물체나 도안을 노출시켰는데, 놀랍게도 사람들의 선호도는 매우 명확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의 평소 선호에 대해 짧게라도 생각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지만, 아래 결과에 나온 것처럼 본능적으로 둥근 것을 모난 것보다 좋아했다. 우리는 둥근 것을 좋아하도록 타고났다. 이제 우리는 셀카를 찍을 때 왜 볼을 부풀이며 사진을 찍는지 이해할 수 있다. 둥글게 보여야 호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네모의 꿈’의 가사에서 우리 주변의 많은 네모난 물체를 열거했지만 그 물체들 중 상당수는 이 노래가 발표될 당시에 비해 부드러워졌음을 알 수 있다. TV나 테이블 등 과거엔 네모의 전형처럼 불렸던 물건들이 지금은 곡선을 강조하거나 적어도 테두리는 둥글어졌다.

우리 인간이 둥근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비단 눈에 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격이 모났다는 말보단 성격이 둥글둥글하다는 말이 칭찬에 가깝다. 영어도 ‘angular personality (모난 성격)’와 같은 표현이 있고 중국어에도 ‘棱角分明的性格 (각진 캐릭터)’ 라는 표현이 있듯이 모난 성격이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우리 말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 말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표현처럼, 일본어엔 ‘出る杭は打たれる(튀어나온 말뚝이 두들겨 맞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 마음은 모난 것을 회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은 왜 둥근 것을 모난 것보다 선호할까?

우리가 본능적으로 둥근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각적으로 모난 무언가가 대개 우리에게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선조는 모나거나 뾰족한 물체엔 다치기 쉬웠으나, 둥근 물체에선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고 게다가 잘 익은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둥근 식물로부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모난 것은 항상 나쁠까? 그렇지 않다. 사무실의 가구는 가정에서 쓰는 가구에 비해 직선을 강조한다. 직선이 규율과 질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군대의 지프나 트럭은 민간의 자동차보다 각진 모양이다. 강인함과 결단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선거 포스터에 나온 사진만 보고 후보자의 성격이나 능력을 판단하는 연구에서 남성의 각진 얼굴은 둥근 얼굴에 비해 결단력과 독립심,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네모의 장점도 분명이 있다. 그렇기에, 네모의 꿈은 옳다. 하지만 네모는 둥글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편이 유리하다. 모난 얼굴일수록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필요하다. 모난 성격일수록 사람들과 둥글게 어울릴 수 있는 취미와 운동이 필요하다.

또한, 만일 둥근 얼굴이라면 호감은 쉽게 끌어낼 수 있지만 일에 있어 치밀함이나 결단력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따라서 둥글둥글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일의 어떤 측면에선 자신감 넘쳐 보이는 태도를 보여야 하며, 때에 따라선 강한 자기 주관을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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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책을 낭독하는 건 불법일까? https://ppss.kr/archives/242692 Thu, 17 Jun 2021 02:27:55 +0000 http://3.36.87.144/?p=242692 로에나 변호사의 <알쓸생법>

Q. 독서모임에서 책을 읽어주는 건 괜찮을까요?

최근 다양한 형태의 독서모임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독서모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벤트 중 하나로 ‘낭독회’를 꼽을 수 있다. 각자 좋아하는 책의 일부 구절을 독서모임에 온 사람들에 읽어주는 이벤트이다. 그런데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책의 일부 구절을 읽어주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을까?

 

저작권법 산책

책을 낭독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어떤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까? 저작재산권에는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이 있는데 그 중 낭독과 관련된 권리는 ‘공연권’이다.

제17조(공연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공연할 권리를 가진다.

여기서 ‘공연’이란 저작물 또는 실연ㆍ음반ㆍ방송을 상연ㆍ연주ㆍ가창ㆍ구연ㆍ낭독ㆍ상영ㆍ재생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말하며, 동일인의 점유에 속하는 연결된 장소 안에서 이루어지는 송신(전송을 제외한다)을 포함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3호).

즉, 책을 읽어주는 ‘낭독’은 저작권법 제2조 제3호에 따라 ‘공연’에 해당하고, 저작권자인 작가의 허락 없이 낭독을 하였다면 작가의 공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그렇다면 독서모임에서 작가의 허락 없이 책을 읽은 행위는 모두 저작권 침해행위가 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저작권법은 제29조 제1항에서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ㆍ방송) ①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청중이나 관중 또는 제3자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공연(상업용 음반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재생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실연자에게 통상의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①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할 것, ②청중이나 관중 또는 제3자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할 것, ③공표된 저작물일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만족시킨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별도로 받지 않더라도 공연(낭독)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독서모임에서 책을 낭독하는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행위이고, 청중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무료 낭송이며, 해당 도서가 공표된 저작물이라면, 작가의 허락 없이 낭독을 하였더라도 저작권 침해는 되지 않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책을 읽어준다면

그렇다면 책을 읽는 행위를 촬영하여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유튜브에는 책을 소개하거나 읽어주는 유튜버, 소위 북튜버들이 상당히 많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다만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녹음하여 유튜브에 올릴 경우 저작권 중 복제권 및 공중송신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제16조(복제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복제할 권리를 가진다.
제18조(공중송신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공중송신할 권리를가진다.

유튜브에 광고가 붙기 때문에 비영리목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제29조는 ‘공연권’ 및 ‘방송권’과 관련된 저작권 제한 규정이기 때문에 ‘복제권’ 및 ‘공중송신권’이 문제 되는 유튜브 업로드행위에 제29조는 적용될 수 없다. 결국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낭독하는 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행위는 저작권자의 복제권 및 공중송신권 침해에 해당한다.

다만, 책 전체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일부 감명 깊었던 구절을 읽어주는 등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의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는데, 저작물의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의 사항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저작권법 제35조의5).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① 제23조부터 제35조의4까지, 제101조의3부터 제101조의5까지의 경우 외에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개정 2016. 3. 22., 2019. 11. 26.

② 저작물 이용 행위가 제1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참고로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사망한 후 70년이 지날 때까지 존속하기 때문에, 작가가 사망한 날로부터 70년이 지난 고전문학을 읽어주는 영상을 촬영한 행위는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제39조(보호 기간의 원칙) ①저작재산권은 이 관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한다.

