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Wed, 10 Sep 2025 01:05:08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1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무한도전도 살리지 못한 레전드 음료, 지코(ZICO) https://ppss.kr/archives/270566 Wed, 10 Sep 2025 01:03:06 +0000 https://ppss.kr/?p=270566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약속 시간. 토요일 오후 6시 25분. 우리는 모두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서 ‘무한도전’을 보았다. 학교에서 예습, 복습은 못했어도 무한도전은 본방에 재방에 삼방까지 보던 게 나였으니까.

그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2007년도에 방영한 ‘무인도 특집’이다. 1박 2일 동안 낯선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정준하 님이 야생의 코코넛 열매껍질을 까는 모습과 산적이 막걸리 마시듯 얼굴에 코코넛 워터를 부어버리는 장면은 웃느라 숨 쉬는 법도 까먹어서 큰일이 날 뻔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15년 무한도전은 다시 이 섬을 방문한다. 돌아오는 배에는 하나의 음료가 있었다. 99.9%의 코코넛 워터를 담았다는 ‘지코’, 오늘 마시즘 ‘액체 자연사 박물관’에서 소개할 녀석이다.

 

무한도전 음료 ‘코코넛 워터’를 찾아서

무한도전을 보고 냅다 편의점 몇 군데를 돌아다녀 이 녀석을 만났다.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없는듯한 파란색 패키지에 ZICO라는 글씨체는 고급 그 자체다. 2,800원이라는 가격은 그 당시 음료에서 볼 수 없는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무인도에 직접 가서 코코넛 찾는 거보다는 저렴하다는 마음으로 이걸 골랐다.

1+1입니다, 손님.

맙소사. 심지어 1개를 추가로 더 준다. ‘마더 혜레사’가 이 음료에 찾아온 것이 아닌지. 그렇게 편의점을 나와 뚜껑을 열고 들이켰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끼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낯선 코코넛 워터에서 익숙한 고로쇠 물 맛

일단 내가 평소에 마시던 음료와는 추구미가 반대편에 있는 맛이었다. 향은 뭔가 고소하고, 맛은 뭐랄까 담백하기는 한데 생고구마를 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수박 껍질을 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자꾸 안 좋은 상상을 하게 하는 녀석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전국에 수많은 무도팬들은 이 지코를 찾아 출사표를 던졌고, 많은 이들이 장렬하게 전사(?)하고 말았다. ‘무한도전 마셔봤는데 이게 맞냐?’, ‘이상한 맛이 난다’, ‘명수형 다시 보니 마시는 척한다’… 는 글들이 인터넷을 장식했다.

‘뭔가 상한 거 같아서 사장님께 마시게 했더니 마시고 환불해 주시더라’는 후기는 인터넷을 돌며 지코의 악명을 알리는데 일조했다. 결국 지코는 솔의눈과 데자와 등을 포함해 ‘호불호 음료 7대장’에 등재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 녀석은 못 만든 코코넛 워터가 아니다.

 

지코에 ‘코코팜’을 기대하지 말라

지코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큰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코코넛의 맛이 코코팜이나 빠다코코낫 같은 ‘달콤하며 고소한 맛’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그 녀석들은 코코넛 워터가 아닌 ‘코코넛 밀크’로 만들어진다. 그 차이가 무엇이냐면.

  • 코코넛 밀크 : 코코넛 과육을 갈아서 짜낸 것
  • 코코넛 워터 : 코코넛 열매 안의 액체

우리는 “달콤하지 않은 코코넛 워터는 있을 수 없어!”라며 부정했지만, 동남아시아 여행 중에 코코넛 워터를 마셔보았다면 지코와 비슷한 맛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달콤함을 기대했다가 깨진 것이니까, 또 무한도전에 속았다는 슬픔에(…라는 핑계로) 술을 마셨다. 다음 날 아침 숙취에 깨질듯한 내 머리는 냉장고 안에 남은 1+1 지코 덕분에 살았다.

 

수분 보충, 숙취 해소의 GOAT

숙취에 몸을 가누기 힘든 아침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지코의 뚜껑을 열었다. 마셔보니 이게 웬걸. 몸이 눈에 띄게 회복되는 게 아닌가? 마치 마법사의 포션처럼 내 몸의 상태 이상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지코’는 몸의 수분 보충과 전해질 보충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음료였다. 코코넛 워터가 유행했던 미국에서도 운동을 할 때나 다이어트를 할 때 주로 찾던 음료였다고.

그렇다. 한국 최악의 명성을 가졌던 이 음료는 사실 한국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려고 온 착한 음료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한 의도와 다르게 그가 마주한 것은 공포에 질린 한국인이었으니. 결국 국내에서는 자연사… 하고 말았다.

 

지코가 세상에 남긴 것들

지코는 결국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세상에 많은 것을 남겼다.

첫 번째는 방송 간접광고, 즉 PPL이 음료의 이름을 알리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코의 뒤를 이은 ‘토레타 워터’는 비슷한 포지션임에도 예능, 드라마 등에 공격적으로 PPL을 걸었다. 맛에서 훨씬 대중적인 터치를 했기 때문에 PPL을 기반으로 굉장히 잘 팔리는 음료가 되었다. 그 뒤로는 너도 나도 예능에 음료 브랜드를 PPL 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올리브영이다. 2010년대 올리브영은 골목상권을 위해 커피, 콜라와 같은 유명한 음료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 그 자리에 채워 넣을 올리브영스러운 음료가 필요했는데, ‘지코’야말로 그것에 딱 맞는 녀석이다. 멋있고, 건강에 좋다고 하고, 가격이 살짝 부담되니까. 그 뒤 올리브영의 음료는 지코 같은 대중적으로 가기에는 어렵지만 착한 스펙의 음료들이 오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바로 당신이다. 지코를 마신 이 중에는 피해자(?)들도 있지만 코코넛 워터의 매력에 빠져버린 이들도 존재한다. 지코로 입문하였다가 다양한 코코넛 워터를 즐기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들은 지코 대신 비타 코코, 말리 코코, 혹은 이마트 24의 노브랜드 코코넛 워터를 즐겨 마시고 있다. 더 맛있는 코코넛 워터가 있다면 댓글로 추천을 주시라.

무엇보다 지코를 생각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이 음료만 생각하면 어느덧 2010년대의 토요일로 돌아가 무한도전을 보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맛은 놀랐지만, 그 시기가 참 좋았었지. 귓가에 그리움의 소리가 들린다.

