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https://ppss.kr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Fri, 12 Jan 2024 07:22:29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5.8.11 https://ppss.kr/wp-content/uploads/2015/07/ppss-100x100.png ㅍㅍㅅㅅ https://ppss.kr 32 32 삼성 반도체는 ‘오락실’이 있어 가능했다? 오락실의 역사! https://ppss.kr/archives/264453 Fri, 12 Jan 2024 07:22:29 +0000 http://3.36.87.144/?p=264453

????️오락실

오락에 필요한 시설이 되어 있는 방. 또는 오락을 하는 방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1. 갤러그는 메이드인 청계천?!

1978년 미국의 비디오 게임 회사 아타리가 제작한 〈브레이크아웃(일명 벽돌 깨기)〉이 한국에 등장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1979년에는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도입되며 오락실도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죠.

그리고 1982년, 계보를 잇는 슈팅 게임 〈갤러그〉의 등장으로 전자오락실이 대유행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이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1979년 서울 시내에 900여 곳으로 추산되었던 전자오락실이 1982년 3,570여 곳, 1983년에는 6,000여 곳으로 늘어나게 되죠.

갤러그(왼쪽)와 갤러가(오른쪽)

〈갤러그〉는 일본 반다이 남코(Bandai Namco)에서 제작한 게임으로, 원제는 〈갤러가(Galaga)〉였습니다. 하지만 청계천에서 해적판을 만들면서 남코사 타이틀이 사라지고 제목도 바뀌었죠.

 

2. 오리지널보다 좋은 청계천 해적판

청계천의 제조업체들은 해적판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전자오락 기판 누적 판매는 300만 대에 이르렀죠. 이는 해적판을 복사해 동남아 등지로 수출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습니다.

사실 업체 입장에서는 해적판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긴 했습니다. 한국에 수입된 오락기 대부분이 일본 회사의 기판이었는데, 당시 일본 문화에 대한 법적 족쇄 때문에 일본 제품은 수입이 불가능했어요.

따라서 청계천의 업체들은 일본에서 새로운 게임기가 나오면 5일 안에 초정밀 필름을 입수하여, 칩보드를 풀고 금성 반도체로 재구성해 해적판을 만들었어요. 카피하는 과정에서 보드는 커지고, 실제 중고 자동차 핸들을 개조해 레이싱 게임의 조이스틱으로 사용하는 등 그야말로 마개조였지만, 오리지널 게임기의 성능을 거의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정품보다 고장이 잘 나지 않는 기판(!)을 만들어 내기도 했죠.

 

3. 게임의 역사는 곧 게임 탄압의 역사

전자오락이 인기를 끌자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재밌는 건 최초의 이의 제기가 교육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2차 석유 파동의 여파 속에서 전자오락실만이 절전하지 않는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게 먼저였죠.

또 다른 이의제기는 전자오락실에서 훼손된 동전이 유통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10원짜리 한쪽을 갈아 50원으로 인식시키는 일이 잦았고, 90년까지 동전에 구멍을 뚫어 낚싯줄로 매달아 넣다가 빼는 행위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었죠.

물론 교육계에서도 ‘전자 독버섯’, ‘컴퓨터에 빼앗긴 영혼의 활자’ 등의 비판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에 국무총리 산하 사회정화위원회가 거리 질서를 명목으로 전자오락실을 단속해 폐쇄했으나 줄기는커녕 늘어나기만 했죠. 이 때문에 전자오락실은 ‘컴퓨터 지능개발실’ 같은 이름으로 운영하기도 했어요.

1970~80년대에는 게임이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갤러그〉를 두고도 어떤 이는 공산주의적 호전성을 길러 낸다고 말하는 한편, 어떤 이는 빨간 마후라가 되어 적기를 격추하는 기상을 길러 볼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죠.

1976년 미국에서 개발된 두더지 게임이 1980년대의 한국에서는 〈멸공 두더지 잡기〉라든가 〈땅굴 파는 두더지〉라는 제목을 달고 나와 흥행하기도 했어요.

농민반란, 썬소프트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사례는 1986년 〈농민반란(いっき, 잇키)〉이라는 게임이 전량 수거된 사건입니다. 일본의 썬소프트라는 회사가 개발한 게임이었죠. 무려 세금 공무원과 농부의 싸움을 다루는 만큼 아시아 경기를 앞두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수거되었어요.