하지만 저작권이 소멸한 문학이더라도 누군가가 고전문학을 번역하여 새롭게 책을 출판했다면 그 책은 번역작가의 2차적저작물로서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되기 때문에, 번역작가의 허락 없이 해당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된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 저작권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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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을 두려워한다 https://ppss.kr/archives/231610 Wed, 20 Jan 2021 06:25:32 +0000 http://3.36.87.144/?p=231610 나는 디즈니 영화 중 『미녀와 야수』를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거의 하나로 수렴하는데, 주인공이 ‘책을 읽는 여성’이고, 그녀가 책을 따라나서는 듯한 여정이 이 이야기의 중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어딘지 ‘이상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그녀는 마을의 관습적인 삶 바깥에 존재하는 듯 그려진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책을 읽었기 때문에, 마을 바깥을 꿈꾸고, 가부장의 정점과 같은 개스톤을 거부하고, 거대한 서재가 있는 야수의 집에 감격한다.

사냥꾼 개스톤은 힘센 미남에 가부장적인 폭력성으로 무장한, 마을 내에서 가장 우뚝 선 남성미 넘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벨의 책을 빼앗아 웅덩이에 던져 버리고, 여자가 책을 읽으면 생각이 많아져서 좋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며, 벨을 소유하고자 온갖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벨이 그에게 저항할 수 있는 건 책의 힘 덕분이었다.

벨은 마을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고, 옳지 않은 것을 싫어할 수 있었으며, 낯선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줄 알았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가장 빛나는 능력은 스스로 맞지 않다 느끼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옳다고 느끼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아무에게나 관대하지도 않았고, 무엇이든 용인하지도 않았으며, 자기만의 중심으로 스스로의 길을 밝혀나갈 줄 알았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은 책 읽는 이들을 가장 두려워했다. 책 읽는 권리를 얻기까지, 일반 시민들이나 노예들, 여성들은 거의 인류 역사 전체를 통해 싸워와야 했다. 책을 읽으면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자기만의 세계를 갖게 되며, 자기 안의 세계와 다른 현실과 싸울 수 있게 된다.

현실이 권력과 힘으로 꽉 짜인 채 존재하는 실질적인 폭력이라면, 한 사람의 마음 안에 싹튼 이념의 세계는 그러한 현실과 싸우는 거의 유일한 힘이 되곤 한다. 그래서 이길 수 없는 현실에 구속되어 있는 이들은 다락방에서, 부엌에서, 헛간에서 몰래 책을 읽었다. 책이 만들어주는 세계가 이 현실과 대적할 수 있는 또 다른 현실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잘못된 세상과 맞서 싸우면서 옳은 기준을 정립해나가고, 멋진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건 아닐 것이다. 어떤 이들은 오히려 열심히 책을 읽어서 자기가 가진 권력을, 자기가 한 자리 차지한 현실을, 자기가 누리는 힘을 합리화하고 강화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인류 역사 속 대부분의 책 읽기란 그런 권력자들의 것이었다. 그들은 책 읽기가 힘이라는 걸 알았다. 책 읽기가 무기이고, 생명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바로 그런 생명을 건, 무기가 되는, 어느 약자들의 책 읽기야말로 그 하나하나가 매번 역사적인 순간이고, 삶에서의 생명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책 읽기는 무기다. 폭력을 당하고, 핍박받고, 관습에 강요당하고, 인생을 강제당하며, 희망과 꿈을 빼앗긴 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무기가 책 읽기다. 그들은 그 폭력 속에서 책을 읽으며 다른 꿈을 꾼다. 그는 삶의 모든 걸 빼앗길지라도, 결코 빼앗길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다. 그렇게 그는 평생 잃지 않는 자기만의 작은 우주 하나를 가진다.

책을 제대로 읽는 사람은 자기를 억압하는 힘에 타협하지 않고, 자기의 옳음을 고집스럽게 지키고자 하며, 잘못됨을 끝내 거부하고 질책한다. 그는 그런 자신의 우주를 지키는 것이 생명의 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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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이데아’의 라면을 끓이다 https://ppss.kr/archives/233339 Fri, 08 Jan 2021 06:55:35 +0000 http://3.36.87.144/?p=233339 내가 비로소 플라톤의 철학을 이해하게 된 것은 군복무를 하던 시절 처음 맛본 어느 혁명적인 인스턴트 면요리 덕분이었다. 나가사키 짬뽕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당시 백색국물 또는 하얀국물 라면이라 불리며 꼬꼬면, 기스면 등과 함께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마음껏 움직일 자유도, 새로운 물건을 살 방법도 없었던 우리는 몇날 며칠을 선임하사 옆에서 치근덕댄 끝에 나가사키 짬뽕 몇 봉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쫄깃한 면발은 물론이거니와 시원한 국물, 게다가 큼직한 해물 건더기까지! 녀석을 접한 그곳이 ‘싸제(사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군대에선 이렇게 부른다)’ 음식은 다 맛있게 느껴진다는 군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그 맛은 가히 감동이었다. 후루룩 쩝쩝. 그렇게 정신없이 면과 국물을 넘기고 조금씩 배가 불러오기 시작할 즈음, 뜬금없는 고민 하나가 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근데 이 시키, 라면이야 짬뽕이야?

??

 

나가사키 짬뽕, 라면일까 짬뽕일까?

논란의 여지는 많았다. 재빨리 이 녀석이 짬뽕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좌뇌는 이름 말미에 붙은 ‘짬뽕’이라는 두 글자와 기존의 라면과는 차별화된 국물 색깔에 주목했다. 반면 라면이 확실하다고 주장한 우뇌는 그럼 먼저 나온 ‘오징어 짬뽕도 짬뽕이냐, 게다가 자기들도 백색 국물 라면이라고 했지 짬뽕이라고 말한 적 없지 않냐’며 좌뇌의 주장을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결국 결정권은 심신 전반의 의견을 종합한 나의 몫.

음… 이유는 모르겠고… 이거 그냥 라면 맞는데?

나뿐 아니라 그날 함께 나가사키 짬뽕을 먹은 부대원 모두 우리가 방금 먹은 ‘그것’이 짬뽕 아닌 라면이 확실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니, 사실 고민할 필요도 명확한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우리 가슴 속의 무언가를 통해 확실하게 느껴졌기 때문. 마치 얼굴도, 목소리도 알 수 없지만 무대 앞에 나와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며 괴성을 지르고야 마는 어느 국군장병의 모습처럼 말이다.