<액체 자연사 박물관>은 세상에 큰 충격을 선사했던 사라진 음료를 다룹니다. 액체 자연사 박물관 시리즈는 마시즘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
우리나라 전통주 양조장의 고양이를 찾아서 https://ppss.kr/archives/270334 Thu, 14 Aug 2025 07:33:27 +0000 https://ppss.kr/?p=270334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그것은 틀렸다. 지구는 이미 고양이들이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만나면 사랑에 빠지고, 그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며, 고양이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냥 고양이 없는 사이버집사의 넋두리 아니냐고? 당신이 뭘 알아!

나는 이것을 지난 몇 개월의 취재를 통해 아주 이성적으로 확신하고 말았다. 단지 한국의 위대한 전통 술들을 빚는 곳을 갔는데 그곳에는 어김없이 고양이, 아니 술냥이들이 있었거든.

 

기호 1번 : 교동 최부자댁 고양이

조선시대 가장 널리 알려진 부자 가문.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지역과 나라를 챙긴다는 경주 교동 최부자댁을 누가 지킬까? 그 해답은 최부자댁 건물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고양이다. 이 녀석들은 마루 밑 그늘에 앉아서 오가는 평민 집사들을 지켜본다.

마치 최부자댁에서 비기로 내려오는 집안의 술 ‘교동법주’ 같은 노란빛의 녀석들이다. 교동법주는 최부자댁 바로 옆 건물에서 빚어지는데 달착지근하지만 기품 있는 맛으로 많은 사람들을 홀렸다. 마치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눈빛으로만 취하게 하는 이 고양이들처럼.

 

기호 2번 : 진달래꽃에서 나타난 면천두견주 고양이

진달래꽃이 피는 봄이면 가장 바쁜 마을. 충남 당진시 면천면에는 진달래꽃으로 빚는 술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그렇게 찾아온 면천두견주 보존회. 그런데 우리를 맞아주는 것은 술 빚는 사람도, 술도 아닌 진달래꽃밭을 헤치고 나온 한 마리의 고양이였다. 위풍당당하게 나타나 초면인 사람들에게 박치기를 한 번씩 해줬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오는 걸 보아 주인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면천두견주 역시 주인을 잃어버렸던 술이다. 술을 빚는 전승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사라질 뻔한 것을 지역 주민들이 합심해서 ‘보존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 건물을 서성이는 고양이도 종종 돌봐주고 있다.

 

기호 3번 : 문배주… 혹시 고양이 안 키우세요?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앞선 고양이들을 만난 곳은 모두 국가에서 지정한 무형유산에 등재된 전통술 양조장이다. 전국에 3개뿐인데 갈 때마다 고양이들을 만났으니. 언제부터인가 나는 술맛이 아니라 고양이를 볼 생각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김포에 있는 문배주 양조장에 갔다.

하지만 문배주 양조장 근처에는 아직(?) 고양이가 없었다. 배의 향기가 나지만 배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술 문배주처럼. 고양이가 없는 양조장에서 고양이를 생각하게 되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참 술의 이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양조장 근처에는 항상 고양이가 있었다

과거에는 양조장 근처에 언제나 고양이가 있었다고 한다. 술은 쌀과 같은 곡식으로 만들고, 곡식이 있는 곳에는 쥐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런 쥐를 막기 위해 고양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 스코틀랜드에서도 위스키 양조장에 ‘위스키 캣(마우저)’이라는 정식직원을 뽑았다고 한다.

나중에는 시설이 발달해 쥐의 위험이 없어졌어도 고양이는 그 자체의 귀여움으로 양조장들의 마스코트가 되고 있다. 사람들의 근심을 잊게하는 술만큼이나, 고양이들은 귀여움으로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여러분이 보시기에 술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고양이는 무엇인가? 선택을 부탁드린다.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
환타에 ‘과즙’이 들어갔다고? 유럽 환타는 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https://ppss.kr/archives/252910 Fri, 01 Aug 2025 03:28:38 +0000 http://3.36.87.144/?p=252910 인파가 가득한 공항을 홀로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한국에 돌아온 지인을 맞이할 신상음료다. 한국에도 이제 ‘환타 멜론’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놀랄까?

입국장의 문이 열리고. 지인은 말한다.

국가가 허락한 신상털이 마시즘. 환타는 멜론보다 스페인 레몬 환타지!

 

유럽의 환타는 클래스가 다르다

환타를 오렌지로만 알았다면 당신은 코끼리의 발톱만을 본 것이다. 환타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특수한 녀석들이 있는데 그 종류가 200가지가 넘는다. 때문에 여행자들에게 환타는 익숙하면서 낯선 재미있는 음료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어느 나라 환타가 제일 맛있을까?

한때는 감성적인 무드의 일본 환타시리즈가 국내에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조용히 떠오르는 지역이 있었으니 바로 ‘유럽의 환타’다. 유럽의 환타들은 과일 향만 넣은 게 아니라, 실제 과즙을 어느 정도 포함했기 때문이다(EU에서는 과일 탄산음료에 과즙을 4% 이상 넣도록 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유럽 환타 중 하나는 스페인의 환타 레몬이다.

네가 얼마나 맛있길래, 마셔본 사람들 자부심이 이토록 넘치는 거지?

 

스페인의 환타 레몬을 마셔보자

일단 색깔부터 내가 아는 환타가 아니다. 오렌지도 그랬고, 멜론도 그랬다. 환타라 함은 과도하게 채도를 높여서 포스트잇 용지컬러 정도는 되어야 하거든. 그런데 스페인에서 온 환타 레몬은 노랗지만 색깔이 탁하다. 분명히 형광 노랑 정도는 되어야 환타스러운건데?

혹시나 음료를 잘못 사 온 것은 아닐까 고민을 하며 환타 레몬을 잔에 따라보았다. 제법! 무거운 레몬 향이 난다(레모나 향이 나야 환타인데). 탄산감이 들어있는 레모네이드 같다. 과연 다르긴 다르다며 이 음료를 마셔보았다.

 

맛있는데 이걸 환타라고 할 수 있나?

마치 레몬 농축액을 넣은 듯 과일의 신선함이 가득 느껴진다. 너무 새콤하다기보다는 달콤한 레몬 맛에 가깝다. 레몬즙이 안에 든 레몬사탕을 먹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걸 환타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살짝 인공적일 수는 있어도 과장된 과일향과 달콤한 음료의 맛. 그리고 짜릿한 탄산감이 매력인데. 이 녀석은 향이나 맛이 점잖다. 사실 탄산감도 한국의 환타에 비하면 반절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맛있게 한 잔을 비웠음에도 내 안에 생겨난 환선대원군이 ‘진정한 환타는 무엇인가’라며 인정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걸 넣는 순간 스페인 환타 레몬이 최고임을 인정했다.

 

환타 레몬에 맥주를 넣어요

환타 레몬에 심취한 사이 친구는 “스페인에서는 환타 레몬과 맥주를 섞어 마셔!”라고 알려주었다. 곧바로 잔을 준비한 뒤 환타 1에 맥주 1을 섞어서 마셨다.