국내에서 게임에 관해 강력한 억압 정책을 펼쳤던 정부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출용 오락기의 생산은 장려했습니다. 심지어 국내에서 아케이드 게임장이 유행하기도 전인 1970년대 중반부터 이미 콘솔 게임기를 수출하고 있었죠.

 

4. 오락기 양성화 정책이 망했기 때문에 반도체가 발전했다?!

1983년 10대 소녀가 게임기 안에 있는 동전을 훔치려다 감전사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불법적으로 개발된 기판에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죠.

이러한 안전사고가 계속 일어나자 정부는 1983년 게임기 양성화 조치를 취합니다. 게임기 기준을 통일하고 손기정, 심청전, 이순신, 애국가 등을 소재로 한 국산 게임 제작 계획을 세웠죠. 하지만 컴퓨터 전자 제품에 대한 이해 없이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정교한 기준을 만들지 못했고, 오락기 캐비넷에 대한 통일성만 간신히 맞췄습니다. 이 조치의 여파로 국산 게임 제작은 오히려 중단되어 버렸죠.

실패한 것처럼 보였던 정부의 게임기 양성화 정책은 의외의 곳에서 성과를 냅니다. 형식 승인 비용과 세금 납부에 부담을 느낀 일부 업체들이 다른 산업으로 퍼져 나간 것이었어요. 이로써 오락기 기판을 제조하던 PCB(인쇄 회로 기판, Printed Circuit Board) 제작 기술이 산업 현장에 쓰이는 전자 기기 개발 기술로 전환되었습니다.

게다가 1983년 세계적으로 전자 오락기판 칩이 64K ROM으로 추세가 바뀌자 32K ROM을 개발하고 있던 한국전자기술연구소는 관련 기술을 금성, 삼성, 대우, 아남전자, 한국전자, 현대전자 등에 이양했는데요. 이처럼 전자오락 기판을 제작했던 경험이 오늘날 반도체 대량유통구조 발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게다가 1983년 세계적으로 전자오락 기판 칩이 32K ROM에서 64K ROM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32K ROM을 개발하던 한국전자기술연구소는 관련 기술을 금성, 삼성, 대우, 아남전자, 한국전자, 현대전자 등에 이양했는데, 이처럼 전자오락 기판을 제작했던 경험이 오늘날 반도체 대량유통구조 발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5. 〈철권〉은 무릎, 〈버추어파이터〉는 신의욱

〈버추어파이터2〉 세계대전 결승전에서 만난 ‘이게라우’ 조학동과 ‘아키라 키즈’ 신의욱

1990년대 오락실의 전성기를 이끈 것은 〈버추어 파이터〉〈더 킹 오브 파이터즈〉〈철권〉 등의 격투 게임입니다. 특히 〈버추어 파이터 2〉의 경우 액션 게임 최초로 프로 팀이 생겨나고 여러 대회를 진행하면서 더욱 큰 인기를 얻었어요. 대표적인 스타플레이어로는 ‘아키라 키즈’ 신의욱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학생에 불과했던 신의욱은 국내 오프라인 대회는 물론 일본에서 열린 세계 대회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했죠. 하지만 일본은 신의욱의 우승 이후 버추어 파이터 세계 대회를 열지 않았고, 대회 영상도 일본 국내전으로 채우는 치졸함을 보여 줍니다. (※ 이에 관련한 자세한 영상은 G식백과에서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 초 중반은 격투 게임의 전성기였다면 90년대 중반은 리듬 게임의 시대였습니다. KONAMI에서 출시한 〈비트매니아〉와 〈DDR(댄스댄스레볼루션)〉이 게이머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지상파 방송에서도 연예인들(스티븐 유 등등)이 나와 DDR 대회를 방영하기도 했어요.

리듬 게임의 대중적인 인기를 계기로, 오락실은 기존의 퇴폐적이고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긍정적 인식을 얻게 되었죠.

 

6. 〈바다이야기〉로 초토화되다

하지만 리듬 게임의 인기도 2002년부터 하락하게 됩니다. 수록곡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난해해져서 결국 특정 매니아만의 리그가 되었거든요. 게다가 2000년대는 PC방의 선풍적인 인기로 오락실이 크게 줄어듭니다. 2000년 25,341개 지점에서 2002년에는 7,404개 지점으로 줄어들게 되었죠.