 

나가사키 짬뽕이 결코 짬뽕이 아닌 이유

플라톤은 자신의 대표적 저서인 《국가》를 통해 우리가 나가사키 짬뽕을 라면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혀낸다. 그의 대표적 세계관인 ‘이데아론’을 통해서 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라면이 존재한다. 신라면, 삼양라면, 안성탕면 등등. 이데아란 말하자면 이런 모든 라면들을 라면이라 부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플라톤에 따르면 라면들은 생김새나 맛, 조리법 등에서 차이를 가지지만 라면이라고 불릴만한 무언가를 공유한다. 이들이 공유하는 것이 이상적인 라면, 즉 라면 ‘이데아’다.

만약 라면의 이데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많은 라면이 다 ‘라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즉 라면의 이데아가 없다면 우리는 하얀 국물의 라면과 빨간 국물의 라면이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라면들은 이데아 라면의 불완전한 복사물일 뿐이다.

아직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가 든 예를 하나 더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먼저 동굴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곳에 갇힌 사람들은 사슬에 묶이고 머리가 고정된 탓에 평생 동굴의 벽면만 바라보고 살아간다. 그들 뒤에는 불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엔 길이 하나 있어서 그곳을 지나는 사람과 동물 모형의 그림자가 벽면에 드리워지게 된다. 물론 길을 걷다 출출함을 느낀 몇몇 사람 덕분에 가끔은 라면 그림자도 비쳤을 게다(못 믿겠다면 그 길 한 켠에 편의점이라도 하나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탓에 이들은 자신이 평생 보아온 라면의 그림자를 진짜 라면의 모습이라고 믿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사람이 풀려나 동굴 반대편을 향하게 된다. 처음엔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조금씩 환한 빛에 적응하기 시작할 게다. 그는 곧 태양빛으로 가득한 동굴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그곳에서 자신이 평생 라면이라 믿었던 것은 고작 라면의 그림자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다시 동굴로 돌아와 전과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더 이상 어둠에 익숙하지 않다. 이전처럼 그림자들을 자세히 살피기가 어려워 오히려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동굴의 벽면 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 친구들은 그가 불쌍하기만 할 것이다. 동굴 밖을 다녀온 뒤로 시력이 떨어진데다 라면(의 그림자)을 보고도 군침조차 흘리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진짜 라면을 보았다고 큰 소리 쳐도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의 친구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들이 바라보는 라면의 그림자에 만족한 채 평생을 살아갈 뿐이다.

 

그는 대체 왜 이데아를 말했을까?

사실 플라톤이 고작 라면의 실체 하나 밝히려고 끙끙대며 그 두꺼운 책들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통해 세상이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개인이 더 도덕적이며 이성적인 인간으로 바뀌어가길 바랐다. 그가 생각한 이데아는 영원하며 불변성을 지닌 세계이다. 이데아론은 구체적인 사물뿐 아니라 정의(正義), 선(善)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도 적용되며, 특히 선의 이데아는 궁극적인 이데아이자 모든 철학적 탐구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선의 이데아는 태양의 비유로 설명된다. 플라톤은 태양이 우리가 보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며 또한 성장의 근원이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선의 이데아 또한 마음의 눈을 통해 실재의 본성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한다. 만약 선의 이데아가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헤매게 될 지도 모른다. 즉, 선의 빛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지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영혼은 태어나기 전에 이데아의 세계에 살았으며, 죽은 뒤에도 그곳에 돌아가길 원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우리는 모두 이데아에 대한 선천적인 지식을 가졌다. 때문에 우리는 어떤 종류의 새로운 라면을 보더라도 “이것은 라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왜냐면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아는 라면의 이데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자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는 불완전한 현실의 세계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지닌 이성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이데아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데아를 발견해 세상의 본질과 진리를 이해한 자가 세상을 통치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물론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앞의 그림자 쫓기에 바쁠 테지만 말이다.

 

라면 먹는 플라톤

여담이지만 플라톤이 지금 시대에 산다면 아마 그도 라면을 즐겨먹지 않았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 근거는 그의 삶과 저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당대 그리스에서는 평범한 음식이었던 올리브와 말린 무화과를 즐겨먹었다는 그는, 요리기술은 “기쁨이나 쾌락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경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한 플라톤은 먹고 마심으로써 생겨나는 기쁨조차도 용인하려 하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특히 쾌락과 즐거움은 육체 혹은 정신적인 공허함을 채움으로써 생겨난다고 설명했는데, 정신적인 음식이 ‘더 수준 높은 현실의 내용을 포함하며 학문의 영원하고 진정한 본질을 담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음식과 음료를 비롯하여 육체의 본성이 요구하는 것을 탐내는 부분’을 ‘머리를 쓰는 부분’과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배꼽 주위에 위치시킨 것 또한 그의 입장이 잘 드러나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 비추어 보자면 부담 없고 간편한(게다가 맛있기까지 한) 라면은 그의 선호식품 1순위가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세상에 그의 철학을 만족할 만큼 완벽한 음식이 라면 말고 또 있을까! 물론, 그가 죽은 지 2500여년이 지난 뒤에야 라면이 세상에 등장한 탓에 그가 좋아할지 싫어할지를 확인할 길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완벽한 라면은 가능할까?

그럼 완벽한 라면, 즉 이데아 세계의 라면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대답은 ‘없다’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죽기 전까진 이데아의 세계에 발끝조차 닿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단 플라톤의 설명에 따르면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자는 이데아의 세계에 닿을 수도 있다고 하니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를 만큼 놀라운 라면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라면만 먹는’ 철학자가 될 각오부터 해야 할 게다.

그게 싫다면? 과감히 이데아 속 라면은 포기하자. 원래 사람이 원하는 걸 모두 갖기란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는 법이다. 게다가 너무 아쉬워하진 않아도 되지 싶다. 우리 앞에 놓인 라면도 충분히 완벽하며 맛있는 건 마찬가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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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가 말하는 고종-흥선대원군에 관한 5가지 오해와 진실 https://ppss.kr/archives/233185 Fri, 08 Jan 2021 06:14:16 +0000 http://3.36.87.144/?p=233185 한국 역사 최고의 떡밥은 고종과 대원군, 그리고 명성황후다. 드라마 속, 대원군은 꼰대, 명성황후는 친일파, 고종은 우유부단으로 그려진다.