세상에 너무 완벽한 레몬 끌라라(레몬 라들러의 스페인 말)가 되었다. 기존 환타 레몬에서 아쉬웠던 탄산감을 맥주가 받쳐주고, 맥주의 단순한 풍미를 레몬이 신선하게 만들어준다. 날씨가 오늘처럼 덥고 쨍할 때 이거 한 잔 들고 가서 마시면 이곳이 천국이겠는데?

이 좋은 조합을 어른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니. 역시 환타는 겉으로는 아이 음료지만, 속은 완전 어른용이군!

 

세계 제일의 환타는 무엇?

같은 환타라도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그 맛과 느낌이 다르다. 스페인 환타에 심취해 있더니 이탈리아에 다녀온 친구가 말한다. 과즙이 6% 뿐인 스페인과 달리 이탈리아 환타 레몬은 과즙이 12% 이상이 들어있어야 맛있다고. 거기에 진짜는 남미 쪽 환타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각 나라의 환경과 사람들의 오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환타는 이렇게 다양해질 수도, 사랑받을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하다. 여러분이 아는 최고의 환타는 무엇이었을까? 댓글로 제보 바란다(감사합니다).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
세계 최고 맥주 브랜드를 가려보자! BEST10 https://ppss.kr/archives/270083 Thu, 17 Jul 2025 00:32:53 +0000 https://ppss.kr/?p=270083 맥주에도 빌보드 차트가 있다

음악과 맥주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둘 다 즐겁고, 주관적인 취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향은 존중하지만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 또 사람들이 어떻게 이걸 인식하는지 등을 말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전투력 측정기인 칸타 브랜드Z(Kantar BrandZ)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맥주브랜드 TOP10을 모아봤다. 일단 1등이 누구냐면…

 

1위. 코로나(Corona)

병 입구에 라임이나 레몬 조각을 꽂아 마시면 맛있는 맥주 ‘코로나’가 2025년 최고의 맥주 브랜드가 되었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맥주지만 동시에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 맥주이기도 하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고생을 했던 이 맥주가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르다니. 대단하다 코로나. 아니… 코로나 맞지.

 

2위. 버드와이저(Budweiser)

미국을 상징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버드와이저’가 2위를 차지했다. ‘맥주의 왕’이라는 별명처럼 여전히 언제 어디에서나 버드와이저를 즐기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맛으로 왕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가리고 마시면 이게 카스야 버드와이저야…

 

3위. 하이네켄(Heineken)

돌고 돌아 하이네켄.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은 3번째의 자리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다른 맥주회사들이 따라잡지 못하는 센스로 마케팅을 잘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마케팅만으로 승부하는 맥주판에서 정석이란 무엇인가를 말하는 맥주가 되었다. 그게 하이네켄이 정말 깊어진 것인지, 요즘 맥주 콘셉트가 괴인이 돼서인지 모르겠지만.

 

4위. 모델로(Modelo)

지난 몇 년간의 미국 맥주 시장의 떠오르는 루키다. 모델로는 멕시코의 자부심이라고 말해도 좋을 국민 맥주다. 그런데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냥 인기가 아니라 2023년에는 버드라이트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가 되었다. 특히 젊은 친구들에게 다른 맥주들은 조금 아빠나 삼촌이 마시는 것 같다나? 그런데 말이지. 이 모델로는 무려 1925년부터 나온 맥주다. 안티에이징 최고.

 

5위. 미켈롭 울트라(Michelob ULTRA)

이번 맥주 순위에서 가장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제품이다. 2002년에 출시된 미켈롭 울트라의 특징은 무려 ‘건강’이다. 일찍이 저칼로리, 저탄수화물을 특징으로 낸 가벼운 맥주로 골프장 등에서 인기가 있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열풍이 불어도 맥주는 포기할 수 없으니까.

 

6위. 브라마(Brahma)

브라질 사람은 세 가지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축구와 삼바, 그리고 맥주다. 브라질은 맥주 생산량으로 따지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번째일 정도로 맥주에 진심인 나라다. 이 나라의 갈증을 해소하는 대표적인 맥주는 ‘브라마’다. 그러나 문제는 1위를 다른 맥주에 빼앗겼다는 것.

 

7위. 버드 라이트(Bud Light)

버드와이저가 전통이라면, 버드 라이트는 젊음이었다. 파란색의 버드라이트는 20년 동안 미국 맥주시장의 절대강자였다. 버드와이저보다 판매량이 높았으니 말을 다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버드라이트는 마케팅과 정치적인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멕시코에서 온 모델로에게 1위를 내주고 말았다.

 

8위. 스콜(Skol)

브라질의 국민맥주 브라마를 제치고 브라질 시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맥주다. 재미있는 것은 브라질 출신이 아니라는 점. 오히려 여러 나라를 거쳐 간 세계여행 맥주다. 시작은 스코틀랜드이고, 나중에는 영국과 캐나다, 스웨덴 벨기에의 합작회사로 갔다가, 네덜란드, 덴마크까지… 그러다 유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맥주가 되었고, 결국 브라질에 정착하였다. 집에서 쫓겨났지만 브라질의 왕이 된 타향살이 성공사례.

 

9위. 기네스(Guinness)

순위권에 오른 맥주들의 특징은 마시기에 가볍고, 청량하고, 황금빛의 투명한 맥주다. 이 녀석 빼고. 바로 세계 최고의 흑맥주 ‘기네스’다.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맥주이지만, 최근에는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를 타고 영국, 미국에서 MZ들이 마시는 스타일리시한 맥주로 자리 잡았다. 세계가 환호하는데 왜 한국에는 기네스붐이 아직 오지 않는가! 한약 아니라고! 컵에 따라 마셔야 한다고!

 

10위.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전용 잔이 가장 예쁜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가 마지막 순위를 차지했다. 맥주 잘 만들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벨기에의 맥주로 맛 또한 대단하다. 원래는 크리스마스 특별판으로 낸 맥주였는데, 너무 많은 인기 때문에 상시판매는 물론 유럽, 아시아, 미국 등에서 인기 있는 맥주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전용 잔이 없으면 뭔가 공허한 맛이 난다. 잔을 꼭 구비하도록 하자.

 

언젠가 한국도 들어갈 수 있을까?

매일 편의점에서 보는 녀석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이름을 알리고 가치를 인정받는 맥주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온다. 물론 이것은 브랜드의 가치로 평가했을 뿐, 세상에 맛있고 역사가 깊은 맥주는 이보다 많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맥주는 무엇일까? 댓글을 남겨주면 감사하겠다.