수입원이 줄어들던 오락실은 불법 사행성 게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바다이야기〉입니다. 높은 중독성과 현금 환전이 가능한 바다이야기는 수많은 중독자를 양산하며 경찰의 단속을 받았어요. 게다가 당시 여권 유력 인사 중 한 명이 바다이야기 게임기 제조 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담팀까지 꾸려져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죠.

조사 결과 정치권 유력 인사의 개입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게임 허가 과정에서 영상물 등급 위원회가 도박 기능의 탑재 사실을 경찰에게 은폐한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영상물 등급 위원회는 게임 심의 자격을 박탈당했어요.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게임물 등급 위원회가 출범했고요.

〈바다이야기〉 사건의 여파로 아케이드 게임 시장 역시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아케이드 관련 게임에 대한 법률이 대대적으로 제정되면서 오락실의 발전은 더욱 어려워졌죠.

 

7. 게임을 부추기는 데에는 경쟁 심리만 한 게 없다

 

이 카드를
게임기의 이 투입구에 넣으면 플레이가 기록되었다

2000년대 중반 〈바다이야기〉 사건과 정부의 규제로 오락실 시장이 무너지자, 게이머의 수요보다 오락실의 공급이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러자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시 문을 여는 오락실도 생겨났죠.

2008년 발매된 리듬 게임인 〈디제이맥스 테크니카〉와 〈유비트〉 등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MBC GAME 채널을 통해 〈철권〉시리즈도 다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때부터는 오락실 게임도 카드를 넣고 플레이하면 자신의 플레이가 기록되었는데. 이는 한국인 특유의 경쟁 심리를 건드려 호황을 가져왔다고도 하죠.

 

8. 네임드 오락실의 폐업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며 발생한 오락실의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죠.

특히 온라인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철권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격투 게임을 기반으로 성장한 오락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게이머가 탄생한 곳이자 해외 유저들의 사랑을 받은 철권의 성지였던 ‘대림 그린 게임 랜드’가 이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2018년 10월 폐업을 하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힘들게 버텨 오던 많은 오락실은 폐업 절차를 밟았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성지였던 노량진의 ‘정인 게임장’도 2020년 6월 결국 문을 닫게 되었죠.

원문: 사소한 것들의 역사


참고

  • 이상우(2012) 『게임, 게이머, 플레이』 자음과모음
  • 임태훈 외 4명(2017)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 배반당한 과학기술 입국의 해부도』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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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재배”, 스마트폰에서 즐기는 여성향 성인 게임의 문을 열다 https://ppss.kr/archives/262485 Thu, 16 Mar 2023 01:40:49 +0000 http://3.36.87.144/?p=262485 여성향 + 18금 + 네임드 성우 CV… 이런 조합 흔치 않다

한국은 여성향 게임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여성향’이라는 단어 자체가 게임 시장이 남성 유저 위주로 이뤄져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굳이 ‘남성향’이라 이름이 붙지 않아도, 거의 모든 게임이 남성 유저를 타겟으로 만들어져 왔기 때문.

예전엔 남성 유저들이 게임 시장의 주류였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두의 손에 ‘스마트폰’이라는 고성능 게임기가 주어져 있고, 여성 유저의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게임 시장은 여성 유저에게 제대로 호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스토리타코의 신작 ‘위험한 재배’의 발매 소식에 흥분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었다. 기대되는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1) 우선 여성향 게임을 주력으로 미는 귀한 게임사의 신작이라는 점, 2) 여성향 중에서도 더 귀하다는 18금(!) 성인 게임, 3) 일러스트가 넘쳐날 수밖에 없는 카드 수집형 RPG 장르, 4) 그리고 심지어 전문 성우들이 CV까지 소화했다는 점.