역사학자들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100시간 이상의 인문학 강의를 월 9900원에 볼 수 있는 다물어클럽의 <인물조선사> 속 3명의 역사학자 이야기를 요약해보았다. (학습지 포함 월 4900원 혜택 제공 주)

 

1. 흥선대원군은 망나니짓을 하지 않았다: 조선은 망나니 왕족을 두고 볼 나라가 아니었다

흥선대원군의 유명한 일화는, 잔칫집에서 남은 고기 뼈다귀를 빌어먹고 다니며 ‘상갓집 개’ 취급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흥선군을 다룬 작품 중 흥선군을 이렇게 그리지 않는 작품이 없다.

영화 ‘명당’ 속 몸을 낮춘 흥선군의 모습

그러나 흥선군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던 것은 사실이나,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은 없다. 당시의 왕족은 존재만으로도 귀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아들이 태어나지 않아, 흥선대원군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자랐다.

흥선군의 아버지는 왕족 핵인싸였다

 

2. 고종은 유약했고, 대원군과 명성황후가 대립했다? 아니, 왕은 그래도 왕이었다

개항기를 다룬 작품에서 고종은 보이지 않고,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만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 왕비들의 정치 참여는 금지되어 있었고, 이는 철저히 지켜졌다.

대원군 섭정기 동안 바지사장이긴 했지만, 이후는 고종 자신이 실세였다

 

3. 대원군은 귀족들의 기를 누르고 집권했다? 나름 처세의 달인이었…

역사학자들은 다물어클럽 강의에서, 당시의 정치 구도는 복합적이었다 말한다. 흥선군은 안동 김씨는 물론, 세도가도 포섭하려 했다.

당시 왕실과 세도가는 결코 교과서적인 대립 구도를 형성하지 않았다. 안동 김씨의 차세대 중책 라인(?)이었던 김병기 등과 대립하긴 했으나, 뭐 절멸시키려고 한 것도 아니고 좌천 정도에 그쳤으니 연합정권이라는 틀이 깨지는 건 아니었다.

사실 흥선대원군은 직함이 없는 존재였다. 어디까지나 왕은 고종이고 흥선대원군은 그 신하였다. 결국 흥선대원군의 집권은 고종의 묵인이 없는 한 불가능한 케이스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급진적, 전면적이지 않았으며, 권력 구조 안정화에 주력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그럴 리 없다는 것~

 

3. 흥선대원군은 결국 ‘왕정’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복궁 중건으로 말아먹은 개혁

당시 서원의 유림은 세금도 안 내고 병역도 면제였다. 흥선대원군은 아예 서원을 철폐해버리고 특권을 앗아간다. 영조조차 유림과 척지기 싫어 포기했던 것을 흥선대원군이 밀어붙인 것이다. 이렇게 재정은 안정화하나 했더니…

상남자 대원군

그런데 이 돈을 죄다 경복궁 중건에 쓴다. 심지어 돈을 막 찍어내서, 유통경제가 무너진다. 강의에서는 이것이 바로 왕정적인 사고가 가지는 한계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왕권을 강화하면 다른 문제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당시는 신문물이 들어오는 격변의 시대였다.

너무 막 가며 정계의 신뢰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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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흥선대원군의 통산수교 거부정책은 온전히 그의 잘못이 아니다: 애초에 서양은 조선에 관심도 없었다

가장 대표적인 오해다. 대원군의 통상수교 거부정책 때문에 근대화가 지연다는 것. 흥선대원군이, 세계의 급변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동양사학자들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서양 국가들이 조선 개항을 원했는가?
아니오… 걍 중국, 일본 가는 길이에요…

그럼에도 병인양요, 신미양요에서, 서구가 군함을 동원해 공격한 건 사실이다. 당연히 조선은 서구 열강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학자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척화는 필요했다. 근대화가 늦어진 것을 대원군만 탓하긴 힘들다.

조선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철수한 걸,
이겼다고 포장한 당시 조선(…)

 

5. 대원군과 고종은 서로를 마음으로 아꼈다? 흥선대원군의 문상도 가지 않았던 고종

대원군이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은 것도 사실이고, 원래 왕의 위에 누가 있는 게 정상도 아니다. 고종은 최익현 등을 통해 대원군을 몰아낸다. 대원군은 이후 임오군란으로 잠시 복귀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의 도전에도 실권을 잡지 못하고, 고종에게 완전 버림 받는다.

후레자식이라 하기에는 고종이 억울할만도…

대원군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역사학계의 평은 그다지 좋지는 않다. 그는 권력을 다룰 줄 아는 현실주의자다. 여러 세력과 균형을 이루며 장기간 섭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왕권에 갇힌 좁은 시야의 소유자였고, 결국 조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팩폭 날리는 역사학자들

 

마무리하며

아마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위 내용은 얼핏 알 내용들이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은 드라마에서의 스테레오 타입대로 이해했을 것이다. 대원군은 꼰대, 명성황후는 친일파, 고종은 우유부단…

이는 역사 드라마와 영화는 재미있지만, 역사 자체는 재미 없다는 생각에, 역사를 좀 더 깊이 접근할 기회가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다물어클럽과 함께 그 선입관을 깨보자. 비싸다는 핑계, 어렵다는 핑계 댈 필요 없다. 월 9900원에 무제한 영상이니. 따분함이 지식으로 바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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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작가가 말하는 김대중, 노무현의 글쓰기-말하기 스타일의 차이와 공통점 https://ppss.kr/archives/233227 Fri, 08 Jan 2021 01:58:18 +0000 http://3.36.87.144/?p=233227 강원국 작가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내용을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으로 옮기기도 했다.

다물어클럽은 월 9,900원에 300편의 인문학 영상을 무제한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학습지 포함 할인 혜택 제공 중) 인문학계의 넷플릭스로도 불리는 다물어클럽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말하기 스타일의 차이를 알아봤다.