 

번외 : 사실은 이 녀석들…

나라로 따지면 생각보다 고르게 나뉘었고 순위 싸움도 치열하다. 하지만 상위 10개의 맥주 중 8개가 하나의 회사 Ab Inbev소속이다. 한국의 카스도 따지자면 이 지붕 안에 있다. Ab Inbev의 천하통일을 막을 수 있는 맥주회사가 과연 생겨날 수 있을까?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
캔맥주를 생맥주처럼 즐길 수 있다고?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https://ppss.kr/archives/268904 Tue, 24 Jun 2025 04:35:10 +0000 https://ppss.kr/?p=268904 세계 최고의 흑맥주 ‘기네스’와 무협의 공통점이 있다.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있다는 것이다. 경지에 따라 더 맛있는 기네스를 즐길 수 있다고 할까? 그 다섯 가지 경지는 다음과 같다.

  • 문외한: 기네스 캔맥주를 그냥 마신다
  • 일반인 : 기네스를 잔에 따라 마신다
  • 애호가 : 전용 잔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마신다
  • 매니아 : 단골 아이리시 펍에서 생맥주로 마신다
  • 명예 아일랜드인 : 기네스가 태어난 더블린에서 마신다

같은 기네스 맥주라도 마시는 방법과 환경에 따라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달라진다. 하지만 수년째 애호가의 경지에 갇혀있는 마시즘에게 황금 같은 아이템이 생겼다. 새로 나온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다. 이것만 있으면 집에서 마시는 기네스 캔맥주를 생맥주처럼 만들어준다고?

 

한국에 이게 왜,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영국과 미국에서 떠오르는 Z세대들의 맥주 기네스. 그중에서도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는 기네스의 고향 아일랜드에서 4가구 중 1가구는 가지고 있다는 히트상품이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에 정식 출시라고? 언젠가 해줄 거라 믿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스타터팩’은 다음과 같은 구성이다. 질소 거품을 만들어주는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디바이스’, 그리고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전용 캔’ 4개 마지막으로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전용 잔’이다.

추가로 상자 안에는 설명서와 노즐, 청소용 솔, 충전 케이블이 구성되어 있다. 충전 케이블이 5핀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걸 빼면, 사실 그것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야무지게 만들어졌다. 마치 애플 신제품을 언박싱하는 기분이랄까?

이 패키지의 가격은 현재 69,900원이다. 시작은 GS25에서 판매되지만, 곧 확대판매를 할 예정이라고. 해외구매까지 생각했었던 마시즘에게는 천사 같은 금액이지만, 가격과 만족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상세한 리뷰를 해보겠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것일 것이다.

 

집에서 생맥주를?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정체

수년간 기네스의 제품과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이 사람들은 ‘디테일에 미친 자’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얼마나 맛있게 마시는 법에 집착하면 맥주를 따르는 각도와 시간까지 실험하여 알려준다. 하지만 이 디테일을 따르면 다른 맥주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매뉴얼대로 따라 보겠다고.

우선 필요한 것은 냉장고에 24시간 동안 보관된 시원한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캔’이다. 캔의 뚜껑을 열고, 미리 깨끗하게 씻은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디바이스’를 씌워준다. 그리고 전원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맥주를 1차로 따른다. 전용 잔을 45도 정도로 기울여서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를 따라준다. 잔에 맥주가 차는 것을 보며 서서히 각도를 90도로 세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잔에 3/4 정도가 찼을 때 기네스 따르기를 멈추고 똑바로 세워 테이블에 놓고 60초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잔을 바라보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질소 거품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서징 현상이라고 한다)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60초가 지난 후 남은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를 부어 잔을 채워준다(이때는 전원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

확연하게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기네스의 거품 두께와 질감이다. 마치 카페의 아인슈페너의 크림 같은 맥주 거품이 만들어졌다. 마셔보니 맛있다. 거품의 쫀쫀한 질감 속에서 나오는 기네스의 묵직한 맛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다른 안주를 곁들여 먹기도 싫을 정도의 맛이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물을 수 있다. 그거 그냥 기분 탓 아니야?

 

기네스 캔, 기네스 생맥주와 무엇이 다를까?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비교는 ‘기네스 캔’과의 비교다. 기네스 캔 역시 정해진 방법만 따르면 만족스러운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와 큰 차이점이라면.

잔에 1차로 따르고 기다리는 시간이 다르다(일반 기네스 119.5초,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60초), 따르는 사람의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있는데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는 일정한 품질의 거품층을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는 멋있다. 기네스는 또 퍼포먼스의 맥주잖아.

그렇다면 맛으로 기네스 펍(아이리쉬 펍)과의 비교를 안 할 수 없다. 일반인 기준에서 평범한 펍에서 따르는 기네스만큼은 비교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국내에 몇 곳 있는 기네스 마스터 퀄리티 업장(기네스에서 인정한 기네스 펍)에는 닿지 못한다. 거기는 인간계가 아니거든.

정리하자면 인간 위에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가 있고, 그 위에 기네스 장인들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왜 이런 제품을 낸 거냐고? 거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 아일랜드 국민템 되다

훌륭한 제품에는 맛있는 것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가 만들어진 것은 2020년의 일이다. 그때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전 세계적으로 술집이 문을 닫을 때였다. 혈관에 기네스가 흐른다고 봐도 좋을 아일랜드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기네스 생맥주를 마실 수 없다고?

그때 출시된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는 히트… 아니 국민복지 아이템이었다. 출시 첫해에 전체 가정의 20%에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가 보급되었다. 캔맥주를 넘어 생맥주와 같은 거품과 감동을 주는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는 펍을 그리워하는 아일랜드인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여기에 더해 지난해 틱톡에서 기네스가 인기를 끌었다. 일반 맥주들과는 다른 느낌의 맥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따르는 방법까지 멋진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는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번거로운 맥주일 수 있어도,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기네스를 따르는 과정까지도 맛있는 맥주가 아닐까?

 

이 녀석, 누구에게 필요할까?

하지만 한국이 아일랜드도 아니고(아일랜드 사람만큼 기네스를 좋아하면 좋겠지만), 기네스 나이트로 서지를 추천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1. 기네스를 너무 좋아해서 편의점에서 기네스만 사는 사람(나)
  2. 기네스 생맥주를 좋아하지만 주변에 아이리시 펍이 없는 사람(나)
  3.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맥주 토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완전히 나)
  4. 위의 경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기네스 맥주 호감자들

혹은 주변에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물용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잘 만들어진 맥주와 디테일을 위한 노력을 아는 사람에게는 정말 선물 같은 아이템이 나왔다.


원문: 마시즘

기네스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다면, 이 영상을 보자!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
교황님이 악마의 음료 ‘커피’에 세례를 주지 않았다면? https://ppss.kr/archives/268914 Fri, 06 Jun 2025 02:33:12 +0000 https://ppss.kr/?p=268914 만약에 세상에 ‘커피’가 없었다면?