특히 기대가 컸던 게 CV인데, 공략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들의 면면이 여간 화려하지가 않았기 때문. 최승훈 성우, 김민주 성우, 박노식 성우, 그리고 김보나 성우까지. 대표작 리스트를 읊자면 한도 끝도 없고, 개취를 꼽아보자면 <에반게리온>의 ‘나기사 카오루’,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의 ‘토가시 유타’, <수성의 마녀>의 ‘니카 나나우라, <50가지 그림자>의 그레이까지. 그 목소리들로 그런 대사를 읊는 걸 생각하면…

구글 어시스턴트로 듣던 그 목소리가 ‘더 아프게 해주세요’ 같은 대사를 친다…

 

“내 넝쿨로 네 어딜 만져줄까?”

공략 캐릭터 및 CV를 소개하는 인트로 영상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위험한 재배’ 게임이 시작된다. 공략 대상은 모두 네 명인데, 제일 먼저 여는 첫 캐릭터가 슈가바인 아이비. 이름만 봐도 아시겠지만 여성 캐릭터고, 무려 넝쿨을 사용한다. 보는 순간 느꼈다. 이분들, 가방끈이 기시구나…

넝쿨을 쓴다고 무작정 좋다는 건 아니고(물론 그것도 좋지만)(…), GL이 아닌데도 여성 캐릭터로 문을 열었다는 게 꽤 신선한 점이었다. 이게 만일 남성향 게임이었다면, 공략 가능 캐릭터에 남자를 넣어 놓고 그 남자를 게임 서장에 제일 먼저 보여주는 건데… 아마 절대 상상도 못 할 일일 것이다.

이건 뭐가 더 낫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자면 여성향과 남성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여성향에서는 오히려 스토리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한 수가 된다.

공략 가능 캐릭터 중 하나인 ‘아이비’. LGBT 선택지 특성상 선택율이 높진 않겠지만, 등장할 때마다 게임의 분위기를 은근히 야릇하게 만든다

스토리타코의 강점이, ‘여성향의 문법과 남성향의 문법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게임사들을 보면 남성향 게임에서 성별만 바꿔놓은 단순한 역하렘 게임을 여성향 게임이라고 내놓고는 하는데, 스토리타코는 실제 여성향 게임 유저가 게임을 기획하고 만든다는 느낌을 준다.

 

‘인간형 식물’, ‘맨즈레이크’를 발아시키고 육성하는 게 게임의 목적

소재부터 남다르다. 주인공은 멸종 위기 씨앗을 관리하는 기업 ‘LSC’의 직원인데, 우연히 금지 구역에서 멸종 위기 식물 ‘맨즈레이크’를 발아시킨다. 맨즈레이크는 발아하면 성인 인간의 형태를 띄게 되며, 인간 형태임에도 식물로서의 개성을 드러내는 특이한 식물.

공략 가능한 네 캐릭터는 모두 실제 식물에서 이름과 개성을 따왔다. 예를 들어 아이비는 넝쿨식물인 ‘슈가바인 아이비’처럼 넝쿨을 특징으로 하고, 헬리암포라는 습지식물이자 포충낭을 가진 ‘헬리암포라 네블리네’처럼 포식성을 가지고 있다. 세레우스는 선인장 ‘에키노 세레우스’의 특징을, 디필레이아는 ‘디필레이아 그라이’처럼 물에 젖으면 반투명해지는 등의 특징을 갖는다.

물에 닿으면 반투명해지는 ‘디필레이아’의 특징 덕분에, 이런 연출도 가능하다…

이처럼 ‘위험한 재배’는 식물의 특성에서 공략 캐릭터들의 개성을 끌어옴으로써, 단순한 인간 캐릭터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뚜렷한 개성을 구현했다.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로도 유명한 ‘헬리암포라’는 공격성이 특징이다. 성욕과 식욕을 구분 못 하고, 본능 위주로 움직인다. 선인장인 ‘세레우스’는 듬직하고 과묵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괴롭혀지고 통제받기를 좋아하는 섭에 가까운 캐릭터. 해골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필레이아’는 병약하고 예민한 타입이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며 은연중에 애정을 표현하는 캐릭터다. ‘아이비’는 넝쿨에서 볼 수 있듯 주인공을 능숙하게 리드한다.

이런 캐릭터마다의 개성은 ‘섹슈얼한’ 부분에서도 십분 발휘된다. 헬리암포라는 특유의 페로몬으로 주인공을 취하게 만들고, 세레우스는 듬직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섭, 마조 취향으로 sm 플레이 상황을 연출한다. 디필레이아는 마치 첫경험을 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상황으로 유저를 숨죽이게 만들고, 아이비는 LGBT 속성과 더불어 넝쿨을 이용한 가벼운 속박 플레이까지 즐길 수 있다.