 

김대중 대통령의 말하기와 글쓰기는 친절한 설명문

김대중 대통령은 “첫째, 둘째, 셋째”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하나의 논점을 이야기한 후, 동등하고 수평적인 근거들로 이해를 도왔다. 그래서 김대중의 연설은, 깔끔한 요약정리의 느낌이 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가 떠먹여 주는듯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와 글쓰기는 설득하는 논설문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달랐다. 김대중 대통령식으로 “첫째, 둘째, 셋째”라 쓰면, “글을 입체적으로 써라”고 꾸짖었다 한다. 김대중의 글이 수평적이라면, 노무현의 글은 수직적이다. 하나의 주장 아래에 근거, 사례 등을 층층이 쌓으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준비와 연설 현장에서도 달랐던 두 사람의 모습

두 전 대통령의 차이는 준비단계에서도 드러난다. 김대중은 일반적인 방식, 즉 비서실에서 글을 써서 올리면, 그것을 손수 수정하는 방식으로 원고를 준비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비서실의 글을 보고서, 직접 말로 풀어봤다고 한다.

그렇기에 연설 당시도 김대중은 연설비서실 초안이 기본이 됐지만, 노무현은 초안에 그다지 의존하지 않았다. 연설 스타일도 달랐는데, 김대중은 준비된 원고를 그대로 읽는 쪽이었다. 반면 노무현은 즉흥성이 강했다. 김대중이 정보를 잘 전달하려 했다면, 노무현은 현장에 맞춰 소통하며 주장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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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고치고 또 고치는 완벽주의자라는 공통점

공통점도 있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연설을 했다는 점, 그리고 글이란 고치고 고칠수록 더 좋아질 수밖에 없는데, 연설 직전까지 고치고 또 고치며 완벽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메모광이었던 두 사람

또한 두 전 대통령 모두 끊임없이 메모를 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김대중은 주로 기록용으로 5년간 28권의 다이어리를 썼다고 한다. 노무현은 A5 사이즈 종이에 메모한 후, 이를 참조하게끔 주변 비서관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강연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다물어클럽

위의 내용은 다물어클럽에서의 강원국 작가 강의를 정리한 것이다. 월 9,900원에 300편의 인문학 강연을 무제한 시청 가능한 다물어클럽은, 이번 주까지 월 4,900원의 파격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혹시라도 그동안 인문학에 관심이 있었다면, 반값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코로나 시대, 이렇게 쉽게 인문학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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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설민석이 아닌 ‘우리 안의 설민석’: 광개토왕비 역사 왜곡을 지지하는 우리들 https://ppss.kr/archives/233121 Thu, 07 Jan 2021 03:21:37 +0000 http://3.36.87.144/?p=233121 벌거벗겨진 건 세계사가 아닌, 설민석의 오류들

설민석은 최고의 스타 강사다. 무한도전 등 예능 출연을 통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고, ‘한국사 전문가’로서의 권위까지 얻었다. 그래서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가 나올 때, 대중의 기대는 컸다. 1화부터 5%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었다. 설민석의 사실관계 오류와 역사 왜곡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거벗은 세계사’는 2화 만에 좌초했다.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너무 많고, 흥미 위주의 풍문을 실제 역사처럼 부풀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벌거벗겨진 건 세계사가 아니라 설민석 강의의 오류들이었다.

 

문제는 설민석이 아니라, ‘보고 싶은’ 역사를 요구하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설민석이 하차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 설민석은 다만 그 요구를 만족하는 엔터테이너였을 뿐이다.

예로 많은 한국인이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아는 광개토왕비문을 보자. 비석에 “일본이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는 내용을 두고, 설민석은 “일본이 바다를 건너오는 걸 고구려가 격파했다”고 해석한다.

스타강사답게 이런 말도 붙여주고…
국뽕으로는 한 수 위인 김진명은 “백제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고 주장한다(…)

 

광개토왕비문의 진실: 해석은 “일본이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가 맞다

월 9900원에 인문학 강의를 무제한 제공하는 인문학계의 넷플릭스 ‘다물어클럽’에서 4명의 진짜 국사학자를 모아서 의견을 들었다. (이번 주까지 학습지 포함 혜택 제공 중)

이들의 의견은 놀랍게도, 우리가 싫어하는 해석이 맞다는 것.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안정준 교수 “일본은 광개토왕비문 조작을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역사 왜곡은 우리들이 저질렀던 것이다. “일본이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는 해석이 맞으며, 우리는 한국이 일본을 물리쳤다는, 그저 ‘듣기 좋은 역사’에 빠져 있었던 것. 실제 설민석은 이때 큰 오류를 저질렀으나, 아무 논란 없이 넘어갔다

백석예술대 한국사 강사 김재원 “대중매체의 역사는 국뽕 예찬”
설민석은 이때도 큰 오류를 저질렀으나, 우리가 좋아했기에 논란은 없었다.

 

그런데… 일본이 한국을 점령한 것도 거짓이다

“일본이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는 내용은 진실일까? 그렇지 않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이 “고구려가 출정하여, 일본이 어지럽힌 한반도를 회복했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즉, 고구려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악당역으로서 일본의 역할을 실제보다 과장한 것이다.

광개토왕비는 애당초 ‘객관적인’ 시선에서 쓰인 사료가 아니다. 광개토왕 사후, 장수왕이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고구려의 위상과 역할을 훨씬 과장하고 광개토왕을 영웅적으로 연출한,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정치적 선전물에 가깝다.

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강진원 “굳이 역사를 민족주의로 왜곡할 필요는 없다”

다물어클럽의 진짜 역사학자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역사는 굳이 왜곡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사실 그 자체로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와 함께 배움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과거를 통해 현실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진짜 학자들의 이야기를 날것으로 들을 수 있는 다물어클럽

위 내용은 다물어클럽의 강의 중 일부이다. 4명의 역사학자가 모여 민족주의적, 포퓰리즘 역사 강의를 비판하고, 광개토왕비를 통해 어떤 관점이 올바른지 이야기한다.

강의를 통해 우리는 광개토왕비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사료임을 알게 된다. 굳이 민족주의적 판타지를 거기 투영할 필요가 없다. 덧씌워진 판타지를 벗겨내고 ‘진짜’ 광개토왕비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흥미로운 지적 여흥인 것이다.