졸음을 쫓기 위해 마시는 음료, 소화를 시키기 위해 마시는 음료, 밤을 새우기 위해 마시는 집중력 음료. 바로 ‘커피’다. 사실상 현대인의 혈관에 흐르는 것은 커피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현대인에게 커피는 음료를 넘어 연료가 되었다랄까?

그런 커피를 만나지 못할 뻔한 사건이 과거에 있었다. 커피가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할 때, 교황에게 커피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온 것이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교황님, 커피를 금지해 주십시오!”

커피의 시작은 유럽이 아니다. 6세기 에티오피아 부근에서 시작된 커피는 이슬람교도들의 음료였다. 이슬람은 철저하게 술을 금지하기도 했고, 커피는 맛도 좋지만 마신 사람들의 정신을 깨워줬다. 그런 커피가 유럽과의 전쟁에서 그들에게 전해지고 만다.

16세기 유럽 시민들 사이에서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사제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들에게 커피란 ‘이교도들의 음료’이었다. 심지어 이슬람교도들은 자신들이 마시는 와인을 금지시키고 마시는 게 이 커피가 아니던가. 사제들은 커피를 시커멓고 흉측한 악마의 음료라고 불렀고, 교황에게 공식적으로 커피를 금지시켜 달라 청원을 낸다.

그리고 당시 교황이었던 ‘클레멘스 8세’는 말한다. 커피의 맛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이 결정에 따라 유럽에서 커피,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과연 그는 커피의 맛을 보고 어떤 말을 했을까?

 

만약에 : 교황님이 ‘커피’를 맛없게 마셨다면?

생각해 보자. 커피는 이미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악마의 음료’로 금지시되고 있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커피의 맛이라는 게 맛있게 느껴지기는 쉽지 않다. 커피가 달콤한 맥심이었으면 모르겠지만, 당시 커피는 향은 좋은데 씁쓸한 음료였기 때문이다.

교황이 첫 입에 ‘으악 써, 역시 악마의 음료를 퇴마 한다!’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단 교황님이 커피를 금지시켰다면 대대적으로 커피 열매를 모아 화형식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로마에 커피 로스팅 향기가 솔솔 뿌려져 사람들이 더 커피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할 땐 또 거하게(?) 하는 게 중세유럽이니까.

그렇게 커피는 금기의 음료가 되고(독일에는 한때 커피를 단속하는 커피 스니퍼란 직업도 있었다), 유럽 사람들은 와인이나 맥주를 음료로 반쯤 취한 채 살아가다가 중국에서 온 차를 맛보고 눈을 떴을 것 같다. 오늘날 스타벅스, 동네카페에서 모두 차를 기본으로 팔지 않았을까? 커피는 거의 중동 지역의 전통 음료로 남고 말이다. 두바이 가면 마실 수 있는 ‘잘라’ 이런 음료처럼 말이다.

 

사실은 : 교황님이 ‘커피’를 맛있게 마셨다!

다행히도 커피의 향과 맛이 교황의 마음에 들었다. 맛으로 이렇게 완벽한 음료를 이슬람교도들만 마시고 있다니 화가 난다. “어째서 사탄의 음료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 것이냐…” 교황의 한탄에 사제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릴 것이다.

교황은 결국 커피에 결정을 내린다. “내가 이 사탄의 음료에 세례를 내려 기독교의 공식 음료로 만들겠다.”

결국 교황님이 인증한 음료라는 점에서 온 유럽인이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잠을 깨우게 되고 일의 능률 또한 오르게 되고. 야근이 탄생하게 된다(?).

커피가 악마는 아니지만 나이트메어 음료이기는 한 것. 그래도 맛있었으면 되었잖아?

 

교황, 커피에 세례를 주어 기독교의 음료가 되게 하다

교황이 커피에 세례를 내린 덕분에 우리는 지금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어쩌면 와인과 맥주를 일상에서 마시는 술의 시대에서 대 커피(카페인)의 시대로 바뀐 것이고, 달리 말하면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커피하우스 통한 이성의 시대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커피의 유해성에 대한 의심은 지워지지 않았다. 스웨덴의 구스타프 3세는 커피의 유해성을 밝히기 위해 사형수에게 사약(?) 대신 매일 3잔의 커피를 마시게 했고, 결국 이를 관찰하는 의사나, 구스타프 3세 본인보다 커피를 마신 사형수가 오래 살아남아 버리기도 했다.

아침에 잠을 깨우기 위해 한 잔, 그리고 교황님의 결정을 기리며 한 잔. 이렇게 한 잔의 커피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늘어날수록 커피의 향기와 맛이 더욱 깊어진다. 다음에는 어떤 음료의 이야기를 마셔볼까?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
영국에서 기네스 맥주가 동이 나버린 이유는? https://ppss.kr/archives/268916 Fri, 16 May 2025 02:34:16 +0000 https://ppss.kr/?p=268916 인파가 가득한 런던을 홀로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펍에 들어가서 마시는 완벽한 기네스 한 잔이다. 펍의 문을 연 남자는 주인장에게 말한다.

기네스 생맥. 매일 먹는 걸로…

기네스가 다 떨어졌는데요?

이럴 수가. 무슨 일이 있길래 영국에 기네스가 없어! 옆집도, 그 옆집도?!

 

영국에서 일어난 기네스 품귀현상

250년이 넘는 역사, 보통 맥주와는 다른 풍부하고 중후한 맛. 기네스가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흑맥주’라는 사실은 맥주를 마시는 많은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동이 날 정도로 팔린 적이 없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인기가 갑자기 오르더니, 연말에는 준비한 기네스의 양을 맞추지 못하여 펍마다 공급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펍에 보유할 수 있는 기네스가 별로 없다 보니 손님마다 쿠폰을 통해서 주문 제한을 걸어버릴 정도였다. 이제는 심지어 마트에도 기네스가 동이 날 정도라고.

기네스를 처음 아는 나라도 아닌 영국이, 왜 갑자기 이렇게 기네스에 열광하게 된 걸까?

 

힙스터, 기네스를 발견하다

과거 기네스는 술을 오래 마셔본 사람들의 맥주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영국과 미국에서 기네스를 뜨겁게 찾는 사람들은 젊은 세대 그리고 여성들이다.

그들에게 기네스는 독특하면서도 클래식한 맥주가 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 나온 커피 향이 나는 기네스 콜드브루와 기네스 제로의 출시까지 기네스의 매력을 알기 위한 문턱을 낮추는 여러 제품들을 출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1등 공신이 있다면 이것이 있다. 바로 ‘틱톡’이다.