그냥 야한 장면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흥미로운 스토리 속에 씬을 녹여낸 것도 특징이다.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맨즈레이크’가 왜 멸종 위기종이 되었는지, LSC는 맨즈레이크의 씨앗을 확보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특히 LSC의 소장 ‘케인’은 등장부터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주인공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등 LSC에 뭔가 어두운 비밀이 있음을 암시한다.

인간을 불신하는 맨즈레이크와, 맨즈레이크를 통제하는 케인 소장. 막 발아한 상태라 헐벗고 있는 건 둘째치고(…) 초반부터 은근한 긴장 관계를 보여준다.

☞ 위험한 재배 안드로이드/iOS 다운로드

스토리타코 홈페이지 바로가기

 

스토리 게임에 카드 수집 요소를 더해, 더욱 풍성한 일러스트를 즐기다

장르를 국한할 수 없는 복합적인 플레이 또한 ‘위험한 재배’만의 특징이다. 캐릭터를 공략하는 오토메 게임으로서의 요소는 물론,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스토리 게임으로서의 속성, 그리고 카드 수집 게임의 속성까지 더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요소를 하나만 꼽는다면, 물론 캐릭터 공략이다. 4명의 공략 가능 캐릭터 중 하나를 ‘데이트 상대’로 지정하고 일러스트를 화면에 띄워놓을 수 있다. 일러스트의 질도 물론 높지만, 더 인상적인 건 전문 성우가 더빙한 캐릭터들의 특별한 목소리. 터치할 때마다 해당 캐릭터의 개성적인 대사를 성우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메인 화면. 공략 캐릭터의 스탠딩 일러스트가 표시되며, 일러스트를 터치해 성우의 목소리 연기까지 감상할 수 있다.

세워놓기만 하는 건 물론 아니다. ‘데이트 상대’로 지정한 공략 캐릭터와는 4인 4색의 개성적인 ‘데이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이를 통해 해당 캐릭터와 친밀도를 쌓고 캐릭터의 뒷이야기까지 파고들 수 있다. 친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해금되는 다양한 일러스트는 덤. (덤이라기엔 너무 큰 요소긴 하지만.) 또 캐릭터를 ‘방문’해서 캐릭터를 터치하거나 코스튬을 입히고 선물을 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캐릭터와의 ‘친밀도’를 향상시키면 데이트 콘텐츠는 물론 스토리 콘텐츠 진행에도 도움이 된다.

게임의 메인 콘텐츠는 ‘연구’라고 할 수 있으며, 스토리가 진행되는 ‘스토리 스테이지’와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는 ‘보너스 스테이지’로 구성된다. 스토리 스테이지를 통해 세계관 뒷이야기를 알 수 있는 건 물론, 스토리가 진행돼야 해금되는 데이트 콘텐츠도 많기에 필수 진행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데이트나 스토리 진행 중간중간, 상황에 맞는 일러스트가 눈을 즐겁게 해 준다. 18금 게임 아니랄까 봐 왜 자꾸 벗어야 할 일들이 생기는 거니…

위험한 재배는 여기에 카드 수집형 게임으로서의 요소를 더했다. 수집 방식은 일반적인 카드 수집 게임과 대동소이하며, 각각의 카드에는 공략 캐릭터의 매력적인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 한편, 돋보기를 터치하면 카드에 수록된 일러스트의 ‘풀 버전’을 감상할 수 있는데… 보통 카드에는 얼굴과 상반신 위주로 그래픽이 표시되지만, 돋보기를 쓰면 그보다 좀 더 아래까지(…) 표시가 된다.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아래와 같은 뜻이다(…)

카드를 누르면 하반신을 포함한(!) 풀버전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무난한 일러스트부터 꽤 수위가 높은 일러스트까지, 캐릭터들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일러스트들이다. (가끔은 취향 타는 쎈 일러스트도…)

카드 수집 게임답게 아이템을 이용해 카드를 강화할 수도 있는데, 특히 이 게임에는 ‘개화’라는 특별한 카드 강화 콘텐츠가 추가로 준비되어 있다. 일반 강화보다 강화 난이도가 어렵긴 하지만, 그만큼 보상은 확실하다. 무엇보다도, 개화 전후로 일러스트 자체가 바뀐다는 점이 제일 중요하다! 위의 일러스트들이 열리기 전의 꽃봉오리라면, 개화 후 일러스트는 그야말로 활짝 핀 꽃 그 자체(…) 개화라는 말이 아쉽지 않을 만큼 콘셉트도, 수위도 천치차이다.