다물어클럽은 위의 광개토왕 외에도 수많은 역사, 인문 강의가 갖춰져 있다. 설민석의 역할이 흥미를 돋는 것이었다면, 한 발만 더 깊이 공부해보는 건 어떨까? 영상 강의라면 별로 지루하지도 않을 테고, 마침 인문학 학습지까지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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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말하기는 ‘각성’이 필요하다: 다물어클럽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 https://ppss.kr/archives/233096 Thu, 07 Jan 2021 03:06:50 +0000 http://3.36.87.144/?p=233096 누구나 글을 잘 써야 하는 순간이 온다. 취준생 시절의 자기소개서, 직장에서의 기획서, 하다못해 짧은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다 글쓰기다. 하지만 글쓰기는 늘 어렵다.

강원국 작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연설담당 비서관으로 지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4권의 글쓰기 책을 모두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인문학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다물어클럽에서,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라는 강연을 정리해보았다.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을 위한 4가지 해결책

먼저 워밍업으로,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을 위한 4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째, 일단 독자를 정해야 한다. 글을 읽을 누군가를 특정해서 그 사람에게 말한다고 상상하고 반응을 생각하며 글을 쓰면 더 구체적이고 와 닿는 글을 쓸 수 있다.

정확한 독자 설정이 중요하다

둘째, 그 독자가 내 글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글은 내가 썼지만 독자의 것으로 넘어간다.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쓰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내 관점이 아닌, 상대 관점에서 생각하자

셋째, 독자와 대화하면서 써라. 독자의 반응을 상상하며 써야 한다. 독자의 말을 잘 귀담아듣고 생각을 읽으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대화하듯이, 상대의 반응을 상상하자

마지막으로, 독자를 위해서 써라. 엄마가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서툴러도 진심을 담으면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독자를 위한다는 진심을 담아 글을 쓰면 잘 쓸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진정성이 담긴 글보다 더 좋은 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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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차이를 만드는 실전 글쓰기 6가지 비법

본격적으로 강원국 작가가 전하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노하우 6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국어사전을 열어놓고 써라. 국어사전은 어휘력과 연결된다. 한자어를 찾으면 우리말 풀이가 있는데, 우리말이 훨씬 술술 읽힌다.

어휘력은 글쓰기에 중요한 무기다

둘째, 쓰지 말고 고쳐라.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글을 가다듬으면, 글은 자연히 좋아진다. 빨리 쓰고, 오래 고쳐라.

이런 체크리스트를 거친 글이 나쁠 수 없다

셋째, 문단 중심으로 써라. 문단은 짧지만 완전한 글이다. 좀 성글어도, 일단 문단 하나하나를 잘 만드는데 집중하자. 이들을 잘 배치하면 하나의 글이 되어 있을 것이니.

이 3단계를 거치면 온전한 글이 된다

넷째, 한꺼번에 쓰지 말고 조금씩 여러 번 써라. 보태기 방식을 사용하면 좋다. 한번에 다 쓰려 하지 말고, 내가 쓰고 싶을 때, 내가 쓰고 싶은 환경에서 글을 조금씩 보태 보자.

강박적으로 쓰려면 좋은 글이 안 나온다

다섯째, 시간을 써라.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마추어에게는 생각을 숙성시킬 시간이 필요한 반면, 프로에게는 마감을 지킬 시간을 정하라 조언한다.

프로는 스스로 마감 시간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함께 써라. 글 쓰는 학과에서는 ‘합평’이라는 것을 진행한다. 글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문화인데, 이때 지적보다는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작가는 아내가 최고의 글동무라 한다

 

더 많은 다물어클럽 특강, 월 9900원에 보기

강원국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 노하우를 살펴보았다. 3시간이 넘는 다물어클럽 전체 강의에는 말하기 조언도 있다. ‘나 자신과 ‘셀프토킹해보기’, ‘내 말의 결과에 대해 생각해보기’, ‘본인이 한 말 복기해보기’ 등의 내용이다.

다물어클럽은 강원국 작가 외에도 역사, 문화예술, 철학, 사회과학 등 120시간 이상의 다양한 강연이 존재한다. 위 캡처에서 볼 수 있듯, 다른 강연과 달리 예능처럼 편하게 볼 수 있는 포맷으로, 연예인 정선희와의 티키타카를 맛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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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9,900원 무제한 인문학 영상, 인문학계의 넷플릭스 ‘다물어클럽’ 창업기: 이준형 대표 인터뷰 https://ppss.kr/archives/233069 Thu, 07 Jan 2021 02:08:58 +0000 http://3.36.87.144/?p=233069 1. 인문학계의 넷플릭스 ‘다물어클럽’을 창업

김민섭(북크루 대표, 이하 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준형(알다 대표): 다물어클럽을 운영하는 알다의 대표 이준형입니다.

성공한 CEO 포스.

김: 다물어클럽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이준형: 한 달에 9,900원만 내면, 150시간 이상의 모든 강의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 예술, 기초과학 등을 저렴하게 공부할 수 있는 ‘무제한 지식 교육 서비스’죠.

김: 9,900원…;;; 반응은 어떠한가요?

이준형: 기사 댓글을 보면 벌써 욕이 많아요. 인문학을 이런 식으로 판매하는 놈들이 어디 있냐, 기본 소양이 안 된 놈들이다… 괜찮습니다. 저희는 인문학의 어깨에 들어간 힘을 좀 빼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염가에 판다’고도 하고요. 지금은 와디즈에서 학습지를 포함해 6개월 59,600원으로 특별 할인 중이에요.

150시간 내외의 인문학 강의와 집으로 배송되는 학습지가 월 9,900원 수준이다. (링크)

김: 그렇게 팔아서 돈이 남나요?

이준형: 기존의 인문학 교육은 너무 비쌌어요. 1년에 100만 원 정도는 들었죠. 당장 돈 벌기야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문학이 죽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의 대중화는 더 어려워질 거고요. 인문학 연구자들이 줄어들며 시장 파이가 작아지는데, 단기적으로 돈 벌려고 해봐야 얼마 벌지도 못할 거예요.

김: 단기적으로 돈을 벌어봐야 미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전략을 짜나요?

이준형: 분야별로 가장 훌륭한 학자를 섭외하고, 그분들과 해낼 수 있는 최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내려 합니다. ‘철학을 공부해 보고 싶어’, 혹은 ‘역사를 공부해 보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누구든 부담 없는 비용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자. 그게 다물어클럽의 기본적인 배경이에요.