 

기네스의 G를 갈라볼 수 있어?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기네스를 마시면서 즐기는 챌린지(게임)가 생겼다. Splitting the G(일명 G 가르기)라고 불리는 이 챌린지는 쉽고 재미있다.

  1. 전용 컵에 담긴 기네스를 한 모금 마신다
  2. 마신 후에 테이블에 기네스 잔을 놓는다
  3. 맥주의 남은 윗면이 전용 잔의 G를 가르는지 본다
  4. 가장 완벽하게 G를 분할한 사람이 승리한다

의외로 해보면 정확히 G를 가르기가 쉽지 않다. 2023년 기네스의 나라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이 챌린지는 지난해 영국에서 크게 히트를 쳤고, 이제는 미국에도 퍼져서 너도나도 펍에 기네스를 시켜두고 G 가르기 챌린지를 찍는다.

영국의 에드 시런 같은 유명 가수들도 할 정도로 유명해진 이 챌린지는 펍에서 마시는 기네스를 완벽한 놀이 수단으로 만들었다. 기네스 맥주의 경우는 마실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지 않던가. 그렇게 인증샷으로 시작한 기네스가 이제 젊은 사람들의 최애가 되어가는 것이다.

 

맛이 아닌 감성을 전달하다

물론 단순히 틱톡만의 역할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기네스가 대중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일반적인 맥주들과는 달랐다.

코로나19 시기가 끝나고 다시 사람들이 펍으로 모일 수 있는 순간에 보여준 ‘웰컴 백(Welcome back)’ 광고가 그렇다. 사람들이 펍에 가지 못하고, 기네스를 맘껏 즐기지 못하는 순간(기네스는 실력 있는 펍에서 만들어주는 게 가장 맛있는 맥주다)의 그리움을 일상에서 기네스 잔을 닮은 이미지로 대체하여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 드디어 펍에서 기네스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며 즐거워하는 장면을 담는다. 때로는 기다림이 좋은 맥주의 맛을 만든다는 마무리와 함께 코로나19 때 힘겨웠던 펍들을 위해 3,000만 파운드를 지원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비슷하지만 다른 결의 광고들도 재미있었다. 요즘처럼 눈이 가득 내리는 날 장화를 만드는 것이다. 대신 이 장화는 독특한 발자국을 남기는데. 눈 위를 걸으면 기네스 잔 모양의 발자국이 찍힌다.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기네스에 대한 홍보도 제대로 되었다. 이걸 신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발자국이 닿는 곳은 집 아니면 기네스를 마실 술집뿐이었을 테니까.

기네스에게는 맥주의 역사가 어떻고, 재료가 어떻고, 맛이 어떻고의 광고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이 기네스의 맛과 명성을 알고 있으니. 여기에 감성이나 위트를 더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기네스의 새로운 전성기는 시작될 수 있을까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맥주들이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독특하고, 세련된 맥주를 내왔던가. 하지만 전통을 지키면서 차이를 유지했던 기네스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때는 중년의 남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기네스의 이미지는 이제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맥주가 되어가고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나. 남다름 그리고 그것을 꾸준하게 지킬 수 있는 진정성만 있다면, 언젠가 우리도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게 아닐까? 기다림이 있어 더욱 완벽한 기네스와 같은 일들이 새해에 일어나길 바란다.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
워렌 버핏은 ‘펩시’를 48년 마셨다? https://ppss.kr/archives/268910 Wed, 16 Apr 2025 06:51:12 +0000 https://ppss.kr/?p=268910 워렌 버핏 그는 누구인가? 가치투자의 대가, 오마하의 현인, 11살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 세계적인 부자가 된 투자자들의 롤모델. 하지만 아침 식사의 가격이 3,500원은 넘지 않는다는 소박한 남자. 하지만 그런 그와 점심을 함께 먹으려면 경매를 해야 하는데 그 가격이 20억, 30억 하다가 마지막에는 246억 원이 되었다는, 벌 땐 확실히 버는 형님.

하지만 경제의 “ㄱ”도 모르는 마시즘에게 워렌 버핏은 이런 사람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체리 코크 러버”

워렌 버핏의 최애 주식이 ‘코카콜라’라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또 하루에 무려 5캔의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그것도 ‘체리 맛’으로. 그런데 사실, 그의 아들은 워렌 버핏을 이렇게 부른 바 있다.

아버지는 원래 ‘펩시 워렌’이었죠.

그렇다. 인생의 50년 가까이를 ‘펩시’만을 마시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째서 워렌 버핏은 반평생 사랑하던 콜라를 바꾸게 되었을까? 그것은 한 이웃과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나의 투자제안을 거부한 이웃은 처음이야

우리는 시간을 돌려 1950년대 후반으로 돌아간다. 워렌 버핏의 고향이자 여전히 그가 사는 미국의 소도시 ‘오마하’다. 그 당시 젊은 워렌 버핏은 학업을 끝내고 고향에서 자신의 투자 파트너십(Buffett Partnership Ltd.)을 만들었다.

지금이야 워렌 버핏이 투자를 하라면 없는 통장도 만들어 달려가겠지만, 당시의 워렌 버핏은 그저 젊은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의 고객은 당연히 가족… 친척, 친구, 그리고 친한 이웃이었다(그리고 이들은 정말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유독 워렌 버핏의 투자 제안을 피하는 부부가 있었다. 돈 키오(Don Keough)라는 이웃에 사는 세일즈맨이었다. 워렌 버핏은 아이들의 대학 학비 등을 위해서 투자를 할 것을 권유했지만, 돈 키오는 그의 투자 제안에 의문을 가졌다.

내가 10,000달러를 매일 출근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줄 수 있을까? 그는 항상 집에만 있었어.

결국 돈 키오는 워렌 버핏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버핏은 이 사건에 대해 회고하며 “우리는 그래도 여전히 친구로 남아있다”라고 말하였다. 반대로 돈 키오는 이렇게 농담을 하였다.

만약 그때 돈을 맡겼더라면, 대학교 학비가 아니라, 대학 하나를 소유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투자 제안을 거절한 이웃, 콜라 제안을 하다?

이후 워렌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해 세계적인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반대로 돈 키오는 코카-콜라로 이직하여 사장이자 최고 COO(최고운영책임자)의 자리에 올랐다.

1980년대 돈 키오는 워렌 버핏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회사에 새로운 맛의 코카-콜라를 내려고 하는데, 한 번 맛을 볼 수 있냐는 말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워렌 버핏은 코카콜라가 아닌 펩시를 마시고 살던 사람이었다. 그것도 48년 동안 펩시만을 고집했다.

그럼에도 이웃이 보냈던 편지와 함께 온 콜라를 마셔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콜라와 사랑에 빠졌다.