안 그래도 야릇했던 카드들이 개화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드리고 싶은데… 심의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이런 건전한 예시밖에 들 수 없다는 게 개탄스럽습니다…

 

익숙한 오토메 게임의 변주, 18금 여성향 게임의 세계가 반갑다

게임 방식은 익숙한 오토메 게임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약간의 변주를 가미한 정도라, 오토메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크게 무리 없이 따라올 수 있는 정도다. 친숙하지 않은 방식을 무리해서 도입하면 괜한 진입장벽만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유저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 어쨌든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얼마나 예쁘고 다양한 일러스트가 적재적소에 준비돼 있는가 하는 거니까.

물론 18금 게임이라고 해서 단순히 수위 높은 일러스트만 진열하면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여성향 게임은 더욱 그렇다.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일러스트는 상황과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돕고, 유저 스스로 상황을 상상하게끔 만든다.

헐 님들 저희집에 변태 있음 ㅠ

초기에는 일러스트 노출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업데이트가 진행되면서 이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다. 특히 최근 업데이트 후 로딩 화면에서 일러스트 일부와 캐릭터 뒷설정을 살짝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라는 느낌이다. 캐릭터들이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를 엿볼 수 있어 공략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저 일러스트가 과연 어떤 스토리에서 나오는 건지도 궁금해진다.

로딩 화면에서는 일러스트 일부와 캐릭터에 대한 한 줄 상식이 표시된다.

특히 앞에서 얘기한 ‘개화’ 콘텐츠가 게임의 핵심 중의 핵심인데, 무려 ‘모든 일러스트 카드’가 개화 가능하다! 내 취향에 맞는 카드들, 여기서 수위가 더 올라가면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한(…) 카드들, 어떤 카드든지 전부 개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에 얘기했던 것처럼 수위와 콘셉트가 천치차이인데다, ‘성인 취향의’ 엄청나게 다양한 콘셉트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 일러스트 해금하는 재미에 빠지게 되면 정말 답도 없이 빠질 정도. 일러스트 게임 특유의 이런 재미를, 게임 초반에도 조금 엿보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가 오히려 아쉬워진다.

돈 없는 찍먹 유저들도 맛이라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또 심의 문제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기왕 ‘인간형 식물’이라는 소재를 쓴 김에 좀 더 과감한 터치가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그래도 업데이트를 통해 일러스트 노출 빈도가 높아지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치가 추가된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 운영 초반, 안드로이드에서의 업데이트 버그는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낮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건 조금 애매한 부분이긴 한데… 무과금 플레이의 경우 벽에 빨리 부딪치는 것도 아쉽다면 아쉽다. 극초반을 지나가면 SR급 이상 카드가 절실히 필요해지는데, 극초반부터 과금에 들어가기에는 손이 선뜻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 다행히 초반 보상과 7일 차 출석 보상, 그리고 과금 없이 게임 내 골드로 구매할 수 있는 SR/SSR급 카드가 몇 장 있으니, 이렇게 레어급 카드를 먼저 2-3장 이상 확보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7일차 출석 보상인 ‘요리사의 취미’ 카드는 무려 SSR급으로, 무과금 유저의 한 줄기 빛과 같은 카드다

하지만 이런 작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재배’는 굉장히 값진 게임이다. 우선 게임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여성향 18금’ 게임의 문을 다시 열어줬다는 것. 시장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던 새로운 시도이기에 훨씬 어려웠을 테고, 그래서 더 반갑다.

단순히 18금 여성향 게임이라서가 아니다. 일러스트의 질도 높고 심지어 ‘네임드’ 전문 성우들까지 기용했다. 초반 운용에서 살짝 아쉬움이 있었지만 소통에 적극적이고,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들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고 있다. 18금 여성향 게임이니까 응원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확실히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러스트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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