강의하시는 분들 네임밸류도 엄청나다.

 

2. 인문학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인문학도 예능처럼 재밌어야 한다

김: 아무리 그래도 월 9,900원… 왜 이리 가격을 낮게 잡은 거죠?

이준형: 소위 ‘인문학 애호가’들에게 강의당 10만 원, 20만 원 받으면, 당장은 돈을 더 벌었겠죠. 하지만 대중화 없이는 어차피 다 망할 거라 봅니다. 인문학에 친숙하지 않은 분들이, 좀 더 가볍게 인문학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요. 그래야 파이가 커지니까요.

김: 그래도 넘 싸잖…

이준형: 월 9,900원이 그리 낮은 가격이라고도 생각 안 합니다. 넷플릭스나 왓챠도 그 정도잖아요. 애초에 우리의 경쟁자는 기존의 인문학 판매 업체가 아닌, 소위 OTT라 불리는 미디어 콘텐츠 업체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다 같이 재미있는 콘텐츠로,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싸움이니까요.

이제 인문학 강의도 넷플릭스처럼 재밌어야 한다는 게 이준형 대표의 철학이다.

김: 넷플릭스는 순수 오락이라 잠재 시청자층이 많잖아요?

이준형: 그동안 이 시장이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지, 시장이 작은 건 아니라고 봐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서도 유료 지식 콘텐츠 이용자가 4억 명에 달합니다. 투자도 크게 받으며 운영되고요. 한국도 EBS에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요.

김: 인문학의 위기라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가 보군요.

이준형: 학보사 시절, 옛날 기록을 다 찾아본 적이 있어요. ‘인문학의 위기’라는 표현이 나온 지 30년이 넘었더군요. 그런데 대안이 항상 이래요. 자기들끼리 “인문학 대중화가 필요해!”라고 외치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로 책을 쓰죠. 그리고 책이 팔리지 않으면 천박하다고 그 탓을 대중에게 돌려요. 그 결과가 지금의 인문학이라 생각합니다.

1996년 기사입니다(…)

김: 또 특이한 게, 기존 인문학 콘텐츠처럼 유명인 중심이 아닌 것 같아요.

이준형: 네. 인문학계에서는 교수가 되지 못하면, 가난과 무명을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소위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희생당하는 경우도 많고요.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 자신의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다물어클럽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 사교육 시장에서 성공한 청년, 인문학 교육에 도전하기까지

김: 어쩌다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이준형: 원래는 ‘스터디헬퍼’라는 중∙고등학교 학생용 앱 사업을 했습니다. 앱으로 공부 시간을 측정하고, 더 효율적인 공부법을 제안해줬죠. 150만 다운로드도 달성하고, 투자도 여러 번 받았어요. 그런데 사교육 시장에 몸을 담다 보니, 세상이 변하려면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부터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게 인문학이라 생각했고요.

안드로이드만 100만 다운로드 서비스의 공동창업자였다.

김: 시작은 어땠나요?

이준형: 기존 인문학 교육은 일방적으로 강의만 듣고 끝인 게 불만이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대로 공부했는지 점검하고, 복습도 할 수 있도록, 학습지 형태의 교재를 제공했어요. 매주 함께 공부하고, 독서 모임도 가졌죠.

김: 잘 됐나요?

이준형: 생각보다 수요가 꽤 있었어요. 처음에는 철학 한 과목만 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역사와 문학도 개설했어요. 1년 정도가 지나며 20개 반 정도가 개설됐습니다. 이제 제대로 확장해도 되겠다! 싶을 때쯤 코로나가 터졌죠.

최근 와디즈에서 초특가에 판매 중이다. (링크)

김: 코로나가 터지니 어떻던가요?

이준형: 매출도 매출이지만,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10명이 신청했지만, 2–3명 오는 날이 태반이었죠. 1–2주 연기하기다 보니, 맥이 끊기는 느낌도 들고… 이렇게 할 바에야 온라인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를 중단하고,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김: 온라인 강의는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요?

이준형: 항상 가졌던 문제의식이, 학문적 성취가 많은 분이 이 시장에선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보통 인문학 강연은 유명 강사를 내세우잖아요. 이분들이 학문적 성취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대중이 좋아할 이야기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저희는 아직 이름이 조금 덜 알려졌더라도, 정말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을 모시고자 노력했어요.

최근 설민석 씨의 역사 왜곡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물어클럽의 출연진은 유명하진 않지만, 역사학계에서 성취를 이룬 박사, 교수로 이뤄졌다.

 

4. 말라가는 자금, 뜻으로 길을 찾다

김: 온라인 서비스 반응은 어땠나요?

이준형: 사실 초기에 제작한 영상은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는 수준이었어요.

김: ……

이준형: 인문학 강연으로 유명한 분들을 보면, 대중에게 먹히는 부분이 뭔지 알아요. 짧고, 명료한 어조로 쏙쏙 박히게 말하죠. 일종의 ‘일타강사’예요. 그렇게 재미있게 전달해도 안 보는데, 대중강연을 거의 안 해본 학자분들이 말을 잘하긴 힘들었죠. 초반에 지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수강했던 분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했는데, “차라리 전공 서적 읽는 게 더 재밌겠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최근 설민석 씨가 논란이 됐지만, 그만큼 재밌고 쉽게 설명하는 이도 없다.

김: 타 플랫폼처럼 슈퍼스타 강사를 섭외할 수도 있지 않나요?

이준형: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슈퍼스타가 나와야겠죠. 하지만 슈퍼스타를 대표 강사로 세우고, 그 사람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지식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낮추는 거라고 봅니다. 유명세에 끌려다니기도 쉽고요. 유명 강사 한 사람보다, 더 좋은 학자들이 모이고, 다물어클럽이 정말 유익하고 재밌다는 걸 대중이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방향이 옳다고 봅니다.

김: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이준형: 싹 다 갈아엎기로 했어요. TV나 유튜브를 보면,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나왔는데도, 진행자와 패널이 살려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영상들을 보다가 ‘칠판 앞에 서서 하는 강의를 벗어나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소위 ‘예능형’ 강의를 만들어 보기로 한 거죠.

김: 그런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요?