워렌 버핏이 마신 신제품 콜라는 무엇일까? 바로 1985년 코카콜라에서 처음 확장된 맛으로 나온 ‘체리 코크(Cherry Coke)’였다. 버핏은 다음 해인 1986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낼 편지에 이렇게 적는다.

48년간 마셔왔던 탄산음료를 체리 코크로 바꾸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공식 음료가 되게 할 것이라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때까지도 워렌 버핏은 코카콜라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 버핏은 1988년부터 코카콜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코카콜라의 최대 주주 중 하나가 되었다. 평생 팔지 않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공적인 투자, 평생 마실 음료, 그리고 이웃이자 친구를 얻은 사건이었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운명적인 음료가 있다

때문에 워렌 버핏의 사진이나 영상 등을 볼 때면 한쪽에 놓여 있는 ‘체리 코크(이제는 코카콜라 체리)’를 눈여겨보게 된다. 단순히 내 입맛에 맞는 음료를 넘어 버핏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회사이기 때문에 워렌 버핏은 체리 코크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인터뷰에서 콜라와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매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시는 것”. “하루에 5캔 정도를 마신다”, “내 몸의 1/4은 코카콜라로 되어있다”라는 말을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에서 코카콜라 체리 한정판에 자신의 얼굴을 넣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성덕 중의 성덕이 아닌가.

워렌 버핏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좋아하는 음료와 그것을 좋아하게 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다. 과연 여러분의 운명의 음료는 어떤 것일까?

비하인드 : 이런 음료계의 뛰어난 현인도 가끔은 실패를 한다. 대표적으로 2000년에 코카콜라가 ‘게토레이’를 인수하려던 건을 반대한 것이다. 결국 게토레이는 펩시에게 인수되었고, 이 건은 코카콜라가 결정한 가장 큰 실수 중에 하나로 남게 되었다(게토레이의 북미 스포츠음료 시장 점유율은 약 66%다).

원문: 마시즘


참고문헌

  • Warren Buffett: Billionaire’s tell-all bio, TODAY Books, 2008.9.27
  • Longtime Coke Executive Donald Keough Dies at 88, Mike Esterl, WSJ, 2015.2.24
  • Warren Buffett’s Secret to Staying Young: “I Eat Like a Six-year-old.”, Patricia sellers, Fortune, 2015.2.26
  • Warren Buffet’s neighbors selling house for 10 Berkshire shares, Bill Sanderson, NEW YORK POST, 2015.3.3
  • Here’s What Warren Buffett Eats for Breakfast Every Day, Rob Wile, Money, 2017.2.1
  • Warren Buffett Drinks 5 Cans Of Coke Per Day At 93 Years Old — But He Was A Dedicated Pepsi Drinker For 50 Years Before His Neighbor Convinced Him To Switch To The ‘Nectar Of The Gods’ And Invest Billions, Jeannine Mancini, BENZINGA, 2024.2.21
  • ‘체리코크’ 매니아 워런 버핏, 中 출시 한정판 제품 모델로, 윤봄이, KBS, 2017.4.4
  • ‘코카콜라 전도사’ 버핏은 원래 펩시를 마셨다, 김동주, 머니투데이, 2019.12.3
    워런 버핏 자선 점심식사, 246억여원에 낙찰, 뉴시스, 2022.6.20
  • 향은 발랄하게 맛은 달콤하게, 코카-콜라 제로 체리의 비밀, 마시즘, 코카-콜라 저니, 2024.05.29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
울림워터, 환상의 섬 ‘울릉도’에서 나온 먹는 샘물 https://ppss.kr/archives/268912 Wed, 26 Mar 2025 03:37:42 +0000 https://ppss.kr/?p=268912 때로는 위대한 철학자의 말보다 우리의 혀가 더 정확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에는 아무런 맛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에 의문을 가졌다면 당신은 ‘모든 학문의 아버지’보다 위대한 혀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 물도 맛이 있고, 그 종류마다 맛이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뭐… 그때는 동네 안에 있는 물만 마셨으니까 차이를 몰랐을지도 모른다. 당장에 유럽의 물과 한국의 물맛이 다르고, 한국 안에서도 지역마다 물맛이 다른 걸?

이 차이를 알게 되면 먹는 샘물을 마실 때 더욱 즐거움이 느껴진다. ‘후후, 아리스토텔레스 당신은 이 맛을 모르겠지’라며 이것저것을 음미하며 마셔보게 된다. 그때 코카-콜라에서 말했다.

후후, 코카-콜라 오프너(Opener) 마시즘도 울릉도에서 나온 먹는 샘물은 안 마셔봤겠지?

 

환상의 섬 ‘울릉도’에서 온 먹는 샘물, 울림워터

먹는 샘물에 있어서 ‘수원지(라고 쓰고 출신이라고 부른다)’는 마시는 사람에게 그 지역이 품은 자연의 이미지를 그리게 한다. ‘울릉도에서 최초로 나온 먹는 샘물, 울림워터’라는 타이틀이 흥미로운 이유다. 울릉도는 한국 사람에게도 신비한 환상의 섬으로 불리지 않던가.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뜬 화산섬, 한국에서 가장 많은 비와 눈이 내리는 곳, 그 아래 펼쳐진 울창한 숲…

이름마저도 ‘동해의 울창한 숲(울림, 鬱林)’인 이 녀석은 청정한 이미지를 강조하듯 그 흔한 라벨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 사각진 병의 하단에 울릉도로 연상되는 섬의 모양이 각인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울림워터도 이것은 몰랐겠지.

새로운 먹는 샘물이 나오면, 마시즘은 출신을 따지지 않고 일단 상표를 가리고 마셔본다는 사실을. 환상의 섬에서 온 먹는 샘물은 어떨까?

 

자연의 힘으로 솟아난 울릉 용천수의 청정함

울림워터는 확실히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 질감이 더해졌다. 물을 마시고, 머금고, 삼킬 때 물이 입안에서 두리둥실 뜨는 느낌이다. 소리에 비유한다면 같은 음악이라도 영화관에서 듣는 공간감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까?

물론 이런 차이는 다년간의 음료와 물맛 비교로 단련된 마시즘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울림워터를 마신 동료와 가족들도 모두 한마디씩 했다. “이거 좀 다른데?”

그래. 이름만큼이나 이 먹는 샘물은 마신 사람들에게 동일하고도 깊은 울림을 준다.

같은 물인데도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그것은 나중에 먹는 샘물이 될 비가 내리는 지역이 다르고, 자연 속에서 정화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용천수가 스스로 샘솟는다는 울릉도의 특별한 환경은 울림워터만의 맛을 만들어냈다. 들어두면 울림워터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울릉도는 한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 빗물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울릉도 원시림, 그리고 화산 암반을 거치면서 물의 속성이 달라진다. 일단 자연에서 생성된 다양한 무기물질들을 품게 되고, 필터 역할을 하는 화산암반을 거치며 정화가 된다.