이준형: 사업성 측면에서 실패가 불 보듯 뻔한 콘텐츠를 내놓는 것보다는,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만드는 게 맞다고 봤어요. 이전 사업 지분을 정리하며 얻은 여유 자금도 있었고요. 그런데 예상한 것보다 비용이 더 들더라고요. 끼 넘치는 연예인들로 재밌게 만드는데도 비용이 많이 드는데, 연구자분들과 재밌는 영상을 만들려니 촬영과 편집 시간이 너무 길어진 거죠.


이런 퀄리티를 2시간 이상 하면 700–800은 그냥 깨진다.
김: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이준형: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강의를 만들 수 있는 곳을 수소문했죠. 그런데, 또 단가를 낮추면 퀄리티도 떨어져서 재미가 없어요. 반대로 재밌게 하려다 보면, 촬영 편집 시간이 길어지고 비용은 늘어났고요.

김: 뭔가 노답 상황에 처했군요.

이준형: 그러다가 인문학 학습지 사업을 하며 알게 된, 영상 제작 사업하는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인문학 애호가이신데, 그때도 젊은 친구가 좋은 사업 한다고 많은 도움을 주셨거든요. 부탁드리기 죄송해서 연락 안 하다가, 한 번만 더 도와달라고 연락을 드렸죠. 그랬더니 오히려 본인이 제작을 맡을 테니, 수익쉐어 형태로 가보자고 역으로 제안을 주시는 거예요.

감동받은 이준형 대표의 모습.

 

5. 인문학을 넘어 ‘유료 구독 지식 플랫폼’에서 B2B까지 확장

김: 세상에는 참 신기한 분들이 많네요. 이 돈 안 되는 인문학에…

이준형: 사업도 사업이지만, 뜻이 잘 맞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 그분도, 길게 보고 가는 ‘업’으로 여겨요. 당장의 이익을 떠나, 본인이 생각하는 사회적 미래가 있고, 이를 위해 젊은 인문학자들의 목소리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김: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부하라고 하시지요…

이준형: 그러면 감사하겠지만(…) 돈은 벌어야지요. 기존 인문학 서비스들이 한때 폭발적이었던 인기를 이어나가지 못한 것은, 단기적인 돈벌이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고고하게 돈을 멀리하다 유지를 못 한 곳도 있어요. ‘인문학’ 사업이 아닌, 인문학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월 4,900원 무제한 영상 펀딩은 20분 만에 1,000%를 돌파했다. (링크)

김: 콘텐츠 반응은 어떤가요?

이준형: 실제로도 가벼운 포맷과 콘셉트의 강연 조회 수가 훨씬 높아요. 그럼에도 고민은… 저나 초기에 결제한 인문학 애호가분들이야 원래 관심 있는 분야니까 재미있게 보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봤을 때도 과연 재미있을까 싶은 걱정이 있네요.

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준형: 기존 인문학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야죠. 무겁고, 품위 있어야 하고, 그런 거요. 그냥 들어가서 봤는데, 웃기고 재미있어요. 여기에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주는 서비스… 지식 콘텐츠 플랫폼이 가져야 할 무게는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물론 유료로 파는 거니, 넷플릭스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을 담아야 하고, 무료인 유튜브보다 퀄리티가 높아야 하겠죠. 이 지점을 찾아 나가기 위해, 연예인을 비롯한 재미있는 진행자와, 깊이 있는 선생님들을 출연시키는 거고요.

다독으로 유명한 문천식, 정선희가 자주 보인다.
아무도 모르지만 학계에서 인정받은 역사학자들(…)이다.

김: 말이 쉽지, 재미와 깊이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준형: 맞아요. 큰 고민이기는 해요. 너무 학문적으로 무겁게 매달리면 시장이 너무 좁아지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우면 그것도 유튜브와 다를 게 없고요. 균형을 잘 잡는 게 다물어클럽의 과제예요.

김: 그나저나 연예인은 대체 어떻게 섭외하셨나요?

이준형: 돈도 많이 못 드리는 상황에서 섭외가 많이 부담스러웠는데 의외로 쉽게 진행됐습니다. 독서와 인문학 좋아하는 분들이, 오히려 먼저 도움을 주려고 하기도 했고요. 새로운 분야를 촬영한다고 하면, 관심 있는 분야이니 함께 해보자는 식으로 연락 주신 분들도 계셨어요.

 

6. 실용적인, 변화무쌍한 인문학으로

김: 대표님이 생각하는 인문학은 어떤 건가요?

이준형: 사실 저는, 인문학이 무척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김: 인문학이 실용적이란 말은, 전공한 사람에게는 처음 듣는 것 같은데요…

이준형: 직장인으로서든 대표로서든, 어떤 일을 한다는 건 그 일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를 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모든 논리 구조의 근원은 ‘인간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 사고방식의 틀과 과정들을 인문학을 통해 배웠어요.

실제 다물어클럽에는 실용적인 강의도 많다.

김: 하긴 인문학을 파고들면, 인간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지요.

이준형: 물론 저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죠. 딱딱한 학문으로의 인문학만 접해왔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다물어클럽은 정말 가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문학의 쓸모를 깨닫기까지 겪어야 하는 지루한 과정을, 조금 더 가볍고 즐겁게 접근하게 해주니까요.

김: 기존의 인문학과 접근 방식이 많이 다르군요.

이준형: 인문학도 변해야지요.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정답을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인문학을 배신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계속 변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인문학, 그게 다물어클럽이 말하는 인문학이라고 생각해요.


인문학을 실용과 엮어 재밌게 풀어낸다.
김: 다물어클럽에 출연하는 분들도 영상 출연 외에, 외부 강연 등 부가수익을 올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준형: 네. 지금 당장은 오프라인이 너무 위축된 상태라 힘들겠지만, 코로나에서 안정화된 이후에는 당연히 에이전시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여러 B2B 협업 제안이 들어와요. 기업에서는 콘텐츠 계약을 원하고, 출판사들과는 다물어클럽에 업로드된 강의와 연계한 출간 사업을 이야기해요. 이렇게 다양한 파트너들과 지식산업의 시장을 넓혀 나가고자 합니다.

김: 인문학을 염가에 파는 데 꼭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준형: 인문학으로 돈을 번다는 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이 조금 더 우리의 곁으로 오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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