이 정화 과정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인간으로 따지자면 ‘만기 통장’같은 것이다. 울림워터는 화산암반에서 31년 동안 정화된 물이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땅 위로 솟아오른 ‘지표노출형 용천수’를 담은 먹는샘물이 바로 울림워터다.

울릉도 자연의 신비를 담은 깨끗한 먹는 샘물. 이 울림워터를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울림워터가 전하는 일상 속 울림

매일 같이 마시는 음료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마시면, 다르게 다가온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물은 더욱 그렇다. 자세히 마셔보면 물에도 맛의 차이가 있고, 사람마다 취향이 있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다.

울림워터는 단순히 목을 축이는 것을 넘어, 만들어진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마시는 내내 즐거움을 선물해 주었다. 그래서 궁금하다. 오늘 당신이 마시게 될 물은 어디에서 오고, 또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원문: 마시즘


※ 오프너(Opener)는 코카-콜라 저니와 함께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모임입니다. ‘마시즘(https://masism.kr)’은 국내 유일의 음료 전문 미디어로,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코카-콜라의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리뷰합니다. 해당 원고는 코카-콜라 저니에서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았습니다.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
변화의 파도 속 ‘미국 스타벅스’ 무슨 일이 벌어지나? https://ppss.kr/archives/268887 Fri, 14 Mar 2025 03:09:08 +0000 https://ppss.kr/?p=268887 감성의 귀환일까, 시대의 역행일까?

스타벅스는 우리에게 집과 직장(혹은 학교) 다음으로 시간을 많이 쓰는 ‘제3의 공간’이었다. 어디서나 들어갈 수 있는 접근 거리, 편안한 공간, 테이블 위의 맥북, 맛있는 커피와 친절한 바리스타까지.

하지만 2025년의 스타벅스의 모습은 그때와 다르다. 드라이브 쓰루와 모바일 주문에 밀려 커피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곳이랄까?

한국 스타벅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미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주문이 밀려 기다리는 것에 더해서 일상의 커피 공간의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저렴한 커피로는 던킨과 맥카페(맥도날드)가, 감성적인 커피로는 새로 나온 ‘더치 브로스’같은 게 떠오르거든.

결국 스타벅스는 지난해 4분기 내내 매출이 감소하며 비상이 걸렸다. 새로 부임한 스타벅스 CEO ‘브라이언 니콜’은 효율성과 디지털화의 과정에서 스타벅스의 영혼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2025년 본격적인 변화를 선언했다.

우리는 옛날의 스타벅스로 돌아갈 것이다.

 

변화 1. 테이크아웃컵에 손 글씨 메시지를

세상이 아무리 바빠지고 디지털화, AI화가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진동벨 대신 이름 불러주기 그리고 ‘테이크아웃 컵에 손 글씨’다. 과거에는 이름 옆에 작은 그림도 그려줬으나, 그림의 인종차별 논란 등으로 이름 정도를 적어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2025년 미국 스타벅스에 새로운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Not My Name’이라는 캠페인 영상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테이크아웃 컵에 이름이 아니라 응원의 메시지를 쓰는 것이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가는 손님들에게 스타벅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변화인 것이다. 문제는…

바리스타들이 이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인지, 글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그 사이에 자신의 그림과 글 재능을 깨달은 바리스타들도 있다). 안 그래도 주문이 밀려있는 상태에서 메시지를 고민하고 써야 하는 시간이 가중된다는 것. 몇몇 바리스타들은 ‘의미 있는 서비스지만, 인력보강이 필요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무슨 답을 냈을까?

 

변화 2. 만들기 힘든 메뉴는 없애겠다

2025년 3월,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메뉴 중 13종을 단종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중에는 인기 메뉴인 ‘프라푸치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만드는 데 오래 걸려서’. 언제부터인가 스타벅스에서 커피 기다리는 줄에 서는 것은 명절 귀성길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하지만 속 사정을 살펴보면 바리스타들은 매장 내의 주문, 모바일 주문, 드라이브 쓰루 주문까지 처리하느라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다. 때문에 제조시간이 오래 걸리는 메뉴들을 단종시키는 것이다.

아마도 이 변화의 결정은 더 나아가면 ‘커스텀 주문 제한’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바일 주문이 일상적으로 변하며 커스텀 주문 또한 많아졌는데,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이런 복잡한 음료를 준비하는 과정은 일반 음료의 최대 3배의 시간이 든다고.

 

변화 3. 화장실은 내부 이용객들에게만

어쩌면 올해 가장 서러운 소식이었다. 손님 외에도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화장실을 매장 사용 고객들만 사용하게 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매장 고객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화장실을 공개해 왔었다. 화장실이 모두에게 개방되자 일부 도심 매장에서 화장실 관련 사건사고가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한 반응은 양분되었다. 스타벅스를 사용되는 고객들에게는 쾌적한 매장 환경을 보장해 줬다고 말하는 한편, 시민단체 등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물론 한국 스타벅스는 포함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 4. 친환경 불투명 컵으로 변화

큰 힘에는 큰 책임, 큰 브랜드에는 환경의 책임이 따른다. 스타벅스는 친환경 관련 정책을 빠르게 도입하는 브랜드다. 대표적으로 ‘종이 빨대’를 들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찬사를, 누군가에게는 뜻밖의 종이 맛(?)을 주었지만, 어찌 되었건 친환경 부분에서 스타벅스의 결정은 대담했다.

그런데 올해 미국 14개 주의 스타벅스 매장에 테이크아웃 컵을 바꾸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퇴비로 사용이 가능한 ‘컴포스터블 컵’이다. 동시에 매장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적으로 좋은 행동이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3가지 포인트를 비판받았다.

  1. 만듦새가 허술한 종이컵 같다.
  2. 미국 Z세대가 제일 혐오하는 돔 뚜껑이라니! (※ 그들은 돔 뚜껑을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3. 내용물이 보이지 않아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 인증할 수가 없다.

과연 스타벅스의 이런 변화는 일부 매장이 아닌 전국, 전 세계에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스타벅스에 대한 재정의, 스벅은 어떤 곳인가?

스타벅스의 이런 변화들은 다시 한번 스타벅스라는 곳을 정의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스타벅스가 단순히 음료를 빨리 생산해서 제공하는 카페가 아닌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제3의 공간 스타벅스’로 돌아가려 함인 것이다.

물론 당장의 많은 반대와 불편에 부딪힐 결정이기도 하다. 효율성과 인간적인 경험 사이에서의 균형은 한국 스타벅스를 비롯한 많은 카페 프랜차이즈에도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이러한 스타벅스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